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한 짐승을 위하여 / 이병철
나는 활짝 열린 가슴
나는 저문 겨울 잔설을 녹이는 햇볕
이른 봄 먼저 여는 젖은 꽃망울
나는 연초록 새순에 맺힌 아침이슬
그 이슬방울에 비친 영롱한 우주
나는 떨림으로 가닿는 손길
온 밤을 지새는 그리움
나는 심장에서 타오르는 불꽃
그 꺼질 줄 모르는 열정
나는 땅을 딛고 하늘로 솟구치던 신명
푸른 칼날이 서늘히 목에 닿을 때에도 미소 짓던
환한 그 기쁨
나는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
길어 올릴수록 더 맑게 샘솟는 시원의 우물
목숨이 목숨을 잇는 끊김 없는 모진 길을 이어
더 짙푸르게 흐르는 강
나는 생명의 강을 품은 대지
그 대지를 움켜쥔 질경이 뿌리
나는 네발로 대지를 딛고
온 몸 솟구치는 기운으로
이 산 저 벌판을 거침없이 내닫으며
싸늘한 달빛아래 하늘 우러러 포효하던
한 마리 짐승
가슴에 품은 하늘 그 아득함의 깊이로 전율하던 짐승
이제 나는
다시 그 대지에 무릎 꿇고
더운 가슴으로 눈부시던 하늘 향해 제사하며
잊혔던 하늘 길 새롭게 여는 짐승
마침내 다시
나는 신령한 짐승이다.
산림청(청장 김재현)은 ‘2019년 제8회 녹색문학상’에 시인 이병철의 시집 ‘신령한 짐승을 위하여’와 아동 문학가 정두리의 동시집 ‘별에서 온 나무’를 선정했다.
‘녹색문학상’은 (사)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 사랑·생명 존중·녹색 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담은 문학 중 국민의 ‘정서 녹화’에 크게 기여한 작품을 발굴하여 주는 상이다.
올해는 192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1건(시 2, 동시 3, 소설 1, 수필 5)이 본선에 올랐다.
시인 이병철은 1949년 경남 고성 출생으로, 2007년 시집 ‘당신이 있어’로 등단하여 ‘흔들리는 것들에 눈 맞추며’(2009) 등 5권의 시집과 산문집 ‘밥의 위기, 생명의 위기’(1994) 등 6권의 산문집의 저서가 있다. 현재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생태귀농학교 교장과 지리산 생태영성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 문학가 정두리는 1947년 경남 마산 출생으로 1982년 <한국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 1984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기억창고의 선물’ 외 8권의 시집과 시선집 ‘파랑주의보’, 동시집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외 24권의 저서가 있으며, 초등학교 국정 국어 교과서에 '떡볶이' 외 6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새싹문학상(1985), 방정환문학상 (2004), 윤동주 문학상 (2017) 등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7일 오전 10시 30분 '문학의 집·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 15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송경호 산림휴양등산과장은 “녹색문학상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우리나라 대표 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 PEN 한국본부, 문학의 집·서울 관계자 등이 올해 녹색문학상운영위원회 운영 위원으로 참여했다.”라면서 “앞으로 ‘녹색문학상’을 더욱 큰 문학상으로 성장시켜 산림 문화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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