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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오른손잡이의 슬픔 / 정일근

 

 

오른손이 아프고 부터 왼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오른손 왼손을 평등하게 가지고 태어났으나
태어나면서 나는 오른손에 힘을 주며 세상을 잡았다
나는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았고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고 공책에 글을 썼다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고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걸어 사랑을 맹세했다
우주의 무게 중심이 오른쪽이라 믿었으니, 全知者도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 가르쳤으니
왼손은 오른손에서 제일 먼 곳에서 잊혀져 있었다
오른손이 아프고 부터 왼손으로 세상을 잡는다
왼손으로는 지푸라기 하나 쉽게 잡히지 않는다
자꾸만 놓치고 마는 왼손의 未熟 앞에
오른손의 편애로 살아온 온몸이 끙끙거린다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折半을 잃고 산다
손은 하나다 두 손을 모아야 기도가 되듯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오른손잡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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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청 주최하고 영랑기념사업회와 계간 '시와시학' 공동주관하는 제4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남조 씨(본상)와 정일근 씨(우수상)가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김 씨의 '영혼과 가슴'(새미), 정 씨의 '오른손잡이의 슬픔'(고요아침)이다.

 

시상식은 제1회 영랑문학제가 개최되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전남 강진읍 영랑 생가에서 열린다.

 

이 상은 영랑 김윤식(1903-1950)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올해부터는 고향인 전남 강진군의 지원으로 본상과 우수상으로 나눠 각각 상금 1천만 원과 300만원을 시상한다.

 

 

 

영혼과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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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선문禪門에서 ''이란 몽둥이란 뜻이다.

 

내게 방!이란 나를 때리는 시의 몽둥이다.

 

시가 나를 방!해서 나는 시를 받아 적었다.

 

내 시를 읽는 분들께 그 한 방!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해지길 바랄 뿐이다.

 

어느새 시력詩曆 서른 해에 닿았다..

 

시인 30년이라니!

 

11번빼 시집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

 

                                 2013년 새봄에

                                           

                                          정일근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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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올해로 제24회째인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에 정일근 시인의 ‘방’(서정시학), 평론 부문에 오형엽 평론가의 ‘환상과 실재’(문학과지성사)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시 부문 심사는 신달자ㆍ김현자ㆍ조정권ㆍ이숭원, 평론 부문은 김윤식ㆍ김종회ㆍ문흥술ㆍ유성호 심사위원으로 진행됐다.

 

수상자인 정일근 시인은 이번 수상에 대해 “등단 서른해에 낸 11번째 시집 ‘방!’으로 월하 김달진 선생님이 주시는 ‘근속상’을 받았다”며 중학교 교가 작사가이자 대학시절 은사의 스승이었던 인연이었다는 인연을 소개하고, 그 인연이 이어져 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오형엽 평론가는 “문학비평을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되니 독창적인 발상과 참신한 방법론과 패기 있는 주장보다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모습을 확인하며 부끄럽기만 하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신인 비평가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일만이 부족한 저를 격려해 주신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님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10월26일 오후 5시 창원시 진해구민회관에서 치러지며, 상금은 각 2,000만원이다. 또 시상식 이전인 6월5일 오후 6시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기념 시낭독회도 열린다.

 

 

 

2013년 제24회 김달진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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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 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2004 제18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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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일근(45)씨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시문학상 18회 수상자로 47일 결정됐다. 수상작은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13. 정 시인의 시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따스하고 편안한 시적 매력과 치열한 시 정신이 돋보이면서도, 생명존중 사상과 평등정신, 그리고 사랑의 철학을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시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소월시문학상은 김남조, 김성곤, 김재홍, 문정희, 오세영, 오탁번, 조정권씨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고, 지난해 신설된 특별상은 최근 췌장암으로 투병중인 임영조 시인이 수상했다. 수상작은 "오이도". 정일근 시인과 경합한 김선우, 최영철 시인 등 7명은 추천 우수작상을 각각 수상했다.

 

정 시인은 "5년 전 5월에 쓰러져 뇌종양진단을 받고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빈손이 되었을 때 제 주머니 속에 남은 것이 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를 받아준 것이 자연이었습니다. 시가 고맙고 자연이 고맙기에 저는 자연의 시인으로 남고 싶은 것입니다. 진실로 열망하는 상이 제게로 왔으니 머리 숙여 수상의 영광을 받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1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정일근 시인은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등의 시집을 상재했으며,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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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을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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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귀가 서럽다 / 이대흠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고백했던 시절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세상으로 내가 아픈 시절

저녁은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황혼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실 같은 바람이 불어오느니

국화꽃 그림자가 창에 어리고

향기는 번져 노을이 스네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귀가 서럽네

 

 

 

 

귀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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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 대표로 활동하는 정일근 시인(52·경남대 교양학부 교수)'7회 육사시문학상'의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육사시문학상 주관사인 TBC 대구방송은 제7회 육사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정일근 시인의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문학과 지성사), 젊은시인상 수상자로 이대흠 시인의 시집 '귀가 서럽다'(창작과 비평사)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7회 육사시문학상 심사위원 김주연(문학평론가), 정희성(시인), 김종해(시인), 김재홍(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이태수(시인) 등은 "운명의 형식으로서 고독과 허무를 깊이 있게 천착하면서 그것을 사랑과 슬픔으로 따스하게 치유하려는 서정적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뛰어난 시집"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6시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이육사 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 개막식에서 마련된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1000만 원이, 젊은 시인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이 주어진다.

 

정일근 시인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에 우리나라 시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육사 이원록 선생의 이름자가 들어간 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무거움을 느낀다""육사 선생의 시정신에 부끄럽지 않는 시인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시인은 1984'실천문학'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처용의 도시', '경주 남산',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오른손잡이의 슬픔',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그동안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시력 25년을 기념해 펴낸 정일근 시인의 10번째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는 지난해는 지훈문학상을, 올해는 육사시문학상을 수상해 남다른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육사시문학'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TBC 대구방송이 지난 2004년 제정했으며 그동안 정완영, 김종길, 허만하, 이수익, 정희성, 김형영 시인 등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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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시인 / 정일근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 이름 배우다 무릎 탁!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 간자미, 고등어 새끼 고도리, 청어 새끼 굴뚝청어, 농어 새끼 껄데기, 조기 새끼 꽝다리, 명태 새끼 노가리, 방어 새끼 마래미, 누치 새끼 모롱이, 숭어 새끼 모쟁이, 잉어 새끼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 설치, 작은 붕어 새끼 쌀붕어, 전어 새끼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 팽팽이, 갈치 새끼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 시인의 이름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 시냇물이면 시냇물 바다면 바다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그들의 방언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것 생각하면 그 생명 모두 시인이다. 참 착한 시인이다.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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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진해 출신인 월하 김달진 시인(1907~89)을 기리자는 취지로 하는 김달진문학상의 여섯 분야 수상작가가 모두 정해졌다. 같은 목적으로 벌이는 제14회 김달진 문학제 일정도 짜였다.

 

20회 김달진 문학상은 지난 4월 일찌감치 정해졌다. 시에 황동규 시인의 시집 <겨울밤 05>, 평론에 최유찬 평론가의 비평집 <문학과 게임의 상상력>이 그것이다.

 

5회 월하지역문학상과 제2회 월하진해문학상을 받을 사람은 8월 말 결정됐다. 창녕 출신 이우걸 시조시인의 작품집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와 진해 출신 정일근 시인의 시집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이 제각각 해당된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심사평에서 "이우걸의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는 삶에 대한 통찰과 문학적 형상이 잘 어우러진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주는 울림이 다른 어떤 시집들보다 진폭이 크다. 또한 시조라는 짧은 시 형식 속에 삶의 깊이를 잘 갈무리하고 있으며, 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은 시조가 자유시와 더불어 현재진행형의 형식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정일근의 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유로운 상상력에 스스로를 놓아두고 놀고 있는 형상이다. 바슐라르가 말한 바와 같이 '시가 정신의 형이상학이라기보다 영혼의 현상학'이라는 명제에 시의 몸을 얹어두고 있다. 보이지는 않으나 보이는 영혼에 불을 밝히고, 존재 인식의 끝자락에서 바람 한 줌을 얻어 시의 피리를 불고 있다"고 했다.

 

월하 지역문학상은 1회 김륭(김영건) 2회 노춘기 3회 이서린 4회 성선경 시인이 받았다. 이번 이우걸 시인 수상은 앞선 수상자들이 40~50대 중견이라는 데 견줘 60'원로급'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우걸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상이란 귀한 것이고 더구나 훌륭한 심사위원들의 여러 견해가 반영된 결정이라 감동스럽기도 한 것이라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저로서는 이 귀한 상을 받을 적임자가 못 된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우걸 시인의 수상작품집은 본인 응모가 아니라 추천으로 심사 대상에 들어갔다.

 

월하지역문학상이 경남에서 나거나 경남에 살고 있는 시인이 대상인 한편, 지난해 제정된 월하진해문학상은 진해 관련 문인이 대상이다.

 

이미 서정시인으로 이름이 높은 이번 수상자 정일근은 "진해에서 태어나 말을 배우고 글을 배워 시인이 되었고 진해에서 첫 시집을 묶었다. 그래서 진해는 어머니와 같은 말이다. 누구의 고향인들 어머니 같지 않을까만 진해에 어머니 아직 홀로 살고 계시니 저에게 더욱 사무치는 말이다"면서 "수상의 영광은 가난했지만 빛났던 그 시절에 돌리고, 수상의 기쁨은 그 시절의 가슴 뜨거운 시인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0일 오후 4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 김달진문학제 기념식에서 치러진다. 특히 이번 문학제는 주민을 위해 소리꾼으로 이름난 장사익 축하공연을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무료로 마련한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20일 오후 5시 진해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지는데 주최 쪽은 "자리가 모자라면 입장을 못할 수도 있으니 일찍 오셔서 자라잡아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20일 오전 10시에는 제3회 동화구연대회(진해시민회관)와 김달진 생가·문학관 방문(현장)이 이뤄지고 오후 1시에는 제14회 문학심포지엄이 경남문학관 2층 세미나실에서 '지역문학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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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을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의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바다가 보이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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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인연, 인드라망

 

일어섰다 눕다를 되풀이하는 두어 달 시름시름한 병중에서 지훈문학상 수상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땅의 시인으로 존경하는 분의 이름으로 주는 문학상을 받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으나 그 영광이 저에게는 앞으로 지훈문학상의 이름값을 못하는 시인이 되면 어쩌나 싶은 정신적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최근 쉽게 회복되지 않는 병 하나와 친구하며 지내며 저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을 세계 최빈국가의 하나인 동티모르공화국에서 보냈습니다. 해발 15백 미터가 넘는 동티모르 고산지대에서 커피농사를 짓는 그곳 사람들과 여름을 보내며 그들의 커피수확도 돕고 한 NGO의 공정무역(fair trade)을 취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히말라야를 비롯하여 세계의 오지를 많이 다녔지만 적도를 넘어가는 열대지역은 처음이었습니다. 동티모르를 떠나 귀국하기 전날 우리가 학질이라고 부르는 말라리아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38~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에 시달리며 인도네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오랜 비행시간 동안 저는 또 한 번의 죽음의 경계를 아주 가깝게 경험했습니다.

 

귀국하여 말라리아는 치료되었으나 그러나 고열이 남긴 길고 긴 후유증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 사이 응급실에 여러 번 실려 가기도 하고 몇 번의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했지만 한번 고갈된 물통의 물이 다시 채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제 치료를 맡은 의사는 말라리아 후유증과 싸우는 데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전 세계적으로 1년에 2백만 명이 말라리아로 죽어 간다는 사실도 알았으며 말라리아가 우리나라에서도 발병하고 있으며, 불운했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위험한 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돌아보면 마흔 이후 저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2번의 뇌수술과 히말라야 고산등반으로 인한 고산병 등으로 쓰러질 때마다 시가 있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시가 있었기에 제 삶에서 가장 혹독한 시기로 기록될 불혹에서 지천명까지의 힘든 10년을 이를 악물고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등단 25년을 맞이해 나름대로 뜻깊은 10번째의 시집을 펴내고도 출판사에서 보내온 새 시집들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육신의 고통 속에서 불완전한 미래에서 오는 공포와 싸워야 했습니다. 시를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속수무책의 시간들 속에서 삶이 난파선 같았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수상통보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두려웠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시가 다시 저에게 내미는 운명의 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가 다시 한 번 저의 등짝을 짝소리 나게 치며 다시 일어서라는 뜨거운 경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훈 선생님을 뵌 적이 없습니다. 1968년 지훈 선생님이 이승을 떠나셨을 때 저는 장래 희망이 시인인 10살짜리 어린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청록파를 배우며 지훈 선생님의 시를 읽게 되었고 제가 중학교 국어교사였을 때 역시 중학생들에게 청록파를 가르치며 지훈 선생님의 시를 읽게 하였습니다. 그것이 지훈 선생님과의 인연이라면 인연의 전부인데 그 이슬방울보다 작은 인연의 힘이 저에게 다시 용기와 힘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불가에 연기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드라망이란 말이 있습니다. ‘인드라’(Indra)는 인도의 수많은 신 가운데 하나로 제석천(帝釋天)이라고도 합니다. 제석천의 궁전에는 무수한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 즉 인드라망이 있는데 그 그물은 한없이 넓고, 그물의 이음새마다 있는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또 비추어 주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불가에서 그 구슬들은 서로를 비출 뿐만 아니라 그물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비추고 비치는 밀접한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 인드라망입니다.

 

이 세상 모든 법이 하나하나 별개의 구슬같이 아름다운 소질을 갖고 있으면서 그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그 하나는 다른 것들과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오늘 저는 지훈 선생님의 맑고 향기로운 정신의 구슬에 제 얼굴을 비추며 지훈 선생님에서부터 저에게까지 이어지는 시의 인드라망에 한없이 감사하는 것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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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저는 1992년부터 울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푸른 동해를 가진 울산은 예로부터 고래바다’[鯨海]였습니다.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58마리의 고래그림이 새겨져 있고, 고래가 회유하는 바다는 천연기념물 126호인 울산귀신고래회유해면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고래와 저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습니다. 제가 울산의 시인으로 살면서부터 제 이름 뒤에는 고래보호운동가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어느 시인은 저에게 고래 파수꾼이라고도 불러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생명운동가가 아니라 고래를 기다리는 시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고래를 사랑하였기에 자주 바다로 나가 고래를 관찰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망망대해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기도 했고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10년이 넘게 고래를 관찰하면서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동안은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리는 대상이 사랑하는 것일 때 더없이 행복하였습니다. 그것이 낡은 유행가 가사처럼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일지라도 기다리는 그 순간만은 꿈결처럼 감미로운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기다리는 일의 연속일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에는 설빔을 입는 설날을 기다렸고, 첫사랑을 하면서 그 사람만을 기다렸고, 군사독재시절 청춘의 어둠이 춥고 길수록 자유의 새벽을 기다렸습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블라디미르에스트라공처럼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에겐 약속만이 있을 뿐 기다리는 것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약속과 기다리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차가운 금속성이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는 뜨거운 동물성입니다.

 

소풍, 생일, 방학, 서울 가신 아버지, 친구의 답장, 첫사랑, 첫 키스, 등단, 첫 시집, 제가 온몸으로 기다렸던 그 많은 것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기다리는 것이 그리울 때 저는 울산바다로 고래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닙니다. 고래는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기에 고래를 기다리기 위해 바다로 나갔습니다. 우리 모두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귀신고래는 돌아오지 않은 지 40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밍크고래와 돌고래 무리와 상괭이 같은 것은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고도처럼 불쑥, 불쑥불쑥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고래를 기다리는 일은 아프고 고된 기다림이었습니다. 고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동물이지만 망망대해 위에서는 하나의 점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 점을 기다리는 일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수백 장의 종이 위에 연필로 선을 긋듯 바다 위를 오가며 고래를 기다리는 일, 그건 저를 떠나간 첫사랑의 여자를 기다리는 일과 같았습니다. 그 여자네 집으로 가는 막다른 골목길 외등 아래에 서서 혹시 저를 찾아오는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일과 같았습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시는 기다리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다짐을 하지만 또 다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저를 보는 일이 고래를 기다리는 일이었습니다. 어느새 고래를 기다리는 일이 저의 시가 되었지만 그 기다림이 저는 푸른 바다 위로 부는 맑은 해풍처럼 좋았습니다.

 

저는 시를 쓰는 일도 기다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가 기다림이 아니라면 수많은 시인들이 어떻게 평생을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다갔겠습니까? 또한 그보다 더 많은 시인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21세기로부터 용도폐기 중인 시를 쓰며 살아가겠습니까?

 

저는 다시 기다릴 것입니다. 앞으로 10, 20, 기다리다 제 생이 모래 한 줌으로 사라진다 해도 기다리는 고통 속의 즐거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약속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존경하는 심사위원 분들과 지훈상 운영위원회, 나남출판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번 수상으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지훈문학상을 받는 첫 시인인 된 것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언제나 시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금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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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지훈문학상 심사보고

 

이번에 지훈문학상 수상 후보로 최종 거론된 시인들은 모두 20년 시력(詩歷)을 채운 우리 시단의 중견들이었고, 작품적 완결성과 미적 좌표의 품격으로 보아도 그 어느 해보다 미더운 성취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미적 성취와 가능성으로 이분들의 시집은 한결같이 지훈문학상의 제고된 위상을 보여 주기에 족한 것이었다. 후보들은 김경미의 고통을 달래는 순서, 이진명의 세워진 사람, 정끝별의 와락, 정일근의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였는데 이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정일근 시편의 문학성과 한결같은 지속성을 높이 평가하여 제9회 지훈문학상 수상작으로 그의 시집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를 선정하였다. 김경미 시편이 보여 주는 부재와 사랑의 견고한 결속, 이진명 시편의 투명하고도 아름다운 원음’(原音), 정끝별 시편의 자유롭고 탄력 있는 꿈과 사랑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으나, 심사위원들은 오랜 토론 끝에 정일근 시편이 보여 주는 오랜 지속과 심화의 세계를 최종 선택하게 되었다. 더불어 심사위원들은 안도현 시인이 말한 죽음 직전의, 아픔의 우물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와서써낸 깊은 세계에 의미 있는 격려가 얹혀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정일근 시인은 그의 열 번째 시집이 되는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까지 지속적이고 균질적인 시 창작을 해 왔다. 이는 등단 25년을 맞은 이 중견 시인의 지속적 심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 주기에 족하다고 할 수 있다.

 

시편 가득 넘쳐나는 바다고래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자신이 가 닿고자 하는 상상의 세계, 곧 깊은 상처를 넘어서는 그리움사랑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단시(短詩) 미학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고, 삶의 여러 존재론에 대해서도 깊고 다양한 투시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너를 기다렸던 일/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팽팽한 수평선 걸어 내게로 돌아올/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면서, ‘열망기다림의 자세가 삶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준 그의 시세계가, 아름다운 마을 은현리’(銀現里)에서 더욱 심원하게 완성되어 가길 기대해 본다.

 

이제 정일근 시편은 그동안 지훈문학상이 배출한 수상자들의 성취에 더해져, 이 상의 위상을 더욱 높여 줄 것이라 생각한다. 거듭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새삼 지훈 선생님의 높은 시세계와 정결하고도 오롯한 문학 정신을 되새기면서, 다시 한번 지훈문학상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마지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 유성호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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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덮다
    

                                                                         - 정일근 -

               
  도서관 겨울 벤치에 앉아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시인선 십일번
에이츠의 시집 『첫사랑』을 읽으며 그녀를 기다렸다. 일천구백
칠십사년 초판이 나왔던 시집은 올해 넓은 판형 두툼한 두께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초판과 개정증보판 사이 이십 년이란 세
월이 뚜벅뚜벅 흘러갔다. 초판본을 읽던 시절 나는 그녀를 사랑
했다. 첫사랑이었다. 그때 월영동 고목나무에 그녀의 이름을 칼
로 새기며 밤새워 신열에 떨며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모름지기 시인의 사랑은 그러해야 한다고 믿으며 깊은
밤 홀로 깨어 빈 원고지에 눈물을 채웠다. 세월은 흘러갔고 첫
사랑이 남긴 아픈 상처는 내 시집 속에 몇 편 슬픈 사랑의 물무
늬로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첫사랑의 개정증보판이라니! 시간
과 시간 사이에 쌓인 세월의 검은 먼지를 후후 불어내고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초판이 절판된 내 첫
사랑도 개정증보판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꿈을 꾸며 그녀를
기다렸지만 그날처럼 더이상 얼굴이 붉어지지 않았다. 판형이
커진 첫사랑의 개정증보판처럼 어느새 내 그리움의 허리도 기
름져 굵어져버렸다. 두툼해진 책의 무게처럼 내가 가지고 살아
가는 죄의 무게만 무거워져왔을 뿐이다. 이게 세월이구나, 아
득히 절망하며 첫사랑을 덮었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오지 않았
다.

출처 : 경남대학교 철학인들의 모임
글쓴이 : 권수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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