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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외면 / 복효근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따뜻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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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수여하는 2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전북 출신의 복효근 시인이 선정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올해 심사에는 문학상 운영위가 추천한 신경림 시인을 위원장으로, 이시영, 강인한, 나태주 시인이 참여했다.

 

먼저, ‘신석정문학상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복효근 시인의 수상 작품집은 따뜻한 외면이다. 작품의 문학상이 빼어남과 동시에 인품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 시인은 전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91시와시학젊은시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또한, 1995년 제5회 편운문학상 신인상을 수상받고, 200012월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받았다. 시집으로는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1993)’, ‘버마재비 사랑(1996)’, ‘새에 대한 반성문(2000)’,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2002)’, ‘따뜻한 외면(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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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은 제7회 오장환문학상에 장이지(38) 시인의 시집 '라플란드 우체국'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상은 보은 출신인 오장환(19181951) 시인을 기리기 위해 보은문화원과 실천문학사가 2008년 제정했다.

 

심사를 맡은 김용택 시인은 "장이지 시인의 시는 나약한 것 같지만 강한 내면을 숨기고 있고, 현실을 외면한 것 같지만 거부하고 저항한다""자본의 힘 앞에 무너져 내린 한 시인의 고통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와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평했다.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이달 19일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 시인은 200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뒤 시집 '안국동 울음상점', '연꽃의 입술' 등과 연구서 '한국 초현실주의 시의 계보'를 냈고,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라플란드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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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옷을 입은 구름 / 이은봉

 

 

걸레옷을 입은 구름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자꾸 달과 나 사이의 교신을 끊는다 교신이 끊기면 달에 살고 있는 잠의 여신을 불러올 수 없다

 

옛날 구름은 그냥 수증기, 수증기로는 나와 달 사이의 교신을 끊지 못한다 지금 구름은 고름 덩어리, 걸레옷을 입은 구름은 제 뱃속 가득 납과 카드뮴 감추고 있다

 

이제 내 숨결은 달에게로 가지 못한다 달의 숨결도 더는 내게로 오지 못한다

 

달과 숨결을 주고받을 때라야 잠의 여신은 숨결을 타고 내려와 내 몸을 껴안을 수 있다 잠의 여신이 내게로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걸레옷을 입은 구름이 제 뱃속에 납과 카드뮴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걸레옷을 입은 구름이 중화학공장 출신이라도 되는가

 

도대체 바람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비닐장갑을 낀 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저 한심한 바람이라니!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도시의 뒷골목 어슬렁대고 있는 저 조폭 똘마니 같은 바람이라니!

 

걸레옷을 입은 구름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자꾸 나와 달 사이의 교신을 끊는다 교신이 끊기면 달에 살고 있는 잠의 여신을 불러오지 못한다

 

바람이 걸레옷을 입은 구름을 밀어내지 못하면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 하느님도 눈 부릅뜬 채 몇 날 몇 밤을 깨어 있어야 한다.

 

 

 

 

걸레옷을 입은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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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질마재신화혹은 질마재문학상에 대한 몇 가지 상념

 

졸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으로 질마재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직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질마재문학상은 우선 미당의 시집 질마재신화(일지사, 1975)를 떠올리게 한다. 질마재신화는 이내 미당의 고향마을로 달려가게 한다. 미당의 생가와 문학관을 방문했던 적이 모두 몇 번인가. 10여 차례가 넘으리라. 학생들과 함께 찾았던 적만 해도 여러 차례이다.

 

질마재문학상은 미당의 시업을 기리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 세대의 시인 중 미당의 시를 읽지 않고 시를 공부한 사람은 없다. 나도 역시 미당의 시를 읽으며 시를 공부해왔다. 미당 전집을 읽다가 쓴 논문만도 2편이나 된다.

 

한국현대시사에서 미당만큼 좋은 시를 쓴 시인은 많지 않다. 미당의 시집 가운데에서는 질마재신화보다 떠돌이의 시(민음사, 1976)80소년 떠돌이의 시(시와시학사, 1997)를 좀 더 좋아한다. 물론 미당의 시집 중에는 ??늙은 떠돌이의 ??(민음사, 1993)떠돌이라는 말을 쓰고 있기는 하다. 내가 미당의 시집 가운데 떠돌이의 시80소년 떠돌이의 시를 좀 더 좋아하는 까닭은 단순하다. 이들 시집에는 미당 나름으로 받아들인 당대의 삶과 생활과 현실이 좀 더 잘 육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당의 시집 떠돌이의 시80소년 떠돌이의 시를 좀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질마재신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시집 질마재신화역시 미당이 받아들인 당대의 삶과 생활과 현실이 잘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이런 이유만으로도 나는 미당의 이 시집 질마재신화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미당의 이 시집 질마재신화는 첫째 백석의 시집 사슴에 대한 대타적 자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 시집에는 새마을운동, 산업화, 개발과 건설 등 이른바 근대화에 대한 미당의 대타적 자의식이 작동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시집과 함께 하는 미당의 대타적 자의식 중에는 1960년대 이래 우리 시단을 풍미해오던 모더니즘시에 대한 반감도 들어 있다고 이해된다.

 

미당의 고향 질마재는 아직 그런 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내 고향 막은골은 흔적도 사라져버려 자꾸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종시가 건설되면서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는 내 고향의 모습을 시로라도 남기고 싶어 막은골 이야기연작시에 매달리고 있다. 백석의 시집 사슴이나 미당의 시집 질마재신화가 없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질마재문학상을 받은 만큼 더욱 분발해 졸시집 막은골 이야기를 잘 완성해볼 생각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세 분의 심사위원, 김남조, 문효치, 김승희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특별한 연고가 없는 데도 받는 상, 고맙고, 송구할 따름이다.

 

 

 

걸어 다니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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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인생을 배운 후에 시가 나올 때의 무르익음의 언어

 

5<질마재 문학상> 심사에 올라온 시집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지난 한 해의 시집 출간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매우 풍성했다는 것과 다양한 개성의 스펙트럼을 지닌 시인들이 기량을 빛내며 만만찮은 성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거쳐 올라온 열권 남짓한 시집들을 논의했으며 우리 시단의 풍성함과 다채로움에 오롯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어떤 시집들은 전문적으로 기교를 배운다는 요즘 가수들을 생각나게 한다는 점에서 기량은 우수하지만 무언가 허전하고도 화려한 공허함을 주기도 했다. 결국 좋은 문학이란 포스트모던 감각으로 명멸하는 이 어지러운 세계에서 그 표피를 스치며 지나가는 얇은 언어들의 무도회라기보다는 깊은 삶에서 시간과 경험의 가혹함을 견디면서 오랜 숙성의 항아리를 거쳐 우러나온 무르익음의 언어가 아닐까, 라는 의견이 오갔다. 결국 시적 언어의 문제는 교감과 감동인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 전원의 일치로 이은봉 시인의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이 제5<질마재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만만찮은 인생의 무게와 시간의 숙성을 거쳐 깊은 상상력과 따뜻한 언어로 묵직한 삶의 정경을 보여주는 이은봉 시인의 시세계는 자연의 넓은 생명력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에 버려진 우리 이웃의 그늘을 잘 보여준다. 그의 시에는 늘 비속한 세계에서 망가진 개인들의 이력이 들어있고 아픈 기억의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넓은 가슴의 긍정이 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폐타이어에서 지장보살을 보며 지장보살이 아프다/ 땅도 아프다 검게/ 저무는 것은 다 아프다// 아픈 몸으로 그는 다시/ 거름을 만들고 있다 샐비어 몇 송이/ 빨갛게 꽃피울 꿈을 꾸고 있다처럼 망가진 자연의 순환 속에서도 자연과 이물질인 문명과의 불가능한 순환을 꿈꾸기도 한다. 그의 시 속에는 만물이 그물코처럼 얽혀있는 존재의 꿈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하나의 이물질(문명)로 인해 그 만물의 순환이 깨어진 끔찍한 현장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시인이란 바로 그 불가능한 것의 순환의 둥근 원환圓環을 포기하지 않고 꿈꾸는 자가 아니겠는가.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삶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면서도 황폐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의 생을 관찰하는 안정된 상상력”(김남조)민들레꽃이 보여주는 따뜻한 감수성과 자연과의 교감 뒤에 숨어 있는 개인의 슬픔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문효치)을 통해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도 무언가 망가진 부조화를 느끼는(만드는) 근대 인간의 소외와 슬픔을 웃음기 묻은 시선으로 원숙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제5회 질마재 문학상의 수상 시집으로 선정되었다. 축하를 드리며 더욱 대성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김남조, 문효치,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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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바게트 / 리호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

그러면 스스로 나는 법을 깨닫게 될 거야

나는 조나단, 더 이상 빵부스러기에 연연하지 않는

적도의 펭귄5

 

 

흔해빠진 스트라이프 팬티는 사양할래

더 이상 그녀의 젖가슴이 떠오르지 않거든

쇄골과 골반 안쪽에는 맹수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검은 눈동자 문신을 그려놓았어

 

유명한 빵집 앞에서 22분을 기다려 바게트를 샀지

비스듬히 칼집 넣은 중간 중간에 오후를 채워 넣었어

빠삐용의 죄수복에도 붉은 칼집이 들어간 것을 아나?

찢긴 나비의 날개 조각들이 채워져 있던 걸로 기억해

 

낯선 이들의 침입을 막으려 부적처럼 세워놓은

검은색 기타 옆에 바게트빵을 기대놓았어

여섯 개의 현에 매달린 그녀가 가는 잠에서 깨어나 한입 물었지

후두둑 오후가 쏟아져 내리더니 이내 나비가 된 그녀가 웃고 있네

 

더 이상 스테레오타입의 섹스는 사양할래

가슴에 노란 빠삐용 문신을 새긴 그녀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거든

 

 

 

기타와 바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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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회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리호(45··서울시 강동구)시인이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리 시인은 지난 9월 충북 보은군과 실천문학사에서 주관한 오장환 신인문학상에 '기타와 바게트'란 제목의 시로 응모해 당선했다.

 

송찬호 시인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작품 전반에 깔린 패기 넘치는 목소리를 높이 샀다.

 

당선작인 '기타와 바게트'에 관해 "에피그램의 제시부터 언어 선택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형식의 구사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파편적으로 배치된 듯한 이미지 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의 축조도 신인상에 걸맞은 목소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기교와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과 조금 거칠지만 패기 넘치는 리호씨의 작품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상자로 선택했다"고 심사위원들은 밝혔다. 그만큼 리 시인에게 성장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M2-9>우주시 동인으로 활동하는 시인이다.

 

리 시인은 "12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 이런 영예를 안게 되었다. 두고두고 사람 살리는 좋은 시를 쓰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갚겠다. 앞으로 문단에 한 획을 긋는 좋은 시인으로 남기를 소망한다"고 당차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리 시인은 올해 '3회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뒤 '3회 이해조문학상''1회 하늘사랑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기성문단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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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 / 이재연

 

 

환상과 자폐에서 깨어날 때마다 아파트만 무수히 태어났다.

우리들은 무성한 아파트를 반성했지만 반성뿐인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어떤 결론은 보기에도 민망했고 입 속에서도 서걱거렸다.

저녁이 되어 사람의 그림자가 발등에 수북이 떨어지자,

우리들은 우리 속의 쓸쓸함을 꺼내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태양이 식자, 어떤 청춘들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떠돌았고 우리들은 골짜기의 그림자처럼 두꺼워졌다. 그런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

 

바람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났지만 주위를 환기시키지 못했고 풀잎들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했다.

 

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름을 주고받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서로 다치지 않게 거래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한 거래 끝에서도 생을 뚜렷하게 뒤척이는 영혼을, 시인들은 검은 모자를 눌러쓰듯 자꾸 눌러썼지만 세상의 절반은 영혼의 범람을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밤이 되어 측백나무가 제 키를 껴안고 울 때, 어떤 이는 단순하게 흙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이는 삶과 죽음이 하나인 세계로 들어갔지만 남은 자들은 소수자에 불과했다.

 

뱀처럼 차가운 달이 뜰 때면 도시 외곽을 에둘러 흐르는 냇물이 움직였다. 그 물 꼬리를 바라보면 천천히 소름이 돋았다.

 

곳곳에 기도가 넘쳐흘렀지만, 어떤 불신은 막무가내 손을 뻗어와 소름이 멈추지 않았다.

 

()을 바꿔도 또 다른 나로부터 오늘을 골몰했고 흩날려 귀환하지 않는 꽃씨처럼 아릿한 방식으로 아이들은 줄어들었다.

 

얼굴보다 먼저 시들어가는 한 떼의 젊은이들은 제 내면을 들여다보며 술을 마셨고 아침이면 아이들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웃자란 아이들이 돌아오자 곧, 태양이 식었다.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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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이 후원하고 실천문학사가 주관하는 오장환신인문학상수상자의 첫 시집이 나왔다. 22일 군은 20121회 오장환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재연 시인이 최근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실천문학사 ·143·사진)라는 제목의 첫 시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시인의 시집에는 현대인의 생에 관해 원초적 의미를 부여한 42편의 주옥같은 시편들이 실렸으며 오장환신인문학상수상자의 첫 시집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홍일표 시인은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존재의 쓸쓸함이 배면에 자욱하다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냉온의 정서를 조율하면서 균형을 유지한다고 평했다.

 

보은 출신인 오장환 시인(1918~1951)의 시적 성과를 기리는 오장환신인문학상은 부박해지는 문학적 환경 속에서 시의 현실적 우월성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됐다.

 

그동안 이 시인을 비롯해 신윤서(2리호(3채인숙(4박순희(5) 시인 등은 차세대 문단을 이끌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신인들을 배출했으나 지원이 미약해 이들의 시집 출간은 이뤄지지 않아 이 시인의 첫 시집 발간으로 나머지 시인들의 시집 출간도 이어질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신인 시인들이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시집 출간비용 지원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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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마술 / 최종천

 

 

우리 공장 고양이는 마술을 잘한다

어떻게 암컷을 만났는지 그리고 역시나

도대체 어떻게 새끼를 여덟 마리나 낳았는지

네 마리는 엄마를, 다른 네 마리는 아빠를,

정확하게 닮았다. 밥집에서 밥도 오지 않았는데

일하는 나를 올려다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그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우리들 배가 고파온다

녀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니야옹! 하는 소리로 온 것이다

땅바닥에 엎질러준 생선 대가리와 밥을 말끔히도 치웠다

얼마 후엔 암컷도 같이 왔다

공장장만 빼고는 일하는 사람 모두 장가를 못 간

노총각들이어서 그런지 고양이 사랑이 엄청 크다

자본주의가 결혼하라고 할 때까지

부지런히 돈을 모으는 상중이가 밥 당번이다

밥을 주면 수컷이 양보한다

공장장은 한때 사업을 하다 안 되어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자본주의가 헤어지라고 하여

헤어진 것이 틀림없다

사람의 새끼를 보면 한숨만 터지는데

고양이의 새끼를 보면 은근히 후회되는 것이다

사람인 나는 못 하는 시집가고 장가가고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고양이의 마술이다

 

 

 

고양이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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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주관하는 제5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최종천(58·사진)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고양이의 마술’(실천문학, 2011)이다.

 

심사위원들은 최씨의 시는 이 땅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게 근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면서 그 주제를 너끈하게 감당하는 발상 또한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자 시인으로 유명한 최씨는 1986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등이 있다.

 

오장환문학상은 모더니스트와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동시에 갖춰 한국 시사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는 시인 오장환(191851)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시상식은 오장환문학제가 열리는 921일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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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 박형권

 

 

겨울 상추 좀 먹어야겠다고 지푸라기를 덮어 둔 산 아래 밭에

상추 어루만지러 어머니 가시고

빵 딸기우유 사서 뒤따라 어머니 밟으신 길 어루만지며 가는데

농부 하나 밭둑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밭 하염없이 보고 있다

머리 위로 까치 지나가다 똥을 싸 갈겨도 혹시 가슴에 깻잎 심어두어서

까치 똥 반가이 거두는 것인지

피하지 않는다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아무것도 없는 밭에서 서 있을 줄 알아야 농부인 것일까

내가 어머니에게 빵 우유 드리면서 손 한번 지그시 어루만지는 것처럼

그도 뭔가 어루만지고 있긴 한데

통 모르겠다

뭐 어쨌거나

달이 지구를 어루만지듯 우주가 허공을 어루만지듯

그것을 내가 볼 수 없듯이

뭘 어루만지고 있다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어루만지는 경지라면

나도 내 마음 속에 든 사람 꺼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고

서 있고 싶다

그냥 멀찍이 서서 겨울 밭처럼 비워질 때까지 그 사람의 배경이 되는 것으로

나를 어루만지고 싶다

앞으로는

참을 수 없이 그대를 어루만지고 싶으면

어떤 길을 걷다가도 길 가운데 사뭇 서야겠다

상추 한 아름 받쳐 들고 내려오며 보니 마른 풀도 사철나무도 농협창고도

지그시 지그시 오래 서 있었다

 

 

 

 

우두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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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창원시김달진문학관은 제21회 김달진문학상 가운데 제6회 지역문학상에 김연동 <시간의 흔적>(고요아침·2010), 3회 창원문학상에 박형권 <우두커니>(실천문학사·2009), 5회 젊은시인상에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2010), 5회 젊은 평론가상에 전도현 <시간의 형상>(서정시학사·2010)을 각각 선정해 수상자로 뽑았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앞서 제21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 중 시부문에는 홍신선 <우연을 점찍다>(문학과지성사·2009), 평론부문에는 홍용희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천년의 시작·2010)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달 4, 5일 이틀간 창원시 진해구시민회관 및 창원시김달진 문학관, 진해구 속천거제 간 배 위에서 열리는 제15회 김달진문학제 기념행사에서 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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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경전 / 이덕규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을 굴리고 밟고

으르렁 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제 밥그릇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 조주선사와 어느 학인과의 선문답

 

 

 

 

밥그릇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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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6시 서울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는 제4회 시작(時作)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 명예관장 겸 선임연구원인 이덕규 시인이 수상자였다. 강당에 가득한 시인들은 이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는 덕담을 나눴다.

 

한글글꼴 안상수체로 유명한 디자이너 안상수 교수는 꼭 해보고 싶은 디자인이 책디자인이었는데 이덕규 시인의 [밥그릇 경전]을 디자인하면서 시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다며 뒤주머니에서 지갑을 거내들고는 디자이너 특유의 감각으로 만든 엄지손가락 크기의 LED 화환을 만들어 왔노라며 시인에게 선물했다. 브로치 크기의 반짝이는 전자 화환을 받아 든 시인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심사보고에서 "이 시인은 자연 사물의 구체적 목록들을 다양하게 재현하면서 거기서 푸른 직립의 결기를 읽어내기도 하고, 생태 지향의 에로티시즘 미학을 일구기도 하고, ''으로 상징되는 근원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요히 반짝이는 '밥그릇 경전'처럼 삶의 바닥을 궁구하는 사유의 깊이가 이전 시집 보다 확연한 진경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글을 모르던 일곱 살 어느 가을날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을 알기 전에 시를 느꼈던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인사하고 문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덕규 시인은 1961년 화성에서 나서 농사와 공사판을 떠돌다가 1996년 농사일 말고는 하던 일들을 하루아침에 정리하고 시를 쓰기 시작해서 1998[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다. 2003[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를 내고 2004년 현대시학작품상을 받았다.

 

2009년에 두 번째 시집 [밥그릇 경전]을 내고 이 시집으로 시작문학상을 받게 됐다.

 

동탄 개발이 한창 시작될 무렵 동탄 신도시는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신도시 개발 이익의 한 부분으로 화성에서 난 작가 노작 홍사용을 기리는 문학관을 짓자는 제안을 화성시와 토지주택공사 등에 하게 된다. 그의 바램이 이루어져 지난 봄 노작공원에 문학관이 생기고 명예 관장으로 시를 가르치고 농사를 지으며 산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사랑해서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뼈가 저릴만큼 사랑하게 된다면, 그를 생각만 해도 시가 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텃밭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글을 모르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그것이다. 글을 알기 전에 시를 알았다. 머리를 쓰는 것보다 몸을 굴리는 일에 익숙하지만 짧은 토막 문자질에 머물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

 

평론가 강동우 교수의 평론처럼 농사짓는 이덕규 시인에게서 흙으로 상징되는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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