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기적 / 유종인
다람쥐나 청설모가
입안 가득한 상수리 열매를 어쩌지 못해
도린곁 어웅한 데다
그걸 파묻어 버리곤 더러 잊는다고 한다
나 같으면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 놓았을 그곳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먼 훗날 푸른 어깨를 겯고 숲이 나온다 한다
기억보다 먼저
망각이 품고 나온 숲,
용서보다 웅숭깊은 망각,
어딘가 잊어 둔 파란 눈의 감정도
여러 대륙에 걸쳐 사는 당신도
어쩌면 망각을 옹립한 탓에
[심사평]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시‧시조부문에 응모한 작품집들을 읽었다. 작품집들을 상대로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은 녹록하지 않았다. 경합한 작품집들의 수준도 높았고, 각 작품집들의 문학적 관심사도 다양했다.
우리나라 시의 활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새롭고 충분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고유하고 신선한 작품세계를 선보인 작품집들도 많았다.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시‧시조부문 대상작으로 유종인 시인의 시집 『숲시집』을 선정했다. 유종인 시인은 1996년에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그 동안 왕성하고 우직하게 시작활동을 해왔으며 시적 갱신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아왔다.
유종인 시인의 시집 『숲시집』은 세계에 대한 해박한 고전적 이해에 기초해 있고, 바깥 풍경에 자신만의 내면을 세심하고 유려한 시구로 투영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은은하고 고적하고 겸허한 시심이 돋보이는, 근년에 그 시적 성취가 단연 돌올한 작품집이다. 뿐만 아니라, 유종인 시인이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이 우리 시단에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종인 시인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문태준, 오형엽
남해군이 지난 10일 유배문학관에서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수상작 선정을 마무리하고 당선작을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김만중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은 ‘숨은 눈’의 장정옥 작가, 시ㆍ시조 부문 대상은 ‘숲시집’의 유종인 시인이 영예를 안았다.
또한 신인상에는 시조집 ‘목력’의 조경선, 유배문학특별상 부문은 ‘서포 김만중과 남해’ 외 다수의 책을 집필한 김성철 씨가 각각 당선됐다.
소설부문 대상을 받은 장정옥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해무’로 등단했으며, 2008년 제40회 여성동아에 장편소설 ‘스무살의 축제’가 당선됐다. 이후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등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ㆍ시조 부문 대상을 차지한 유종인 시인은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 외 9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2년 농민신문, 2003년 동아일보 시조 부분에 각각 당선됐으며,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도 당선된 시인이다. 시집으로 ‘아껴먹는 슬픔’, ‘양철지붕을 사야겠다’, ‘수수밭 전별기’, ‘사랑이라는 재촉들’ 외 산문집으로 ‘염전-소금이 일어나는 물거울’, ‘산책-나를 만나러 떠나는 길’ 등을 발간했다. 지훈문학상, 송순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천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김만중문학상 공모에는 407권의 작품집이 접수됐다. 소설 부문 심사에는 한국 문학계의 거장 한승원, 소설가 편혜영,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 허경진 심사위원이, 시ㆍ시조 부문은 시인 문태준,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오형엽 심사위원이 심도 있는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다.
영예의 소설부문 대상 수상작인 ‘숨은 눈’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것을 깊이 있게 해부해 이 시대에 걸맞은 여성 서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시ㆍ시조 부문 심사위원은 “경합한 작품집들의 수준도 높았고, 각 작품집들의 문학적 관심사도 다양해서 고심이 깊었다”며 “‘숲시집’은 세계에 대한 해박한 고전적 이해에 기초해 있고, 바깥 풍경에 자신만의 내면을 세심하고 유려한 시구로 투영하고 있는 작품집”이라고 평가했다.
장르 구분 없이 진행된 신인상은 소설부문과 시ㆍ시조부문으로 나뉘어 심사위원들이 최종심사 대상작을 선별한 후, 최종 선정하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밟았다.
신인상 수상작인 시조집 ‘목력’은 생활현실의 경험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교감을 시도하는 동시에 시적화자의 내면 속에 침묵의 심연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시적회로를 형성하는 묘미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남해군은 오는 11월 2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며,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500만 원, 신인상ㆍ유배문학특별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국내 문학상 > 김만중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1회 김만중문학상 대상 / 성윤석 (0) | 2021.07.19 |
---|---|
제10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 조경선 (0) | 2021.07.19 |
제9회 김만중문학상 은상 / 지연구 (0) | 2021.07.19 |
제9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 이돈형 (0) | 2021.07.19 |
제8회 김만중문학상 은상 / 조경섭(조선의) (0) | 2021.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