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백석문학상에 시인 최정례(57)의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가 선정됐다고 이 상을 주관하는 창비가 12일 밝혔다.
5년 만에 독자들을 찾아온 최정례의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속 54편의 시들은 기억의 편린과 편린, 그 겹침의 통증이 전작보다 더욱 첨예하게 드러난 시집이다. 시인은 여전히, 기억을 통한 현실의 재구성과 거리두기의 감정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훨씬 더 밀도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은 없는 것을 현재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상 운영위원회는 "최정례의 시집이 이전에 비해 훨씬 깊고 진실해진 느낌이다. 분명한 전언에 접근하면서도 삶의 깊은 어느 곳을 울려내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전했다.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에는 김학찬(29)의 '풀full빵'이 뽑혔다.
창비는 "소재에 대한 장악력이 좋고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 있으며 간결한 대화를 위주로 전개되는 스토리텔링 솜씨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고 밝혔다.
상금은 백석문학상 1천만 원, 창비장편소설상 3천만 원으며 시상식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김이듬 시인이 제7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김 시인이 올 초 낸 <말할 수 없는 애인>(문학과 지성사)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 제6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에는 길상호 시인(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이, 제6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에는 김문주 평론가(평론집 <수런거리는 시, 분기하는 비평들>)가 각각 선정됐다. 그동안 월하지역문학상과 김달진창원문학상으로 진행되던 문학상을 올해 처음으로 통합해 시상 규모가 커진 만큼 지역문학의 수준을 높이는데 이바지하고,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문학상 운영진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수상자 선정이다.
심사위원들은 "김이듬 시인은 활달한 언어구사와 상상력으로 개인적 실존의 문제를 철저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노래했다"며 "이는 내면과 세계 사이의 균열을 심도있게 드러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시인은 진주에서 나서 부산대 독문과와 경상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1년 <포에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이 있고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가 있다. 제1회 시와세계작품상을 받았고 현재 경상대에 출강하고 있다.
시 전문 계간지 ‘시현실’(발행인 원탁희)은 ‘목마와 숙녀’ 등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한 인제가 낳은 모더니즘 대표시인인 박인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올 문학상에 황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장 김언희 시인은 심사평에서 “수상작 ‘도둑키스’는 구체적인 육체성을 띈 채 생생한 시의 현장에 입회하는 즐거움과 초재미를 주는 빼어난 시”라며 “이 무법지경의 ‘즐거움과 초재미’는 고만고만한 비탄과 개탄, 대오와 각성으로 짓무를 대로 짓무른 우리 시의 한 숨구멍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이수명 시인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등 다수가 있으며 연구서 ‘김구용과 한국 현대시’, 시론집 ‘횡단’, 번역서 ‘낭만주의’ 등이 있다.
이번 노작문학상 수상작은 ‘대부분의 그는’ 등 5편으로 우리 시의 폭을 넓게 끌어갈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명 시인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세계를 오랜 기간 구축해 왔으며, 특히 최근 들어 그 시적 행보에 더욱 긴장감이 느껴진다.
한편,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 홍사용(1900~1947)’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부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제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후 이면우·문인수·문태준·김경미·김신용·이문재·이영광·김행숙·김소연·심보선 시인이 수상한 바 있다.
상금은 기존 1천만 원에서 인상된 1천500만 원으로 시상식은 10월 27일 제1회 노작문학제 기간 중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진주 출신으로 20C 후반 한국 시인들 가운데서 삶과 인간문제를 시로써 탐구한 가장 대표적인 시인인 이형기 시인을 기리기 위하여 2008년부터 개최된 이형기 문학제는 올해 4회를 맞이하여 체험시 백일장, 시낭송대회, 문학의 밤 행사 등 시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문학제가 되기 위하여 다채로운 행사로 펼쳐진다.
올해 이형기 문학상 수상자는 최영철 시인이 선정되었으며 수상집은 『찔러 본다』이다. 시상식은 5월 21일(토) 오후 4시 20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학생회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심사위원회는 “최영철 시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이 화해롭게 넘나들며 이념이나 사유를 떠난 인간의 원초적 생의 호흡을 반영한 리듬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시”라는 호평으로, 그 우수성을 평가했다.
수상자 최영철 시인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호루라기’, ‘일광욕하는 가구’, ‘가족사진’, ‘홀로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 등이 있으며 산문집에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우리 앞에 문이 있다’, 어른동화 ‘나비야 청산가자’가 있다. 그리고 2000년 백석문학상, 2010년 최계락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진주시(시장 정영석)에서는 진주출신 시인으로 빼어난 시 세계를 이룩하여 한국시단에 큰 별이 된 이형기 시인을 기리기 위하여 개최하는 『제3회 이형기 문학제』를 5월 8일부터 9일까지 진주시청과 남강문화거리, 국립진주박물관 등에서 다채로운 행사로 열린다.
올해 이형기 문학상 수상자는 박주택(경희대 교수) 시인이 선정되었으며 수상집은 『시간의 동공』이며, 시상식은 5월 8일(토) 오후 2시 진주시청 시민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심사위원회는 "박주택 시인의 시는 인간 불멸을 꿈꾸는 시로서 그 세계는 날카롭게 벼리어져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독특한 감성의 시"라고 규정하고 "우리시대 시의 한 향도가 된다"고 그 우수성을 평가 했다.
수상자 박주택 시인은 195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꿈의 이동건축》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사막의 별 아래서'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낙원 회복의 꿈과 민족정서의 복원'이 있으며 그 동안 현대시 작품상, 소월시문학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진주시(시장 정영석)에서는 진주출신 시인으로 빼어난 시 세계를 이룩하여 한국시단에 큰 별이 된 이형기 시인을 기리기 위하여 개최하는 『제3회 이형기 문학제』를 5월 8일부터 9일까지 진주시청과 남강문화거리, 국립진주박물관 등에서 다채로운 행사로 열린다.
올해 이형기 문학상 수상자는 박주택(경희대 교수) 시인이 선정되었으며 수상집은 『시간의 동공』이며, 시상식은 5월 8일(토) 오후 2시 진주시청 시민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맨 처음 구릉에 올라 마주친 달빛을 눈에 가슴에 다리에 받아와 꿈을 뒤척이던 그 금강 그 개마고원에서 온 날은 구름에 살얼음이 잡히고 광륜을 단 두 개의 달이 마주 떠 얼음 안개 속을 스치는 화살 다리를 비추고 있었던가요.
화살 다리* 그 아래
낮은 판잣집 지붕 밑에서 에스키모들은
술과 마약과 달러와 민주주의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우리는 빙평선을 사이에 두고 무엇을 찾으려 했던가요.
그날 나도 모르게 다가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자 당신은 '개마고원요' 하고 얼어 있는 나와 갑자기 내 뒤에서 저절로 맞춰진 우리의 환한 얼굴까지 함께 보았지요. 그때 나는 비로소 우리가 서로 幻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잠시 한 얼굴로 극광을 보면서 광륜을 단 두개의 달을 굴려 극야에서 주야로, 다시 백야를 향해 가고 싶었던가요.
극야를 넘어 67일째, 마침내
15분간 떠 있던
금강에서 개마고원에서 동시에 떠오른 해.
* 에스키모 설화에 의하면 외로운 별과 눈을 맞추면 잡혀간다고 한다. 한 아이가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별과 눈을 맞춰 별나라로 잡혀갔다.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오기 위해 별을 향해 무수히 화살을 쐈다. 날아가는 화살 꽁무니에 화살을 쏴 화살 다리를 만들고 그 다리로 별나라에 올라가 마침내 아들을 구해왔다
백석문학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창작과비평사가 주관하는 제2회 백석문학상에 최영철(崔泳喆·44)씨의 근작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문학과지성사]가 선정됐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1986년 등단한 최씨는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등 5권의 시집을 상재했고,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이 시집은 살아남은 것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의지의 노래이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과 사물들 가운데서 생명에 대한 의지를 끌어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게 반짝이는가를 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여기 담긴 시들에는 회복기 환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선에 어린 감탄과 따뜻함, 그리고 생동감에 대한 외경이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이 의지의 노래를 잠언조로 되풀이하지 않고 싱싱한 이미지와 따뜻한 유머 속에 풀어 섞음으로써 찬탄할 만한 힘을 불어넣었다.
뻥대쑥이 흔들린다. 능 너머로 도굴된 능 너머로 조선족들 밀려간다. 장정들 큰 도시로 떠나가고 퉁거우 평원 빈 자리에 옥수수들 웃자란다. 바람받이 길목에 햇볕만 지글거린다. 평상에 앉아 있던 노인들 장기판 들고 나무 아래로 들어간다. 졸 가고 말 가던 땅에 판 바뀌어 동네 혼령들 드나든다. 독립군이 혼강으로 통화현으로 무기 나르던 시절 혼령들이 길을 안내했단다. 훈수 두던 아낙 슬며시 울안으로 들어가고 어디선가 덜그덕 장독 뚜껑 여닫는 소리, 봉숭아 물들인 소녀들 옥수숫대에 붙어 서서 살랑거린다. 고개 내밀다 눈만 웃는다. 지붕 위로 박넝쿨 호박넝쿨 올라가고 굴렁쇠 굴리고 간 아이들 갈 곳 잃고 녹슨 길 감아 돌아온다. 여산인지 용산인지 뻐꾸기 운다. 먼먼 울음 소리에 흐른 강물 따라와 흐른다.
혜산 선생님 생전에 그 푸른 그늘에서 삶과 문학을 배웠고 돌아가신 뒤에도 여전히 그 그늘에서 배우고 있는 제가 첫 수상자라니 송구스럽습니다. 우리 현대시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신 선생님의 문학적 위상을 생각하게 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혜산 선생님은 우리 현대시사에서 한용운, 이육사 등 지사적 시인의 전통을 잇는 민족 시인으로서 일제 강점기에는 조국 광복의 비전을 보여주셨고, 해방 후에는 처음으로 존재에의 용기와 자유 의지를 일깨워 김수영, 김지하 등 후대의 현실 의식 시인들의 정신적 모범이 되셨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어서 너는 오너라」, 「봄에의 격」, 「우리들의 기빨을 내린 것이 아니다」 등 민족 격변기를 감당하셨던 선생님의 대표시들은 이미 우리 시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혜산 선생님은 이렇게 역사적 현실에 준엄한 시선을 가진 예언적 시인이셨지만, 감성적으로는 고향 안성 사갑들에서의 자연의 감화를 잊지 못한 순수 자연인이셨고, 종교적으로는 야콥 뵈메, 썬다 씽 같은 기독교 신비가들의 경건주의로 삶의 지표를 세운 독실한 신앙인이셨습니다. 혜산 선생님이 인류의 비극적인 상황을 노래하면서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꿈꾸신 것도 바로 기독교 정신의 핵심인 ‘포옹무한’ 정신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는 혜산 선생님과 김수영 선생님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면서도 유신 체제하의 억압된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간신히 체험에 기대어 「×」, 「우리들의 땅」 등 시 몇 편을 썼을 뿐입니다. 그리고 오랜 방황 끝에 23년 만에 다시 창작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께 다시 시 쓰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상을 받게 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이 자리에 서니 문득 선생님의 모습이 은은히 떠오릅니다. 강 건너 뱃사공을 옆에 있는 사람처럼 ‘어어이!’ 하고 부르시던 선생님, 안개 속에서 그 음성 듣고 ‘예!’ 하고 노 저어오던 뱃사공. 저도 어디서든 선생님의 음성을 듣고 언제나 정신적으로 화답할 수 있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혜산 선생님은 언제나 한결같이 고고하고 학 같은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은 그 인간적 품격을 그대로 시에 발현시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불의에 굴하지 않고 역사를 증언하셨습니다. 데뷔작 「향현(香峴)」으로부터 유고 시집 ꡔ당신의 사랑 앞에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무한혁명’ 사상으로 현실을 비판하고 ‘포옹무한’ 정신으로 민족의 통일과 인류의 구원을 노래하셨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민족과 인류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혜산 박두진문학상’의 첫 수상자로 올려주신 여러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제 옆에 미소를 짓고 계신 혜산 선생님, 이 상을 영광스럽게 받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예심위원들은 혜산 박두진 선생의 시세계와 친연성이 높고, 문단에서 각별한 경의를 받고 있으며, 작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왕성한 작품 발표를 한 시인들 가운데, 2~5인의 추천 시인을 각각 정해 와서 논의하기로 하였다. 예심위원들은 이 가운데, 등단 20년을 넘어섰고, 다른 문학상의 수상 경력이 적은 시인들을 대상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혜산 선생과의 시적 친연성도 적극 고려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강은교, 문인수, 박이도, 신대철, 정진규, 조창환, 천양희 등 7인의 시인을 선정하였다. 예심위원들은 이 시인들의 수상 후보작 10편 내외를 수합하여, 본심위원들에게 우송하는 것으로 임무를 마쳤다.
본심위원들은 일곱 분의 역량있는 한국의 대표 시인들 가운데, 혜산 박두진 선생의 시세계와 각별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광활한 대륙적 세계와 지사적인 역사 의식을 보여준 신대철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시적 성취를 보여준 시인들에 대해 문학적 경의를 표하면서, 본심위원들은 불가피한 선택 앞에서, 신대철 시인의 그동안의 예술적, 정신적 궤적을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 수상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여 제1회 혜산 박두진문학상의 영예를 드높여가기를 소망한다.
혜산 박두진 문학제운영위원회(위원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조남철 교수)는 ‘청록집’ 발간 60주년을 맞아 안성시와 동아일보사, 월간 ‘현대시학’의 후원으로 “ 혜산 박두진 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제1회 수상자로 시인 신대철(申大澈, 61세, 국민대 교수)씨를 선정하여 오는 25일 제6회 혜산 문학제 기간 안성시에 있는 박두진 문학자료실에서 시상한다.
수상자는 등단 20년이 경과되고 지난 1년간 작품을 발표한 시인 중에서 혜산 시세계와의 시적 친연성, 시적 성과 등을 고려하여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하였다.
왕성한 시작활동을 하며 광활한 대륙적 세계와 지사적인 역사의식을 보여준 신대철 시인은 대표작 “압록강”에서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민족의 유이민 현상과 민족의 역사적 암울한 현실을 고통스럽게 노래]하고 있다.
아직은 제 풍경을 거둘 때 아니라는 듯 들판에서 산 쪽을 보면 그쪽 기슭이 환한 저녁의 깊숙한 바깥이 되어 있다 어딘가 활활 불 피운 단풍 숲 있어 그 불 곁으로 새들 자꾸만 날아가는가 늦가을이라면 어느새 꺼져버린 불씨도 있으니 그 먼 데까지 지쳐서 언 발 적신들 녹이지 못하는 울음소리 오래오래 오한에 떨리라 새 날갯짓으로 시절을 분간하는 것은 앞서 걸어간 해와 뒤미처 당도하는 달이 지척 간에 얼룩지우는 파문이 가을의 심금임을 비로소 깨닫는 일 하여 바삐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같은 하늘에서 함께 부스럭대는 해와 달을 밤과 죽음의 근심 밖으로 잠깐 튕겨두어도 좋겠다 조금 일찍 당도한 오늘 저녁의 서리가 남은 온기를 다 덮지 못한다면 구들장 한 뼘 넓이만큼 마음을 덥혀놓고 눈물 글썽거리더라도 들판 저쪽을 캄캄해질 때까지 바라봐야 하지 않겠느냐
두어 달 嚴冬을 바닷가 시골집에서 야산의 고사목을 잘라 군불 지피며 갯바위에 올라 낚시나 하면서 살았다. 저녁 늦게까지 들리지 않던 파도 소리가 자정 넘겨 점차 스산해져가는 것을, 잠귀에 고여 오면 뒤척거려 쏟아버리곤 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그 비몽사몽간에 내 자각을 세워두었던 것 같다. 애써 의식하지 않았으므로 이 적요 길게 이어질 듯하다.
초대 이형기문학상 김명인씨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정한 제1회 이형기문학상에 시인 김명인씨(60·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2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파문'(문학과지성사)이다.
김명인 시인은 1946년 경북 울진 후포에서 태어나 1969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이후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미국 유타 주 브리검 영 대학과 러시아 연해주 소재 극동국립종합대학에서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 『동두천東豆川』(1979) 『머나먼 곳 스와니』(1988) 『물 건너는 사람』(1992) 『푸른 강아지와 놀다』(1994) 『바닷가의 장례』(1997) 『길의 침묵』(1999) 『바다의 아코디언』(2002) 『파문』(2005) 『꽃차례』(2009)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상은 지난해 작고한 이형기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려 제정됐다. 상금은 300만원이며 시상식은 17일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