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니다 / 신달자
북촌으로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할아버지 노방저고리 단추만 한 이 한옥도 우연이 아니다
나는 되돌아서서
다시 되돌아서서
느리게 느리게 북촌을 걸으며 되돌아서서
걸어온 내 생을 본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을 마을 거창
가끔 하늘이 열리며 서울을 그리워하던 곳
어머니라는 말 친구라는 말 사랑이라는 말을 배운 일
그렇게 산에서 부산 바다로 다시 서울 한강으로
그게 어디 우연이겠는가
되돌아서서 바라보면 다 예쁘다
다시 돌아가진 않겠지만
결코 돌아가진 않겠지만
나는 지금
다시 되돌아서서
지난 시간들을 어루만진다
어루만지다가
노후의 계단을
시큼하게 본다
신달자(75) 시인이 시집 <북촌>(민음사, 2016)으로, 고려대 심경호(63) 교수가 학술연구서 <김삿갓 한시>(서정시학, 2018)로 각각 제29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달진문학상은 진해 출신으로 한학자이자 시인인 김달진(1907~1986) 선생을 기리고자 타계 1주기인 1990년 6월에 제정됐다. 창원시와 서울신문사 후원으로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하는 전국 단위 문학상이다.
대상은 매년 3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 발간한 시집, 평론집, 학술서다. 올해부터는 저자 문단 경력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시와 평론에다 학술연구를 포함했다. 시는 매년, 학술과 평론은 격년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시집 <북촌>은 신달자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이다. 2014년부터 서울시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열 평 남짓 작은 둥지를 틀고 살면서 계동이며 가회동 구석구석 골목을 누빈 발걸음이 담겼다. 시인이 '가슴으로 썼지만 발로도 썼다'고 표현한 이유다.
북촌에서 삶은 시인에게 그의 고향 거창 같은 편안함과 그리움을 줬다.
"거창을 다녀오면 한 사흘 콧노래가 나오지/원서동은 거창의 대동리 같다고/아니아니 계동이 거창 같다고/그건 아니지/가회동이 거창 같다고/좋은 것은 무도 거창 같다고/아니 북촌이 거창이라고" ('거창을 다녀왔다' 중에서)
지난해 수상자이자 올해 심사위원인 유안진(77) 시인은 특히 북촌의 내력이 담긴 시들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말을 쓰는 시인으로 마땅히 해야 할 역사와 민속 사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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