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나오며 / 공광규
(상략)
서라벌에서 관동 해변을 거쳐
해변과 호수와 놀다
금강산 봉우리 곳곳에 올랐던 화랑과 승려
봉우리마다 이름을 붙이고
계곡마다 절을 세우고 산천만다라로 숭앙하던
현세의 불국 정토를 꿈꾸었던 통일신라인
개경에서 내금강을 넘어 외금강으로
외금강에서 해금강을 돌아
관동을 유람했던 고려의 문인 묵객
왜란과 호란을 거친 후
조선의 자존심을 세우려
수없이 금강산을 향해 갔던 유가 지식인
말을 타고 나와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치악을 거쳐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하던 한글 정신
중국의 그림을 때려치우고
금강산을 수묵으로 담은
조선 그림
쇠락해 가는 조선을 일으켜 보고자
금강산을 찾아갔던
경화사족들의 화젯거리였던 순례길
사천칠백오십 리 백이십칠 일간
조선의 경치를 신바람 나게 다녀온 후
묘향산으로 향한
세상만사가 쓸데없는 일이니
하루아침에 뿌리치고
금강산 찾아가서 경치를 다 본 후에
아미타불 염불하며 일생을 보내라는
안동 어느 절에 살았던
이름 모를 스님의 『금강산가』
일제 강점기 국토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민족 기상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갔던
지식인과 학생들의 수학여행
민족상잔으로 찢어진 가족이
수십 년 만에 늙어버린 얼굴로 향하던
이산가족 상봉 장소
정주영이 소를 몰고 가고
남한의 대중이 관광버스를 타고
남북 작가들이 만나 정서 통일을 확인하던 곳
(하략)
산림청(청장 박종호)은 ‘2020년 제9회 녹색문학상’에 시인 권달웅 씨의 시집 <꿈꾸는 물>과 시인 공광규 씨의 시집 <서사시 금강산>을 19일 선정했다.
녹색문학상은 (사)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 사랑, 생명 존중, 녹색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담은 문학작품 중 국민의 ‘정서녹화’에 크게 기여한 작품을 발굴하여 주는 상이다. 올해는 238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7건(시 8, 시조 1, 동시 1, 소설 4, 동화 2, 수필 1)이 본선에 올랐다.
시인 공광규는 1960년 서울 돈암동 출생으로 충남 청양에서 성장했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파주에게>, <서사시 금강산> 등 8권의 시집과 시선집 <얼굴 반찬> 1권, 인도네시아어 번역시집 <햇살의 말씀 Pesan Sang Mentari> 1권, <맑은 슬픔>(산문집) 등 14권의 저서가 있다. 그 간 신석정문학상, 디카시작품상,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가장 좋은 시’ 상, 고양행주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금상), 동국문학상, 윤동주상문학대상, 신라문학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2012년부터 2013까지 (사)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12일(목) 오전 10시 30분 문학의 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 15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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