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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적막 / 김명인

 

 

아직은 제 풍경을 거둘 때 아니라는 듯
들판에서 산 쪽을 보면 그쪽 기슭이
환한 저녁의 깊숙한 바깥이 되어 있다
어딘가 활활 불 피운 단풍 숲 있어 그 불 곁으로
새들 자꾸만 날아가는가
늦가을이라면 어느새 꺼져버린 불씨도 있으니
그 먼 데까지 지쳐서 언 발 적신들
녹이지 못하는 울음소리 오래오래 오한에 떨리라
새 날갯짓으로 시절을 분간하는 것은
앞서 걸어간 해와 뒤미처 당도하는 달이
지척 간에 얼룩지우는 파문이 가을의 심금임을
비로소 깨닫는 일
하여 바삐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같은 하늘에서 함께 부스럭대는 해와 달을
밤과 죽음의 근심 밖으로 잠깐 튕겨두어도 좋겠다
조금 일찍 당도한 오늘 저녁의 서리가
남은 온기를 다 덮지 못한다면
구들장 한 뼘 넓이만큼 마음을 덥혀놓고
눈물 글썽거리더라도 들판 저쪽을
캄캄해질 때까지 바라봐야 하지 않겠느냐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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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두어 달 嚴冬을 바닷가 시골집에서 야산의 고사목을 잘라 군불 지피며 갯바위에 올라 낚시나 하면서 살았다. 저녁 늦게까지 들리지 않던 파도 소리가 자정 넘겨 점차 스산해져가는 것을, 잠귀에 고여 오면 뒤척거려 쏟아버리곤 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그 비몽사몽간에 내 자각을 세워두었던 것 같다. 애써 의식하지 않았으므로 이 적요 길게 이어질 듯하다.

 

20057

김명인

 

 

 

동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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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이형기문학상 김명인씨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정한 제1회 이형기문학상에 시인 김명인씨(60·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2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파문'(문학과지성사)이다.

 

김명인 시인은 1946년 경북 울진 후포에서 태어나 1969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이후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미국 유타 주 브리검 영 대학과 러시아 연해주 소재 극동국립종합대학에서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 동두천東豆川(1979) 머나먼 곳 스와니(1988) 물 건너는 사람(1992) 푸른 강아지와 놀다(1994) 바닷가의 장례(1997) 길의 침묵(1999) 바다의 아코디언(2002) 파문(2005) 꽃차례(2009)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상은 지난해 작고한 이형기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려 제정됐다. 상금은 300만원이며 시상식은 17일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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