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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 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2004 제18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nefing.com

 

 

시인 정일근(45)씨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시문학상 18회 수상자로 47일 결정됐다. 수상작은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13. 정 시인의 시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따스하고 편안한 시적 매력과 치열한 시 정신이 돋보이면서도, 생명존중 사상과 평등정신, 그리고 사랑의 철학을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시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소월시문학상은 김남조, 김성곤, 김재홍, 문정희, 오세영, 오탁번, 조정권씨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고, 지난해 신설된 특별상은 최근 췌장암으로 투병중인 임영조 시인이 수상했다. 수상작은 "오이도". 정일근 시인과 경합한 김선우, 최영철 시인 등 7명은 추천 우수작상을 각각 수상했다.

 

정 시인은 "5년 전 5월에 쓰러져 뇌종양진단을 받고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빈손이 되었을 때 제 주머니 속에 남은 것이 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를 받아준 것이 자연이었습니다. 시가 고맙고 자연이 고맙기에 저는 자연의 시인으로 남고 싶은 것입니다. 진실로 열망하는 상이 제게로 왔으니 머리 숙여 수상의 영광을 받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1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정일근 시인은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배지에서 보내는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등의 시집을 상재했으며,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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