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nefing.com
TBC 대구방송의 제9회 육사시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수상작은 박형준 시인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가 차지했다.
육사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수상 평으로 “충만된 아름다움과 현대적 서정의 시집으로서 와해되어가는 농촌현실과 취락적 인간관계, 그것들에 반응하는 예리한 감정의 화문을 부드러운 물질로 정화시키는 매혹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시”라고 밝혔다.
1966년 전북 출생인 박형준은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제1회 꿈과시문학상(1996)’, ‘제15회 동서문학상(2002)’, ‘제10회 현대시학작품상(2005)’,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2009)’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상의 최종심사 황동규(서울대 명예교수), 김주연(숙명여대 석좌교수), 정희성(시인), 김재홍(경희대 석좌교수), 이태수(시인)씨가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4시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TBC의 육사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2004년 제정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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