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 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키 큰 남자를 보면 외

 

nefing.com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8회 소월시문학상에 문정희 시인이 선정됐다. 대상 수상작으로 <키 큰 남자를 보면> 등 작품 20편을 싣고, 추천 우수작을 함께 묶었다.

 

문정희 싱인은 일상의 경험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정서의 심연에서 건져 올리는 언어의 비범성을 보여주는 자유로운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문정희 시인은 일상의 현실에 스며 있는 삶의 허무를 균형 잡힌 시적 형식 속에 담아 내어놓는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여 오고 있다. 일상을 경험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정서의 심연에서 건져 올리는 언어의 비범성은 이 시인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적인 미덕이다.

 

선정 위원들은 문정희 시인의 시들이 우리 서정시의 새로운 전통을 이어 가는 소중한 작업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시적 언어의 자유로움과 시적 정서의 균형 있는 변주라고 할 것이다. 이 시인의 관심이 인간적인 것에서 문명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더욱 주목해 볼 수 있는 변화이다. 이 시인에게 소월시문학상이 더 깊고 넓은 시의 세계를 일구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선정 이유서를 밝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