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그림자에 불타다 / 정현종

 

 

버스 타고 

근동 지방을 구불구불 가다가 

드넓은 밀밭을 검게 태운

구름 그림자를 보았다 

구름 그림자에 타서! 대지는 

여기저기 검게 그을려 있었다.

 

욕망 - 구름 그림자 

마음 - 구름 그림자

 - 구름 그림자에

일생은 그을려

 - 구름 그림자 

 - 구름 그림자 

 - 구름 그림자에  

세계는 검게 그을려

 

그 모든 너울을 걷어낸 뒤의

구름 자체를 나는 좋아하고

그리고 

은유로서의 그림자에 불타는 바이오나

 

 

 

제26회 김달진문학상 수상 작품집

 

nefing.com

 

 

정현종(77) 시인과 김재홍(69) 평론가가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문학과지성사)와 평론집 <생명, 사랑, 평등의 시학탐구>(서정시학)2015년 제26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에 각각 선정됐다.

 

김달진문학상은 진해 출신 김달진 시인의 시적 업적을 기리고자 고인 1주기인 지난 1990년 제정됐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와 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고 창원시와 서울신문사가 후원한다.

 

시와 평론 두 부문에서 문단 경력 10년 이상인 작가의 최근 1년간(전년도 4월부터 그해 3월까지) 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을 해왔다.

 

올해 수상자로 뽑힌 정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지난 1965<현대문학> 3월호에 박두진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해 1972년에 첫 시집 <사물의 꿈>을 비롯해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등의 시집을 냈다. 정 시인은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연세대 국문과 교수 등으로 일했다.

 

<그림자에 불타다>는 시의 정통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건청 시인은 "정현종의 짧은 시편은 선연한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오랜 내공과 고투의 결과다. 정 시인은 유구한 시의 정통을 이어받아 궁벽한 고독 속으로 침잠해 시를 건져내오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수상 소감으로 글쓰기에 더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 일과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그리하여 생각과 감정이 균형과 조화를 향해 움직이며 따라서 정신은 넓어지고 깊어진다""나는 꽤 오랫동안 시를 쓰고 산문도 썼는데, 그게 얼마나 공부가 됐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수상자로 선정된 김재홍 문학평론가는 충남 천안 출생으로 지난 1969년 문학평단에 등단했다. 경희대 국문학과 교수로 일했고, <한용운문학연구>, <시어사전> 등을 펴냈다. 현재는 계간지 <시와시학>의 창간인 겸 주간으로 경희대 명예교수 겸 백석대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평론집 <생명, 사랑, 평등의 시학탐구>는 한국 현대시를 매우 넓고 깊게 바라본 비평서라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인 문홍술 평론가는 "이 비평서는 한국 현대시에 대한 문학 비평적 사유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약 50년간 현대시를 통해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탐색해온 비평가의 비평적 삶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주목된다"고 표현했다.

 

김 평론가는 "새삼 부족한 사람에게 신선한 수상소식으로 새로운 깨침과 활력을 줬다. 월하 선생의 명복을 빈다. 남은 날은 적겠지만 성심성의 맑고 곧은 마음으로 문학적 생애를 마무리해 갈 것으로 스스로 다짐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 시인과 김 평론가는 각각 2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시상식은 김달진 문학제 기간에 맞춰 95일 오후 5시 창원시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림자에 불타다

 

nefing.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