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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 이건청

 

 

곡마단이 왔을 때

말은 뒷마당 말뚝에 고삐가 묶여 있었다.

곡마단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갈 때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쫒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묶여 있었다.

 

날이 저물고, 외등이 환하게 밝혀지고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

말은 그냥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곡마단 곡예사가 와서 고삐를 풀면

곡예사에 끌려 무대에 올라갔는데

말 잔등에 거꾸로 선 곡예사를 태우고

좁은 무대를 도는 것이 말의 일이었다.

 

크고 넓은 등허리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무대로 뛰어내렸다가 휘익 몸을 날려

말 잔등에 올라타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곡예사는 채찍으로 말을 내리쳐

박수소리에 화답해 보였다.

 

곡예사가 떠나고 다른 곡예사가 와도

채찍을 들어 말을 내리쳤다.

말은 매를 맞으며 곡마단을 따라다녔다.

 

곡마단 사람들이 더러 떠나고

새 사람이 와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쫒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평생을 거기 그렇게 묶여 있을 것이었다.

 

 

 

 

2017년 제28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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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이건청(75)과 문학평론가 장경렬(64)이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가 29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와 평론집 꽃잎과 나비, 그 경계에서.

 

이건청 시인은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문단의 대표적 작가다. 지난 2010년 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로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하는 장경렬 평론가는 평론집 꽃잎과 나비,그 경계에서로 수상자가 됐다.

 

김달진문학상은 경남 창원 태생의 시인이자 한학자 월하(月下) 김달진(1907~1989)의 문학과 삶을 기리고자 1990년 제정된 문학상으로 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가 해마다 선정한다. 1990년 제정한 이래 시 부문만 시상하다가 1998년부터 평론 부문도 신설했다.

 

시상식은 오는 99일 오후 4시 진해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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