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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부] 당선작 없음

 

 

 

 

[고등부] 도시의 염부 / 강혜원

 

뜨거운 햇빛이 정육각형으로 굳어가는 유리수면

도르레를 풀고 내려오는 청소부가

창문에 쌓인 소금을 한쪽으로 밀어내는 이곳은,

아파트 염전

갈기갈기 찢어진 구름이 칸칸이 나뉜 통유리창에 담겼다 사라진다

몇 달 저 증발한 동료 하나는

반사된 풍경에서 짜고 쓴 맛이 난다고 했다

하얗게 퍼진 소금벽을 타고 사내는

이쪽에서 저쪽,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이동하며

종일 밀대로 얼룩 같은 풍경을 증발시킨다

부서진 알갱이 같은 생계를 쓸어 모으기 위해선

두려움을 빠르게 졸여내야 한다

줄을 당겨 신호를 보내는 대신

발을 굴려 옆 칸으로 움직이는 사내

공중을 지상처럼 디디는 경지에 오른 것인가

땡볕에서 증발되는 것들이 많아

그의 몸은 수분을 빼앗기고, 거칠게 말라가고, 피부는 검게 타

고글을 쓴 자리만이 하얗게 남는다

모든 자국에는 증발의 기억이 있다

목덜미를 쥐어뜯는 열기에

염전과 함께 몸이 뜨거워지는 동안

창문은 더욱 찬란하게 반짝이고

청소부는 말없이 얼룩진 포말자국을 쓸어낸다

얼룩을 보면 무엇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일까

추측하는 버릇은 이 일을 시작하면서다

새똥자국에도 배설의 온기가 한 때 깃들여 있었음을

사내는 안다

견딤의 시간 속에서 끝내 그는 가장 작은 소금결정이 된다

오래된 줄 하나에 온 몸을 맡기고

구획된 소금밭을 하루 종일 누빈다

유리창에 비친 무표정한 얼굴,

밀대로 쓱 밀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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