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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점자익히기 /  원기자

누가 어둠의 꽃씨를 뿌렸는지

선이 고운 슈트를 박음질 하던 아버지가

황반변성을 앓기 시작했다

한 쪽 구석에 놓여있는 재봉틀

호기심에 돌려보다 마음을 찔렸다

꽃잎처럼 떨어지는 핏방울을 타고

아버지가 피우지 못한 꽃말이 들린다

작은 텃밭에 모종을 심듯

노루발을 따라 돌던 꽃무늬 원단

시신경이 죽어 가는 어두운 꽃밭에

은빛 더듬이 팔랑이는 나비가 날아왔다

햇살 넘어가는 창가에 구부정하게 앉아

손으로 세상 보는 법을 익히며

올 풀린 눈동자에 한 자 한 자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

지문의 결을 따라

천천히 조절 다이얼을 돌려보지만

황반에 박힌 어둠은 수선이 어려워

아버지는 작은 텃밭의 풍경을 다시 재단한다

오톨도톨 점자를 따라 꿈을 박는

아버지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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