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1918~1951)은 한국 시사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시인이다. 모더니스트와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그는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흐름에서 김수영과 황지우로 이어지는 하나의 길을 개척했으며, 그 아방가르드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삶을 위한 예술이라는 사실을 시적으로 웅변한 시인이다. 실천문학사는 보은문화원과 함께 오장환의 시적 성과를 기리고, 나날이 부박해지는 문학적 환경 속에서 시의 현실적 위의를 다시 되새기기 위해 ‘오장환 문학상’의 두 번째 수상자를 아래와 같이 결정하였다.
백무산의 수상 시집 『거대한 일상』은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살아 꿈틀대는 비유, 힘 넘치는 사유를 펼쳐 보인다. 황폐화된 세계에 대한 사회적 명상과 서정적 감수성의 결합을 통해 나온 빼어난 시편들은 시가 시에 머물지 않고 시 너머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 또한 죽은 시인이다”라는 네루다의 말을 한국시의 전통 속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시인으로서 우리는 백무산의『거대한 일상』이 오장환의 미학적 계보를 오늘의 현실에서 잇고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문학의 중심을 형성하며 끊임없는 갱신과 깊이를 획득하며 민중시의 가능성을 열어왔던 백무산의 일곱번째 시집. 점점 또렷하고 깊어졌을지언정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은 시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살아 꿈틀대는 비유, 힘 넘치는 사유를 펼쳐 보인다. 단연 압권인 것은 치욕과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일상을 직시하고 노동의 현실을 새롭게 각성해야 하는 오늘의 상황에 대한 정직한 고백을 담은 시들이다.
이 시집은 분명 좌초하거나 시적 완성도 획득에 실패한 민중시와 노동시에 실망한 독자들과 문단에 던지는 강력하고 파괴력 있는 몸짓이 될 것이다. 판에 박힌 내면에 매몰된 시단에서 근래에 이만한 힘과 완성도를 지니고 시원하게 정신과 현실을 일깨워주는 시집이 있었던가. 불편하고 부끄러울지라도 우리가 그의 시를 새겨야 할 이유는 고뇌 끝에 시인이 도달한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지점에 있다.
수 상 자 : 백무산
수 상 작 :『거대한 일상』(창비, 2008)
상 금 : 천만 원
주 관 : 실천문학사, 보은문화원
시 상 : 2009년 9월 18일 ‘오장환 문학제’
장 소 : 보은문화예술회관
심사위원 : 최두석(시인), 도종환(시인), 유성호(문학평론가)
수상자 약력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4년『민중시』1집에 「지옥선」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초심』, 『길 밖의 길』 등이 있으며,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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