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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장지葬地  6편 / 한정우

 

전력의 속도다

경적을 울리며 비상등이 켜진다

 

또 어느 비명을 거두려는가

 

바람은 예기치 않은 방음벽,

그 가파른 기세에 서둘러 선회한다

부딪혀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여린 생명들,

파르르 깃털이 흩어진다

널브러진 핏빛 비명 위로

허리 잘린 구름이 흘러내린다

 

지상과 파란 하늘 사이

저 투명한 경계의 벽에 숨겨진, 붉은 비수를

지상의 눈들은 보지 못했다

 

아니다

아니다

 

남풍 따뜻한 하늘등성이

숭숭숭 구멍을 낸 바람의 장지로

새들이 날아온다

고라니 떼, 길을 세워 세로로 달려온다

바람보다 가벼운 뼈를

바람 깊숙이 묻어 스스로를 풍장 한다

 

들리지 않는 호곡소리다

 

 

 

 

맛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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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여전히 빗장이 풀린 채

대문은 그곳에 오래도록 매달려 있다

대문 끝에 걸어놓은 풍경이 밤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별들 몰려와 가슴을 짚는다

 

저 문을 열고

아흔아홉 번의 봄이 오고

유성처럼 가을이 소리 없이 다녀갔다

새는 등 위에 청운을 얹고 건너와

마당가 대추나무에서 진록의 계절을 살다 가곤 했다

어느 새벽 다급한 손이 등을 후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검은 날개를 펼친 늙은 영혼이 새벽 찬바람을 앞세우고

대문을 나서는 것이었다

나는 밤마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쏟아져 내리는 별을 다 받아 삼켰다

별을 삼킬 때마다 눈에서 왈칵왈칵 참꽃이 피는 것이었다

흔들리는 착란의 순간들을

상사의 뒤안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문 뒤에 서서 드나드는 별과 바람의 파수꾼

 

바람은 낡은 문 앞에서 방향을 꺾는다  

이제 저 높은 벽기둥으로부터

족자 속 대문을 내려놓을 때

 

문고리 걸리기 전

저 대문을 내 가슴께로 옮길 일이다

    

 

 

 

 

 

마분馬糞

 

한때, 경마장 근처 이웃이었던

선바위마을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불러대던, 그때처럼

 

이젠 뿔뿔이 흩어진 그 사람들이

스마트폰 창을 열고

부윰해진 화면과 흑백 이름들을 꾸역꾸역 불러들인다

코를 찌르는 마분이 과거처럼 미세하게 날린다

화면이 정지된다

목젖까지 달려와 독하게 엉겨 붙은 마분은

과천 벌을 달리던 검의 말들의 질주리라

과거를 달려 창의 경계를 넘는 말들은

끈적한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한다

 

목젖을 더듬는다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창창하다

목젖을 지나 다시 창을 향해 내달린다

확대된 화면은 말발굽 소리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분이 자욱하게 창을 덮는다

 

나는 정지 되었다

 

 

 

 

 

 

 

미술관은 내부 수리 중

 

한 여인이 뛴다

뒤를 따라 한 무리의 여인들이 미술관을 몰려나와

새 떼가 날아간 덕수궁 뒷길로 내달린다

머리 위에 하얀 새를 얹은 여인

어깨 위에 방울뱀을 휘감은 여인

후레지아 꽃다발로 가슴을 가린 여인

꽃다발을 잃어버린 한 여인은

무색의 나체인 채로, 육신을 풀어 순수의 공기로 스민다

인드라 구슬 그물에 걸려 서로를 비추는 영롱한 영혼

수만 개의, 수억 개의 산소방울로 투영된다

채색되지 않은 순백의 산소방울로 그윽한,

봄밤의 유혹에 여인들은 화사한 머리를 푼다

 

나는 먼지 날리는 미술관 전시실에서

벽면에 걸린 저 얼굴들을 본 적이 있다

짙은 재색의 벽면은 파닥거리는 날것의 영혼을 가두었고

흐릿한 조명으로 오랫동안 억압된 삭신은

한 덩이 고독한 물감으로 굳어가고 있었다

 

닳아져서 얇아져서 스스로를 허무는 재색 벽의 경계를

기쁘지도 나쁘지도 않은 눈으로 건넌다  

 

지금, 미술관은 내부 수리 중이다

 

 

 

 

 

푸른 간판

 

지금부터,

기다리기로 한다

도처에 이어진 푸른 간판을 건너

이곳에 미리 온 나는

휘파람새를 띄워 너를 마중 중이기로 한다

 

네가 짚고 올 푸른 간판을 확장하고

네가 넓혀갈 영토의 지형을

가장 넓은 넓이로 도해하며 확장 중이다

 

너를 열광했고, 그때마다

붉은 별이 하나씩 가슴에 박히고

별은 밤마다 상사의 붉은 입술로 폐부의 벽을

까맣게 물어뜯곤 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너를 기다리기로 한다

기다림의 길이는 상사의 깊이라고

나는 오독하고, 그 오독이 오만일지라도

나는 기다림의 깊이를 믿는 중이다  

 

이디야 푸른 간판은

날마다 확장되어가는 기다림이었다

 

 

 

 

 

 

아이들이 바다로 쏟아져 나왔다

알 수 없는 곳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공을 굴리며 달려왔다

하늘로 공을 차올린 아이들은

떨어져 구르는 해를 따라 바다의 중심으로 쫓아갔다

 

우 소낙비 같은 아이들은

우 여름 해 같은 아이들은

실눈을 들어 목청껏 까륵까륵 웃었다

풍선 같은 웃음을 웃는 아이들은

 

아이들이 사라졌다

 

웃음 풍선이 홀쭉해지며 빠르게 꼬리를 감췄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호명에 의해

이름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갇히는 줄도 모르면서 스스로를 가두기 위한,

머리에 사각의 뿔을 달고 사각의 틀에

얼굴을 구겨 넣고 잘라냈다  

하늘에 네모진 태양이 떴다

 

아이들이 사라진 곳으로

네모난 태양이 지고 어두워지며

바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두드러기

 

지하로 가는 칠흑 같은 계단에서 나는,

첨벙거리는 빗소리 들었다

빗소리 하염없는 계단 아래

온 집안, 붉은 두드러기 창궐하는 눅눅한 냄새들

밤마다 야귀도 극성이었다

 

국가 부도의 날 그날,

세공꾼이었던 아이 아버지는 반짝이는 금방 한켠에서

첫 생일 아들을 위한 돌 반지를 다듬고 있었다

아이 엄마를 위한 물방울 목걸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때, 국가 부도를 알리는 텔레비전 속 앵커의 말을

나는 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린 아들이 막 걸음마를 시작할 때였다

 

영문도 모르는 채 찬란한 금방을 내어주고

아이들 그림책과 장난감이 짤랑대던 방을 비워주고

우리는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는 법을 익혀야 했다

그리고는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에 대해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아이들 몸에도 붉은 두드러기가 자랐다 붉게붉게 번져갔다

 

천장 밑에 난 쪽창으로 간간이 볕이 들어왔다  

나는 까치발을 들고 땅 위의 것들을 기억해 냈다

미처 들고 나오지 못한 노란 그림책과 돌 반지, 물방울 목걸이

 

처음으로 폭포 같은 눈물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전등이 켜지고

국가 부도도 끝이 났다  

 

 

 

 

 

 

당선소감

 

오랫동안 젖은 숲에서 잠자던 작은 몸을 비틉니다

거칠게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에 잠을 깹니다

바람이 넘어간 숲 너머를 생각합니다

그곳은 멀고 높아 볼 수도 닿을 수도 없습니다

보이지 않으므로 상상의 놀이터 하나 짓습니다

놀이터의 공간은 날마다 조금씩 확장되어 갑니다

나는 치열하게 상상놀이를 시작합니다

 

눈여겨 살펴주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처음 시문을 열어 이끌어주신 옛 은사님,

내 안의 견고한 틀을 부수고 이 자리에 서기까지

내면의 깊은 곳까지 거칠게 흔드는 바람이 되어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어 주신 시우님들 사랑합니다

함께 기다려주신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아름다운 나의 일터 가족들,

그대들이 틈틈이 내어준 조각 시간이 있기에

오늘도 푸른 간판이 걸린 카페에서 시를 읊습니다

스치는 모든 인연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심 사 평

 

시 읽기의 궁극은 읽는 이가 행복하게 사라지며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고백과 사유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몰입과 정지의 순간을 선사하는 작품들 앞에서 선자 개인의 취향은 가능한 억제되었고 저마다의 심미안이 겹쳐지는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호출되었다.

2회 남구만신인문학상은 총 712편의 응모작 가운데 예심 추천을 받은 15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본심을 진행하였다예년에 비해 전반적인 수준의 고양을 공유하면서도 개성적인 음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작품들은 드물다는 인상기를 나누면서 방미영(부산), 신현련(문경), 한정우(용인)가 최종 대상작으로 압축되었다.

이 신인들은 우선 언어 실험실의 폐쇄성과 자의식 과잉 그리고 지나친 경험 추수로부터 미학적 균형을 만들어낼 줄 아는 미덕을 갖고 있었다먼저신현련은 구체적 삶에 착근한 언어와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돋보였다. “눈구멍에 고인 허기를광대뼈라 했다 같은 구절은 예사롭지 않다다만, ‘얼굴꼽추라든지 몸굴 같은 시어가 보다 자연스럽게 쓰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다음으로 방미영의 안정적인 구조와 재래의 서정시 문법을 충실히 승계한 작품들이 믿음을 주었다쉽게 놓지 못한 물살과 새의 점선같은 작품은 명약관화하게 굳어진 제도 언어와 사물들에게 미결정 상태의 두근거림을 회복시켜 주는 경이가 있다동봉한 작품들의 우열이 보다 고른 수준을 유지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정우의 시는 독창성이 어떤 유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질감의 문제라는 인식을 뒷받침하는 지표다이 시인은 로 규정된 미학 체계를 수렴하면서도 시적인 것을 향해 폭발한다여기에 시적 사유의 깊이와 명료한 이미지세련되고 활달한 어법이 돋보였다또한 응모작 중엔 드물게 세계의 부조리와 날카롭게 맞서면서도 내성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 있고바람의 장지(葬地) 마분(馬糞)에서 보듯 묵직한 문명사적 제재들을 다룰 때조차 시적 부력을 잃지 않는 힘에 기대와 신뢰를 갖게 한다

저마다 다른 개성과 취향을 지녔으나 큰 이견 없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한정우 시인의 독자적 음역에 대한 긍정이 가장 컸기 떄문이다예상한 변화만을 허락하는 시가 아니라 위험하지만 자유로운 곳으로 우리를 밀어가는 시인으로 대성하길 빈다. 

 

- 심사위원: 김윤배, 이경철, 손택수(대표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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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파종법  6편 / 윤경예

 

구름이 왔다 물과 결이 수직으로 쏟아졌다

씨앗을 뿌리는 계절,

비는 산과 나무와 강의 모든 음색을 바꿔놓는다

 

가려운 피를 갖고 있는 씨앗들

밭의 둔턱으로 뛰어들었다

강의 뼈를 제 그늘로 뭉게뭉게 피워내는 도술

구름의 속도를 갖기 위해,

씨앗은 안테나를 세웠고 몸의 생장점을 기록했다

 

빗소리로 강은 날카롭게 둥글어지고

지붕은 집나간 영혼들을 처마에 숨겨준다

뿌리를 모으고 있는 저 감자들,

으레, 식물들의 체위는 굽은 직선이다

기를 쓰며 수직으로 눕는 나무는,

구름의 파종법을 견디지 못하고 뿌리를 허공에 두었다

 

높고 낮고 틈만 있다면 물빛으로 메우는 빗소리

백년 된 씨앗마저 깨우는 소리,

감자는 저녁을 끌어다 덮어 별 하나 키운다

제 어머니 무릎뼈 갉아 먹는 소리로

감자는 둥글어진다

 

 

 

 

맛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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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공에게 잠을 드릴게요

      

용접공의 가방엔 숱한 구멍 뚫린 작업복이 있다

무섭도록 조용한 선글라스도 있다

속눈썹 몇 개 떨어져 나와 테에 묻었다

용접공 눈물의 무게는 알 수 없었고

대신 벌겋게 달아오른 실핏줄만이

불꽃이 가닿는 철판의 노동을 일러줬다

 

컨테이너 판을 용접하는 작업화,

사다리를 난간에 놓고 쇠를 밟는다

쇠와 쇠를 붙이는 일은 밤의 두께보다 한층 짙었다

서로 다른 성질을 다 읽는 순간까지

불꽃은 하나의 꽃무늬가 되어야 했다

 

단번에 자르거나 쇠를 붙이는 산소용접기,

까맣게 그을리는 것은 쇠가 아니라 그의 손등이었다

손등엔 점점이 찍힌 무늬 혹은 불이 지진 상처

성좌를 본 것 같았다

궤도를 이탈한 별똥별 같았다

 

오늘도 모든 준비는 끝났다, 컨테이너 처마에 붙이는 간이지붕,

윙윙 터지는 불꽃의 꿈, 구름과 구름도 이어붙일 기세다

 

저 지평선 끝에는 장마전선을 붙이는 용접공이 있을 거다

그렇다면 비는 그가 튕겨놓은 물꽃이 아닌가

밤새도록 꿈틀거리는 작업화의 눈이

불꽃의 채도를 버리지 못했다

눈물은 지금 사막을 건너고 있고

잠은 길 위에 잠시 머무는 바람의 집을 찾는다

 

 

 

 

  

깨를 볶는 집

     

뭐든 다 볶아야 하는 집, 여름이 무너진 자리를 볶고 있다

깨 볶는 집은 면사무소와 소방서 옆에 있다

컵라면에 물 붓다가 뛰쳐나가는 출동 벨소리도 볶고

소방헬기 프로펠러도 볶는다

산소마스크의 무기력도 볶는다

복지사와 독거노인이 상담하는 소리와

베트남 여인의 주민등록증의 인장도 볶인다

 

무쇠솥으로 하루를 볶는 노인

세상만사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무엇인가 볶을 것이 있다면 들기름집으로 가자

 

노인은 어제 콩을 볶았고 둥굴레를 볶았고

지금은 깨를 볶는다

물기 말린 들깨 알들, 방아깨비처럼 튕겨나간다

철거 독촉장과 수술비 걱정도 볶아 날려버린다

자주 넘어져 울고 웃던 무릎도 바싹 볶아졌다

마른 깻단처럼 말개지는 것은 노인의 코가 아니라

배경이 된 풍경이다

 

오늘도 휘휘 반짝이는 소리들,

황토 뒤엎는 빗소리도 아니고

깨벌레가 몸을 뒤척이는 소리도 아니다

무쇠 솥이 새타령 부르고 있는 거다

 

깨꽃이 타닥타닥 저녁의 얼굴로 환해진다

바람, 한줄기 툭툭 여러 갈래로 지나간다

너도 가고 나도 가고 그늘처럼 들이친다

 

 

 

 

 

갈대가 운다

  

뗏장 밑이 저승길이라고

맨살 부비는 갈대가 운다

툭툭 떨어져 으깨진 발자국들이

봉분 앞에 모여들 때,

 

우리는 삽자루처럼 서서

담배 한 개비 불붙여

서쪽으로 올려 드리고

서쪽부터 뗏장을 입힌다

 

낚시 좋아하는 아버지,

죽어서도 가물치 낚으시라고

저수지 내려다보이는 곳에 묘를 썼단다

 

그때 산그늘을 뒤흔드는 까마귀처럼

봉분 한쪽이 열린다

저승으로 옮기는 주소, 글씨가 까맣다

아니 촉촉하다 뗏장 뿌리 내릴 때까지

신발 끈 조여매고, 사십구일 동안

본적으로 뒀던 뒤주 냄새를 지울 것이다

 

    

 

 

 

빗소리와 흰 개

   

흰 개는 지금 비를 맞고 서 있지

가죽나무는 죽은 자리에 비를 가뒀지

개는 으르렁거림도 없이 그저 앞발을 모으고 있지

목줄 달아난 그림자만 생각하지

 

비는 계속 굵어지는데

개의 앞발엔 검정 흙이 튀었지

늑골엔 털이 빠져서 빗소리만이 고이지

담장 그늘

개가 짖었던 소리가 보이지

그동안 개가 짖었지만 담장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해서

개의 입모양만을 기억했지

 

빗소리에 묶여 있는 건, 목소리를 잃어가는

개의 두시였지

분꽃이 뚝, 뚝 떨어지는 두시였지

 

번개는

웅덩이 하늘을 감고 올라가고

무지개는 나뭇잎 스피커 뒤에서

나왔지

 

개와 빗소리에

잘려나간 것은 계절의 간극이었지

하나같이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었지

화재경보 울리는 오후 두시였지

 

빗소리가 내리고 있다고 믿는 흰 개,

파리 떼 뒤집어쓰고, 죽어가지

오후 두시의 틈새에서 죽음의 주파수를 맞추지

  

 

 

 

 

달의 시계

    

달의 시계는 뿔고둥이다

 

뿔고둥이 작두섬에 달을 지고 오면

어머니 물속으로 뛰어든다

수달처럼 전복과 소라를 읽는다

점자를 읽듯 바다를 읽어낸다

 

회오리 파도를 몸에 감고

저음으로 먹먹해지는 심해까지 다녀온다

올망졸망한 것들이 망사리를 채울 때마다

현기증은 귀를 멍들게 하고

물갈퀴는 발을 부르트게 했다

 

빨랫줄 귀퉁이에 널린 어머니 옷가지에서

밭은 물숨 사락사락 만져지는 늦은 저녁

전복껍데기와 퉁치*를 넣고 끓인 뜸북국이

두레밥상을 차지했다

어머니는 그것을 아가미국이라고 불렀다

숨을 먹고 자란 것이었으므로

 

나는 뿔고둥 삶은 것을 잘도 빼먹었다

아무데나 나를 마구 부려놓고

어머니의 신발은 작두날 속으로 뛰어든 밤,

뿔고둥에는 생계의 초와 분이 흐르고 있었다

 

* 새끼 민어의 전라도 사투리.

 

    

 

 

 

끝물

       

귀뚜라미는 구석을 키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구석을 키운다

맨드라미 밭을 넘어왔다

채송화 밭은 더듬이에 이고 왔다

고추밭은 그냥 두고 왔다

 

탄저병 걸린 꼭지엔 그림자만 살아있다고

귀뚜라미는

태양을 움푹 찔러보고 왔는지

울음만 붉게 젖어 있었다

그늘만 푹푹 빠지는 말매미 소리를 찾아왔지만

삼년 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는

어느 집 마당에 와서야 제 발톱을 다듬고 있었다

 

소리는 말려야 한다는 것을 귀뚜라미는 안다

끝물, 목숨 길처럼

배밀이로 마루까지 안방을 밀고 다니는 귀뚜라미는

오늘, 제가 가야할 길을 열어주는 저승사자를 만났다

 

통곡의 강을 열어주는 귀뚜라미

담장 길을 뚫고 있었다 죽음이

저 혼자 가기 싫다고 달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당선소감

 

청개구리는 긴 겨울을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제 핏줄과 신경까지 얼어 붙인 채로 회색의 체면에 빠진다고 한다. 핏줄 얼어붙고 살 얼어 터지는 소리를 기록하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기다릴 것이다. 심장 소리 다시 켜지고 팔딱팔딱 튀어 오를 파란 몸뚱어리의 봄을, 봄은 제 등을 먼저 밟고 온다는 것을 청개구리는 믿어 의심치 않았으리라.

보이지 않을 뿐 누구에게나 삶은 치열하다. 나답게 사는 일은 더욱 그렇다고 본다. 청색을 버리고서라도 청개구리가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단지 목숨뿐이었을까? 그건 아니었을 것 같다. 청개구리에게도 어떤 간절한 바람이 있었을 것 같다. 저 밑바닥까지 속속들이 자신을 좌절하게 하는, 그러나 또 살아지게 하는 그것, 꿈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나에게 시란 논 틀 밭 틀 울음소리로 맘껏 뛰어다니며 무논 가득 빗소리를 쓰는 한 마리 청개구리가 되어 보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기꺼이 동파하기 직전의 신경 앞에서도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다독였던 것 같다.

당선 소식이 들리던 아침은 처마 밑 둥지를 들락거리는 새소리가 유난히 맑고 맑았다. 제 코앞에까지 다가가도 이젠 도망가지 않는 부리엔 가을이 묻어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좋은 징조였던가 보다.

이 순간 감사한 분들이 참 많이 떠오릅니다. 아직은 거칠고 볼품없는 나의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가장 먼저 감사드립니다. 육신은 물론 정신마저 시들어가면서도 잘 버텨주고 계신 친정엄마께 이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별말은 없었지만 한결같은 신뢰의 눈빛으로 지켜봐 준 남편과 생일 선물이라며 시집을 건네던 아들과 딸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을 수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그것이 뭔지 난 잘 모르지만, 여하간 우리 며느리 장하다 장혀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시어머니께도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작은 바람 소리의 웅얼거림에도 귀를 바짝 세울 것이고 밀어내지 않는다면 오래도록 들여다볼 것이다. 그리고 그들만의 언어를 받아쓰겠노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심 사 평

 

1회 남구만신인문학상 응모작은 전국에서 모두 70여 명의 1000 . 이 중 10명의 작품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왔다. 남구만신인문학상은 우리 국민이 널리 읊고 있는 동창이 밝았느냐를 비롯해 9백여 편의 시로 조선 숙종으로부터 문충공(文忠公)이란 시호까지 받으며 우리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약천 남구만(16291711)의 문학과 애민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

이런 상 제정 취지에 맞게 우리 문학 발전을 이끌 역량 있는 신인을 뽑기 위해 심사에 만전을 기했다. 본심에서 마지막까지 경합한 응모자는 방미영, 박선희, 윤경예, 신성률, 조평자 씨 등 5.

방미영 씨의 억새풀, 정안수, 붓꽃 등은 우리 민족의 정한을 고전적으로 힘 있게 파고든 수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잘 쓰이는 않는 의고체 시어들과 구절들에 많이 기대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고 딱딱한 관념에 빠지는 게 아쉬웠다.

박선희 씨의  이은 도마, 낙과의 길목, 카톡방에 내리는 눈 등은 우리네 일상을 가볍게 터치하며 의미를 찾고 있는데 점수를 줬다. 그러나 유쾌한 발상들이 난무하며 시의 초점을 잃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신성률 씨는 유산지, 중세의 반도, 면천지 등 응모한 시 편편에서 시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소재나 주제 등의 내용이나 형식의 폭이 넓어 그 역량을 십분 인정했다. 그런 시적 역량, 혹은 강렬한 작위가 시에서의 간절한 그 무엇을 압도하고 있지 않나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조평자 씨의 숭어 훌치기, 추수, 물질경이 등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우리네 전통적 삶 속에서 정한의 미학을 끌어올리는 솜씨가 좋았다. 음풍농월이 아니라 자잘한 삶의 속내를 파고들려는 현실주의적 태도에도 믿음이 갔다. 그런 정한의 미학과 현실주의가 작위적으로 결합되고 있는 게 흠이었다.

윤경예 씨의 구름의 파종법, 용접공에게 잠을 드릴게요, 깨를 볶는 집 등 편편이 다 밝고 맑았다. 삶의 자잘한 고통과 이웃 간의 불화, 심지어 죽음까지도 아주 유쾌하게 볶고 있었다. 세련된 은유로 이미지가 투명했다. 그런 이미지들이 메시지를 명징하고도 간절하게 전하고 있었다.

너도 알고 나도 느껴 알고 있지만 말로 쉽게 전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의 속내를 감동으로 소통하는 것이 시의 변함없는 덕목 아니겠는가. 해서 감동으로, 고통마저도 유쾌하게 소통하려는 윤경예 씨를 흔쾌히 우리 시단에 밀어주기로 심사위원들은 의견일치를 보았다. 윤경예 씨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네 분도 그 역량으로 보아 시단에서 곧 얼굴을 보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심사위원: 김명인(시인), 김윤배(시인), 이경철(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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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사려니 / 길덕호

 

시커먼 짱돌 하나 가슴에 쑤셔 놓고
사려니* 숲에 왔다.
절망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삼나무 숲 그림자
화사한 온기는 그늘의 힘에 밀려나고
축축한 음지의 걸음으로
나에게로 들어왔다.

비자나무 바둑판의 눈금 위
단수에 걸린 새 한 마리
파닥이다 쓰러진다.
이번 생의 마지막은
이곳에서 비자목의 주름으로 살련다.
허방에 빠진 발목도 접질리는 삶이었다.
설문대할망*도 물에 빠져 죽어 버린
한이 맺혀 들끓는 가마솥의 죽이었다.

물찻 오름을 걸으면서 삼나무를 본다.
천 년의 세월을 견뎌낸 껍질이
상처를 싸매 해진 붕대처럼
오래된 절망의 시간을 감고 있었다.
절망은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보듬어
항아리에 담아서 곰살맞게 발효시키는 것
줄기와 가지의 가느란 지문에도 햇살이 깃들어
삼나무가 삶나무로 한 발 뭉클 다가선다.

사려니 오름을 오른다.
한 발 두 발 절정에 다다르면서
땀에도 젖지 않는 새의 부리로
그 이름을 읊조려 본다.
사려니 사려니 하다가
살려니 살려니 한다.

삼나무, 비자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상처 입은 나무들이 옹이가 되어
더 깊이 더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허방에 빠진 발목에서 뿌리가 나고
줄기는 학의 둥지를 틀었다.

사려니 오름에서 해오름이 있었다.

 


* 사려니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에 있는 제주 오름들이 한눈에 보이는 오름 사려니 숲, 사려니 숲길로 유명하다.
* 설문대할망 :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여신

 

 

 

 

 

 

 

[우수상] 뿌리의 반경 / 이정희

 

나무들은 흔들리는 반경만큼
뿌리를 뻗는다
흔들리는 반경은 나무들의 사회
그 안에 이웃이 있고 음지와 양지를 배치하며
태양의 입사각을 준비한다
새순을 밀어 올리는 일도
알고 보면 철저한 교육 뒤끝인 셈이다
어느 쪽도 편애하지 않고
둥근 지구를 닮은 반경에 순응하라는
바람교육헌장을 배우는 것이다
숲엔 나뭇가지들이 미명처럼 긁어놓은
생채기들이 맑은 날에는 다 보인다
수없이 바스락거리며 주고받던 귓속말
뿌리의 비명인 듯 말줄임표
바람 길에 납작 엎드린 빠른 체념
어느 땅속도 알고 보면 우주의 한 귀퉁이쯤
뿌리들의 사회가 아닌 곳이 없다

말도 반경을 가진다
햇살 같은 말은 샌들 바깥으로 튀어나온
발가락을 간질이고 봉인지 뜯긴 소문은
반경을 한참이나 벗어나지만
흔들리다 다시 중심을 찾는 반경들은
살짝만 비틀면 서로 겹치기 일쑤다
바람의 입김에 맞서는 뿌리가 없듯
늘 그 반경 안에 발을 묻고 있다
하물며 지구와 달도 중력이라는 반경을
굳게 믿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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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아버지의 노래 / 최형만

 

 

물아래 물길을 여닫는 밤

통통배는 물때만 되면 바다로 갔다

바짓단까지 양말목을 올린 아버지는

기척도 없이 문턱을 넘으셨다

어린 나는 꿈결 같다 말했고

아버진 만선이 부른 꿈이라 했다

텅 빈 물간에 낯빛이 붉어지는 동안

목숨의 중심까지 맨몸으로 지났다

밍크고래의 주검이 하얗게 밀려든 날

비취색 물빛만 그물코에 꿰다가

공선으로 돌아오신 아버지

손등을 쓸어간 해풍에 바닷새도 떠나고

실금 간 어창은 선잠에 들었다

빈 몸으로 흔들릴 때마다

자줏빛 쓴물을 가슴에 들이는 아버지

은빛 물살을 몰고 온 날치 떼도 없다

그믐처럼 휜 너울에 속내를 게워내고서야

통째로 몸을 여는 바다

해국의 꽃그늘이 엎드릴 때면

몇 개의 계절이 수평선을 넘어갔을까

파랑 찬 바람이 환하게 길을 내자

물꽃을 쥔 아버지가 물을 타고 오신다

뭍으로 온 햇귀에 잠을 깨면

천 길 바깥에서도 풍어가가 들리는 것이다

 

 

 

 

 

 

 

[우수상] 만조의 시간 / 길덕호

 

 

달도 부풀어 올랐다

꽃대는 부러지지 않았다

 

꽃들이 개화하는 시기 

등대 밑에는 캐다 만 조개며 바지락이

피다 만 꽃잎처럼 입술을 오물거린다

 

물때가 들어오면

어머니는 바람 빠진 갯벌을 벗으신다

달은 아직 채 뜨지 않았고

꽃잎은 그대로 숨죽이며 있었다

 

펄 및에 숨었던 꽃잎들

결박당한 몸을 스스로 푸는 시간

바닷물이 마른 몸을 양수로 가득 채우는

생명들 꽃 피는 순간

 

등대도 자신의 몸을 부풀려

먼 바다 위에 별빛으로 띄운다

 

바다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윤슬은 턱밑까지 차올라

이슬로 맺힌다

 

항구는 아랫도리 활짝 열어젖히고

만선의 꽃덤불을 들고 오시는 아버지

부푼 돛의 몸을 풀러 어머니에게 오신다

 

만조의 시간은 만삭의 시간

달빛도 해산을 하고

꽃봉오리 울음을 낳았다

 

 

 

 

 

 

 

 

 

[우수상] 도마 / 김은혜

 

 

 

 

 

 

 

[우수상] 청각 / 정순연

 

김치 속 고명으로 맛들인 향기

잘근잘근 씹어보면 먼 바다가 온다

아버지 질긴 한 생이 푸른 뿔로 돋았을

 

물들고 물 날 때 꽉 잡은 거미손이

한 세기 건너뛰며 가족사를 적어 간다

땀 절은 삭은 작업복 소금꽃 피우며

 

춤사위 계속되는 관객없는 무대에서

거친 숨 몰아쉬며 일몰 앞에 몸을 푼다

밥상 위 싱싱한 말씀 윤슬처럼 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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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바다설계사 / 이희경

 

[우수상] 간절곶 / 이양숙

 

 

 

 

[우수상] 울기등대를 찾아왔다 / 최선주

 

 

금물결 꽃잎처럼 한없이 아름다워

포말이 낙원인양 힘줄처럼 당겨지고

고래의 아랫도리엔 예쁜 새끼 두 마리

 

은은한 푸른 바다 유혹에 반했는지

물안개 피는 바다 포경은 녹이 슬고

은은한 통통 장단이 자장가로 들린 듯

 

보름에 한 번씩은 물길이 바뀌어도

사나운 거친 파도 살갗을 쓸어가도

포효도 울부짖음도 가족애로 꽃핀다

 

이제는 고즈넉해 새살림을 차리려나

불빛이 황홀해서 위쪽을 닮아 가나

포말이 금빛이 되어 반짝반짝 빛났다

 

 

 

 

[우수상] 등대와 등대 사이에 문이 있다 / 김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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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고 또 벗고 / 황경순

심해(深海)에 사는 키다리게

탈피를 위해 얕은 물로 대이동을 시자ㄱ한다

헌 껍데기를 버리고 새 껍데기가 나기까지

2주일 동안 사투가 시작된다

눈빛만 살아있고

속살이 드러나 말랑말랑해진 키다리게

거대한 기오리의 뱃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물고기 떼에게 뜯어 먹히기도 한다

일부의 희생으로 한 편에선 짝짓기도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감수해야만 하는 2주일

그 2주일을 버텨야만 몸이 1.5배 죽죽 늘어난다

무거워진 몸이지만 발걸음도 가볍게

다시 심해로 힘차게 돌아간다

100년을 사는 거대한 3.5미터 키다리게

거미처럼 몸통보다 다리가 길어

심해에서 천하무적 종횡무진하는 키다리게

20번이나 헌 옷을 벗고 또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며 나날이 새로워지는 키다리게

비슷하게 100년 가까이 사는데 자라지도 않고

쪼그라드는 인간,

쪼그라들수록

벗고 또 벗고

눈은 빛나야 하는데

나날이 새로워져야 하는데

이제 그들은 흔적도 없다

깊이깊이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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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와 나 / 김참

 

 

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내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동안 배고픈 거미는 내 발톱을 갉아먹고 조금씩 살이 오른다. 내가 낮잠을 자면 거미도 내 귓속에서 낮잠을 자고 내가 노란 꽃 활짝 핀 해변을 거닐면 거미도 내 귓속에 누워 꿈을 꾼다. 어두운 부엌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동안 거미는 줄을 타고 내려와 내 발가락을 갉아먹는다. 봄이 와서 마당 가득 분홍빛 모란이 피면 거미는 집 곳곳에 투명한 집을 짓는다. 벌레들의 무덤을 만든다. 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초승달 뜬 하늘에 하얀 별 총총 박힌 어둡고 깊은 밤 거미는 네 귀를 쫑긋 세우고 내 귓속에 하얀 알을 낳는다. 여름이면 새로 태어난 거미들이 집 곳곳을 기어 다닌다. 귀가 넷 달린 수백 마리 회색 거미들. 내 살을 파먹고 통통하게 살이 오를 작은 거미들. 장마가 지나가면 거미들은 투명한 줄을 타고 논다. 습하고 무더운 날이 계속된다. 거미는 내 살을 갉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나는 빨랫줄에 걸린 생선처럼 조금씩 야위어 간다.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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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1031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제15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할 지리산문학상에 김참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으로 '거미와 나' 5편이 최종 확정됐다고 20일 밝혔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시상금이 1000만원으로 전국 시인들이 선망하는 대표 문학상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제15회 지리산문학상은 최문자 시인 등 심사위원들이 오랜 검토와 격론 끝에 김참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시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시에서든 삶에서든 무엇을 얘기하기보다는 어떻게 얘기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그런 점들을 감안해 김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심사배경을 밝혔다.

 

또한 지리산문학상과 함께 공모한 제15회 최치원신인문학상의 당선작은 정성원(43·통영)'안개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5편이 선정돼 같은 날 수상하게 된다.

 

본심은 최문자 시인과 홍일표, 조정인 시인 등이 맡았으며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 가을호와 지리산문학동인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시상 전년도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운영된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으로부터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조정인 시인 등이 수상했다.

 

함양과 지리산지역 중심으로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며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왔다. 문학회는 그동안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박철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김참 시인은 김해 출신으로 1995'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여행', '그림자들' 등과 저서 '현대시와 이상향' 등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김달진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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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너머, 우체국 / 조정인

 

 

유리잔이 금 가는 소릴 낼 때, 유리의 일이

나는 아팠으므로

 

이마에서 콧날을 지나 사선으로 금이 그어지며 우주에 얼굴이 생겼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고 있던 일

 

그의 무심이 정면으로 날아든 돌멩이 같던 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뜨거운 물이 부어지며 길게 금 가는 유리잔이던 날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질문: 영혼은 찢어지는 물성인가 금 가고 깨어지는 물성인가, 하는 물음 사이

 

명자나무가 불타오르고

유리의 일과 나 사이 4월은 한 움큼, 으깨진 명자꽃잎을 손에 쥐어 주었다

 

나에게 붉은 손바닥이 생길 때 우주에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12월로 이동한 구름들이 연일 함박눈을 쏟아 냈다 유리병 가득 눈송이를 담은 나는 자욱한 눈발을 헤치고 백 년 너머, 눈에 묻힌 우체국 낡은 문을 밀었다

 

나에게는 달리 찾는 주소가 없고 우주는 하얗게 휘발 중이다

 

 

 

 

사과 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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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지리산문학상에 조정인(66) 시인이 선정됐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929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4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식을 가질 지리산문학상에 조 시인의 백년너머 우체국4편이 최종 확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조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1998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사과얼마예요’,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악등이 있다.

 

또 같은날 시상하게 될 제14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은 문이레(50)씨의 동물원에서 텔레비전 보기4편이 선정됐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지난해부터 상금이 1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한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지리산문학회 관계자는 상금이 인상되면서 전국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됐고 수상자의 시창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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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로 가는 저녁 / 정윤천

 

 

발해에서 온 비보 같았다

내가 아는 발해는 두 나라의 해안을 간직하고 있었던

이쁘장한 한 여자였다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자전거를 다루어 들을 달리던

선친의 어부인이기도 하였다

학교 가는 길에 들렀다던 일본 상점의 이름들을

사관처럼 늦게까지 외고 있었다

친목계의 회계를 도맡곤 하였으나

사 공주와 육 왕자를 한 몸으로 치러 냈으나

재위 기간 태평성대라곤 비치지 않았던

비련의 왕비이기도 하였다

 

막내 여동생을 태우고 발해로 가는 저녁은

사방이 아직 어두워 있었다

산협들을 연거푸 벗어나자

곤궁했던 시절의 헐한 수라상 위의

김치죽 같은 새벽빛이

차창에 어렸다가 빠르게 엎질러지고는 하였다

변방의 마을들이 숨을 죽여 잠들어 있었다

 

병동의 복도는 사라진 나라의 옛 해안처럼 길었고

발해는 거기 눈을 감고 있었다

발목이 물새처럼 가늘어 보여서 마침내 발해였을 것 같았다

사직을 닫은 해동성국 한 구가

미처 닿지 않은 황자나 공주들보다 먼저 영구차에 오르자

가는 발목을 빼낸 자리는

발해의 바다 물결이 와서 메우고 갔다

발해처럼만 같았다

 

 

 

 

발해로 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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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은 대표 문학제전인 제13회 지리산문학제를 6·7일 함양문화예술회관과 상림공원, 지리산 일대에서 개최한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제는 이날 지리산문학상과 지역문학상 등을 시상하고 시낭송과 공연 등 문학인의 가을 향연을 연다. 개막식은 6일 오후 3시 함양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 제13회 지리산문학상에는 정윤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수상작으로 정윤천 시인의 발해로 가는 저녁4편이 최종 확정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올해부터는 상금도 1천만 원으로 인상돼 수상자의 시 창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오태환 시인과 이경림 시인, 김추인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정윤천 시인을 수상 시인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적 모티프는 많은 부분 기억의 지평선 아득한 지점에 묻어두었던 것을 새삼 발굴해 드러내는 형식에 의존한다고 정윤천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김왕노·정호승·최승자·이경림·고영민·홍일표·김륭·류인서·박지웅·김상미 시인이 각각 수상했으며 엄정한 객관성의 확보를 통해 전국적 권위의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리산문학제를 주관해 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39년을 이어온 함양지역 중심의 문학단체로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 왔으며 문병우·정태화·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한편,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정윤천 시인은 1960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1990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1991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등과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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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백서 / 김상미

 

 

아주 가끔은 우울하고 대부분은 명랑해요

사람들은 내가 명랑한 걸 좋아하지 않아요

명랑은 우울보다 격조가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나는 명랑한 게 좋아요 명랑하고 싶어요

무엇에든 광적으로 집착하는 체질이 못 되거든요

광적인 집착은 병적인 우울을 낳지요

언제나 노심초사 전전긍긍

어디에서 불행이 오는지 어디로 행복이 달아나는지

쉴새없이 탐색하고 추적해야 하거든요

그러다보면 점점 명랑에서 멀어져 우울한 괴물로 변해버리죠

정말이지 나는 그런 거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단것보다 쓴 것을 더 좋아한 탓인지

여하한 고통 위에 또 고통을 세워 그 안에 아무리 사나운 북쪽 창을 달아놓아도

내 열병은 시들 새도 없이 하루 만에 거뜬히 끝나버려요

쓸데없이 진지하고 쓸데없이 합리적이고 쓸데없이 현실적인

값비싼 망원경 따위는 집착 강한 우울한 사람들에게나 모두 줘버려요

나는 그냥 바람 부는 길가에 앉아 무언가가 다가오기를 기다릴래요

무언가가 다가와 황홀하게 나를 감동시켜주길 원할래요

로댕의 대성당처럼 가우디의 카사 밀라처럼 언제든지 떠나고 싶은 지중해처럼

지로나의 내밀한 구시가지처럼 고야의 검은 집처럼 김정희의 아름다운 세한도처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뒤뚱뒤뚱 해맑은 어린아이의 단순 명쾌한 웃음소리처럼

오성의 드높은 담장 단번에 밀치고 들어오는 놀라운 명랑에

자연스레 내 온몸 빠져들기를 원해요

아주아주 오래된, 처음과 끝 같기를 원해요

너도나도 창백한 백합꽃 같은 우울에 매달려

격조 있던 본래의 심연 구기고 구겨 뒤틀린 철갑 같은

고상 찬란한 신종 우울증

끊임없이 생산해내며 자랑스레 뻐기든 말든

나는 명랑한 게 좋아요 언제나 명랑하고 싶어요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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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 지리산문학회는22일 제12회 지리산문학상에 부산 출신의 김상미(61) 시인의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상한 김상미 시인은 199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등을 출간했으며, 2003년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동네시인선 아흔두 번째로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를 펴낸 김상미 시인은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으니 올해로 시력 27년 차다. 그새 시인이 품은 시집은 이번 신작까지 포함하여 단 네 권. 게을렀다고 하기에 그간 김상미 시인이 우리 문단에 선보인 시들의 존재감은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고 깊어 아무래도 시와의 팽팽한 샅바 싸움에 시간을 충분히 소요한 까닭이겠거니 하게 된다. 그건 뭐 시를 보면 알 일인데 무엇보다 시 한 편 한 편에 내재된 살아 있음의 형용이 탁월하게 빛난다. 이토록 입말 글말을 예쁘게 또 천진하게 참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가 있을까. 더군다나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에 미치는 기적을 매일같이 기록하는 사람. 그런 시인 김상미. 세번째 시집에서 네 번째 시집으로 건너오기까지 14년이란 시간 동안 시인은 아주 사소한 데서 기쁘고 행복하며 슬프고 아픈 일들을 찾고 모아왔는데, 그 결실들에 안도하는지 이리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고.

 

누구보다 발랄하고 누구보다 솔직하고 누구보다 긍정적인 사유 속 내지른 시편들이라지만 종국에는 냉정이 비치고 냉기가 서린다. 내내 뜨거웠다가 막바지에 차가워지면서 지르는 한마디의 무시무시함을 시인은 칼처럼 지니고 있다. 은장도가 아니고 과도도 아니고 도루코 면도날 같은, 종이에 싸면 도저히 모를, 작디작지만 예리한 칼날. 한껏 신나게 뛰놀게 하다 시무룩하게 뒤돌아 집에 가게 만드는 시들의 힘은 결국 자기 속내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어서일 텐데, 마치 거울을 보듯 우물을 보듯 휴대폰 카메라 속 나를 보듯 군데군데 여러 대목에서 우리의 얼굴을 비춰 우리들의 살갗에 닭살을 일게 한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라고 먼저 묻는 것이 아니라 나 이렇게 살고 있는데요,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라고 묻는 시집. 나도 깔 테니 너도 까라는 시집. 발문 형식으로 쓰인 우대식 시인의 해설이 이 시집 읽기에 더한 흥미를 돋구어준다.

 

지리산문학상은 전국 20여개 시 전문 문학상 중에 소장파 시인들 누구나가 받고 싶어하는 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문단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데다가 매년 제전위원장과 심사위원을 새롭게 선정하는 등 외부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엄격한 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그동안 정병근, 최승자, 고영민, 박지웅 등의 수상자를 발굴한 지리산문학상은 지역과 유파 등을 구분하지 않고 시의 문학적 완성도와 비전만을 놓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리산문학상은 매년 기성 시인들의 작품과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문학평론가 홍용희와 유홍준, 정재학, 고영민 시인 등이 예심과 본심을 거치며 숙고 끝에 수상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3시 함양여중 목련관에서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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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하소서 / 김인육

-어머니의 세족

 

발이 운다

울음은 어디에사 정령처럼 깃들어 있지만

발이 울면 온 몸이 따라 운다

온 몸 구멍에서 붉은 눈물 쏟는다

 

모두를 위로 밀어 올리느라

늘 밑바닥만을 전전했던 맨발

그래서 발의 눈물에는

고단한 흙 냄새가 난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거품 냄새가 난다

 

최후의 만찬이 있기 전

한 거룩한 사내는

사랑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는데

 

그녀의 발이 벌벌 우는 밤

오늘은 죄 많은 내가

거룩한 그녀의 발을 씻어준다

 

나를 밀어 올리느라

평생 맨발이었던 여인을 안고

돌아온 탕아가 눈물의 세족식을 한다

애달팠던 그녀의 최후를 씻는다

 

발을 씻어주는 것은

진정하 섬김이요

사랑의 표징일지니

눈물 다하도록, 내 죄를 세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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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나오며 / 공광규

 

(상략)

서라벌에서 관동 해변을 거쳐

해변과 호수와 놀다

금강산 봉우리 곳곳에 올랐던 화랑과 승려

봉우리마다 이름을 붙이고

계곡마다 절을 세우고 산천만다라로 숭앙하던

현세의 불국 정토를 꿈꾸었던 통일신라인

개경에서 내금강을 넘어 외금강으로

외금강에서 해금강을 돌아

관동을 유람했던 고려의 문인 묵객

왜란과 호란을 거친 후

조선의 자존심을 세우려

수없이 금강산을 향해 갔던 유가 지식인

말을 타고 나와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치악을 거쳐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하던 한글 정신

중국의 그림을 때려치우고

금강산을 수묵으로 담은

조선 그림

쇠락해 가는 조선을 일으켜 보고자

금강산을 찾아갔던

경화사족들의 화젯거리였던 순례길

사천칠백오십 리 백이십칠 일간

조선의 경치를 신바람 나게 다녀온 후

묘향산으로 향한

세상만사가 쓸데없는 일이니

하루아침에 뿌리치고

금강산 찾아가서 경치를 다 본 후에

아미타불 염불하며 일생을 보내라는

안동 어느 절에 살았던

이름 모를 스님의 『금강산가』

일제 강점기 국토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민족 기상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갔던

지식인과 학생들의 수학여행

민족상잔으로 찢어진 가족이

수십 년 만에 늙어버린 얼굴로 향하던

이산가족 상봉 장소

정주영이 소를 몰고 가고

남한의 대중이 관광버스를 타고

남북 작가들이 만나 정서 통일을 확인하던 곳

(하략)

 

 

 

서사시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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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청장 박종호)‘2020년 제9회 녹색문학상에 시인 권달웅 씨의 시집 <꿈꾸는 물>과 시인 공광규 씨의 시집 <서사시 금강산>19일 선정했다.

 

녹색문학상은 ()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 사랑, 생명 존중, 녹색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담은 문학작품 중 국민의 정서녹화에 크게 기여한 작품을 발굴하여 주는 상이다. 올해는 238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7(8, 시조 1, 동시 1, 소설 4, 동화 2, 수필 1)이 본선에 올랐다.

 

시인 공광규는 1960년 서울 돈암동 출생으로 충남 청양에서 성장했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파주에게>, <서사시 금강산> 8권의 시집과 시선집 <얼굴 반찬> 1, 인도네시아어 번역시집 <햇살의 말씀 Pesan Sang Mentari> 1, <맑은 슬픔>(산문집) 14권의 저서가 있다. 그 간 신석정문학상, 디카시작품상,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가장 좋은 시, 고양행주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금상), 동국문학상, 윤동주상문학대상, 신라문학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2012년부터 2013까지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시상식은 오는 1112() 오전 1030분 문학의 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 15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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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얼룩말 나비와 아버지 / 최경심

 

봄볕 환한 길 위에 나비가 엎드려 누워 있다

꽃향기에 취해서도 비틀거리지 않고

잠을 자면서도 날개를 부리지 않았던 나비

곁으로 바짝 다가가도 꼼작하지 않는다

느릿하게 흔들리는 긴 더듬이에 실린

가냘픈 숨결에서

힘겹게 건너는 시간의 끝자락이 보인다

 

등 위에 짊어진 인연 파마 버리지 못해

바로 눕지도 못하고 죽어간다

맥 놓은 날개 위에 망연히 앉아 있는

흑백 물결무늬 선명한 얼룩말

내리뜬 순한 눈에 고여있는 석별 적요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던 저 너머의 시간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자식들 편하라고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무너져 내리던 아버지의 날들은

불효의 긴 그림자로 남겨져

나는 지금도 가슴이 캄캄하다

 

나비 같은 호흡으로 밤을 세우고

동틀 무렵 기척도 없이 야윈 어깨를 내리시던

아버지도

등에 업힌 자식들 내려놓지 못하고 가셨으리라

 

아버지의 운구차가 지나가던 길에

활짝 핀 벚꽃은 세월이 흘러도 이울지 않는데

그 꽃잎 흩어져 밟히는 한길에서

죽어가는 나비가 눈에 밟히지만

그냥 돌아서고 만다

 

 

 

 

 

 

[은상] 젠가 / 김응혜

 

가슴에 품은 별 하나식 꺼내어 집을 지어요

우주에 걸쳐둔 한 가닥 줄이 구심력을 키우면

우린 맴맴 돌며 소실점을 찾아 가죠

 

긴장의 날 세우느라 하루가 무거워지면

눈물 발라가며 삭은 틈새 메우고

약 한 줌 툭, 털어 넣고 기우뚱한 생각을 불러들여요

 

세파의 경계에 가려움증 파고들어 출렁이면

뿍뿍 긁어 초토화된 울 엄니 초라한 집이 보여요

고인 힘 쥐어짜느라 굽은 등 위로

텅 비어가는 늑골 하나 빼서 계단을 만들면

버팀의 내공 한 겹 두터워지고

팽팽한 우주처럼 붉게 번져가는 눈자위 가늘게 떨려요

 

빈 가슴 졸이며 가둔 날숨

우주의 기울기 가늠하며

지나온 세월의 고팽이 풀어 구석구석 살피는데

 

잠시 수평을 놓친 허술함에

우당탕탕 탕탕탕

감마선 폭발같이 요란하게 허공을 찌르는 소리

들려요 짧은 조문과 함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정형화 의식 시작되면

계단은 슬며시 날개를 펴고

 

 

* 짓다라는 의미의 스와힐리어로 같은 크기의 직육면체 조각을 쌓아 만든

탑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한 조각식 빼어 맨 위로 다시 쌓아 올리는 게임

 

 

 

 

 

 

 

 

 

은상 시 조미선 하늘로 빛을 쏘아 올린 연어

동상 시 강지원 두 섬

동상 시 박성숙 걷지 않는 나무들

동상 시 손은주 물의 그림자를 지우며 간다

가작 시 문정은 남반구의 이방인

가작 시 오명옥 아틀란티스표범나비

가작 시 손은정 태광 미용실 30주년 기념 타월

가작 시 홍세영 꽃반지

가작 시 김하윤 사과즙

입선 시 황현숙 냉장고에서 시어 버린 김치를 꺼내면서

입선 시 김소나 수문을 잠그다

입선 시 박천숙 행복한 책의 나라

입선 시 김정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입선 시 김성아 셔틀콕

입선 시 임정수 할미가 살아가는 법

입선 시 손영미 사랑을 위한 비유법

입선 시 이정임 당신의 온도는요?

입선 시 김영숙 터미널 의자

입선 시 정옥자 노래로 지어진 나무

 

맥심상

 

고보경 1호선의 외국인

고은비 벚꽃 비 내린다면

권명희 엄마의 꽃밭

금동현 ?

기예은 나는 밥이 되었다

김명순 ()의 마지막

김문순 모반 母斑

김미선 오베르 쉬르 우아즈

김미순 일상의 베토벤

김미연 짱뚱어 잡이

김미옥 고청개 사월

김미향 부록을 편집하다

김영애 갈아 끼우는 풍경

김영욱 호구거리

김유리 오늘

김은순 죽간竹簡

김은영 갈매나무 헌책방

김지연 나의 활달한 경계

김지혜 아버지 산(())

김향숙 시큰거리는 어머니

김현재 빈집

김효정 정류장의 표정

박갑순 보청기

박미숙 수문장

박선희 바람꽃

박선희

박세혜 무통증

박수영 가을 종착역

박용숙 풍문

박은선 바다바라기

박은순 어머니의 푸성귀

박혜경 네 번째 계단에 앉아

박화선 호박은 처음부터 갑각류가 아니었다

배수영 로드 킬

백소영 아네모네 맨션

백소윤 뿔꽃

백승미 띄워쓰기

서미숙 시접

서유경 사과꽃향기

석성득 분재

석수정 찌라시

설은영 아버지, 어디쯤이세요?

손유빈 빈티지

송영화 풀의 본적

신복순 의류수거함

신지원 포화

신현정 뭇별

신혜숙 마른 꽃

심보람 사막

안명자 종기

안사임 우리는 눈썹으로 얘기했다

안성은 나무와 볕과 소란들

유선자 슬픔은 바이러스가 오는 길

유원희 꽃병의 몰락

윤경예 소똥구리 재발견

윤빛나 감자꽃 어머니

윤석열 진리상점

윤주희 균열 이후

이가원 빛나기엔 부족한

이가은 앵무새

이미순 바다 나이테

이보람 오래된 구두

이성숙 그대, 잠자리는 편안하신가

이숙희 깨꽃

이숙희 봄을 수저로 떠먹다

이순영 동물원

이은희 스타킹을 신고

이장산 먼지 찬가(삶의 노래)

이정애 프레임

이혜경 빗방울

이혜정 엑스트라

임명옥 지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쓸쓸한

임소형 도시의 나무

임진순 국시

장미자 봄날의 鄕愁

장서영 어제는 문밖에서 잎맥의 숨을 읽었다

장예은 동백

전영란 냄새의 무게

전진순 화살나무

정경숙 조각난 지붕

정수빈 골목길

정유리 , 어떤,

정유하 오늘 바다는 마름모꼴로 접을 수 있다

정은진 , 초식동물

정혜숙 엄마의 서랍

조은숙 꽃길

조재일 하늘에서 지상으로

조진희 추억의 맛

지주현 뿌리에서 꽃까지

차희영 방향

천현주 오늘도 몇 벌의 옷이 사람들의 머리를 싣고 걸어간다

최영희 돌아온 숟가락

최정란 소나기

한명희 기억의 반경

한혜원 카운트다운

허순옥 5의 계절

홍숙영 새참

홍은아 동해(東海)

홍효숙 잣나무 평상

황예솔 무동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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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점자익히기 /  원기자

누가 어둠의 꽃씨를 뿌렸는지

선이 고운 슈트를 박음질 하던 아버지가

황반변성을 앓기 시작했다

한 쪽 구석에 놓여있는 재봉틀

호기심에 돌려보다 마음을 찔렸다

꽃잎처럼 떨어지는 핏방울을 타고

아버지가 피우지 못한 꽃말이 들린다

작은 텃밭에 모종을 심듯

노루발을 따라 돌던 꽃무늬 원단

시신경이 죽어 가는 어두운 꽃밭에

은빛 더듬이 팔랑이는 나비가 날아왔다

햇살 넘어가는 창가에 구부정하게 앉아

손으로 세상 보는 법을 익히며

올 풀린 눈동자에 한 자 한 자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

지문의 결을 따라

천천히 조절 다이얼을 돌려보지만

황반에 박힌 어둠은 수선이 어려워

아버지는 작은 텃밭의 풍경을 다시 재단한다

오톨도톨 점자를 따라 꿈을 박는

아버지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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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한 짐승을 위하여 / 이병철

 

 

나는 활짝 열린 가슴

 

나는 저문 겨울 잔설을 녹이는 햇볕

이른 봄 먼저 여는 젖은 꽃망울

 

나는 연초록 새순에 맺힌 아침이슬

그 이슬방울에 비친 영롱한 우주

 

나는 떨림으로 가닿는 손길

온 밤을 지새는 그리움

 

나는 심장에서 타오르는 불꽃

그 꺼질 줄 모르는 열정

 

나는 땅을 딛고 하늘로 솟구치던 신명

푸른 칼날이 서늘히 목에 닿을 때에도 미소 짓던

환한 그 기쁨

 

나는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

길어 올릴수록 더 맑게 샘솟는 시원의 우물

목숨이 목숨을 잇는 끊김 없는 모진 길을 이어

더 짙푸르게 흐르는 강

 

나는 생명의 강을 품은 대지

 

그 대지를 움켜쥔 질경이 뿌리

나는 네발로 대지를 딛고

온 몸 솟구치는 기운으로

이 산 저 벌판을 거침없이 내닫으며

싸늘한 달빛아래 하늘 우러러 포효하던

한 마리 짐승

 

가슴에 품은 하늘 그 아득함의 깊이로 전율하던 짐승

 

이제 나는

다시 그 대지에 무릎 꿇고

더운 가슴으로 눈부시던 하늘 향해 제사하며

잊혔던 하늘 길 새롭게 여는 짐승

 

마침내 다시

나는 신령한 짐승이다.

 

 

 

 

신령한 짐승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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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청장 김재현)‘2019년 제8회 녹색문학상에 시인 이병철의 시집 신령한 짐승을 위하여와 아동 문학가 정두리의 동시집 별에서 온 나무를 선정했다.

 

녹색문학상()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 사랑·생명 존중·녹색 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담은 문학 중 국민의 정서 녹화에 크게 기여한 작품을 발굴하여 주는 상이다.

 

올해는 192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1(2, 동시 3, 소설 1, 수필 5)이 본선에 올랐다.

 

시인 이병철은 1949년 경남 고성 출생으로, 2007년 시집 당신이 있어로 등단하여 흔들리는 것들에 눈 맞추며’(2009) 5권의 시집과 산문집 밥의 위기, 생명의 위기’(1994) 6권의 산문집의 저서가 있다. 현재 ()전국귀농운동본부 생태귀농학교 교장과 지리산 생태영성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 문학가 정두리는 1947년 경남 마산 출생으로 1982<한국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 1984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기억창고의 선물8권의 시집과 시선집 파랑주의보’, 동시집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24권의 저서가 있으며, 초등학교 국정 국어 교과서에 '떡볶이' 6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새싹문학상(1985), 방정환문학상 (2004), 윤동주 문학상 (2017) 등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117일 오전 1030'문학의 집·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 15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송경호 산림휴양등산과장은 녹색문학상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우리나라 대표 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 PEN 한국본부, 문학의 집·서울 관계자 등이 올해 녹색문학상운영위원회 운영 위원으로 참여했다.”라면서 앞으로 녹색문학상을 더욱 큰 문학상으로 성장시켜 산림 문화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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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 / 조연환

 

 

이 봄,

벚꽃 화사히 피었다 지고

목련 고요히 등불 밝혀도

잎조차 피우지 않는

너를 보며

언제 꽃을 피우려 싶다가도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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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녹색문학상에 시인 조연환씨의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와 소설가 홍성암씨의 장편소설 '한송사의 숲'이 각각 선정됐다.

(사)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청광)는 2018년 제7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집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와 장편소설 '한송사의 숲'을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내달 8일 문학의 집·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시상식을 갖는다고 30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1500만원씩 총 3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녹색문학상은 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 사랑, 생명존중, 녹색환경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제로 하는 문학작품을 발굴키 위해 마련한 상으로 올해는 187건의 작품이 추천돼 시 9작품, 동시 1작품, 소설 5작품, 동화 3작품, 수필 3작품 등 모두 19건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1948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한 조연환 시인은 지난 2000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한 뒤 '그리고 한 그루 나무이고 싶어라'(2002), '숫돌의 눈물](2006),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2017) 등 3권의 시집과 동시집, 산문집 등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전직 산림청장으로 퇴직 뒤 충남 금산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집필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942년생으로 강원도 강릉 출신인 소설가 홍성암씨는 1979년 '월간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뒤 1981 '현대문학' 소설부문 추천으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남한산성(전9권·1993년), 세발 까마귀의 고독(전2권·2003년), 한송사의 숲(2018) 외 13권의 저서가 있다.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는 간결하고 짧은 문체를 활용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시문을 통해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송사의 숲은 현제와 과거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개발주의 시대의 현대 사회에서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주인공의 삶을 통해 풀어 내 호평을 얻었다.

산림청  김종승 산림휴양등산과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위해 우리나라 대표 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PEN한국본부, 문학의 집·서울의 실무책임자 등이 올해 녹색문학상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앞으로 녹색문학상을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키워 산림문화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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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문답 1 / 임보

- ()와 무(

 

 

[물음]

스승님,

있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없는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요?

 

[대답]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부정하는 말씀은

있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없는 것에 너무 빠지지 말라는 뜻이다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가를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욕심을 떠나 세상을 보는 것이 어렵다

 

네가 만일 한 덩이 황금을

한 덩이 돌처럼 볼 수만 있다면

세상은 이미 다 네 품속에 와 있다

 

 

 

 

산상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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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2017년 제6회 녹색문학상에 시인 임보 씨의 산상문답(山上問答)’과 소설가 김호운 씨의 중편소설 스웨덴 숲속에서 온 달라헤스트를 선정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녹색문학상()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 사랑 · 생명 존중 · 녹색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작품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하는 상입니다.

 

올해는 177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7(시집 9, 시조 1, 동시 1, 소설 4, 수필집 2)이 본선에 올랐습니다.

 

시인 임보는 1940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62현대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임보의 시들 59-74’, ‘검은동뻐꾸기의 울음20권의 저서가 있고 윤동주문학상, 김현승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1950년 경북 의성 출생인 김호운은 1978년 단편소설 유리벽 저편으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습니다.

 

장편소설 빗속의 연가18권의 저서가 있고 한국문학백년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시상식은 오는 15일 오전 1030분 문학의 집·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 1500만원씩 총 3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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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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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회 녹색문학상’에 소설가 이순원 씨의 장편소설 ‘나무(백년을 함께한 친구)’가 선정됐다. 

산림청(청장 신원섭)과 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청광)는 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녹색문학상 심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녹색문학상’은 (사)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사랑, 생명존중, 녹색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상이다.  

 

올해는 153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0건(시 5·소설 2·동화 2·수필 1)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이순원의 ‘나무’는 할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7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마련되며 상금은 3000만원이다.

홍성암 심사위원장(소설가)은 “어린 밤나무가 할아버지 밤나무 옆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매우 동화적이며 표현 또한 시적이어서 문학적 감동이 크다”고 평했다.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인 이순원은 1988년 ‘낮달’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지금 압구정에는 비상구가 없다’, ‘은비령’,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의 작품이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효석문학상, 허균문학상, 남촌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고향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와 할아버지가 예전에 심은 소설 속 주인공 나무를 찾아 인사했다”라며 “지금은 하늘나라 숲 속 마을에 살고 계실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사)한국산림문학회는 산림청 문학동호인들의 모임인 ‘산림문학회’가 주축이 되어 지난 2009년 조직된 문학단체다. 종합문예 계간지(계절에 따라 한 해에 4번 발행)인 ‘산림문학(山林文學)’을 발간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녹색문학상을 선정·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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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 김후란

― 자연 속으로

 

 

나는 파도의 옷자락을 끌고

이 숲으로 왔다

변화를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었다

바위조차 숨죽이고 기다렸다

 

푸른 잎새들 이마에

천국의 새들이 모여들고

들꽃을 피우려고 비를 기다리던 산자락에

바다가 입을 맞춘다

 

겹겹 옷 입은 산 황홀하여라

비밀의 숲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어린 나무들과

키 큰 나무들의 숨소리에

저 소리꾼의 진양조 가락이 울린다

 

눈부셔라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침햇살에 비늘 번득이는 바다처럼

산은 살아 있다 청렬하고 푸근하다

 

신(神)이 만든 숲이다 나를 끌어안는다

나는 영혼의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어간다.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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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란(81) 시인의 비밀의 숲2015년 제4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산림문학회는 11일 녹색문학상 심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수상작과 심사평을 밝혔다.

 

김후란의 비밀의 숲은 숲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홍성암 씨는 시집 비밀의 숲은 표제작인 비밀의 숲을 비롯해 생명의 얼굴’, ‘참 아름답다 한국의 산등이 자연 속으로라는 연작시 형태로 수록됐다대부분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노래했는데 읽는 순간 그 서정이 그대로 가슴에 스며든다고 평했다.

 

올해에는 123건의 작품이 추천돼 시16, 시조1, 동시2, 소설2, 동화2, 희곡2 25건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수상자인 김후란은 “50여 년간 문학을 하면서 본능적으로 자연을 주제로 한 시를 많이 썼고 특히 나무에 묘한 친밀감을 느끼며 나무들의 얘기를 가슴으로 알아듣는 시인이 됐다자연의 큰 품에서 사유하며 더 깊이 있는 인생철학을 추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후란은 서울 출신으로 한국일보등 언론계에서 23년간 활동했으며 한국여성개발원장, 한국여성문학인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문학의 집 서울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시상식은 13일 오전 1030분 문학의 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개최된다.

 

한국산림문학회는 산림청 문학동호인들의 모임인 산림문학회가 주축이 돼 2009년 만들어진 문학단체이며 종합문예지인 계간 산림문학(山林文學)’을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녹색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김청광 산림문학회이사장은 녹색문학상은 숲과 자연의 소중함을 작품을 통해 알리고 국민 정서녹화에 크게 공헌만 문학작품에 주는 상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녹색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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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소리를 들었는가 / 조병무

 

 

아무도 모른다

숲의 소리를

 

이웃하는 새들이 찾아와

들려주는 새벽 무한의 소리를

누군가 엿듣다 달아나는

시늉 속에 숲은 마음을 연다

 

늘어진 나뭇가지를 붙들고

세상 찾아 헤매는

청설모 다람쥐 오고 갈 때

숲은 흔들리며 마음을 숨긴다

 

어느 결

나뭇잎 사이사이 스먀드는

조각난 햇빛 모서리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바람의 흔적으로

숲은 어디론가 달아나고 있다

 

사람들아

숲과 살아가는 그 많은 생먕과 환희

그들 삶의 소리는 소리일 뿐

 

숲의 형상에 숨겨놓은

영령들의 미소 따라

조용한 울림으로 오는

잔영의 의미를

 

아무도 모른다

숲의 소리인지를

 

 

 

 

숲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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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청광)는 제3회 녹색문학상에서 조병무의 시집 ‘숲과의 만남’과 이용직의 장편소설 ‘편백 숲에 부는 바람’을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13일 산림문학관(서울 예장동)에서 열린다.

녹색문학상은 ‘산림청 녹색사업단’의 기금 후원으로 숲사랑·생명존중·녹색환경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하고 있다.

수상작인 조병무의 시집 ‘숲과의 만남’은 시인의 숲에 대한 애정과 숲이 생명이라는 자연 친화적 관점이 매우 잘 드러난 작품 20여 편이 실려 있다. ‘숲의 소리를 들었는가’와 ‘산에 오르다 보면’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용직 장편소설 ‘편백 숲에 부는 바람’은 장성 축령산의 편백나무를 조림한 우리나라 조림왕 1호인 임종국씨의 숲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진지한 삶의 모습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김후란(시인) 녹색문학상 심사위원장은 “다른 훌륭한 작품도 많았지만 두 작품이 녹색문학상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면서 문학적 성취도가 높아 수상작품으로 선정했다”며 두 작품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김청광 (사)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은 “녹색문학상을 보다 권위 있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 여러 저명한 분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앞으로 녹색문학상을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키워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상자인 조병무 작가는 경남 함안 출생으로 동국대·한양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현대문학’지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4권을 비롯한 문학평론집, 수필집, 문학평전·사전·교재 등 저서가 있으며, 제13회 윤동주 문학상 등 다수의 시 부문·문학평론 부문의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용직 작가는 경북 예천 출생으로 ‘산림문학’지에 소설로, ‘창조문예’지에 시로 등단했다. 저서로 ‘그 숲에 살다’등 장편소설과 시집, 수필집, 동화집 등 다수의 문학작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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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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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청광)는 제2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으로 현길언의 장편소설숲의 왕국이 결정되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13() 11시 산림문학관(서울 예장동 소재)에서 열릴 예정이다.

 

녹색문학상은 1산림청 녹색사업단1의 기금 후원을 받아 제정, 시행 중에 있다. 특히, 숲사랑·생명존중·녹색환경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작품의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 시상함으로써 작가의 창작의욕을 북돋우는 동시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넉넉한 국민정서 함양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상작 소설숲의 왕국은 주인공 원 노인이 평생의 노력으로 황무지에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내용을 원형적 줄거리로 하고 있다. 다만, 숲의 내부에서 나무들끼리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사이의 관계에서 많은 갈등이 표출되나 스스로의 자정적인 노력으로 숲의 평화를 되찾게 되는 것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이하다. 이에 현길언 작가는 "숲의 생태적 완전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숲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뜻을 이 소설에 담았다."고 전했다.

 

한편, 김후란(시인) 녹색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장은 "다른 훌륭한 작품도 많았지만숲의 왕국1녹색문학상1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문학적 성취도가 높아 수상작품으로 선정했다" 고 말하며,숲의 왕국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 한국산림문학회 이청광 이사장은 "녹색문학상을 보다 권위있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여러 저명한 분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앞으로 1녹색문학상1을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키워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녹색문학상 수상자인 현길언 작가는 1940년 제주 출신으로 1980현대문학으로 등단,용마의 꿈,숲의 왕국등 장편소설과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등 어린이 문학작품, 그리고한국현대소설론등 이론서와 연구서를 집필하였으며, 평화의문화연구소장,본질과 현상발행 및 편집인으로 활동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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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의상대 노송 일출 / 박희진

 

 

의상대 앞바다 망망대해에

자욱했던 어둠을 노송은 빨아들여

혼신의 힘을 다해 밤새도록

시나브로 빨아들여

마침내 노송이 칠흑의 묵송되자

수평선 뚫고 해가 솟아올라

바다 위에 황금의 기왓장 까누나

해 바다 소나무가

제각기 극명한 제 모습 지니면서

간격이 없는, 완벽하게 하나를 이룬

이 찰라 속 영원의 조화 보라

이 아름다운 극치의 황홀 보라

 

 

 

 

산 · 폭포 · 정자 ·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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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녹색문학상에 '소나무 시인' 박희진(80)씨가 선정됐다.

산림청(청장 이돈구)은 (사)한국산림문학회(김청광 이사장)가 산림청 녹색사업단으로부터 녹색자금 7000만원을 지원받아 추진한 상금 3000만원의 제1회 녹색문학상 시상식이 18일 오후 2시 '산의 날' 기념식장(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고 15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제1회 녹색문학상은 한 평생을 시와 함께 살아온 일명 '소나무 시인'이라 불리는 박희진 시인이 받는다.

녹색문학상 본심 심사위원회(위원장 김후란 시인)는 '녹색문학상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는 작품이면서도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에 주안점을 두고 ‘녹색정신'에 합당하고 문학성이 두드러진 박희진 시인의 시 '낙산사 의상대 노송 일출'과 '거연정'(居然亭)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수상자 박희진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풍류도의 나라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저에게 제1회 녹색문학상이 주어진다는 것은 영광이며 축복"이라고 말했다.

수상자 박 시인은 경기도 연천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지난 1955년 '문학예술'지 추천으로 등단, 첫 시집 '실내악'을 시작으로 33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수상자는 월탄문학상(1976), 한국시협상(1091), 보관문화훈장(1999), 상화시인상(2000), 펜문학상(2011) 등을 받았고 2007년에 대한민국 예술원회원으로 선출돼 활동 중이다.

'녹색문학상'은 숲사랑·생명존중·녹색환경보존의 가치와 중요성을 작품의 주제로 해 국민의 정서녹화에 크게 공헌한 문학작품을 발굴, 시상함으로써 작가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우리나라 녹색문학창달에 기여하는 한편 지구차원의 환경문제 해결의 공감대와 실천의지를 널리 확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한 문학상이다. 

한국산림문학회에 따르면 제1회 녹색문학상을 보다 권위 있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PEN클럽, 문학의 집·서울의 사무처장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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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의 푸가

(장민기 / 명지전문대학 문창 2 )

 

해바라기 농담

(하승훈 / 상계고등학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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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 (김혜린 / 숭실대학교 문창 4 )

 

 

 

시계 모양을 한 골목 / 장수민 

 

 

종로에는 몸통이 긴 괘종시계 모양을 한 골목이 있다
그 골목의 노인은 시간의 빈틈을 찾아낸다
눈가를 구기느라 몇 겹의 주름을 가진 백발의 수리공
그의 눈에 두꺼운 돋보기 하나 끼워져 있다
어두운 시계방 책상 앞 옅은 불빛 하나 빛나고
잔뜩 굽힌 몸 뒤로는 새마을 금고, 박힌 큼직한 달력
그 옆에 누래진 국가 유공자 증서 걸려 있다

노인은 잊혀진 시간들을 감고 있다
시간을 흩어지게 하는 그는
조그만 부품들이 펼쳐진 책상의 가장자리에서
곳곳에 흠집 난 돋보기 너머로 녹이 슨 태엽을 본다
몇십 년간 팔목에서 묵직하던
칠이 조금씩 벗겨진 손목시계를 쥐고
멈춘 톱니바퀴를 맞물리게 한다
초침과 분침이 지나온 시간을 훑어낸다

그는 부러진 시간을 고친다
창고에서 발굴된 부품마저 닳아빠진 괘종시계
닦고 닦아도 먼지가 내려앉는 시계를 쥐고 있다
1950년경 부러져 멈춰버린 시간이 그로 인해 흘러간다
시계 골목이 좁아져갔으므로 자처했던 부랑자에서
1953년 군복을 벗던, 많은 이의 우상으로 돌아가는 노인

하루내 시간을 감아내고 나면
그 짧은 골목만 시계 바늘을 한껏 돌려놓은 듯
색 바랜 간판들이 펼쳐진다
사라지는 햇빛을 따라 금은방들은 하나둘 셔터를 내리고
수리공은 까마득한 어둠이 머물고 가는
괘종시계 모양을 한 골목을 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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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대나무 / 김명숙

 

 

빈 속인 것이

촘촘한 촉수로 허리를 세웠다

 

흰 눈발이 대숲에 날려

우 우 바람소리 거센 날엔

서로 휘청대면서도 넘어지지 않는다

 

대숲의 푸른

틈 사이로 바람과 햇볕이 드나든다

빼곡한 틈새지만 서로 날은 세우지 않는다

다만 서로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더 깊숙이 뿌리 내린다

 

밖은 허공,

의지할 것은 서로의 균형뿐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있다

 

바람이 분다, 세상사

얽히고설켜도

함게 가야하는 길, 대나무처럼

그 만큼의 거리에서 서로 바라보면서

 

가지 사이로

폴폴 날아다니는 새들의 비상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으리

 

 

 

그 여자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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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은 지난 12월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방송대 대학본부 본관 3층 소강당에서 제43회 방송대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총 551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뜨거운 경쟁을 펼쳤던 방송대 문학상 시 부문엔 김명숙 시인의 작품 “대나무”가 가작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방송대문학상은 방송대 학생 중 훌륭한 문학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출판문화원이 매년 시행하고 있는 현상공모의 행사로서 평소 등단을 꿈꾸는 사람, 글쓰기에 자신 있는 사람,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도전 가능한 문학상이다. 공모전은 문단에 등단한 문인이 아닌 방송대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응모할 수 있고, 모집 부문은 시·시조, 단편소설, 희곡 및 시나리오, 에세이, 동시·동시조, 단편동화 등 총 6개 부문이다. 지금까지 ‘방송대문학상’에서 배출된 수상자들은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를 비롯한 여러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여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응모 기간은 2018년 8월 5일(월)~10월 31일(목)까지였으며, 방송대문학상은 국내 대학교내의 문학상 중에서도 명실상부 전통 있고 명망 있는 문학상으로 꼽힌다.

 

시. 시조 부문 예심 심사는 11월 9일(토) 출판문화원 회의실에서 이성혁 문화평론가가 했으며, 심사기준은 ▲주제의식 ▲창조성 ▲실험정신 ▲표현력 ▲구성력에 두고 심사를 했다. 시. 시조 부문의 본심 심사는 11월 22(금)에 방송대 겸임교수로 있는 손택수 시인이 맡아했다. 

 

손택수 심사위원은 “김명숙의「대나무」는 독창성이 어떤 유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질감의 문제라는 인식을 뒷받침하는 지표다. 이 시인은 ‘시’로 규정된 기왕의 미학 체계를 단정하게 수렴하면서도 ‘시’로 명명되지 못한 ‘시적’인 것을 향해 비약하는 힘이 있다. 

 

또한 예측 가능한 사유의 흐름을 비틀어 도약시키는 마지막 연의 갈무리 솜씨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시가 지나치게 뜻에 포박되지 않도록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유의 깊이와 명료한 이미지가 어우러져 웅숭깊은 음역을 갖게 되리라 믿는다.” 라고 평했으며 ‘예상한 변화만을 허락하는 시가 아니라 위험하지만 자유로운 곳으로 우리를 밀어가는 시인의 가능성’을 내세워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했다. 당선작은 2020년 신년호부터 방송대 신문인 KNOU위클리에 소개된다.

 

한편, 김명숙 시인은 시인과 아동문학가·가곡·동요작사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초.중학교 논술강사, 사회교육강사, 문해교육사로 후학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시집 

 

<그 여자의 바다>를 출간했으며, 가곡<달에 잠들다.> 외 45곡과 음반과 악보로 나온 동요 86곡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제54회, 57회 4.19혁명 기념식에서 가곡 <그 날>을 작시하여 합창곡으로 편곡돼 추모 공연된 바 있으며, 제60회 현충일 추념식에선 국가보훈처에서 의뢰한 추모곡 <영웅의 노래-충혼가>를 작시하여 서울현충원에서 연주된 이후 국가의 큰 행사에서 끊임없이 불러지고 있다.

 

또한 <새싹>은 2011년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천재교육)에 등재되었으며, 2008년 국립국악원 생활음악에 공모 선정된 <화전놀이>, 제5회 BBS불교방송 동요대회 우수상<연잎에 비 내리면>, 2015년 KBS 창작동요 노랫말 <오월>, 2019 제주어창작동요제 <쇠소깍 여행>등이 우수상으로 당선되었다.

 

수상으로는 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창세평화예술대상, 문예마을문학상, 도전한국인상, 제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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