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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하소서 / 김인육

-어머니의 세족

 

발이 운다

울음은 어디에사 정령처럼 깃들어 있지만

발이 울면 온 몸이 따라 운다

온 몸 구멍에서 붉은 눈물 쏟는다

 

모두를 위로 밀어 올리느라

늘 밑바닥만을 전전했던 맨발

그래서 발의 눈물에는

고단한 흙 냄새가 난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거품 냄새가 난다

 

최후의 만찬이 있기 전

한 거룩한 사내는

사랑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었다는데

 

그녀의 발이 벌벌 우는 밤

오늘은 죄 많은 내가

거룩한 그녀의 발을 씻어준다

 

나를 밀어 올리느라

평생 맨발이었던 여인을 안고

돌아온 탕아가 눈물의 세족식을 한다

애달팠던 그녀의 최후를 씻는다

 

발을 씻어주는 것은

진정하 섬김이요

사랑의 표징일지니

눈물 다하도록, 내 죄를 세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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