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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잠녀 / 김희숙

 

 

[우수상] 피랑 / 송용탁

저마다의 바다

 

너무 많은 집들이 바다를 향해 걷고 있었다

 

툴툴 내리막을, 

 

굴러떨어지는 말들을 그냥 내버려 둔다. 크게 숨을 참고 한숨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살다보면 숨쉴 수 없는 곳에서도 숨쉴 수 있게 된 말들이 있다. 수몰된 자리에서 이토록 따듯한 지붕들을 이해하기 위해 쉬운 감탄사보다 욱신거리는 종아리가 좋았다.

 

타지인을 안내하는

저마다의 골목이 생기고,

 

얼룩진 물안경도 없이 그저 물길따라 걸으면 저 바다도 늦잠을 잔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벽에 부딪쳤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 모두들 벽 속에 숨는다. 푸드득, 

 

계절이 바뀌면 나무도 새도 꽃도 

홑겹의 붓질로 새로 피겠지

 

천사가 버리고 간 젖은 날개를 입기 위해 줄 선 사람들

 

벽에 갇힌 날개는 어디로 날아가고 싶은 걸까. 두 손 가득 시를 쥐고 웃어보면 날개가 자랄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헤엄을 쳤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태우고 물질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파된 사람들

 

달려오는 파도를 보면 

모래사장에 그립다라는 말을 써 볼 

조그만 담력도 사라지게 된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골목을 돌아 자꾸 벽에 부딪친다

 

수몰이 끝나면

수많은 골목도 유적이 될거야

그저 섬이 된 지붕뿐의 연속이었다고,

 

저마다의 그리움을 지우기 위해 다시 밀물이다. 하나의 표정만 허락된 석상처럼 우두커니,

 

골목의 연대를 선사했다

 

저 바다가 멈추지 않았다

저마다의 피랑을 안고 돌아가는 붉은 공중이 있었다

 

 

[우수상] 바다의 알고리즘 / 고훈실

바다가 생의 척추가 된 순간부터

저 둥근 해원을 빠져나갈 수 없다

아버지의 파도는 0과 1의 미로

이물에서 고물로 이어지는 포물선이

출항을 허하면 난바다 어디쯤에서

아버지의 투망은 기호열이 복잡했다

물오른 바닷장어 뽈락 쏨펭

한 그물씩 올리면

어긋난 타이밍처럼 빈 햇살만 가득했다

바다는 갈수록 가난해져

열일곱 처음 배에 올랐던 기억과

수심을 읽은 아버지 등마저 홀쭉하다

촘촘한 그물로 아버지를 에워싼

생의 비린내가 무한 생성되고

못 박힌 손바닥에 성근 손금이 남은 건

짠내 나는 명령어가 한 생을 깎았다는 증거

막막하게 펼쳐진 수평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고 천이고 만이라서

당신이 명명한 바다는 무한 복제된다

과부하로 충혈된 파도

컵라면 뚜껑에 노을이 미끄러지면

흰 포말의 데이터가 바다를 귀납하고

다시 출력하는 저녁이다

어창엔 펄떡이는 몇 마리의 기호들뿐

우주를 향해 팽창하다

섬의 뿌리로 되돌아간

오늘의 허선은 순서도로 풀 수 없다

흉어 메트릭스 몇 토막 잘라 내

알짜 프로그램으로 만선을 꿈꾸는

내일,

출항은 영원히 미지수다

아버지의 해문만이 닫힐 줄 모른다

[우수상] 등대 공작 시간 / 김맹선

제10회 등대문학상 시상식… 안경희 작가 대상

대상 1편·최우수상 3편·우수상 9편 등 총 13편 시상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울산항만공사,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공동주관한 ‘제10회 등대문학상 공모전’의 시상식이 8일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 및 가족, 울산해수청장, 울산항만공사 사장, 한국항로표지기술원장, 울산문인협회장 등 약 50명이 참석했다.

 

제10회 등대문학상 공모전에는 총 800편의 작품이 접수돼 대상과 함께 최우수상이 각 분야별(소설, 시/시조, 수필)로 1편씩 총 3편, 우수상은 3편씩 총 9편이 선정돼 상장과 함께 총 상금 2천750만원이 수여됐다.

 

‘고래의 노래’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한 안경희 작가는 시상식에서 “쉽고 다양한 읽을 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책이 지닌 유용성과 이로움의 가치 추구를 통해 어려운 시대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소설을 쓰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양진문 울산해수청장은 “등대문학상이 바다와 함께 하는 우리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 내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국내 최고의 해양문학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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