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동공 / 박주택
이제 남은 것들은 자신으로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만 바다를 그리워한다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 말 한 마리
아주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들이 그 위를 비추면
창백한 호흡을 멈춘 새들만이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쉰다
꽃들이 어둠을 물리칠 때 스스럼없는
파도만이 욱신거림을 넘어간다
만리포 혹은 더 많은 높이에서 자신의 곡조를 힘없이
받아들이는 발자국, 가는 핏줄 속으로 잦아드는
금잔화, 생이 길쭉길쭉하게 자라 있어
언제든 배반할 수 있는 시간의 동공들
때때로 우리들은 자신 안에 너무 많은 자신을 가두고
북적거리고 있는 자신 때문에 잠이 휘다니,
기억의 풍금 소리도 얇은 무늬의 떫은 목청도
저문 잔등에 서리는 소금기에 낯이 뜨겁다니,
갈기털을 휘날리며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 말 한 마리
꽃들이 허리에서 긴 혁대를 끌러 바람의 등을 후려칠 때
그 숨결에 일어서는 자정의 달
곧이어 어디선가 제집을 찾아가는 개 한 마리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을 토하며
어슬렁어승렁 떫은 잠 속을 걸어 들어간다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20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박주택(경희대 국문학과 교수·46)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간의 공동' 외 13편이다.
소월시문학상심사위원회(심사위원 김남조·송수권·오세영·권영민·최동호·조정권·김성곤)는 7일 "탁월한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균형미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적 성취를 보였다"며 박씨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중진·원로시인들에게 시상하는 소월시문학상 특별상의 세 번째 수상자로는 유안진(서울대 교수·64)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불을 마신다' 외 9편. 이와 함께 추천 우수상 수상자로는 이재무, 김완하, 조용미, 문태준, 권혁웅, 김선우 시인이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1천 500만원, 특별상 500만원이다. 시상식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이상문학상 등과 함께 오는 11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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