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바게트 / 리호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
그러면 스스로 나는 법을 깨닫게 될 거야
나는 조나단, 더 이상 빵부스러기에 연연하지 않는
적도의 펭귄5
흔해빠진 스트라이프 팬티는 사양할래
더 이상 그녀의 젖가슴이 떠오르지 않거든
쇄골과 골반 안쪽에는 맹수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검은 눈동자 문신을 그려놓았어
유명한 빵집 앞에서 22분을 기다려 바게트를 샀지
비스듬히 칼집 넣은 중간 중간에 오후를 채워 넣었어
빠삐용의 죄수복에도 붉은 칼집이 들어간 것을 아나?
찢긴 나비의 날개 조각들이 채워져 있던 걸로 기억해
낯선 이들의 침입을 막으려 부적처럼 세워놓은
검은색 기타 옆에 바게트빵을 기대놓았어
여섯 개의 현에 매달린 그녀가 가는 잠에서 깨어나 한입 물었지
후두둑 오후가 쏟아져 내리더니 이내 나비가 된 그녀가 웃고 있네
더 이상 스테레오타입의 섹스는 사양할래
가슴에 노란 빠삐용 문신을 새긴 그녀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거든
올해 '제3회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리호(45·여·서울시 강동구)시인이 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리 시인은 지난 9월 충북 보은군과 실천문학사에서 주관한 오장환 신인문학상에 '기타와 바게트'란 제목의 시로 응모해 당선했다.
송찬호 시인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작품 전반에 깔린 패기 넘치는 목소리를 높이 샀다.
당선작인 '기타와 바게트'에 관해 "에피그램의 제시부터 언어 선택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형식의 구사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파편적으로 배치된 듯한 이미지 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의 축조도 신인상에 걸맞은 목소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기교와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과 조금 거칠지만 패기 넘치는 리호씨의 작품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상자로 선택했다"고 심사위원들은 밝혔다. 그만큼 리 시인에게 성장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M2-9>우주시 동인으로 활동하는 시인이다.
리 시인은 "12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 이런 영예를 안게 되었다. 두고두고 사람 살리는 좋은 시를 쓰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갚겠다. 앞으로 문단에 한 획을 긋는 좋은 시인으로 남기를 소망한다"고 당차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리 시인은 올해 '제3회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뒤 '제3회 이해조문학상'과 '제1회 하늘사랑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기성문단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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