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신석정문학상’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복효근 시인의 수상 작품집은 ‘따뜻한 외면’이다. 작품의 문학상이 빼어남과 동시에 인품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 시인은 전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91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또한, 1995년 제5회 편운문학상 신인상을 수상받고, 2000년 12월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받았다. 시집으로는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1993)’, ‘버마재비 사랑(1996)’, ‘새에 대한 반성문(2000)’,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2002)’, ‘따뜻한 외면(2013)’ 등이 있다.
졸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으로 ‘질마재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직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질마재문학상은 우선 미당의 시집 『질마재신화』(일지사, 1975)를 떠올리게 한다. 『질마재신화』는 이내 미당의 고향마을로 달려가게 한다. 미당의 생가와 문학관을 방문했던 적이 모두 몇 번인가. 10여 차례가 넘으리라. 학생들과 함께 찾았던 적만 해도 여러 차례이다.
‘질마재문학상’은 미당의 시업을 기리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 세대의 시인 중 미당의 시를 읽지 않고 시를 공부한 사람은 없다. 나도 역시 미당의 시를 읽으며 시를 공부해왔다. 미당 전집을 읽다가 쓴 논문만도 2편이나 된다.
한국현대시사에서 미당만큼 좋은 시를 쓴 시인은 많지 않다. 미당의 시집 가운데에서는 『질마재신화』보다 『떠돌이의 시』(민음사, 1976)나 『80소년 떠돌이의 시』(시와시학사, 1997)를 좀 더 좋아한다. 물론 미당의 시집 중에는 ??늙은 떠돌이의 詩??(민음사, 1993)도 ‘떠돌이’라는 말을 쓰고 있기는 하다. 내가 미당의 시집 가운데 『떠돌이의 시』나 『80소년 떠돌이의 시』를 좀 더 좋아하는 까닭은 단순하다. 이들 시집에는 미당 나름으로 받아들인 당대의 삶과 생활과 현실이 좀 더 잘 육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당의 시집 『떠돌이의 시』나 『80소년 떠돌이의 시』를 좀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질마재신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시집 『질마재신화』 역시 미당이 받아들인 당대의 삶과 생활과 현실이 잘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이런 이유만으로도 나는 미당의 이 시집 『질마재신화』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미당의 이 시집 『질마재신화』는 첫째 백석의 시집 『사슴』에 대한 대타적 자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 시집에는 새마을운동, 산업화, 개발과 건설 등 이른바 근대화에 대한 미당의 대타적 자의식이 작동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시집과 함께 하는 미당의 대타적 자의식 중에는 1960년대 이래 우리 시단을 풍미해오던 모더니즘시에 대한 반감도 들어 있다고 이해된다.
미당의 고향 질마재는 아직 그런 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내 고향 ‘막은골’은 흔적도 사라져버려 자꾸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종시가 건설되면서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는 내 고향의 모습을 시로라도 남기고 싶어 「막은골 이야기」 연작시에 매달리고 있다. 백석의 시집 『사슴』이나 미당의 시집 『질마재신화』가 없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질마재문학상’을 받은 만큼 더욱 분발해 졸시집 『막은골 이야기』를 잘 완성해볼 생각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세 분의 심사위원, 김남조, 문효치, 김승희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특별한 연고가 없는 데도 받는 상, 고맙고, 송구할 따름이다.
제5회 <질마재 문학상> 심사에 올라온 시집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지난 한 해의 시집 출간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매우 풍성했다는 것과 다양한 개성의 스펙트럼을 지닌 시인들이 기량을 빛내며 만만찮은 성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거쳐 올라온 열권 남짓한 시집들을 논의했으며 우리 시단의 풍성함과 다채로움에 오롯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어떤 시집들은 전문적으로 기교를 배운다는 요즘 가수들을 생각나게 한다는 점에서 기량은 우수하지만 무언가 허전하고도 화려한 공허함을 주기도 했다. 결국 좋은 문학이란 포스트모던 감각으로 명멸하는 이 어지러운 세계에서 그 표피를 스치며 지나가는 얇은 언어들의 무도회라기보다는 깊은 삶에서 시간과 경험의 가혹함을 견디면서 오랜 숙성의 항아리를 거쳐 우러나온 무르익음의 언어가 아닐까, 라는 의견이 오갔다. 결국 시적 언어의 문제는 ‘교감과 감동’인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 전원의 일치로 이은봉 시인의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이 제5회 <질마재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만만찮은 인생의 무게와 시간의 숙성을 거쳐 깊은 상상력과 따뜻한 언어로 묵직한 삶의 정경을 보여주는 이은봉 시인의 시세계는 자연의 넓은 생명력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에 버려진 우리 이웃의 그늘을 잘 보여준다. 그의 시에는 늘 비속한 세계에서 망가진 개인들의 이력이 들어있고 아픈 기억의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넓은 가슴의 긍정이 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폐타이어’에서 ‘지장보살’을 보며 “지장보살이 아프다/ 땅도 아프다 검게/ 저무는 것은 다 아프다// 아픈 몸으로 그는 다시/ 거름을 만들고 있다 샐비어 몇 송이/ 빨갛게 꽃피울 꿈을 꾸고 있다”처럼 망가진 자연의 순환 속에서도 자연과 이물질인 문명과의 불가능한 순환을 꿈꾸기도 한다. 그의 시 속에는 만물이 그물코처럼 얽혀있는 존재의 꿈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하나의 이물질(문명)로 인해 그 만물의 순환이 깨어진 끔찍한 현장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시인이란 바로 그 불가능한 것의 순환의 둥근 원환圓環을 포기하지 않고 꿈꾸는 자가 아니겠는가.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은 “삶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면서도 황폐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의 생을 관찰하는 안정된 상상력”(김남조)과 “「민들레꽃」이 보여주는 따뜻한 감수성과 자연과의 교감 뒤에 숨어 있는 개인의 슬픔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문효치)을 통해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도 무언가 망가진 부조화를 느끼는(만드는) 근대 인간의 소외와 슬픔을 웃음기 묻은 시선으로 원숙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제5회 질마재 문학상의 수상 시집으로 선정되었다. 축하를 드리며 더욱 대성을 기원한다.
충북 보은군이 후원하고 실천문학사가 주관하는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자의 첫 시집이 나왔다. 22일 군은 2012년 ‘제1회 오장환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재연 시인이 최근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실천문학사 刊·143쪽·사진)라는 제목의 첫 시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시인의 시집에는 현대인의 생에 관해 원초적 의미를 부여한 42편의 주옥같은 시편들이 실렸으며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자의 첫 시집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홍일표 시인은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존재의 쓸쓸함이 배면에 자욱하다”며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냉온의 정서를 조율하면서 균형을 유지한다”고 평했다.
보은 출신인 오장환 시인(1918~1951년)의 시적 성과를 기리는 ‘오장환신인문학상’은 부박해지는 문학적 환경 속에서 시의 현실적 우월성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됐다.
그동안 이 시인을 비롯해 신윤서(2회)·리호(3회)·채인숙(4회)·박순희(5회) 시인 등은 차세대 문단을 이끌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신인들을 배출했으나 지원이 미약해 이들의 시집 출간은 이뤄지지 않아 이 시인의 첫 시집 발간으로 나머지 시인들의 시집 출간도 이어질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신인 시인들이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시집 출간비용 지원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주관하는 제5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최종천(58·사진)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고양이의 마술’(실천문학, 2011)이다.
심사위원들은 “최씨의 시는 이 땅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게 근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면서 “그 주제를 너끈하게 감당하는 발상 또한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자 시인’으로 유명한 최씨는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등이 있다.
오장환문학상은 모더니스트와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동시에 갖춰 한국 시사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는 시인 오장환(1918∼51)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시상식은 ‘오장환문학제’가 열리는 9월 21일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다.
5일 오후 6시 서울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는 제4회 시작(時作)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 명예관장 겸 선임연구원인 이덕규 시인이 수상자였다. 강당에 가득한 시인들은 이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는 덕담을 나눴다.
한글글꼴 안상수체로 유명한 디자이너 안상수 교수는 꼭 해보고 싶은 디자인이 책디자인이었는데 이덕규 시인의 [밥그릇 경전]을 디자인하면서 시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다며 뒤주머니에서 지갑을 거내들고는 디자이너 특유의 감각으로 만든 엄지손가락 크기의 LED 화환을 만들어 왔노라며 시인에게 선물했다. 브로치 크기의 반짝이는 전자 화환을 받아 든 시인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심사보고에서 "이 시인은 자연 사물의 구체적 목록들을 다양하게 재현하면서 거기서 푸른 직립의 결기를 읽어내기도 하고, 생태 지향의 에로티시즘 미학을 일구기도 하고, '흙'으로 상징되는 근원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요히 반짝이는 '밥그릇 경전'처럼 삶의 바닥을 궁구하는 사유의 깊이가 이전 시집 보다 확연한 진경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글을 모르던 일곱 살 어느 가을날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을 알기 전에 시를 느꼈던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인사하고 문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덕규 시인은 1961년 화성에서 나서 농사와 공사판을 떠돌다가 1996년 농사일 말고는 하던 일들을 하루아침에 정리하고 시를 쓰기 시작해서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다. 2003년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를 내고 2004년 현대시학작품상을 받았다.
2009년에 두 번째 시집 [밥그릇 경전]을 내고 이 시집으로 시작문학상을 받게 됐다.
동탄 개발이 한창 시작될 무렵 동탄 신도시는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신도시 개발 이익의 한 부분으로 화성에서 난 작가 노작 홍사용을 기리는 문학관을 짓자는 제안을 화성시와 토지주택공사 등에 하게 된다. 그의 바램이 이루어져 지난 봄 노작공원에 문학관이 생기고 명예 관장으로 시를 가르치고 농사를 지으며 산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사랑해서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뼈가 저릴만큼 사랑하게 된다면, 그를 생각만 해도 시가 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텃밭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글을 모르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그것이다. 글을 알기 전에 시를 알았다. 머리를 쓰는 것보다 몸을 굴리는 일에 익숙하지만 짧은 토막 문자질에 머물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
평론가 강동우 교수의 평론처럼 농사짓는 이덕규 시인에게서 흙으로 상징되는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