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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름다움 / 조용미


당신은 늘 빛을 등지고 있다
내가 만든 구도이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 더불어
당신의 아름다움은

윤리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최종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빈틈없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고독한 사건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나로부터 발생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
가장 큰 시련이다

당신 뒤에는 빛이 있다
당신은 빛을 조금 가리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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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고산문학대상에 현대시 부문에선 조용미, 시조 부문에선 이송희 시인이 각각 선정됐다. 

 

고산문학대상 운영위원은 지난 1년 동안 출간된 시집들을 대상으로 현대시와 시조 부문에서 각 100여명의 시인, 평론가들의 추천을 받아 심사에 들어갔다.

 

현대시 부문 대상을 받은 조용미 시인의 <당신의 아름다움>(문학과지성,2020)은 슬픔을 통해 삶이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을지를, 스스로 자신을 바른 자리에 두려하는 윤리적인 집요함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조 부문 대상인 이송희 시인의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시인동네, 2020)는 가장 혁신적인 발상과 참신한 이미지를 토대로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시조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은 올해부터  미등단 문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제로 바꾸어 신인 등용문이 되도록 했다. 

 

공모제 첫해인 올해 신인상 응모 작품은 시부문 800여 편, 시조부문 500여 편이 들어왔으며, 예심과 본심을 통해 현대시 부문에서는 김일하의「먼지구름」이, 시조 부문에서는 장수남의「격렬비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제20회 고산문학축전과 함께 오는 10월 9일 고산의 고택이 있는 해남읍 연동리 고산유적지 녹우당 백련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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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01223/ 성윤석

 

 

흐린 겨울 저녁인데 죽은 자의 글을 따라가는 앳된 소녀가 롤러스케이트 같은 기계를 타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땅은 좁아졌고 사람들도 줄었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문장도 하늘로 떠올랐다 All’s Well That Ends Well* 결과가 좋으면 다 좋아요 공중에서 눈이 내렸다 검은 구름에서 흰 눈은 여전했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구름 위를 한 사내가 바바리코트를 입은 채 걷고 있었다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신인류였다 속도 중력 감정들이 비틀어졌다 우리가 본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나는 없었다 여성과 사내 들은 주로 공중에 떠 있거나 지하로 내려갔다 지상은 오염되었고 신인류는 이제 불행을 매수하지 않았고 내버려둔 채 세상 최후의 고독을 살았다 거기에 나는 없었지만 이에 대한 어떤 증거도 거기엔 없었다 고스란히 새와 식물 들은 보였지만 불법이긴 했지만 수명 단축 기계가 여기저기 도시의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아요그 도시의 재해대책본부에서 쏘아올린 저녁의 문장이 다시 공중으로 솟구쳤다 신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 그것은 마치 돛대 같았다

 

* 셰익스피어 희곡 제목.

 

 

 

 

2170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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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이번 제11회 김만중문학상 심사는 다양한 성취를 보인 한국 시단의 쟁쟁한 중견 및 시인들의 최근 시집이 추천되어 올라와 있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성윤석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강한 실험정신과 함께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신인 가운데서는 박세미 시인의 개성적 시집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성윤석 시인은 불안하고 유동적인 영혼의 순간을 통해 최종적인 삶의 차원으로서의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기록을 남겨주었다. 삶의 복합성을 승인하면서 시인은 단선적인 흑백논리나 계몽적 의지를 지우고 어떤 중간자적이고 미완의 형식으로 끊임없이 출렁일 수밖에 없는 삶의 심연을 응시하고 있다. 단단하고 또 꽉 찬 시적 형상과 존재론이 미덥게 다가왔다. 이 시집에 얹힌 이번 수상이 그의 짧지 않은 시력(詩歷)에 상응하는 크나큰 격려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런가 하면 박세미 시인은 부서지고 작아진 자아를 되비추고 또 일으키면서 자아의 익숙한 틀을 오히려 벗어나는 기막힌 균형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한 시대를 건너가고 있는 이행기의 한 젊은 시인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시에 의해 우리 시의 또 다른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시인으로서의 이력에 주어지는 첫 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김언희(시인), 유성호(평론가, 한양대 교수, )

 

 

 

 

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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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주관하는 '11회 김만중문학상'에서 조해진 소설가가 <단순한 진심>으로 소설부문 대상을, 성윤석 시인이 시집 <21701223>로 시·시조부문 대상을 받는다.

 

남해군은 지난 23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11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27'11회 김만중문학상 운영위원회'를 열고 당선작을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소설 및 시·시조부문 대상 외에도 신인상 부문에는 시집 <내가 나일 확률>의 박세미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시집 <심상>을 발간한 강달수 시인이 남해군 홍보와 남해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배문학특별상에 선정됐다.

 

·시조 부문 대상을 차지한 성윤석 시인은 창녕 출신으로 1990<한국문학> 신인상에 '아프리카, 아프리카' 2편의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묘지 관리 일을 하기도 했고, 1999년부터 서울에서 벤처기업 운영을 하다가 실패했다. 20135월부터 한 해 동안 마산어시장에서 명태 상자를 나르기도 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시집으로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공중 묘지>, <멍게>, <밤의 화학식>이 있으며, 2017년 박영근작품상, 2019년 제4회 사이펀문학상 등을 받았다.

 

남해군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 세계와 문학 정신을 기리고 유배문학을 계승해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매년 김만중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 원, 신인상·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군은 7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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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박준

- 태백에서 보낸 편지

 

 

그곳의 아이들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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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박준 시인이 선정됐다.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위원장 홍옥숙)는 본심에 오른 10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지)를 최종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7회 박재삼문학상 예심은 배한봉·김근 시인과 박현수 경북대 교수가 심사를 맡았으며, 본심은 최문자, 이상국(2회 박재삼 문학상 수상자) 시인이 맡았다.

 

박재삼 문학은 한국의 내재된 언어 감각에 충실한 점과 모국어의 순결성을 눈부시게 되살리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심사위는 박준 시인의 시가 박재삼의 언어적 유전 형질과 본질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다고 평했다.

 

본심 심사를 맡은 최문자 이상국 시인은 "박재삼시인의 시정신과 시세계의 특성과 징후들과 상당히 부합 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염두에 두면서도 서정을 갱신 보완하려는 입장과 서정의 방향전환을 꿈꾸는 시인의 시세계를 옹호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심사했다""소위 서정성이 스타일이 아니라 메커니즘이라는 것과 이 사실이 박재삼과 박준을 잇는 내재된 것들의 유사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논의하고 토론을 거친 후에 심사위원은 박 준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시집을 선정하고 박준시인을 수상자로 확정하였다"고 밝혔다.

 

박준 시인은 198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8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등이 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편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7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준 시인은 "처음 시를 쓰고 공부할 무렵 저는 박재삼을 읽으며 오래 앓았다. 문면(文面)은 다습고 아름다운데 이면(裏面)은 서늘하고 슬펐기 때문이었다""책을 덮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도 박재삼 시의 풍경들은 제 눈앞에서 자주 일렁였습니다. 삶의 어느 자리에 머물러야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우러름 섞인 질문이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어쩌면 제가 기다렸던 무엇이 당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는 이 큰 상을, 상이 아닌 질문으로 받고자 한다""아프게 더 아프게 시와 삶의 자리를 물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받고자 한다. 이순(耳順) 무렵의 박재삼 시인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진실로 진실로/세상을 몰라 묻노니/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또한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라는 질문처럼 끊임없이 묻고 묻겠다"고 수상소삼을 밝혔다.

 

박재삼문학관 운영위는 등단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박재삼 시인의 서정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전년도(20181~12)에 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시영, 이상국, 이문재, 고영민, 이정록, 이홍섭 시인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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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 류인서

 

 

여기서 만났을 거다 우리

미끄럼틀과 시소, 혼자 흔들리는 그네, 생울타리에 기댄 작은 청소 수레가 속한

모래의 세계

 

이쪽 기울 때 너는 떠올랐니

우리는 평균대가 아니어서

균형점을 앞에 두고 나뉘어 앉는 세계

시소는 약속이 아니어서

잽싸게 무게를 버리며 달아날 수 있다

떠 있는 빈자리와 쏟아지는 이의 우스꽝스런 엉덩방아,

이것은 갑에게서 가볍게 을이 생략되는

저울놀이

 

데워진 모래는 한결 기분이 좋다

 

굴을 파고 두더지 놀이를 하면

구근 대신 손을 묻어둘 수 있다

꽃과 쓰레기 장난감 블록들

싹 트는 경작지

원통의 미끄럼 터널 속으로 청소부처럼 사라지는, 나쁜 공기처럼 빨려 나오는

아이들

굴뚝을 지나는 그을음 묻은 해

바짓단에 떨어지는 해변

 

꽁초와 휘파람,

아무래도 이곳은 빌딩 창문에서 더 잘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

토르소로 떠다니는 구름 우주복

잠깐 나타났다 지워지는 그림자들 숨소리들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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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류인서, 박명숙 시인과 김유진 소설가가 ‘2019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 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지난해 71일부터 올해 531일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 등을 거쳐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수상자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김지하 시인으로 시집 흰 그늘’(출판사:작가)이며 김춘수 시문학상은 류인서 시인의 작품집 놀이터’(출판사:문학과지성사)이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은 그늘의 문장’(출판사:동학사)을 펴낸 박명숙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보이지 않는 정원’(출판사:문학동네)을 낸 김유진 소설가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3일 통영예술제 개막식에 맞춰 한산대첩광장에서 열리며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2천만 원, 그 밖의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된다.

 

한편 통영시는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통영출신문학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청마문학상을 제정했으며, 2015년부터 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등 4개 부문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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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창고 / 이수명

 

 

우리는 물류 창고에서 만났지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차려 입고

느리고 섞이지 않는 말들을 하느라

호흡을 다 써 버렸지

 

물건들은 널리 알려졌지

판매는 끊임없이 증가했지

창고 안에서 우리들은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지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어

 

무얼 끌어내리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담당자처럼 걸어 다녔지

바지 주머니엔 볼펜과 폰이 꽂혀 있었고

전화를 받느라 구석에 서 있곤 했는데

그런 땐 꼼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

 

물건의 전개는 여러모로 훌륭했는데

물건은 많은 종류가 있고 집합되어 있고

물건 찾는 방법을 몰라

닥치는 대로 물건에 손대는 우리의 전진도 훌륭하고

물류 창고에서는 누구나 훌륭해 보였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누군가 울기 시작한다.

누군가 토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서서

등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고

몇몇은 그러한 누군가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대화는 건물 밖에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숙이라 쓰여 있었고

그래도 한동안 우리는 웅성거렸는데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소란하기만 했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정숙을 떠올리고

누군가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조금씩 잠잠해지다가

더 계속 계속 잠잠해지다가

이윽고 우리는 어느 순간 완전히 잠잠해질 수 있었다.

 

 

 

 

물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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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는 28일 청마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등 2018 통영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문정희 시인으로 작품집 작가의 사랑이며,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는 이수명 시인으로 작품집 물류창고이다.

 

김상옥시조문학상은 작품집 못의 시학을 펴낸 박지현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작품집 당신의 비밀의 홍명진 작가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김춘수시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씩의 상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10 13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8 통영문학상 본심심사에 청마문학상은 김명인(시인·고려대 교수), 오세영(시인·서울대 명예교수), 허영자(시인·성신여대 명예교수), 김춘수시문학상은 이하석(시인·대구문학관장), 채호기(시인·서울예술대 교수), 김상옥시조문학상은 박기섭(시조시인), 오승철(시조시인), 김용익소설문학상은 구효서(소설가), 하창수(소설가, 번역가)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통영문학상은 지난 2017 7 1일부터 올해 6 30일 기간 중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 본심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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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아 / 김이듬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른다 심호흡 한다 만지지 마 제발 기대지 말라고 신경질 나게 왜 이래 팽팽해진 가죽을 찢고 여우든 늑대든 튀어나오려고 한다 피가 흐르는데 핏자국이 달무리처럼 푸른 시트로 번져가는데 본능이라니 보름달 때문이라니 조용히 해라 진리를 말하는 자여 진리를 알거든 너만 알고 있어라 더러운 인간들의 복음 주기적인 출혈과 복통 나는 멈추지 않는데 복잡해죽겠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간들 나는 말이야 인사이더잖아 아웃사이더가 아냐 넌 자면서도 중얼거리네 갑작스런 출혈인데 피 흐르는데 반복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 문이 달린 세계 이동하다 반복적으로 멈추는 바퀴 바뀌지 않는 노선 벗어나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대형 생리대가 필요해요 곯아떨어진 이 인간을 어떻게 하나 내 외투 안으로 손을 넣고 갈겨쓴 편지를 읽듯 잠꼬대까지 하는 이 죽일 놈을 한 방 갈기고 싶은데 이놈의 애인을 어떻게 하나 덥석 목덜미를 물고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갈기를 휘날리며 한밤의 철도 위를 내달릴 수 있다면 달이 뜬 붉은 해안으로 그 흐르는 모래사장 시원한 우물 옆으로 가서 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히스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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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영시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8일 위원회를 열고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정끝별,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로 김이듬, 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서숙희, 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윤고은씨를 각각 결정했다.

 

정끝별 시인은 1964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8년 문학사상 신인 발굴 시 부문에 칼레의 바다  7편의 당선으로 등단했다.

 

김이듬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서숙희 시인은 1959년 경북 포항 기계면 출생으로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에 당선(1992)돼 문단에 나왔다.

 

윤고은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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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의 역 / 허수경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내 속의 할머니가 물었다. 어디에 있었어?

내 속의 아주머니가 물었다. 무심하게 살지 그랬니?

내 속의 아가씨가 물었다. 연애를 세기말처럼 하기도 했어?

내 속의 계집애가 물었다. 파꽃처럼 아린 나비를 보러 시베리아로 간 적도 있었니?

내 속의 고아가 물었다. 어디 슬펐어?

 

그는 답했다. 노래하던 것들이 떠났어

그것들, 철새였거든 그 노래가 철새였거든

그러자 심장이 아팠어 한밤중에 쓰러졌고

하하하, 붉은 십자가를 가진 차 한 대가 왔어

소년처럼 갈 곳이 없어서

병원 뜰 앞에 앉아 낡은 뼈를 핥던

개의 고요한 눈을 바라보았어

 

간호사는 천진하게 말했지

병원이 있던 자리에는 죽은 사람보다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붙들고 있었던 손들이 더 많대요 뼈만 남은 손을 감싸며 흐느끼던 손요

 

왜 나는 너에게 그 사이에 아무 기별을 넣지 못했을까?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서

누구에게든

누구를 위해서든

 

하지만

무언가, 언젠가, 있던 자리라는 건. 정말 고요한 연 같구나 중얼거리는 말을 다 들어주니

 

빙하기의 역에서

무언가, 언젠가, 있었던 자리의 얼음 위에서

우리는 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처럼

아이의 시간 속에서만 살고 싶은 것처럼 어린 낙과처럼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악수를 나누었다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

내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을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

내 속의 태아는 답했다. 잘 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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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는 제15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의 저자인 허수경 시인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상은 민족시인 이육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TBC2004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한다.

 

최종심사는 고진하, 신달자, 이기철, 천양희 시인과 정과리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들은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이국 생활의 애환과 고뇌를 담았다"면서 "시인은 20년 이상 독일에서 생활하면서도 모국어를 잊지 않고 갈고 닦아 수상자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허수경 시인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728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한다.

 

경남 진주 출신의 허수경 시인은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뮌스터대학교 고대고고학 박사를 거쳤다.

 

그는 제6회 전숙희문학상, 14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표 시집으로는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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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모르겠어 / 심보선

 

 

당신의 눈동자

내가 오래 바라보면 한 쌍의 신()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

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

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꺼풀은 지그시 닫히고

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

 

새는 다시 날아오나

 

신은 언제나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

 

 

 

 

오늘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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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숭원)는 김종삼 시문학상 1회 수상자로 심보선 시인을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김종삼 시문학상은 한국 순수시의 지평을 넓힌 김종삼(19211984)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회장 심재휘)가 나서고 시인의 시비가 있는 경기 포천의 대진대학교가 후원해 지난해 제정됐다.

 

수상자 선정 기준은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해당연도(심사일의 전해) 11일부터 1231일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시집'이다. 심사위원은 김인환, 송재학, 남진우였다.

 

상금은 1천만원이고,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6시 대학로 '예술인의 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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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백야 / 이윤학

 

 

화단을 지키는 고양이 밥그릇에다

성견 사료 한 알 한 알 떨어뜨려줬더니

골이 났는지 눈길도 주지 않더라

 

마름모꼴 방 끝의 티브이를 켰더니

화면 중심으로 불 꺼진 성냥골이

쏜살같이 떨어지더라

 

백합이 품은 짙은 백야를

필사적으로 걸어온 자

물소리를 틀어놓고

자갈을 뒤집는 잠이 들었다

 

한 번은 열 번 백 번 천 번 만 번으로 통하는 지름길이었다

 

최후의 툰드라를 틀어놓고

잠이 들어버린 자

바가지에 틀니를 벗어놓고

옛날 맛 그대로인 김치 씹은 물을 오물거렸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

딱따구리조각마법사

세 시 반의 맨발을 위해

오동나무 상판에 가로의 숨구멍을 뚫었다

 

카페의 목조계단은 비좁았고, 반들거렸다

음울한 클래식이 지름길로 들어오고 나갔다

그만이 무덤에 갔다 돌아왔다

짙은 백야를 걸었다

 

천년만년 본드를 흡입하고

봅슬레이를 타고 내려갔다

죽은 자의 힘을 빌려 살지 않겠다

냉골 바닥 거대한 십자가 앞에 팽개쳐져

떨거지가 되지 않겠다

 

 

 

짙은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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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남출판사에서 수여하는 지훈상의 제17회 수상자로 이윤학 시인과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가 선정되었다.

 

지훈상 심사위원들은 "신중하고 치열한 심사과정을 통해 문학·국학 두 영역에서 이같은 수상자를 냈다"24일 밝혔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문학적 업적과 한국학 연구로 보여준 고결한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한 지훈상은 문학과 국학 두 부문에서 시상된다.

 

문학부문의 상인 지훈문학상을 수상한 이윤학 시인은 1965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해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고 2003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품은 지난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시집 '짙은 백야'.

 

국학부문 상인 지훈국학상은 이영미 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책 '한국대중예술사, 신파성으로 읽다'(푸른역사)에 돌아갔다. 이 교수는 1961년 서울에서 출생해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2003PAF 예술상, 2017년 노정 김재철 학술상을 수상했다.

 

상금은 각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520일 오전 11시 경기도 포천시 나남수목원 내 나남책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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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동백 / 송찬호

 

 

어쩌자고 저 사람들

배를 끌고

산으로 갈까요

홍어는 썩고 썩어

술은 벌써 동이 났는데

 

짜디짠 소금 가마를 싣고

벌거숭이 갯망둥이를 데리고

어쩌자고 저 사람들

거친 풀과 나무로

길을 엮으며

산으로 산으로 들까요

 

어느 바닷가,

꽃 이름이 그랬던가요

꽃 보러 가는 길

산경으로 가는 길

 

사람들

울며 노래하며

산으로 노를 젓지요

홍어는 썩고 썩어

내륙의 봄도 벌써 갔는데

 

어쩌자고 저 사람들

산경 가자 할까요

길에서 주워

돌탑에 올린 돌 하나

그게 목 부러진 동백이었는데

 

 

 

붉은 눈,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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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가 주관하는 제19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송찬호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올해 2월 출간된 시집 "붉은 눈,동백"(문학과지성사)이다.

 

동백나무부터 동백교도소에 이르기까지 동백이란 키워드를 여러 각도로 조명한 이 시집은 머리와 심장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온몸으로 밀고 나가려는 치열한 시작 자세를 지향한다”(시인 김광규)는 평을 받고 있다.

 

송씨는 1959년 충북 보은 태생으로 경북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7"우리시대의 문학""금호강 변비"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송 시인은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민음사) ‘10년 동안의 빈 의자’(문학과지성사,1994) 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시작 활동과 함께 충북 보은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다.

 

시상식은 6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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