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숲의 기적 / 유종인

 

다람쥐나 청설모가
입안 가득한 상수리 열매를 어쩌지 못해
도린곁 어웅한 데다
그걸 파묻어 버리곤 더러 잊는다고 한다
나 같으면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 놓았을 그곳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먼 훗날 푸른 어깨를 겯고 숲이 나온다 한다

기억보다 먼저
망각이 품고 나온 숲,
용서보다 웅숭깊은 망각,
어딘가 잊어 둔 파란 눈의 감정도
여러 대륙에 걸쳐 사는 당신도
어쩌면 망각을 옹립한 탓에 

 

 

 

 

숲시집

 

nefing.com

 

 

 

[심사평]

 

10회 김만중문학상 시시조부문에 응모한 작품집들을 읽었다. 작품집들을 상대로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은 녹록하지 않았다. 경합한 작품집들의 수준도 높았고, 각 작품집들의 문학적 관심사도 다양했다.

 

우리나라 시의 활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새롭고 충분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고유하고 신선한 작품세계를 선보인 작품집들도 많았다.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시시조부문 대상작으로 유종인 시인의 시집 숲시집을 선정했다. 유종인 시인은 1996년에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그 동안 왕성하고 우직하게 시작활동을 해왔으며 시적 갱신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아왔다.

 

유종인 시인의 시집 숲시집은 세계에 대한 해박한 고전적 이해에 기초해 있고, 바깥 풍경에 자신만의 내면을 세심하고 유려한 시구로 투영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은은하고 고적하고 겸허한 시심이 돋보이는, 근년에 그 시적 성취가 단연 돌올한 작품집이다. 뿐만 아니라, 유종인 시인이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이 우리 시단에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종인 시인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문태준, 오형엽

 

 

 

아껴 먹는 슬픔

 

nefing.com

 

 

남해군이 지난 10일 유배문학관에서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수상작 선정을 마무리하고 당선작을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김만중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은 ‘숨은 눈’의 장정옥 작가, 시ㆍ시조 부문 대상은 ‘숲시집’의 유종인 시인이 영예를 안았다.

또한 신인상에는 시조집 ‘목력’의 조경선, 유배문학특별상 부문은 ‘서포 김만중과 남해’ 외 다수의 책을 집필한 김성철 씨가 각각 당선됐다.

소설부문 대상을 받은 장정옥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해무’로 등단했으며, 2008년 제40회 여성동아에 장편소설 ‘스무살의 축제’가 당선됐다. 이후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등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ㆍ시조 부문 대상을 차지한 유종인 시인은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 외 9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2년 농민신문, 2003년 동아일보 시조 부분에 각각 당선됐으며,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도 당선된 시인이다. 시집으로 ‘아껴먹는 슬픔’, ‘양철지붕을 사야겠다’, ‘수수밭 전별기’, ‘사랑이라는 재촉들’ 외 산문집으로 ‘염전-소금이 일어나는 물거울’, ‘산책-나를 만나러 떠나는 길’ 등을 발간했다. 지훈문학상, 송순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천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김만중문학상 공모에는 407권의 작품집이 접수됐다. 소설 부문 심사에는 한국 문학계의 거장 한승원, 소설가 편혜영,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 허경진 심사위원이, 시ㆍ시조 부문은 시인 문태준,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오형엽 심사위원이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영예의 소설부문 대상 수상작인 ‘숨은 눈’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것을 깊이 있게 해부해 이 시대에 걸맞은 여성 서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시ㆍ시조 부문 심사위원은 “경합한 작품집들의 수준도 높았고, 각 작품집들의 문학적 관심사도 다양해서 고심이 깊었다”며 “‘숲시집’은 세계에 대한 해박한 고전적 이해에 기초해 있고, 바깥 풍경에 자신만의 내면을 세심하고 유려한 시구로 투영하고 있는 작품집”이라고 평가했다.

장르 구분 없이 진행된 신인상은 소설부문과 시ㆍ시조부문으로 나뉘어 심사위원들이 최종심사 대상작을 선별한 후, 최종 선정하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밟았다.

신인상 수상작인 시조집 ‘목력’은 생활현실의 경험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교감을 시도하는 동시에 시적화자의 내면 속에 침묵의 심연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시적회로를 형성하는 묘미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남해군은 오는 11월 2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며,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500만 원, 신인상ㆍ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728x90

 

 

 

김윤식의 비평수첩

 

nefing.com

 

 

청마문학회(회장 김해석 시인)와 경남 통영시가 주관하는 제9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72)씨가 선정됐다.

 

통영이 고향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의 문학정신을 기려 제정된 이 상은 시ㆍ시조ㆍ평론 부문의 등단 20년 이상 문인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상금은 1,000만원이며, 시상식은 10월2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728x90

 

 

시인 조영서(70) 씨가 제3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 하늘에 날개를 달아주다(문학수첩)이다.

 

시인의 세번째 시집인 새, 하늘에 날개를 달아주다에는 만월」 「알바트로스」 「나그네 새등 간결한 구절 속에 은은함이 배어 나오는 시 80여 편이 실려 있다.

 

청마(靑馬) 유치환(1908~1967)의 제자와 후학들의 모임인 청마문학회(회장 문덕수)가 제정한 청마문학상은 시, 시조, 문학평론 분야에서 등단 20년 이상 된 문학인의 최근 5년 이내 발간된 저서를 대상으로 주어진다. 1회 수상자는 김춘수, 2회 수상자는 김윤성 시인이었다.

 

시상식은 312일 청마의 고향인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728x90

 

 

꽃의 권력 / 고재종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 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 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꽃 핀 처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大鵬(대붕)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꽃의 권력

 

nefing.com

 

 

15회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이 오는 27일과 28, 전남 강진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린다.

 

강진군과 ()영랑기념사업회가 김영랑의 시정신과 민족혼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은 김영랑이 살았던 당시 사회상을 재현한 거리 극으로 서막을 연다.

 

이후 영랑시문학상 시상 및 축하공연과 청자 전시·판매, 모란화분 전시·판매, 차와 시의 어울림, 아나바다, 영랑시집·기념품 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27일 오후 1시부터 북치는 동동구루무장수가 이끄는 ‘1930, 다시 찾은 영랑의 봄을 주제로 한 거리극에 엿장수와 모던보이, 일본 순사들이 행렬을 이뤄 관람객들의 추억 샘을 자극한다.

 

이어 4시 영랑생가 특설무대에서 갖는 개막식에 올해 영랑시문학상 수상자인 고재종 시인과 영랑의 전기 동화를 쓴 김옥애 작가의 사인회가 열린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세계모란공원 감성콘서트를 비롯해 강진의 모든 사물을 꽃의 인문학으로 풀어낸 사진전과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축제 이튿날에는 제15회 전국영랑백일장과 전국영랑시낭송대회가 오전 10시부터 영랑생가와 강진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관람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당일 심사 발표 및 시상할 계획이다.

 

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은 화사한 봄 모란이 피는 계절에 15회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을 열게 돼 기쁘다면서 “1930년대 사회상을 재현한 특별한 행사부터 각종 버스킹 공연은 물론, 평소 만나기 힘든 작가들의 사인회가 열리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728x90

 

 

어느 악기의 고백 / 김효선

 

 

첫눈이 온다고 했을 때 눈을 감았다

비가 내린다고 했을 때 귀를 닫았다

오후 다섯 시부터

태양은 매일 자신이 죽는 곳으로 인간들을 인도한다*

이 세상에 우연히 없다고 생각해?

 

줄을 튕기면 바다거북의 심장소리와

암소가 내지르는 비명과

산양의 창자에서 쏟아지는 핏물

12월이면 나는 사라진다 수수께끼처럼 휘파람을 불며

나는 공기의 모든 것

 

늦게 오는 눈물이 있다

기다림 끝에 더 긴 기다림이 있을 거라는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다시는 그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달은 사라진다

살점이 아직 무릎 뼈에 붙어 있다

 

죽는 것도 죽지 않는 것도 아닌

잊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하는

이 세상에 영원히 없다고 생각해?

이별할 때 버드나무를 꺾어주었다는

옛사람의 눈빛으로 소금을 켠다

내지르는 비명은 달콤하다

 

17년 땅속에서 버틴 대가는

고작 두 시간동안 치른 정사

네 목소리를 들은 건 일주일이다

물론 옷을 벗고 있었다는 건

너만 아는 비밀

 

* 파스칼 키냐르

 

 

 

 

 

어느 악기의 고백

 

nefing.com

 

 

 

[수상소감] 에 뜬 섬에서

 

왜 하필 일까 생각했습니다. ㅅ과 ㅓ, 그리고 ㅁ이 만나는 이라는 이름이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섬에서 태어나 섬에 살았지만 한 번도 을 궁금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바다 위에 떠 있어 지리학적으로 이라고 했거니 했습니다. 하늘에서 제주도를 내려다보면 이라는 글자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얼키설키 사람들 집이 모여 있고 바다는 마을을 빙 둘러 감싸고 있습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셈이지만 한 번도 바다 위에 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요. 용암이 솟아올라 뜨거움과 차가움으로 반복했을 시간. 우린 여전히 과거의 시간을 살면서도 미래만 이야기합니다.

 

어쨌든 을 자꾸 반복해서 말하다보면 묘한 울림이 옵니다. 짧게든 길게든 한 글자 은 가다가 멈춘 기분이 듭니다. 거기 섦?().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서 있는 섬처럼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요. 그냥 우스갯소리입니다. 흔히 섬은 문학 혹은 문화적으로 소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학에서 고독은 떼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몰입의 가장 큰 핵심은 고독, 절대고독입니다. 그 몰입에서 상상력, 창조의 샘물이 솟아나고 시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봤을 때 섬은 고독하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누군가 엎어지면 바닷물이 턱 밑에서 출렁거린다고 할 정도로 제주는 바다와 가깝습니다. 바다는 또 얼마나 고독한 지요. 끝이 없는 심연과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고 있자면 순간순간의 기억과 삶이 물밀 듯이 달려옵니다. 파도와 바다가 한 몸인 것처럼 인간의 육체와 정신도 그 안에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섬에서 시를 씁니다. 어디엔들 상처가 없겠습니까마는 시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힘이 있습니다. 상대고독을 절대고독으로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는 가다가 서게 하는 ’, 그 섬에서 꾸는 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와경계 문학상은 어쩌면 이 제게 주는 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고독해지고 조금 더 명랑하게 시를 쓰겠습니다. 섬에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날입니다. 곧 남풍이 불고 바닷물은 잠방거리기 좋은 계절입니다. 바다를 남쪽을 조금 나눠 가진 날이었으면 합니다.

 

 

 

 

[심사평]

 

어디까지나 시인은 작품으로 말하는 존재여야 한다. 또한 좋은 작품을 쓰는 시인에게는 문단의 여러 사항에 묶이지 않고 독자와 만날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 부언하자면 시인은 좋은 시를 써야할 의무가 있고 잡지는 좋은 시인을 찾아야 할 의무가 있다. “창작에 있어서는 엄격한 경계를, 좋은 시를 쓰는 시인에게는 경계 없는 잡지를이라는 시와경계의 슬로건 같은 것이어야 한다.

 

이번 제2회 시와경계 문학상 선정은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두었다. 1, 2, 3차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만나게 된 작품은 성윤석 시인의 흰개와 이태관 시인의 연리지, 김효선 시인의 어느 악기의 고백그리고 임재정 시인의 기차는 미루나무 이파리를 지나네와 기혁 시인의 오란비였다.

 

이 다섯 분의 작품 중 어느 한 분을 시와경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시적 연륜으로 보나 그간 위 시인들이 펼쳐온 시세계로 보아도 이미 알려질 만큼 탄탄한 자기 세계를 구축한 시인들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최종심에서 만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제2회 시와경계 문학상 수상자로 김효선 시인을 선정한 데는 심사위원의 추천 수와 함께 시와경계의 창간 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을 들었다.

 

김효선 시인은 2004년 등단 이후 첫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는가 하면 2018년 제2회 서귀포문학작품상을 수상함은 물론 아르코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을 창작해 오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번 수상작 어느 악기의 고백"존재가 빛나는 순간을 고통 속에서 포착하여 다른 존재로 거듭 승화시키는 안목이 탁월"했다. 풀어 말하자면 너라고 지칭하는 매미의 한 생이 고통스런 의 생으로 치환되어 재생된다. 비유적 주제는 사랑의 탐구가 되겠다. 17년이란 어둠 속 기다림 끝에 오는 삶이란 게 고작 사랑의 절정 2시간과 절박한 울음의 2주간이 다인 매미의 한 생을 통한 사랑의 탐구라 할 수 있겠다.

 

매미의 생이란 게 어쩌면 2, 2시간이란 절정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거나 거꾸로 그 절정의 삶 뒤 늦게 알게 되는 긴 기다림의 카오스 상태를 자연스럽게 연속되는 하나의 어떤 차원으로 이끌고 가는 솜씨를 내보인 것이다.

 

지난 2018년 가을호 김효선의 소시집 비평을 썼던 고성만 시인도 김효선의 시는 내면적 요소가 많다. 언어와 언어를 연결하는 고리가 여리고 섬세하다. 고전과 현대가 아울리고, 외국과 우리나라가 연결되고 뭔가 툭툭 끊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간결한 무늬로 얽혀있다. 결이 고운 시다.”라고 평했다.

 

앞으로도 등단 지면, 지역성 등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시 창작을 위해 정진하기를 시와경계도 적극 응원한다.

 

심사위원 이성렬(시인)

 

728x90

 

 

심장이 아프다 / 김남조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2014년 제25회 김달진 문학상

 

nefing.com

 

 

김남조 시인과 문학평론가 김진희 씨가 시집 <심장이 아프다>와 평론집 <미래의 서정과 감각>으로 2014년 제2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에 각각 선정됐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와 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고 창원시가 후원하는 김달진문학상은 진해 출신 김달진 시인의 시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인 1주기인 지난 1990년 제정된 상으로, 시와 평론 두 부문에서 최근 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을 해왔다.

 

1927년 대구 태생으로 17편의 시집을 발표해온 김남조 시인의 신작 <심장이 아프다>"일상의 언어를 구원의 언어로, 사랑의 언어로, 실존의 언어로, 참회와 눈물의 언어로 승화시켰다"(심사위원 오세영 시인)는 극찬을 받았다.

 

김남조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오늘 나는 생산이 줄어든 노년기 문인이면서 그러나 여기에도 생의 오묘함과 혹은 생의 은혜로움이 넘치고 있다는 그런 신념에 젖어 있다""두서없는 노년기 비호일지도 모르나 청·장년기의 활기찬 창작 대열의 그 후미에나마 동참하고자 한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감사와 문학적 소신을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진희 씨는 이화여대 강의전담교수, <서정시학>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며 평론을 써왔다. 네 번째 평론집 <미래의 서정과 감각>"화려하지도 발 빠르지도 않고 둔중하고 차분하지만, 한국문학의 미래에 열정적인 탐색과 예리한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심사위원 문흥술 교수)는 평이다.

 

김진희 씨는 "시에서 만나는 다양한 삶과 언어를 성찰하는 일, 그리고 글로 쓰는 일은 저와 우리 사회의 그림자와 슬픔과 마주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성찰의 세계를 냉철하고도 따뜻하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두 수상자에게는 각각 2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김달진문학제 기간에 창원시 진해구민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심장이 아프다

 

nefing.com

 

 

728x90

 

 

사랑 세 쪽 / 이근배

 

 

말더듬이

 

말더듬이가 되고 싶어요

어머니

사랑 앞에서는

더더욱,

 

 

호박꽃

 

꿀을 따러 들어온

벌이 남기고 간

고 다디단 것

!

 

 

대낮

 

꽁지가 붙은

잠자리 한 쌍

허공에 떠 있다

 

암컷 부르는

매미 울음 들끓는

대낮

 

 

 

추사를 훔치다

 

nefing.com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의 문학 사업을 추진하는 지용회(회장 유자효)는 제27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이근배(75)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사랑 세 쪽'이다.

 

심사위원인 시인 고은은 "정교하고 치밀한 언어가 이루어낸 의식과 정서의 합일을 나타낸 시"라고 평했다.

 

또 시인인 유자효 지용회장은 "서정의 진수를 보여줬다. 선생의 시는 빛나는 순수 서정이 그 동력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충남 당진 출신으로 196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묘비명'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압록강'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이 시인은 문단에 등단한 뒤 '추사를 훔치다' '노래여, 노래여' 10권의 시집과 '해는 달을 물고' '동해 바다 속의 돌 거북이 하는 말' 3권의 시조집을 출간했다. 이 시인은 지용회 2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만해 시인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며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시인은 "정지용 선생의 시를 읽고 공부하며 시를 배웠다. 선생의 시를 우리 문학사 한 가운데로 불러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알게 돼서 기쁘다""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상금은 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516일 제28회 지용제때 개최할 예정이다.

 

728x90

 

 

달의 귀 / 김륭

 

 

가끔씩 귀를 자르고 싶어, 내 몸을 돌던 피가

네모반듯하게 누울 수 있도록

 

그러면 우리 집 고양이는 온통 벽을 긁어놓겠지만 혀를 붓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나는 누군가의 뱃속에서 지워진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고 가만히 첫눈이 온다고 속삭이는 여자는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심장을 꺼내 뭇 남자의 무릎을 베기도 한다더군요

 

그러니까 나는 자궁을 들어낸 어머니 뱃속 가득 담겨있던

신발 한 짝이었음을 기억해냅니다

 

달의 귀를 잘라 마르지 않는 그녀의 우물은 누군가의 손목을 베개로 삼아야 들을 수 있는 노래, 우두커니 아무리 울어도 나무가 될 수 없는 나는 축축한 밤의 옆구리에 의자를 갖다놓는 나는 달팽이, 신발을 주우러 다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쩌죠? 귀를 잘라버린 무덤은 허공에 입을 그려 넣고

그녀는 밤새 눈사람을 만들지만 더 이상

무릎은 벨 수 없다더군요

어머니, 나뭇잎 좀 그만 떨어뜨리세요

 

뱃속에서 우는 아이의 심장을 가만히 꺼내

늙은 고양이를 만드는 그녀를 위해

밤은 가끔씩 종이가 됩니다

 

 

 

원숭이의 원숭이

 

nefing.com

 

 

9회 지리산 문학제가 함양관내 상림공원의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내달 27일 열린다. 이날 시상식을 가질 제9회 지리산문학상에는 김륭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수상작으로 김륭 시인의 달의 귀4편이 최종 확정되었다.

 

금년도 지리산문학제는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었다.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 맞는 수상자 선정을 위해 김명인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제9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김륭 시인을 선정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일상을 훑는 시선은 충분히 감각적이고 눈빛은 다른 말을 할 줄 알며 상상력은 주행하고 있다. 그 언어는 뒤로 갈 때에도 갑갑하지 않으며 나아갈 때에도 투미하지 않고, 속도를 사용한다라고 김륭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심사는 김명인 시인 외에 황학주 시인, 김행숙 시인이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시인이 각각 수상했으며 엄정한 객관성의 확보를 통해 전국적으로 권위가 있는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리산문학제를 그동안 주관해 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36년을 맞고 있는 문학회로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 왔으며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해 왔다.

 
 
728x90

 

 

유혈목이의 책장 / 이병철

 

 

당신은 풀잎 위에 누워 돌을 떨어뜨리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 귀밑머리에 매달린 하얀 박쥐들을 떼어냈고요 우리의 책은 폭설을 쏟아내고 있었지요 마른 혀도 꽃이 될 수 있을까요 그때 바람이 입 속으로 들어왔어요

 

바람이 갈비뼈를 두드리자 피아노 소리가 났어요 소리가 빚어낸 동전 몇 닢 손에 쥔 하늘은 구름을 보름달솥에 고았지요 어둠이 우러났어요 별가루 뿌리고 배추흰나비와 벚꽃잎 고명 얹은 국 한 사발 떠 주었지요

 

국을 들이킨 당신은 은어 떼 헤엄치는 수박 향기로 반짝였지요 당신이 흘러든 풀섶에서 유혈목이가 기어나와 내 품을 파고들었어요 책장엔 진달래꽃 피어났고요 알몸을 포갠 우리는 따뜻한 무덤이 되어갔지요

 

 

 

 

오늘의 냄새

 

nefing.com

 

 

[당선소감] “부끄럽지 않은 행복한 시인 될 것

 

이십대의 모든 날들을 시 쓰기에 바쳤습니다. 시가 돈이 되지 않아도 행복했습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오솔길의 임금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서른 살이 되자, 돈이 되지 않는 시를 계속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멀리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시는 더 강하게 저를 잡아당겼습니다. 돌아선 뒤통수에 쏟아지는 시의 따가운 눈총이 미안하고 괴로워 몹시 취해버린 밤도 많았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저녁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 나름으로는 갈림길에서 받은 전화였습니다. 용기와 힘, 그리고 막막한 두려움이 동시에 제 가슴에 불을 밝혔습니다. 그 불빛을 의지해 뒤돌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화는 시가 걸어온 것이었습니다.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난 김유정 선생이 걸어온 것이었습니다. 누나 집에 얹혀살며 늑막염으로 괴로워하던 가난한 청년, 치료비도 없이 병과 문학을 함께 키워야 했던 김유정 선생을 떠올려봅니다.

 

선생은 절망 가운데서도 결코 문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나이 서른 살 짧은 생애였지만, 선생이 남긴 문학은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김유정 선생의 서른한 살, 서른두 살을 제가 살아낸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선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숨이 여린 작품을 잡아 일으켜 근력과 호흡을 불어 넣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격려해주시는 이승하 교수님, 제겐 아버지와도 같으신 이경교 교수님, 시 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신 장석주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명지전문대, 서울과기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겠습니다. 행복한 시인이 되겠습니다.

 

 

 

 

[심사평] 응축·변주·확장 탁월한 수작

 

본심에서 세 분의 작품을 거론했다.

 

먼저 <죽은 시인의 사회> 11편을 투고한 심상숙의 작품들에선 시적 포즈나 비의 같은 것에 욕심 부리지 않고 문장을 끌고 가는 정서의 힘이 느껴졌다. 시인이 관찰하는 인물, 사건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남다른 묘사 문장을 탄생시켰다.

 

그렇지만 어떤 시들은 기행문이나 산문 같았다.

 

<비의 기원> 4편을 응모한 민경란의 시는 다른 응모작들에서 흔히 보이는 상투적인 우화 만들기, 한결 같은 감상적 정서를 훌쩍 벗어나 주변 공간 묘사에 의지해 자신을 표현하고, 해부하고, 고백하는 남다른 표현법을 갖고 있었다. 자신만의 표현법, 자신만의 문장 구사 방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언어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 대화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 문장의 나열이 들어있는 <광염소나타> 같은 시가 신뢰를 떨어트렸다. <유혈목이의 책장> 4편을 응모한 이병철의 시들은 어떤 순간에 집중하여 그 순간을 증폭시켜 이미지의 정원으로 확장하는 시적 구축의 방법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네 입술이 닫히는 순간 세상의 문들도 닫히, ‘추억 속 고통은 무슨 힘으로 밝히지?’하고 고통스럽게 질문하다가 뒤틀리고 찢겨진 살결을 보이며 검게 물든 엽록소를 배설할 거야’(<일기예보>) 라고 다짐하는 장면에 이르는, 시적 언술의 연속이 작은 한순간에서부터 독자를 이끌고 가 확장된 시의 이미지 공간에 부려 놓는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비 개인 저녁의 안부 편지>에서처럼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센티멘탈하기만 할 때는 시를 쓴 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논의 끝에 이미지의 응축과 변주, 확장이 시의 문장들에 깃들게 함으로써 시적 긴장이 발생하게 한 <유혈목이의 책장>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 심사위원 정현종·김혜순 시인

 

728x90

 

 

母女의 저녁식사 / 윤진화

 

 

배추김치.... 파김치.... 상추겉절이.... 오이소박이.... 어머니.....

.... 어머니.... 우리 집 식탁에는 온통 풀뿐이네요

우리의 저녁 식사는 말들이 좋아하겠어요

보세요? 하얀 접시 위에 그려진 말이 우리보다 먼저

우리의 저녁 식탁에 와 있잖아요. 그래요. 거기요. 가만히,

아이처럼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또 다른 말이 들길을 지나 마을 건너

가난한 우리 식탁으로 달려와요. 들리세요?

주인을 버리고 달려오는 말울음 소리요

저기 먼 곳에서는,

젖가슴 하나 달린 여자들이

안장도 없는 말을 타고

드넓은 대지를 흔들며 산다던데... 히잉! 어머니

주홍빛 하늘이 몰려와 대지를 덮으면

동그랗게 몸을 웅크린 여자들이

말갈기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리 식탁을 향해 자신의 말들을 찾아

고단한 하루치 태양을 쉬게 하고 달려와요

... 히잉! 어머니

당신이 좋아하는 딸기 아이스크림이 녹을 때처럼

하늘이 물들어갈 때, 그녀들이 달려와요

가슴 하나를 도려낸 그녀들이, 자꾸만 자꾸만

초대받은 손님처럼 달려와요

어머니, 유방암에 걸린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여

듣고 계신가요?

전사들이

우리의 밀림으로 몰려오는 소리,

그 침묵의 소리들이요

히잉! 어머니.

 

 

 

 

2005 신춘문예 당선시집

 

nefing.com

 

 

 

[당선소감]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당선 "더더욱 감사열심히 하겠습니다

 

올 한해 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이번에 당선된 시는 제 시중에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시입니다. 그래서 본심 심사위원들께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할머니! 당신처럼 곱고 따뜻하고 깔끔한 분이 세상을 떠나려 하신다는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습니다. 제발 부탁이니 지금은 가지 마세요. 전에 말씀하신 앙고라 스웨터, 이참에 좋은 걸로 사드릴 수 있다고요. 그리고 지금은 너무 춥다고요.

 

시계 속, 작은 톱니가 큰 톱니에게 머리를 지긋이 눌리며 내지르는 비명- 착각. 이 끔찍한 아비규환에 하루를 열고 닫고, 웃고 우는 아둔한 착각.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맘- 착각. 저 무수한 착각의 셔터를 누르는 거역할 수 없는 시선.

 

Thanks to:서형순 여사, 테오 같은 동생들과 안나, 아득한 이국의 언어 아버지, 사랑하는 ZEUS, 우리는 시를 믿는다 詩川, 언제나 그 자리 선배 미영, 허방을 향한 농담 스스와타리, 너무 고마운 사람 승렬이 아재, 하늘 아래 효부 큰엄마 황숙자 여사, 삶을 연극처럼 연극을 삶처럼 연극마당, 획을 긋는 국립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따뜻한 명지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참삶 참문학 어의문학회·19, 국정호, 이주영, 김주현, 박상남, 최혜선, 전지원, 경아언니, 안치윤·박수현 부부 그리고 기꺼이 시가 되어준 여러분의 삶.

 

Special Thanks to: 아픔을 드러내는 법 닥터. 키팅, 한걸음에 달려와 안아주신 이사라 선생님, 죽기 직전에 만난 정신과 주치의 아무도 몰래 묻어주고 싶었던그들의 詩集에게, 예심 심사하신 선생님께

 

 

 

 

모두의 산책

 

nefing.com

 

 

 

[심사평] 당선작 발상탁월우리지평 넓힐 것 마지막 후보작 2편도 만만찮은 솜씨

 

윤진화, 강호정, 이우경의 시들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윤진화의 母女의 저녁 식사는 발상이 아주 신선하다.

 

풀뿐인 식탁--아마존의 여왕 히포리테-유방암에 걸린 어머니의 연상도 재미있지만, 이미지가 청승맞거나 구질구질하지 않고 쌈박하고 날렵한 점도 호감을 갖게 한다.

 

많은 사람들의 시가 내용이나 형식에서 서로 닮아 있는 데 반하여 이 시는 다른 사람의 시와 전혀 같지가 않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른 사람과는 본질적으로 같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리라.

 

역시 어머니의 잃음을 노래한 두 개의 꿈도 뛰어난 시다. 슬픔이니 아픔이니 하는 직접적인 표현 한마디 없이도 더 강하게 그것을 느끼게 하는 점, 시인의 만만치 않은 솜씨를 보여 주고 있다.

 

강호정의 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다. 시를 통해서 삶과 죽음의 문제며 진실을 찾아가는 자세도 돋보인다. ‘몸을 들여다보는 순간이며 선언에 대하여는 시적 완성도나 안정감에 있어 결코 손색이 없지만, 다 죽음을 다룬 시여서 신춘시로서는 좀 무겁다.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좋은 시인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우경의 시 중에서는 소시민의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난 문패가 가장 뛰어나다. 이미지도 선명하고 표현도 아주 매끄럽다.

 

그러면서도 억지가 없고 자연스럽다. 흠잡을 데 없이 날씬하게 빠진 시라는 칭찬이 조금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한데 다른 시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한다. 너무 편차가 심한 점은 조금 안심이 되지 않는다.

이상 세 사람의 시 중에서 윤진화의 母女의 저녁 식사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시가 가진 분방하고 건강한 상상력은 우리 시의 지평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는바, 앞으로의 활동에 크게 기대를 건다.

 

심사위원 유종호 문학평론가·신경림 시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