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아버지의 노래 / 최형만
물아래 물길을 여닫는 밤
통통배는 물때만 되면 바다로 갔다
바짓단까지 양말목을 올린 아버지는
기척도 없이 문턱을 넘으셨다
어린 나는 꿈결 같다 말했고
아버진 만선이 부른 꿈이라 했다
텅 빈 물간에 낯빛이 붉어지는 동안
목숨의 중심까지 맨몸으로 지났다
밍크고래의 주검이 하얗게 밀려든 날
비취색 물빛만 그물코에 꿰다가
공선으로 돌아오신 아버지
손등을 쓸어간 해풍에 바닷새도 떠나고
실금 간 어창은 선잠에 들었다
빈 몸으로 흔들릴 때마다
자줏빛 쓴물을 가슴에 들이는 아버지
은빛 물살을 몰고 온 날치 떼도 없다
그믐처럼 휜 너울에 속내를 게워내고서야
통째로 몸을 여는 바다
해국의 꽃그늘이 엎드릴 때면
몇 개의 계절이 수평선을 넘어갔을까
파랑 찬 바람이 환하게 길을 내자
물꽃을 쥔 아버지가 물을 타고 오신다
뭍으로 온 햇귀에 잠을 깨면
천 길 바깥에서도 풍어가가 들리는 것이다
[우수상] 만조의 시간 / 길덕호
달도 부풀어 올랐다
꽃대는 부러지지 않았다
꽃들이 개화하는 시기
등대 밑에는 캐다 만 조개며 바지락이
피다 만 꽃잎처럼 입술을 오물거린다
물때가 들어오면
어머니는 바람 빠진 갯벌을 벗으신다
달은 아직 채 뜨지 않았고
꽃잎은 그대로 숨죽이며 있었다
펄 및에 숨었던 꽃잎들
결박당한 몸을 스스로 푸는 시간
바닷물이 마른 몸을 양수로 가득 채우는
생명들 꽃 피는 순간
등대도 자신의 몸을 부풀려
먼 바다 위에 별빛으로 띄운다
바다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윤슬은 턱밑까지 차올라
이슬로 맺힌다
항구는 아랫도리 활짝 열어젖히고
만선의 꽃덤불을 들고 오시는 아버지
부푼 돛의 몸을 풀러 어머니에게 오신다
만조의 시간은 만삭의 시간
달빛도 해산을 하고
꽃봉오리 울음을 낳았다
[우수상] 도마 / 김은혜
[우수상] 청각 / 정순연
김치 속 고명으로 맛들인 향기
잘근잘근 씹어보면 먼 바다가 온다
아버지 질긴 한 생이 푸른 뿔로 돋았을
물들고 물 날 때 꽉 잡은 거미손이
한 세기 건너뛰며 가족사를 적어 간다
땀 절은 삭은 작업복 소금꽃 피우며
춤사위 계속되는 관객없는 무대에서
거친 숨 몰아쉬며 일몰 앞에 몸을 푼다
밥상 위 싱싱한 말씀 윤슬처럼 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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