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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 이돈형

 

 

우리는 물개박수가 지나간 손바닥에 보라색 매발톱꽃의 저녁을 그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덤불 타는 냄새가 말 못할 반성을 태우는 것처럼 길고 오래가서 허기가 돌았다

 

달래려는 맘과 달래지는 맘은 흐르는 물에 씻어도 한뼘의 걸음이 남아 있었다

 

새들이 부는 휘파람이 수돗가로 모이고 털털거리며 굴러가는 버스의 꽁무늬에선 새끼 어둠이 태어났다

 

왜 밖에만 나오면 멀리 바라보게 되지, 당신의 말이 더 멀리 가고 있어 출발지에는 지나온 날이 쌓여 갔

 

소금기 절은 브라를 벗어 찬물에 담그자 브라는 풍만하고 물컹했고 이따금식 물밖으로 빠져나와 검은 물감처럼 풀어졌다

 

바다에 동전을 던지고 왔으니 잠시 손을 놓아도 속은 훤히 비칠 것이다. 당신을 들여다보며 잊을 만한 기분을 나눠주고 싶었다

 

평상은 나신처럼 햇빛과 그늘을 번갈아 구부러져도 우리에게 부족한 말이 쏟아져도 소란을 떠난 무늬만 들여다보았다

 

소낙비를 맞아 볼 걸, 걸어 둔 여름은 또 올 것이다. 하룻밤이 오랜 안부를 묻어야 할 시간처럼 왔다

 

저녁을 짓기 위해 당신의 배낭을 열고 빗소리를 찾았다

 

 

 

 

제9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 수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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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올해 김만중문학상 시부분에는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우수한 작품들과 함께 예년에 비해 양적으로 응모작품수가 크게 늘어나 김만중문학상의 권위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단 두 사람의 작품을 시상 대상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우열의 기준이 필요하여 심사위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종합하면서 아울러 김만중문학상의 제정취지를 존중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정하고 심사에 임하였다.

 

첫 번째는 창의성에 비중을 두었다.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 참신성 등을 감안하였다. 따라서 익숙한 소재와 상투적인 내용을 담을 작품들은 배제되었다. 그리고 김만중문학상 제정 초기 김만중선생의 생과 작품연구의 결과로 얻은 시작품들이 수상한 사례를 고려한 듯한, 작품의 소재가 선생의 삶과 작품의 틀에 굳게 가두어져 있는 작품들도 선택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예술성에 비중을 두었다. 모방성이 강한 작품들, 독자들로부터 매력을 끌지 못하는 주제의 작품들이 배제되었다. 감성의 경락을 자극하지 못하고 종전 수상 작품들의 틀에 얽매여 창작의 노력에 비해 평가절하 된 작품들은 특히 시조 부분에서 많았다.

 

마지막으로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성의부족도 우열을 가리는데 고려하였다. 권위 있는 문학상에 도전하는 만큼 작품을 다듬는데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기본 예의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거르고 거른 끝에 일상을 시적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이 돋보인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6, ‘칼국수 집 영자 아줌마6, ‘수리되지 않는 문장6, 이상 3명의 작가로 압축되었으며, 심사숙고 토론 끝에 풍부한 시적 상상력과 세련된 문장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탁월한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6편을 금상으로, ‘수리되지 않는 문장6편을 은상으로 선정하였다.

 

다양한 기준과 시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심사에 열중하였으나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보지 못한 수작들, 또 심사위원의 취향에 따라 결과에서 밀려난 작품들도 있을 것이다. 이점은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심사위원 : 이우걸, 이처기, 김일태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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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이 제9회 김만중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했다.

남해군은 지난 3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제9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당선작에 대한 선정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심사 결과, 금상 소설 부문에 '누가 그 시절을 다 데려 갔을까'의 신두리 작가, 시·시조 부문에 '마지막 날에 민박을 하였다' 외 6편의 이돈형 시인이 각각 영예를 안았다.

또 은상 소설 부문에는 '새들의 눈물'의 박정선 작가, 시·시조 부문에 '수리되지 않은 문장' 외 6편의 지연구 시인이 각각 당선됐다.

올해 김만중 문학상 공모에는 소설 부문 213편, 시·시조 부문 2081편이 접수됐다.

소설 부문 심사는 백시종, 홍성암, 임종욱, 시·시조 부문은 이처기, 이우걸, 김일태 심사위원이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각 부문별 금상과 은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시상식은 오는 11월1일 남해유배문학관 개관일에 맞춰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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