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에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언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高熱)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뼈아픈 후회 외
nefing.com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8회 소월시문학상에 시인 황지우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뼈아픈 후회> 외 10편이다.
황지우 시인은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이 입선하고, 「문학과지성」에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를 발표 및 등단한 이후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 『나는 너다』(1987) 등을 출간했다. 또한 다른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 1995년에 아마추어 진흙 조각전을 열기도 하고 미술이나 연극의 평론을 쓰기도 하였다.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불빛 속에서 우리는 이 모순된 축복의 별, 지상에서 흔들리는 등불이 곧 하늘의 별이 되는 불빛 하나를 찾았다. 황지우라는 이름의 언어가 그것이다. 황지우에게 제8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제8회 소월시문학상 선정 이유서 중에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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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션으로 정평이 나 있는 황지우 시인에게 걸맞는 영예다. - 구상
민중시의 정치 참여적 요소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이어령
황지우 시인은 물론 강은교 · 장석주 · 최승호 씨 등의 작품도 우리 시문학을 대표하는 것이다. - 김남조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실험 의식이 돋보인다. - 김용직
제도화된 사회 혹은 물화된 사회에 대한 공격의 미학을 담고 있다 - 오세영
- 심사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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