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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장생포/손석호
어미고래의 아랫배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와
날마다 찾아드는 싱싱한 파도에게 젖을 물리는 장생포
비탈진 골목 꼭대기에 몸뻬바지 입은 꽃무늬 등대 앉아있다
한동안 찾아오지 않던 고래를 기다리듯
지팡이로 등대 몸통을 지탱한 채
잦감처럼 비워진 젖무덤을 바다 쪽으로 축 늘어뜨리고 있다
먼 바다로 나간 아비가 돌아오지 않던 몇 해
새끼 고래처럼 매달리던 자식 때문에
리어카에서 삶은 고래 고깃덩이를 토막 내며 살았다는 그녀
언젠가 해체되던 어미고래의 말간 눈을 본 뒤로
누군가 떠올라 장사를 접었다며
낡은 닻줄같이 늘어진 팔을 휘젓는다
널어둔 미역에서 떨어지던 바닷물 멎고
고래박물관 너머, 풀어헤친 노을 저고리 사이로 붉은 젖이 비치자
고래 숨구멍처럼 벌렁거리며 밀물을 몰아오고
젖이 불듯 금세 팽팽해지는 선착장
난바다의 뱃속이 왁자하게 쏟아진 부두 저편 난간에
어선을 따라온 해풍에게 무언가 중얼거리며
저무는 그녀의 입술
어선이 젖을 빨듯 부두를 물고 출렁일 때
새끼 고래를 업은 듯 구부리며
다시 돌아온 고래처럼 아비도 돌아올 거라고
고래가 오래된 물길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처럼 긴 항로의 어디쯤에서
장생포를 얘기하고 있을 거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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