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나는 / 김정란
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았던 매미 날개와 매미 날개에 머무는 햇살과 그 햇살의 순간의 예민한 망설임들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오로라와 그 오로라가 우주 먼 곳 태어나지 않은 역사와 맺는 관계를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내 내장 깊은 곳까지 박힌 칼들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언젠가 그 칼들이 나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못한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죽어 가는 세계의 모든 생명들과 이제 막 태어나는 어린 생명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 될 것이라고 믿는다. 될 것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이며 너이며 그들인가. 사랑으로 나는 중심이며 주변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의 상처의 노예이며 주인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의 상처를 세계의 상처 위에 겸손 위에, 나처럼 아프고 불행한 세계의 상처 위에, 가만히, 다만 가만히.
김정란 시인(46, 상지대 불문학과 교수)이 제1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사랑으로 나는’ 외 7편이다.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김정란 시인은 〈다시 시작하는 나비〉 〈매혹, 혹은 겹침〉 〈그 여자, 가만히 뒤돌아보네〉 등의 시집을 낸 바 있다.
그간 김정란 시인은 여성적 글쓰기를 시험하는 작품을 발표해와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한편 김정란 시인은 평론 활동과 번역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수상 작품집에는 고재종, 나희덕, 송찬호, 이윤학, 장석남, 정끝별, 함민복 씨의 작품이 추천 우수작으로 수록될 예정이다.
'국내 문학상 > 소월시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6회 소월시문학상 / 고재종 (0) | 2011.07.28 |
---|---|
제15회 소월시문학상 / 김혜순 (0) | 2011.07.28 |
제13회 소월시문학상 / 안도현 (0) | 2011.07.28 |
제12회 소월시문학상 / 김용택 (0) | 2011.07.28 |
제11회 소월시문학상 / 문정희 (0) | 2011.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