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 김후란
― 자연 속으로
나는 파도의 옷자락을 끌고
이 숲으로 왔다
변화를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었다
바위조차 숨죽이고 기다렸다
푸른 잎새들 이마에
천국의 새들이 모여들고
들꽃을 피우려고 비를 기다리던 산자락에
바다가 입을 맞춘다
겹겹 옷 입은 산 황홀하여라
비밀의 숲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어린 나무들과
키 큰 나무들의 숨소리에
저 소리꾼의 진양조 가락이 울린다
눈부셔라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침햇살에 비늘 번득이는 바다처럼
산은 살아 있다 청렬하고 푸근하다
신(神)이 만든 숲이다 나를 끌어안는다
나는 영혼의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어간다.
비밀의 숲
nefing.com
김후란(81) 시인의 ‘비밀의 숲’이 2015년 제4회 녹색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산림문학회는 11일 녹색문학상 심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수상작과 심사평을 밝혔다.
김후란의 ‘비밀의 숲’은 숲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홍성암 씨는 “시집 ‘비밀의 숲’은 표제작인 ‘비밀의 숲’을 비롯해 ‘생명의 얼굴’, ‘참 아름답다 한국의 산’ 등이 ‘자연 속으로’라는 연작시 형태로 수록됐다”며 “대부분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노래했는데 읽는 순간 그 서정이 그대로 가슴에 스며든다”고 평했다.
올해에는 123건의 작품이 추천돼 시16, 시조1, 동시2, 소설2, 동화2, 희곡2 등 25건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수상자인 김후란은 “50여 년간 문학을 하면서 본능적으로 자연을 주제로 한 시를 많이 썼고 특히 나무에 묘한 친밀감을 느끼며 나무들의 얘기를 가슴으로 알아듣는 시인이 됐다”며 “자연의 큰 품에서 사유하며 더 깊이 있는 인생철학을 추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후란은 서울 출신으로 ‘한국일보’ 등 언론계에서 23년간 활동했으며 한국여성개발원장, 한국여성문학인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문학의 집 서울’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시상식은 13일 오전 10시30분 문학의 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개최된다.
한국산림문학회는 산림청 문학동호인들의 모임인 ‘산림문학회’가 주축이 돼 2009년 만들어진 문학단체이며 종합문예지인 계간 ‘산림문학(山林文學)’을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녹색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김청광 산림문학회이사장은 “녹색문학상은 숲과 자연의 소중함을 작품을 통해 알리고 국민 정서녹화에 크게 공헌만 문학작품에 주는 상”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녹색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문학상 > 녹색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6회 녹색문학상 / 임보 (0) | 2020.10.26 |
---|---|
제5회 녹색문학상 / 이순원 (0) | 2020.10.26 |
제3회 녹색문학상 / 조병무 (0) | 2020.10.26 |
제2회 녹색문학상 / 현길언 (0) | 2020.10.26 |
제1회 녹색문학상 / 박희진 (0) | 2020.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