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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가을 / 이문재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나는 두려워 헤아리지 못합니다
마음의 눈 크게 뜨면 뜰수록
이 눈부신 음식들
육신을 지탱하는 독으로 보입니다

하루 세 번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내 몸 속에 들어와 고이는
인간의 성분을 헤아려보는데
어머니 지구가 굳이 우리 인간만을
편애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주를 먹고 자란 쌀 한 톨이
내 몸을 거쳐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커다란 원이 보입니다
내 몸과 마음 깨끗해야
저 쌀 한 톨 제자리로 돌아갈 터인데

저 커다란 원이 내 몸에 들어와
툭툭 끊기고 있습니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린다 해도
이 음식으로 이룩한 깨달음은
결코 깨달음이 아닙니다

* 지리산 실상사 공양간(식당) 배식대 앞에 붙어 있는 공양게송이다. 인용하면서 '보리'를 '깨달음'이라고 바꾸었다.

 

 

 

 

지구의 가을 외

 

nefing.com

 

 

시인 이문재(43. 시사저널편집위원) 씨가 문학사상사 주관 제17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구의 가을> 9편이다. 그의 시는 선정 위원들로부터 탁월한 시적 상상력과 지적인 탐험가적 시선으로 물상을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심사위원:김남조 김용직 송수권 김명인 김승희 신범순 조남현). 상금은 1천만원이다.

 

또 김선우의 <능소화>, 문인수의 <대숲>, 정일근의 <서리꽃> 8인의 작품이 추천 우수작, 문정희의 <새우와의 만남> 등이 기수상작가 추대작으로 각각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문학사상사 창사 30주년 기념식과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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