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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낯선 / 전동균

 

 

물고기는 왜 눈썹이 없죠?

돌들은 왜 지느러미가 없고

새들이 사라지는 하늘은 금세 어두워지는 거죠?

저토록 빠른 치타는 왜

제 몸의 얼룩무늬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맘모스라 불리던 왕들은

맨 처음 씨앗을 뿌리던 손은 어디로 갔나요?

 

꼭 지켜야 할 약속이, 무슨

좋은 일이 있어 온 건 아니에요

우연히, 누가 부르는 듯해 찾아왔을 뿐이죠

누군지 모르지만, 그래서

잠들 때마다 거미줄이 얼굴을 뒤덮고

아침의 머리카락엔 불들이 흘러내리는 걸까요?

 

한 처음,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웃게 해주세요

지금 구르고 있는 공은 계속 굴러가게 하고

지금 먹고 있는 라면을 맛있게 먹게 해주세요

 

꽃밭의 꽃들 앞에 앉아있게 해주세요

우리처럼 낯선

꽃들이 피어있는 동안은

 

 

 

우리처럼 낯선

 

nefing.com

 

 

16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전동균(52) 시인이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우리처럼 낯선’(창비)이다.

 

백석문학상은 시인 백석(1912~1996)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문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백석의 연인이었던 고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제정됐다. 최근 2년 내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한다. 상금은 1000만원이고 창비가 주관한다.

 

심사위원을 맡은 문학평론가 최원식 씨는 세상의 부패와 타락을 속절없이 허락한 그 신에게 오히려 참회를 요구하는 반종교성을 통해 구원에 대한 갈구와 구원 없는 현대의 묵시록이 극적으로 전경화하는데, 그렇다고 꼭 비장 또는 감상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해학이 따뜻하다고 평했다.

 

전 시인은 1962년 경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소설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등을 냈다. 현재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상식은 19일 오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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