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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똥 / 안광숙


멸치 똥을 깐다

변비 앓은 채로 죽어 할 이야기 막힌


삶보다 긴 주검이 달라붙은 멸치를 염습하면

방부제 없이

잘 건조된 완벽한 미라 한 구

내게 말을 걸어온다

바다의 비밀을 까발려줄까 삶은 쓰고

생땀보다 짜다는 걸 미리 알려줄까, 까맣게 윤기 나는 멸치 똥


죽은 바다와

살아 있는 멸치의 꼬리지느러미에 새긴

섬세한 증언

까맣게 속 탄 말들

뜬눈으로 말라 우북우북 쌓인다


오동나무를 흉내 낸 종이관 속에 오래 들어 있다가

사람들에게 팔려온

누군가의 입맛이 된 주검

소금기를 떠난 적이 없는

가슴을 도려낸 멸치들 육수에 풍덩 빠져

한때 뜨거웠던 시절을 우려낸다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 뼈를 남기고

객사한 미련들은 집을 떠나온 지 얼마인가


잘 비운 주검하나 끓이면

우러나는 파도는 더욱 진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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