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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가로등 / 박동민

 

도끼가 나무를 생각하는 밤 발톱 빠진 길고양이 담장 위에서 녹슨 바람을 긁어대고 버려진 전봇대를 꼭 껴안은 알뿌리들의 시든 선율 나무가 도끼를 생각하는 밤 칼날 같은 세금 징수원의 눈을 피해 창문은 벽이 되고 그 자리에 내걸린 그림 속 벌목공들 눈 비비며 걸어 나와 도끼 대신 악기를 들고 나무 대신 악보를 켠다 납덩이를 찬 발목들의 힘겨운 비상 털갈이 하는 개들의 가래침 누런 이빨로 웃는 불규칙한 달의 음계여 쏟아지는 톱밥이여 밤의 수문장도 잠드는 시각 톱날 같은 은색 지퍼를 턱밑까지 끌어올리고 줄 끊어진 기타가 썩은 독기를 동쪽으로 끌고 갈 때 가로등은 생각한다 왜 쇠기러기는 무딘 눈꺼풀로 수많은 밤을 찍어대는지 마음의 후렴이 종지부를 찍을 수 없는 날갯짓을 계속하며 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두드리는 이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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