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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꽃나무 아래의 키스 / 이수익

 

 

더 멀리

떠나왔나 보다.

密敎의 단호한 문을 여러 겹 건너

비바람과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

바위처럼 금간 상처를 내려다보며

그래도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서로 위로하면서

몇 백 날을 그렇게 달려왔지.

은닉한 쾌감에 메마른 주둥이를 대고 싶어

피 흐르는 육체의 윤곽을 덮어 지우면서

저 감옥 속으로

감옥 속으로.

 

 

 

 

꽃나무 아래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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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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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방송(TBC)은 제4회 육사시문학상 본상에 이수익(65) 시인의 '꽃나무 아래의 키스', 신인상에 김선우(37) 시인의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를 각각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육사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본명 이원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제정한 상이며, 올해 최종 심사는 오생근 서울대교수, 이동순 영남대 교수 등이 맡았다.

 

이 시인의 작품은 정신과 감각이 섬세하고 깊이있게 통합되어 은은한 시적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평가와 함께 '발견의 시학''깨침의 시학'을 관통하는 시안(詩眼)의 신선함이 시법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감각의 신선함을 일깨운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TBC측은 설명했다.

 

또 김 시인은 발랄한 상상력과 모성적 포용력을 겸비해 세계를 새롭게 보고 다양하고 풍부한 언어를 통해 우주적인 소통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4회 육사시문학상 시상식은 다음달 2일 경북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며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천만원이, 신인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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