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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 / 윤제림

 

 

붉은 꽃 지고 푸른 꽃 핀다

 

손차양을 하고 해를 향해 마주 서면

,뜨거운 이파리들의 눈부신 개선

열흘 싸움에 지친 꽃들이

피 흘리며 떨어져 눕고

상처만큼 푸른 꽃들이

함성을 지르며

일어선다

 

이제 보니,

꽃들의 싸움도 참으로

격하구나

장하구나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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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8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윤제림 시인(61)의 시집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근배, 최문자, 곽효환 시인은 최종 후보 5개 작품 중 윤제림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수상작은 인간다움과 상생(相生)에 대해 노래한 시집. 심사위원들은 윤 시인은 무심히 스쳐 지나갔을 법한 일상과 기억, 농담, 작은 기사, 광고 전단지, 소소한 사물 등 주변의 다양한 것들을 무겁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시로 만들어낸다고전적 미감과 세련된 페이소스로 미학적 개성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의 시에서 독서와 체험을 통한 독특한 미적 감각과 미사여구가 눈길을 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푸른 꽃의 일부 문구인 열흘 싸움에 지친 꽃들이 피 흘리며 떨어져 눕고/상처만큼 푸른 꽃들이/함성을 지르며 일어선다/이제보니/꽃들의 싸움도 참으로/격하구나/장하구나가 대표적. 한 심사위원은 아름답고 쓸쓸한 미감과 서정성 그리고 윤 시인만의 시적 개성에 영랑시문학상이 값진 격려와 동행이 돼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윤 시인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너 해 전 꼭 이맘때 집이 화재로 전소되고 가족이 암 선고를 받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등 내게 잔혹했던 때가 있었다눈물 나는 상황에 바깥에 환히 핀 꽃을 보며 곧바로 생각난 건 영랑의 표현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문학상 중에서도 한 번쯤 타고 싶다고 생각한 상을 받게 돼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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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 박라연

 

 

누군가의

따뜻함은 흘러가 꽃이 붉어지게 하고

상처는 흘러가 바다를 더 깊고 푸르게 할까

 

티끌,이라는 이름부터 피라미 여치 패랭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이름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어디까지 나아갈까 태평양

 

혹은 장미라는 이름으로 계급으로

붐비고 여물어가지만

 

제 이름의 화력만큼 이글거리는

애간장들에게

 

가만히

저를 열어 뿌려주는 엔도르핀을 만날 때

어떻게 인사하면 좋을까

 

사방이

그저 붉게 두근거리며 울어버릴 때

 

헤어진 이름이

깊고 푸른 바다로 걸어 들어가버렸을까

 

내 떨림의 물결 한가운데서 붉은

해가 떠올랐다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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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로 박라연 시인이 선정됐다.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신달자)는 강진군청 회의실에서 가진 제3차 회의에서 예·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 후보에 오른 박라연 시인의 시집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를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수상작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는 괴로움이나 슬픔이 개인 차원을 넘어 만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랑시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에는 운영위원단의 추천에 의해 오탁번·김기택 시인과 문학평론가 김주연씨가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박라연의 시는 자아에 갇히지 않고 바깥을 향해 열려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오만 가지 밥 생각오만 가지 꽃으로피어나황하 코스모스 천지와 호랑나비 천지의 아름다운 농사가 되는 상상력은 일상의 걱정거리나 괴로움이 사물로 변화하며 자연적·우주적 에너지를 품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보성에서 태어난 박 시인은 원광대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중진이다.

2008년 윤동주 문학상과 2010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박두진 문학상 등을 수상한 그는 시집으로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생밤 까주는 사람’,‘공중 속의 내 정원’,‘우주 돌아가셨다등이 있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우리 군과 동아일보가 올 봄 업무교류 협약식을 갖고 영랑시문상을 함께 운영키로 했는데, 첫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면서 "특히 영랑 시인의 시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평을 받은 박라연 시인의 수상은 인문도시 강진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상식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 3000만원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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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옥

 

 

우리를 숨죽이게 한 건 3.8선이 아니었다

검문하러 올라온 총 든 군인도

검게 탄 초병들의 날카로운 눈빛도 아니었다

기찻길 건널목에 붉은 글씨로 써놓은 말 섯!

그말이 급한 우리를 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두 다리로 짱짱히 버티고 서 고함을 지르는 섯,

그 뒤엔 회초리를 든 호랑이 선생님이

두 눈 부릅뜨고 서 있는 것 같았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커다란 방점이 떠억 하고 찍혀 있는 것 같았다

멈춤 정도야 뭐 말랑말랑한 말로 느껴질 뿐이었다

섯에 비하면 정지나 스톱 같은 말도 그저

앙탈이나 부리는 언어로 느껴질 뿐이었다

남에서 올라온 내 발 앞에 꽝,

대못을 박고 가로막는 섯!

그 섯 가져와 자살 바위 옆에 세워두고 싶었다

그 섯 가져와 기러기 떼 날아가는 노을 속에

슬그머니 척, 걸어두고 싶었다

 

 

 

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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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이 주최하고 ()영랑기념사업회와 시전문지'시작'사가 공동주관하는 제16회 영랑문학제가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린다.

 

16회 영랑시문학상에는 오봉옥 시인의 '!'이 선정됐다. 26일 오후 5시 영랑문학제 개막식장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공광규 시인과 김경복 문학평론가(경남대 교수)영랑시문학상의 성격이 서정성·민중성·향토성에 있음을 규정하고 이 가운데 대상 시집을 검토한 결과, 오봉옥의 시집 '!'이 김영랑시문학상 성격에 가장 부합하다는 합의에 이르러 올해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봉옥 시인은 1985'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지리산 갈대꽃','붉은 산 검은 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등의 시집을 통해 향토적 서정에 기반한 남도 서정을 잘 드러냈고, 무엇보다 당대의 부조리와 모순적 현실에 대해 민중적 시각에 입각해 민중해방의 염원을 강렬하게 제시했던 시인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번 수상 시집 '!'은 민중적 삶에 대한 연대와 희망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존재론적 사유를 심화해보임으로써 시적 진경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오봉옥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영랑 선생의 삶과 시는 사무사의 정신을 가르치는 표본이었다. 선생을 통해 '맑음''곧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배웠다며 영랑시문학상 수상자라는 그 영예로운 호칭에 걸맞게 부끄럽지 않은 삶과 시를 쓸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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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권력 / 고재종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 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 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꽃 핀 처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大鵬(대붕)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꽃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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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이 오는 27일과 28, 전남 강진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린다.

 

강진군과 ()영랑기념사업회가 김영랑의 시정신과 민족혼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은 김영랑이 살았던 당시 사회상을 재현한 거리 극으로 서막을 연다.

 

이후 영랑시문학상 시상 및 축하공연과 청자 전시·판매, 모란화분 전시·판매, 차와 시의 어울림, 아나바다, 영랑시집·기념품 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27일 오후 1시부터 북치는 동동구루무장수가 이끄는 ‘1930, 다시 찾은 영랑의 봄을 주제로 한 거리극에 엿장수와 모던보이, 일본 순사들이 행렬을 이뤄 관람객들의 추억 샘을 자극한다.

 

이어 4시 영랑생가 특설무대에서 갖는 개막식에 올해 영랑시문학상 수상자인 고재종 시인과 영랑의 전기 동화를 쓴 김옥애 작가의 사인회가 열린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세계모란공원 감성콘서트를 비롯해 강진의 모든 사물을 꽃의 인문학으로 풀어낸 사진전과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축제 이튿날에는 제15회 전국영랑백일장과 전국영랑시낭송대회가 오전 10시부터 영랑생가와 강진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관람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당일 심사 발표 및 시상할 계획이다.

 

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은 화사한 봄 모란이 피는 계절에 15회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을 열게 돼 기쁘다면서 “1930년대 사회상을 재현한 특별한 행사부터 각종 버스킹 공연은 물론, 평소 만나기 힘든 작가들의 사인회가 열리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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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양항로 / 오세영

 

 

엄동설한,

벽난로에 불을 지피다 문득

극지를 항해하는

밤바다의 선박을 생각한다.

연료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나는

화실(火室)에서 석탄을 태우는

이 배의 일개 늙은 화부(火夫).

낡은 증기선 한 척을 끌고

막막한 시간의 파도를 거슬러

예까지 왔다.

밖은 눈보라.

아직 실내는 온기를 잃지 않았지만

출항의 설렘은 이미 가신 지 오래,

목적지 미상,

항로는 이탈,

믿을 건 오직 북극성, 십자성,

벽에 매달린 십자가 아래서

어긋난 해도(海圖) 한 장을 손에 들고

난로의 불빛에 비춰 보는 눈은 어두운데

가느다란 흰 연기를 화통(火筒)으로 내어 뿜으며

북양항로,

얼어붙은 밤바다를 표류하는,

삶은

흔들리는 오두막 한 채.

 

 

 

북양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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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영랑 시문학상을 수상한 오세영 시인에 대한 시상식이 28일 오후 영랑생가에서 진행됐다. '시작' 대표 이재무 시인, 심사에 참가한 나태주 시인 등 여러 문인들이 축하를 위해 시상식장을 찾았다.

 

영랑 김윤식의 시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2003년 처음 제정된 영랑 시 문학상은 지난해에 발간된 시집 중 등단 15년 이상의 시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송수권, 고은, 신달자, 김지하, 장석주 시인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나태주 시인은 오세영 시인은 순수서정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사회의 속악성과 물질문명의 허위성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 이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시작품으로 형상화함으로 시적인 외연을 더욱 드넓게 확대 재생산해온 시인으로 평가되어 왔다.”며 수상 시집 가을 빗소리에서 시인은 노경에 이른 투명한 눈으로 사물과 인생과 세계를 조망하면서 더욱 넓고 깊은 사유의 시세계를 펼쳐 보이고 이다."고 평가했다.

 

오세영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마음과 육신의 고향은 유년 시절을 보낸 전남 장성과 사춘기를 보낸 전북 전주라고 밝히며, “50년 문학 생애를 거치며 많은 상들을 받았다. 그런데 전라도에서 만든 상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태어난 고향에서 주는 상이기도 하고, 고향에서 인정을 해주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자부심이 든다. 많은 상을 받았지만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영랑문학제는 시상식에 이어 전남도립공연단, 뮤지컬배우 김차경 시낭송, 섹소폰 유상호 공연 등 축하공연이 이어졌으며, 오후 730분부터 시문학 축제의 밤이 진행됐다. 문학관장들의 애송시 낭독, 색소폰 공연, 군민 시 낭독 등으로 영랑생가의 밤이 시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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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의 둘레 / 고진하

 

 

홀로 산길을 걷다 자주 발걸음 멈추는 곳

두루미천남성 군락이 있지

긴 헛줄기 끝에 긴 모가지를 쑥 뽑아올리고

외로이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두루미를 닮아 친해졌어

 

가시덤불과 바위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울퉁불퉁한 오르막길 하염없이 걷다

호젓한 꽃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다보면

외로움이 출렁, 온몸을 흔드는 순간도 있지만

 

입석(立石) 같은 외로움이

또 한 번 출렁, 한 무더기 빛으로 쏟아지기도 하네

 

홀로 피어난 것이 홀로 가는 것들을 감싸는

환한 둘레가 되는 일

뒤에 두고 온 두루미천남성이 던져준 빛이네

 

저물녘 산길을 내려오다 보니

이미 오래전 입적해버린 새의 주검 위로

나뭇가지에 열린 새들 뱃종뱃종 명랑의 둘레가 되고

 

 

 

명랑의 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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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영랑시문학상에 고진하 시인 '명랑의 둘레'가 선정됐다. 22일 전남 강진군에 따르면 올해 영랑시문학상에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진하 시인의 '명랑의 둘레'(문학동네)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영랑생가에서 열리는 영랑시문학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다.

 

김창한 영랑기념사업회장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엄격히 심사했다""수상자로 선정된 고진하 시인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고진하 시인을 선정한 심사위원단은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고진하는 성()과 속()이 갈등하고 화해하고 공존하는 삶의 과정을 특유의 사유와 감각의 방식으로 탐색해 온 시인"이라며 "영랑 선생이 평생 일구어낸 자연 서정의 깊이와도 친밀하게 상통한다"고 밝혔다.

 

고진하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꽃망울이 터지려고 팽팽해지는 3월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수상 소식을 듣고 반갑다기보다는 약간 긴장이 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 마음도 팽팽해졌다"고 말했다.

 

영랑시문학상은 2015년에 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예선에서 10권을 골라 본선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시상식은 제13회 영랑문학제가 열리는 29일 오후 5시 강진 영랑생가 입구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한편 29일 열리는 영랑문학제는 풍물패(길놀이)를 시작으로 영랑시문학상시상, 영랑골든벨, 청자 및 모란화분 전시, 영랑시집 및 기념품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30일에는 전국영랑백일장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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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송 / 범대순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눈을 감아도 그 동서남북

서서 바라보는 자리가 화순인 듯 담양인 듯

광주 어디 서서 보아도 크고 넉넉함이며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춘하추동 계절 없이 넘어선

언제나 붉은빛이 푸른빛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만 자색의 꿈

우리가 무등산이 좋은 것은

알맞게 높고 알맞게 가난하고

그 안에 수많은 장단과 고저

역사가 바위가 되고 흙이 된 긴 이야기

평생 한 번만이라도 원노니

낮에도 별들이 내려와 노는

너덜겅같이 밤에도 태양이 뜨는

침묵이 바로 함성인 큰사람 같이

 

 

 

무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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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태어난 시인 범대순 시인은 1958<문학예술>에 시 '승무'로 널리 알려진 조지훈 선생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주로 활동했던 시인은 올 1월 무등산에 대한 사랑을 담은 시집 <무등산>으로 제12회 영랑시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시집은 범대순 시인이 평생동안 1,100번의 무등산 산행 그 가운데 160번의 허락된 정상 1,100고지 서석대 등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숫자는 그의 말에 따르면 숫자가 아니라 스토리다. 그 속에는 무모하게 홍수를 이기려다 119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 이야기, 영하 30°C 하의 서석대, 섭씨 35°C 하의 산행으로 심장의 모터가 꺼질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도의 원로시인 범대순 시인은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양적인 감수성과 모더니즘 시 방법을 결합함으로써 한국 현대 서정시에서 독특한 개성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또 공동수상자 김종철 시인은 실존적 삶의 성찰과 존재론적 생의 인식을 신성사적 지평으로 확대하고 고양해 온 역량 있는 중진 시인이다.

 

한편, 12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자 두 분이 올해 타계하여 강진의 문인들은 물론 문단 안팎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2회 영랑문학제 때 시상하기로 결정한 두 시인 중 먼저 범대순 시인이 타계한 데 이어 김종철 시인까지 5일 오후 타계했다.

 

영랑기념사업회 김창한 회장은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영랑문학제를 취소하자는 일부 이사들의 의견도 있었고, 시상만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면 단위 행사까지 취소하는 분위기에서 군과 협의를 하는 등 다각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였다면서 내년 행사에 시상할 계획이었는데, 두 분의 수상자가 올해 타계하셔서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창한 회장은 5일 조화를 보내 유족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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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시간 고속열차를 타고 / 전석홍

- 사랑하는 우진에게

 

 

1

산골 간이역에서 시간 고속열차를 탔느니라

고빗길 평탄한 길 수없이 오르내리며

거쳐 온 세상은 아름다웠어라

 

화평한 가정은 힘의 샘이었느니

신이 주신 귀한 가족이 있어

힘껏 뛸 수 있었고 행복했노라

 

2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왔다가

기다림 없이 지나가 버리는 것

무명의 이 시간을 네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너 뿐

걷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간다가훈 이어받아

분초를 하늘의 무게로 알고

너만의 땀으로 네 꼬리표를 붙여야 하리

 

3

시간 고속열차는 무한에서 무한으로 달린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어느 간이역에서

맨몸으로 혼자 내려야 하는 것

몸과 영혼은 가고 남는 것은 오직 이름뿐이리니

네 이름에 검은 덧칠을 하지 말아야 하리

정직, 성실, 신의의 표지를 꽝꽝 못 박아

간이역에 애릴 때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하리

 

 

 

시간고속열차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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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영랑시문학상 본상에 장석주(59) 시인의 시집 '오랫동안'(문예중앙)이 선정됐다고 계간 '시와시학'이 봄호에서 밝혔다. 특별상에는 전석홍 시인(79)의 시집 '시간 고속열차를 타고'(시학)가 뽑혔다.

 

이번 시집은 장석주 시인의 열다섯 번째 시집으로 지난 시집 몽해항로를 출간한 이후 1년 만에 발표하는 55편의 신작시들이 실려 있다. ‘주역시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번 시집은 시인의 방대한 독서와 동양 사상에 대한 깊은 천착을 바탕으로 한 노자, 장자에 대한 주석 달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삶은 온전히 책 읽기와 글쓰기에 바쳐져 있다. 삶을 관조하고 그것의 비의를 찾아내는 깊은 시선이 이로부터 나온다. 또 이는 삶을 단순히 대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인의 생체험을 수반하고 있다. 그리하여 체험의 기록이면서 명상의 기록인, 놀라운 깊이의 시집이 탄생했다. 주역의 속화된 가르침을 깨고, 주역의 안팎에서 세계의 모습을 세우기 위해서 우리 자신의 의지를, 그것도 순수한 실패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주역이라는 사유의 그물로 삶과 세계의 법도와 원리를 심도 있게 포착해 나아가면서 현대시의 폭과 깊이를 밀도 있게 형상화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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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시문학상은 김영랑(19031950)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시인의 고장인 강진군이 주최하고 영랑시문학회와 계간 '시와시학'이 공동주관한다. 시상식은 426일 오후 6시 강진군 강진읍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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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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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도둑 산길 / 이성부

 

 

신새벽 벼랑에 엉클어진 철조망을 딛고 넘어

칠팔 년 전 내려왔던 산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가지 말라는 길을 가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심하게

가슴 두근거리고 불안하다 죄를 짓는 일이 이럴진대

오늘 하루 산행이 무사할지 제대로 될지

걱정이 슬그머니 배낭을 잡아 끌어내린다

길은 풀섶에 가려져 끊어질 듯 희미하고

나뭇가지들이 제멋대로 뻗어나서

자꾸 앞을 가로막는다 사는 일도 이렇게

갈수록 거추장스러운 것들이 많아진다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내가 훔친 산길이 고요하게 흔들거린다

길이 끝나는 데서 넓은 너덜겅이 가파르다

까마득한 비탈 바위덩어리들을 밟거나 피해 가거나 건너뛰거나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면서 위로만 올라간다

전에 내려왔을 적에는 미처 몰랐는데

너덜 오름길이 이리 팍팍하다는 것 오늘 알겠구나

평생을 쌓아 올린 욕망이 무너져 내린다면

치솟는 꿈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다면

이렇게 나뒹굴어 널브러지고 눈 부릅뜬 몰골이 될까

이 폐허로 무엇을 만들겠다고 저리 이빨들을 갈고 있을까

세찬 바람에 내 몸이 휘청거린다

여기서 자칫 떨어진다면 저 깊이 모를 어둠 속으로

내가 먹혀들어 가 사라질 것은 뻔한 일

부엉이바위에서 그가 역사 속으로 몸을 던져버린 일도

저 치욕의 끊임없는 광풍이 등 뒤에서 그를 자꾸

떠다밀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결단 다음의 짧은 허공에서 그는 눈을 감은 채

무엇을 보았을까 과연 세상은 아름다웠을까

아아 죽음의 한순간은 생각건대 순결한 것인데

나는 살겠다고 기를 쓰며 바위 모서리를 잡아당긴다

나는 아무래도 시정잡배들과 다를 것이 없나 보다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기는커녕

내 한 몸 추스르기에도 이리 쩔쩔매는구나

길을 찾아 다시 숲속으로 접어든다

사람의 발자국이 얼마나 많이 쌓여져서

이 험한 곳에 이런 차분한 길이 되었을까

이렇게 몇 차례 너덜과 숲길을 오르내리다가

벼락 치듯 비명을 내지르며 달아나는 멧돼지 내외

땅을 흔드는 육중한 덩치의 저 민첩함

그를 따라 흩어지는 얼룩무늬 새끼들 예닐곱 마리

나도 놀라고 두려워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자연은 말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저절로 살아 커서

저희들끼리 살랑살랑 춤추며 노래한다

이것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낀다

허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의 욕심은 끝이 보이지 않아

사람의 뜻대로 개입하고 간섭하고 파괴하고

깊이 들어가 소리와 내음과 흔적을 퍼뜨리면서부터

녀석들은 집주인이 길손에게 쫓겨나듯 터전을 잃어버린다

나는 사람이 만든 죄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잠시나마 녀석들의 평화를 깨뜨렸다는 데서

이 자연에게 칩입자가 됐다는 생각으로 송구스럽다

놀라 도망쳐 숨죽이고 있을 녀석들이 짠하다

발걸음 재촉하여 마지막 너덜에 이르렀다

누군가가 돌들을 쌓아 갈지자로 길을 만들어놓았다

고맙기도 하고 부질없기도 하다

문득 사람 낌새를 느끼며 위를 쳐다보니

시꺼먼 젊은 사내 하나 멈추어 서 있다

나를 내려다보며 인사를 한다 그도 혼자다

나 같은 녀석이 또 있구나 안심하고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악수를 한 다음 헤어져 간다

오늘 하루 처음 만난 사람이

내가 왔던 길을 내려가며 사람 내음을 보탤 것이다

이제부터가 공룡능선이다*

금지된 산길 구간은 지났으니 붙잡힐 일은 없겠으나

내 마음은 여전히 내가 도둑놈이어서 맑지 못하다

다시 가슴 벌렁거린다

벌써 한나절이 지나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쉬엄쉬엄

찰지게**올라가야 한다

 

* 설악산 마등령에서 무너미고개 사이의 능선,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의 한 부분이다.

** ‘차지게의 전라도 사투리.

 

 

 

 

도둑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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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투구꽃 / 최두석

 

 

사노라면 겪게 되는 일로

애증이 엇갈릴 때

그리하여 문득 슬퍼질 때

한바탕 사랑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투구꽃의 도발적인 자태를 그려본다

 

사노라면 약이 되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일 얼마나 많은가 궁리하며

머리가 아파올 때

입술이 얼얼하고 혀가 화끈거리는

투구꽃 뿌리를 씹기도 한다

 

조금씩 먹으면 보약이지만

많이 넣어 끓이면 사약이 되는

예전에 임금이 신하를 죽일 때 썼다는

투구꽃 뿌리를 잘라 잘게 씹으며

세상에 어떤 사랑이 독이 되는지 생각한다

 

진보라의 진수라 할

아찔하게 아름다운 꽃빛을 내기 위해

뿌리는 독을 품는 것이라 짐작하며

목구멍에 계속 침을 삼키고

뜨거워지는 배를 움켜쥐기도 한다

 

 

 

 

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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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시와시학이 강진군 영랑기념사업회와 공동 주관하는 제9회 영랑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이성부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도둑 산길'이다. 그리고 우수상은 시집 '투구꽃'의 최두석 시인이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산행을 통해 얻은 생명에의 깨달음과 자기성찰을 원숙한 필치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 달 30일 오후 7시 강진 영랑생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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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시 1 / 김지하

 

 

거의 백 살 넘어 자신

만병통치 의사

산마루 선생께서다

 

나를 진맥하시며 가라사대

서푼짜리 분노부터 싹 버리쇼

 

순간 떠오른 것이 김수영의

바람아 먼지야로 끝나는

고궁 시

 

그래

 

오늘

그것을 버린다

 

그래서 오늘이 어쩌면

내 못난 시의 생일날이다

 

오늘이

며칠인가?

무슨 날인가?

 

버린다고 과연 버려지는가?

어허허허

 

 

 

못난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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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은 계간 시와 시학, 사단법인 영랑기념사업회가 공동 주관한 제8회 영랑시문학상 본상에 시인 김지하 씨가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수상 시집은 '못난 시들'(이룸), 우수상에는 김선태 시인의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가 선정됐다.

 

김지하 시인은 지난 1969'황톳길', 김선태 시인은 1997'간이역'으로 각각 등단했다.

 

영랑시문학상은 현대문학사에서 순수 서정시를 개척한 영랑 김윤식(1903~1950)의 생애와 문학사적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2003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문학상이다. 문학상 선정에는 시인 고은, 신달자씨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강진군은 "김지하 시인은 그동안 시인으로서 쌓아온 업적과 삶의 진정성, 작품성 등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큰 시인이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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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선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는 남도의 정서를 잘 노래하면서 상처와 성찰의 언어로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여 여백의 울림과 삶의 다양한 형상들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통해 얻어낸 실감이 어우러져 남도의 노랫가락처럼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으로 바다 생명의 기막힌 아름다움심오한 생명의 지혜를 터득한 시편들은 대상과 언어에 대해 깊이 천착한 뒤 완성시킨 리듬감 때문에 구수한 소리처럼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의 시는 언어로 그려내고 연주하는 한 폭의 산수화이자 남도의 노랫가락이다.

 

시상식은 4월 말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리는 영랑문학제 기간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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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사랑 / 허형만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룬 동굴이 있습니다

그 동굴에는

눈이 먼 사랑이 살고

그리움이 살고 아픔도 살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눈 먼 사랑을 잡아먹고

아픔은 그리움을 잡아먹고 삽니다

 

눈 먼 사랑이여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그 파동으로 울음 우는

서러운 짐승이여

 

 

 

눈 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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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과 영랑기념사업회, 계간 '시와시학'이 공동 주관하는 제7회 영랑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허형만 시인이 7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눈 먼 사랑'이다.

 

심사위원들은 "허형만 시인은 질 높은 서정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지속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이 시대 바람직한 서정시의 본령을 지키고 새 지평을 개척해온 대표적인 시인의 한 사람"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우수상 수상자로는 시집 '햇살방석'의 윤효 시인이 선정됐다. 시집 햇살방석1984<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윤효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누구보다도 구체적인 일상을 바탕으로 삼되 그 속에 있는 세속적 현실의 혼탁한 얼룩과 열기를 제거하여, 마음을 진정시키는 맑은 언어의 노래로 평정과 위안의 치유력을 담아내었다. 그리고 시적 화자의 마음으로부터 울려나오는 진정성과 절실한 체험적 동질성이 토대를 이룬 시작들은 독자와의 정서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햇살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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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24일 오후 전남 강진의 영랑생가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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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ㆍ영랑기념사업회와 계간 '시와시학'이 공동 주관하는 제6회 영랑시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신달자 시인이 우수상 수상자로 임동확 시인이 24일 선정됐다

 

수상작 열애’(민음사 펴냄)는 등단한 지 43년째에 신달자 시인이 세상에 내놓은 열한 번째 시집이다. '열애'라는 제목 아래 섬세한 그만의 감성이 잘 드러난 64편의 시를 담았다. 온몸으로 삶을 받아 내는 수행의 자세와 뼛속 상처까지 드러내는 솔직함으로 삶의 실존론적 고뇌를 말해 온 시인의 묵직하고도 뜨거운 고백이 글자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주최 측은 열애는 사랑의 고통과 절망을 삶의 그것으로 확대 심화해감으로써 시 정신의 승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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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임동확 시인이 시집 '매장시편'(민음사 펴냄)으로 우수상에 선정됐다. 이남호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광주를 다룬 많은 시와 소설이 발표되었으나 그 대부분은 광주에 대한 부채 의식의 배설에 그치고 있다. 매장시편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광주의 정신적 흔적을 질서화하는 데 성공한다. 긴 호흡과 풍성한 비유로 충만한 언어가 광주의 숨결을 되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말했다.

 

 

 

매장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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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은 영랑 김윤식(1903-1950)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 오후 강진 영랑생가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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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영랑기념사업회와 계간 '시와시학사'가 주최하는 영랑시문학상 올해 제5회 수상자로 고은 시인이 10일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부끄러움 가득'이다.

 

2002년 발표한 늦은 노래이후 4년 만에 출간된 이번 시집에는 북한문제, 독도문제, 전쟁과 평화, 우리들 생활 주변 이야기 등 모두 97편의 시와 5편의 시조를 수록하였다.

 

 

 

부끄러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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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고은 시인은 '만인보' 등의 작품을 통해 반독재ㆍ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등 일제 강점하에서 민족 운동을 벌였던 김영랑 시인의 시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다며 선정 사유를 밝혔다.

 

이 상은 영랑 김윤식(1903-1950)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상금은 1천만원이다.

 

한편 '시와시학사'21-23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 생가에서 제2회 영랑문화제를 개최한다. 시상식은 축제 첫날인 21일 오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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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박소란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한 사람의 닫힌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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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박소란(39) 시인이 선정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수상작에 박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이 선정됐다고 4일 발표했다. 심사는 문정희·안도현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안 시인은 선정작에 대해 사소한 일상을 긴장의 눈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긍정적이고, 소통의 공간으로 시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평했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운동을 주도했던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926일 경기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다.

 

박 시인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2009문학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2015)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내일의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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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 황규관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웃음이 너무 많다 노래는

없고 이파리 한 장 내밀지 못하는

언어가 객차 안에 가득하다

 

이번 차는 등을 돌리자

모험은 건조한 형식이 아닌데

내 몸이 당신의 맥박을 차갑게 하는

이번 차는 내 것이 아니다

행선지가 너무 명확하다

 

진리여 법이여

폐허의 입을 틀어막는 환희여

 

이번 차는 모른 척 보내고

우두커니 혼자가 되자

혼자가 되어

멀리서 내리는 빗소리를 듣자

 

다음 차도 보내고

다음다음 차도 보내고

저물녘에 우는 늙은 새울음도 보내고

슬픔에 사로잡힌 영혼도 보내고......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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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백석문학상 수상작에 황규관 시집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문학동네)가 선정됐다.

 

백석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창비는 지난 4일 본심 회의를 열고 올해 백석문학상 수상작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노동 경험의 핍진성을 존재론적 기원의 한 축에 두고, 다른 한 축에 분명하고 서늘한 자연 사물의 운행 원리를 배치해가는 '시인 황규관'의 서정성이 보물처럼 빛나는 결실"이라며 "나태와 일상을 거부하는 평범치 않은 '발언'이 촘촘히 박힌 이 시집은 한국 리얼리즘시의 한 수준을 보여주면서도 우리 시가 발딛고 있어야 할 현실과 그 광활한 지평선을 활짝 열어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황규관 시인은 1968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철산동 우체국' '물은 제 길을 간다'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등과 산문집 '강을 버린 세계에서 살아나기' '리얼리스트 김수영' 등을 펴냈다.

 

백석문학상은 백석 선생의 뛰어난 시적 업적을 기리고 그 순정한 문학정신을 오늘에 이어받기 위해 고() 자야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10월에 제정된 상이다. 상금은 2000만원.

 

시상식은 이달 하순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맞게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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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명 서정시 / 나희덕

 

 

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

서정시마저 볼온한 것으로 믿으려 했기에

 

파일에는 가령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머리카락 한 줌

손톱 몇 조각

한쪽 귀퉁이가 해진 손수건

체크무늬 재킷 한 벌

낡은 가죽 가방과 몇 권의 책

스푼과 포크

고치다 만 원고 뭉치

은테 안경과 초록색 안경집

침묵 한 병

숲에서 주워온 나뭇잎 몇 개

 

붕대에 남은 체취는 유리병에 밀봉되고

그를 이루던 모든 것이 <서정시> 속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서정시들과 함께

 

그들은 이런 것조차 기록해두었을 것이다

 

화단에 심은 알뿌리가 무엇인지

다른 나라에서 온 편지가 몇 통인지

숲에서 지빠귀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옷자락에 잠든 나방 한 마리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하루에 물을 몇 통이나 길었는지

재스민차를 누구와 마셨는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대출받았는지

강의 시간에 학생들과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저물 무렵 오솔길을 걷다가 왜

걸음을 멈추었는지

국경을 넘으며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이 사랑의 나날 중에

대체 무엇이 불온하단 말인가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그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말을 가졌다는 것

마음이 뿌리를 돌보며 살았다는 것

자물쇠 고치는 노역에도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파일명 <서정시>에서 풀려난

서정시들은 이제 햇빛을 받으며 고요히 반짝인다

 

그의 생애를 견뎌온 문장들 사이로

한 사람이 걸어나온다, 맨발로,

그림자조차 걸치지 않고.

 

* Deckname<Lyrik>. 구동독 정보국이 시인 라이너 쿤쩨에 대해 수집한 자료집.

 

 

 

파일명 서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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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53) 시인이 올해 제21회 백석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판사 창비는 6"나희덕 시인의 시집 '파일명 서정시'(창비)가 올해 백석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에 대해 "시인의 주변을 포함해 세월호로부터 아우슈비츠, 아프리카 초원의 누에 이르기까지 이 세계에 편재한 죽음의 증후들 속에서 비극적 인식의 언어를 거침없이 토로했다""이제까지는 없었던 전혀 다른 시세계를 보여줬다. 이 시집이 리얼리즘 시의 예리한 갱신을 이뤘다고 평가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감시와 착취, 죽음과 절망이 도처에 존재하는 시대현실과 정면으로 맞서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630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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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 박성우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중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것

 

먼 기억을 중심에 두고

둥글둥글 살아간다는 것

 

무심히 젖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

 

 

 

웃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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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백석문학상 수상작으로 박성우 시집 웃는 연습이 선정됐다.

 

박 시인의 웃는 연습(창비. 2017)은 농촌 공동체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진솔하고 질박한 언어로 고향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이들의 면면과 갖가지 사연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포착한 통찰을 들려준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우는 도시적 생활 감각과 속도를 존재의 한 부면에 상처처럼 새기기도 한다.

 

본심에는 고형렬(시인), 천양희(시인), 한기욱(문학평론가), 예심에는 안미옥(시인), 황규관(시인)씨가 심사를 맡았다.

 

심사위원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람살이 본연의 리듬을 창출해내고 이제는 희귀해져버린 토박이의 삶과 언어를 새롭게 발견한다는 점에서 백석의 시정신을 계승한다고 평가되어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성우(47. 시인)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신동엽문학상과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청소년시집 난 빨강, 사과가 필요해등이 있다.

 

백석문학상은 백석(白石) 선생의 뛰어난 시적 업적을 기리고 그 순정한 문학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자야(子夜, 본명 金英韓)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10월에 제정됐다. 창비가 주관해오고 있으며, 최근 2년 내에 출간된 뛰어난 시집에 주어지는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6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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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묵

 

 

검은 사내가 내 목을 잘라 보자기에 담아 간다 낡은 보자기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나는 구멍으로 먼 마을의 불빛을 내려다보았다

 

어느 날 연인들이 마을에 떨어진 보자기를 주워 구멍으로 검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꼭 한발씩 내 머리를 나눠 딛고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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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백석문학상에 신용목(43) 시인의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선정됐다고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창비가 10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시대현실을 관통하는 가운데 타자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자유로운 언어적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세월호 이후의 시'가 다다른 일단의 성취를 보여줬다. 시인의 시력에 있어서도 한 절정을 이룬다고 평가돼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남 거창 출신의 신 시인은 2000'작가세계'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작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노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작은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에 이은 네 번째 시집이다.

 

백석문학상은 백석(白石, 1912~1996) 선생의 뛰어난 시적 업적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연인이었던 자야(子夜)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제정됐다. 최근 2년간 출간된 시집을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시상식은 이달 29일 오후 630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수상 시인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수여되며 수상소감과 심사평 전문은 계간 '창작과비평' 2017년 겨울호(178)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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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 이산하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 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1980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우리 세월호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글

알도 곽 차 있답니다~”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 500여 개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댓글은 무려 1500개가 넘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이다

문득 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범인을 찾은 듯 관객들을 꿰뚫어 보는

송강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범인은 객석에도 숨어 있고 우리집에도 숨어 있지만

가장 보이지 않는 범인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다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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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시인과 이은봉 문학평론가가 제32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31일 발표했다.

 

이산하는 시 부문에서 시집 악의 평범성으로, 이은봉은 평론 부문에서 평론집 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로 각각 수상했다. 상금은 시 부문 2000만 원, 평론 1000만 원이다.

 

이산하는 1960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 그는 반정부 활동으로 수배 중이던 1987년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미국을 비난한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대표 시집으로는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등이 있다.

 

이은봉은 1953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숭전대 국문과를 나왔다. 1983 삶의 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1984 창작과 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산하와 마찬가지로 지하 신문 등을 발행하며 반정부 운동을 벌였다. 해직 교사 출신으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재구성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국립한국문학관 비상임이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한편 김달진문학상은 시인이자 한학자인 월하 김달진(1907~1989)을 기리고자 1990년 제정됐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10월 2일 경남 창원시 김달진 문학관 생가마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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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신 어머니 / 나태주

 

 

어머니 돌아가시면 가슴속에

또 다른 어머니가 태어납니다

 

상가에 와서 어떤 시인이

위로해주고 간 말이다

 

어머니, 어머니,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부디 제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

어리신 어머니로 자라주세요

 

저와 함께 웃고 얘기하고

먼 나라 여행도 다니고 그래 주세요

 

 

 

어리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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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과 전경욱 고려대 사범대 교수가 제31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는 6 '어리신 어머니'의 저자 나태주 시인을 시 부문 수상자로, '아라리의 기원을 찾아서' 연구를 진행한 전경욱 교수를 학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시초초등학교와 서천중학교를 거쳐 19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했다. 1964년부터 2007년까지 43년 동안 초등학교 교단에서 일했으며 정년퇴임 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이때까지 41권의 창작시집을 펴냈다.

 

수상소식을 접한 나태주 시인은 "월하 김달진 선생께서 저 너머서 미소로 바라보는 것 같다. '오래 견뎌라, 잘 참아라, 갈 데까지 가보아라'라고 선생께서 타이르는 것 같다" "나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이만큼 견뎠으니 긴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생, 그 길에 문자의 방법밖에는 달리 길이 없음을 안다. 열심히 쓸 때는 이미 지났다. 죽을 둥 살 둥 써야 한다. 가는 데까지는 가보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2020년 제31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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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욱 교수는 1959년 출생해 서울 미동초등학교와 한성중학교, 동국대 부속고교 등을 거쳐 1978년 고려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78년 당시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 북청사자놀음 인간문화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탈춤에 입문해 북과 장구를 연주했다.

 

1982년에는 탈춤 연구를 위해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설 한국학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국립민속박물관 임시직 연구원, 창문여고 국어 교사 등을 거쳐 고려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부임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연희', '한국의 가면극', '동아시아 가면극의 역사와 전승양상' 등을 출간했고, 문화유산 보호 학술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전 교수는 "20109월 중국 복건성 천주의 인형극에서 노래하는 구음을 들은 이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매년 한두 편씩 논문을 발표하면서 정말 신나게 작업했다. 기존 연구가 없었던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 자료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그만큼 스스로 만족감도 높았다. 2020년도 김달진문학상에 선정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는 918일 오후 4시 경남 창원 김달진문학관 생가마당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오는 10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 2번 출구 마켓 오 2층에서는 김달진문학상 기념 시낭독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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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 곽효환

 

 

비에 젖은 통영에 가서 얼마간 머물고 싶다고 했다

너는

날이 춥고 바람 차다고 옷을 단단히 입으라고 했다

나는

 

바람을 갖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어렵다고

한꺼번에 울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조금씩 나누어 울었다고 이제

더 이상 소리 내어 울지 않기로 했다고

너는

젖은 나무껍질 냄새가

몸 구석구석에 배어 지워지지 않는다고

아직 잎새를 다 떨구지 못하고

우투커니 겨울을 맞는 나무 한 그루에

, 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다

너는

 

미세먼지 가득한 연무에 싸인 겨울 도심 공원

걸음마다 마른 잎새가 바스락거리며 내려앉았다

멀리 왔다고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조금은 쓸쓸한 것도 괜찮다고 했다

나는

 

너는, 나는

많이 싸웠어야 했다

불확실한 위험과 시련에서

등 돌리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그 차오르는 말들을

그 세세한 기억들을

그 기적같은 감정을 지키기 위해

한때 가까웠던 우리는

더 많이 더 열렬하게 싸웠어야 했다

아무 데도 없으나 어디에도 있는

너라는 깊고 큰 구멍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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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시사랑문화인협의회는 제30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였다. 시 부문은 곽효환 시인(시집 '너는'), 평론부문은 김문주 평론가(수상작품집 '낯섦과 환대')가 선정되었다. 상금은 시부문은 2000만원, 평론부문은 1000만원이다.

 

곽효환 시인은 1967년 전주출신으로 199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예지 '시평'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 등이 있으며 고대신예작가상, 애지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을 받은바 있다.

 

김문주 평론가는 1969년 서울 출신으로 2001년 서울신문신춘문예 평론 당선으로 등단하였으며 '소통의 미래', '수런거리는 시', '분기하는 비평들' 등이 있다.

 

9회 젊은 평론가 상, 6회 김달진 젊은 평론가 상을 받은바 있다. 시상식은 9 28일 오후 4시 진해문화센터 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6 7일 서울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수상작 시낭송회가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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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 이기리

 

 

마침내 친구 뒤통수를 샤프로 찍었다

 

어느 날 친구는 내 손목을 잡더니

내가 네 손가락 하나 못 자를 것 같아?

커터 칼을 검지 마디에 대고 책상에 바짝 붙였다

 

친구는 나의 손가락을 자르지 못했다

검지에는 칼을 댄 자국이 붉게 남았다

 

내 불알을 잡고 흔들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유리문에 비쳤다

 

엎드려 자고 있을 때

뒤로 다가가 포옹을 하는 뒷모습으로

옷깃을 풀고 가슴 속으로 뜨거운 우유를 부었다

 

칠판에 떠든 친구들을 적었다

, ,

야유가 쏟아졌다

지우개에 맞았다

 

불 꺼진 화장실에서 오줌을 쌀 때마다 어둠 속에서 어떤 손아귀가 커졌고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수십 개의 검지가 이마를 툭툭

 

종례 시간이 끝나도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나를 끌어안았다

선생님에게 장래 희망을 말했다

 

저녁을 먹고 혼자 시소를 타면

하늘이 금세 붉어졌고

발끝에서 회전을 멈춘 낡은 공 하나를

두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진흙이 지구처럼 묻은

검은 모서리를 가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건

세상으로부터 주파수가 맞춰지는 느낌

이제 다른 행성의 노래를 들어도 될까

 

정말 끝날 것 같은 여름

 

구름을 보면

비를 맞는 표정을 지었다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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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회 김수영 문학상에 이기리(26)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등단하지 않은 신인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음사는 16"올해에는 191만명이 약 1만편의 시를 응모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여섯 작품 중 내밀한 경험에서 출발한 시편들이 인상적이었던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55편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이기리 시인 작품에 대해 "과거의 상처를 망설임 없이 드러내고 마주하는 용기가 돋보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내공과 고유한 정서적 결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줬다" 등의 평을 받았다.

 

수상자 이기리 작가는 "나의 세계가 언어로서 이 세계를 조금이나마 넓힌 기분이다"라며 "언어가 가진 불온한 속성을 나는 꽤 오래 사랑해야만 할 것 같다. 믿음의 외연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하면서 대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알지 못했다. 추상적인 실체를 상상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참 못나기만 했고 창가의 오후에 기대 쓴 시들엔 나약하고 초조한 화자들이 줄곧 등장했다. 일기장은 나를 미워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가 소록소록 내리던 어느 여름밤, 라디오를 들으며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을 입이 닳도록 발음했던 날을 기억한다. 시는 내 삶에 물방울들이 천천히 창 아래로 모이듯 다가왔다. 이후 모든 형태의 글쓰기가 내 속의 아픔들을 조금씩 소분하고 있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기를, 또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여정이 길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기리 작가는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수상자에는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또 연내 수상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김수영문학상은 1960년대 자유와 저항정신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김수영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후진 양성을 위해 1981년 제정된 시문학상이다.

 

민음사는 김수영문학상 주관사로, 매년 한 명의 시인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등단하지 않은 예비 시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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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피뢰침 / 권박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 셸리(들)에게1)2)3)4)


기상관측소

이번에는 기상관측소입니까?5)
기상관측소는 신의 의도를 기록한 책6)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벼락을 꽉 붙잡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7)
짜깁기한 197개의 심장에,8) 나의 뇌를 피뢰침 삼아,9) 다시 벼락을 덧대어, 처음의 흉측함과 만난다면, 흉측함의 흉측함으로써,

묻겠습니다.
"아직도 공동체의 완성은 보호받는 여자인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동체의 (미)완성

천사는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데,10)
악마도 집 안에만 있어야 했는데,11)

집 안에 있는 천사는 왜 집 밖으로 나가면 천사가 아니게 되는 겁니까?
집 안에 있는 악마는 왜 집 밖으로 나가면 더 끔찍한 악마가 되는 겁니까?

형평성이 탄생했습니다.

비극 ː 형평성의 탄생

그리하여 나의 책에는 비극이 형평성의 탄생이란 의미로 쓰여 있습니다.
유해한 여성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해한 남성도 만들어진 것 아니겠습니까?12)

대화를 나눕시다.
나는 나 이외의 사람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으므로,
대화를 나눕시다.

당신은 한 번도 나와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았으므로,
대화를 나눕시다.
그런데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화¹ ː 플라스틱이거나 새벽의 벤치이거나 북동부 외곽에서 발견된 덫이거나
대화² ː 거절¹
거절² ː 뺨!

거절³ ː 세련된 방식의 삿대질

이번에도 벼락을 꽉 붙잡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아직 내 이름조차 제대로 짓지 못했으므로 피뢰침 위에 걸려 있는 헐렁한 살 껍데기를 걷어온 뒤,13)

이번에는 기상관측소에서 관측된 "새로운 흉측함"14)을 따라가 붙잡겠습니다. "새로운 흉측함"을 붙잡고, 흉측함의 흉측함으로써,

조언하겠습니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말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대화를 거절한다면, 편견의 노예에게, 편견은 편견이 없다는 편견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삿대질하라고!

"나에 대해 묻는 나는 왜 괴물입니까?"

그러니까, 왜, 나는 없는 이름입니까?

나는 낮 없는 밤입니다.
밤을 찢으면 낮입니까?

밤입니까?
뺨입니다.

뺨! 한 뼘 한 뼘, 짜깁기한, 후려치면, 팽그르르,
동서남북 마구마구 도는 나침반 같은, 뺨, 순간,
튀어나온, 핏줄과 핏줄로 뜬, 혓바닥들, 눈동자들,

선을 긋지 말아 주시겠습니까?

혓바닥들,
눈동자들,
한뼘한뼘,

믹서기에 넣고 돌리겠습니다.15)

내가 만든

벼락소리

들으며
돌리며

나는 마구마구 피뢰침입니다.
완벽하게 뒤틀린 얼굴입니다.

일부러 부러뜨린 갈비뼈인 나는
빨강을 6이라고 6을 무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순진한 척해야 하는 건 질렸다."고.
"불순한 척해야 하는 건 질렸다."고.

무덤의 식물성으로 무덤의 독백으로 무덤의 침착함으로 악착같이

"경멸하겠다."고 말하겠습니다.
경멸은 냉혹해서 낭만적이므로

낭만적으로
흉측함으로

관통하고 싶습니다.
피를 뿌리겠습니다!

피의 책

그리하여 벼락에 맞고 맞아 수많은 못이 박혀 있는 200개의 심장이 짜깁기될 수 있었습니다.16) 살아남은 나의 뇌를 피뢰침 삼아, 다시 벼락을 덧대겠습니다.

이번에는 택배사무소입니다.
아직도 남자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여자들을 위해,17) 명명할 수 없는 것을 이름 짓는 이 이름 없는 방식으로18) 짜깁기된 201개의 심장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짜깁기된 피의 책을,19)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방식으로 짜깁기된 피의 책을,20)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벼락을 꽉 붙잡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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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윌리엄 고드윈(William Godwin)은 딸을 출산하다 죽은 아내를 기리는 마음으로 아내의 이름으로 딸의 이름을 지었다. 그런 연유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 셸리(Mary Wollstonecraft Godwin Shelley)는 어머니의 이름이면서 딸의 이름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편의상 어머니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로 딸을 메리 셸리(Mary Shelley)로 부른다. 나는 블루스타킹 서클(Bluestocking Circle)의 지원을 받아 쓴 「마구마구 피뢰침」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 셸리(들)에게 헌정하고자 한다.
2) 이름 없는 여자들이 있었다. 17세기, 여자에게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여자의 사회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지만 그것은 엄연히 교양 형성의 문제였다. 여자는 전문 지식인은 될 수 없다는 것이 계몽주의자들의 주장이었다. 글을 쓰는 일은 남자의 영역으로 간주했는데, 특히,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펜(pen)을 남자의 무기인 페니스(penis)에 비유할 정도로 남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여성 시인 최초로 시집을 출간한 앤 핀치 윈칠시 백작부인(Anne Finch, Countess of Winchilsea)은 여자들이 "바보로 태어났다기보다는 바보로 교육"되었다고 분개하며, "글을 쓰고자 하는 여자는" 남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어떤 미덕으로도 회복될 수 없"으며 "소용없는 어리석음", "주제넘은 잘못"으로 여겨져 "주제넘은 피조물로 간주"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1701년 이름을 밝히지 않고 시집 『Spleen』을 출간했으며, 1713년 여자라고 밝힌 후에야 이름을 밝힐 수 있었다. 당시 여자들은 글 쓰는 것을 조심스러워했고, 글을 쓰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익명으로 글을 발표하거나 남자 이름으로 글을 발표했다. 일레인 쇼왈터(Elaine Showalter)는 당시 여성 작가들이 이중적인 문학 기준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남자 이름을 썼다고 보았다.
독일의 최초 여성 소설가인 조피 폰 라 로슈(Sophie von La Roche)는 1771년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Geschichte des Fräuleins von Sternheim)』를 출간할 때 이름을 밝히지 않고 문학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서 책의 편집자이기도 했던 빌란트(Wieland)에게 서문을 부탁했다. 빌란트는 서문에 "나의 친구인 그녀는 세상을 위해 글을 쓰거나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생각은 결코 하고 있지 않다."라고, 썼다. 그녀는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 출간 후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토로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여자들이 책을 쓰는 것을 이성에 어긋난 죄를 짓는 것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돌려서 이렇게 말한다. 여자가 소설가가 되는 것은 너무 따분해서라고. 내가 바르트하우젠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또 딸들을 연달아 수녀원으로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속상해서라고."
시인인 카롤리네 폰 귄더로데(Karoline von Günderode)는 1804년 『Gedichte und Phantasien』을 출간할 때 티안(Tian)이라는 남자 이름을 썼다. 그녀는 일기에 "나는 왜 남자가 되지 못하나!" "나는 이렇게 살아갈 것이고 살아가야만 한다. 왜냐하면 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크리스타 볼프(Christa Wolf)는 귄더로데의 서간집을 읽고 "저항의 작업"으로 그에 대한 소설을 쓴다. 크리스타 볼프의 소설 『어디에도 설 땅은 없다(Kein Ort. Nirgends)』에서 귄더로데는 "여자 귄더로데(Die Frau, Günderode)"로 표현되어 있고 남자인 클라이스트는 "한 인간 클라이스트(Einer, Kleist)"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귄더로데가 살았던 시대를 반영한 것이다. "여자 귄더로데"는 남자 이름으로 시를 발표한다. "한 인간 클라이스트"는 "여자 귄더로데"가 시를 쓰는 것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를 쓴다는 이유로 "여자 귄더로데"는 여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에밀리 브론테(Emily Jane Brontë), 앤 브론테(Anne Brontë) 자매는 각자 커러 벨(Currer Bell), 엘리스 벨(Ellis Bell), 액턴 벨(Acton Bell)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1846년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Poems by Currer, Ellis and Acton Bell)』을 출간한다. 1847년 샬럿 브론테는 커러 벨이라는 가명을 유지한 채 『제인 에어(Jane Eyre: An Autobiography)』를 출간했고, 1849년 에밀리 브론테도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을 유지한 채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을 출간했다. 샬럿 브론테가 1849년 출간한 『셜리(Shirley:A Tale)』는 기존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이름에 대한 인식을 깬 것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인기로 인해 그동안 남자 이름으로 쓰여 왔던 셜리라는 이름이 여자 이름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다음 대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주다! 지주 셜리 키일다가 나의 스타일이고 나의 직함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나에게 남자의 이름을 주었다. 나는 남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에게 남자다움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소설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본명은 메리 앤 에반스(Mary Anne Evans)이다. 남자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활동 초반 사람들은 그녀를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슈트라우스(David Friedrich Strauss)의 『예수의 생애(The Life of Jesus)』를 번역할 당시 폴리안(Polian)이라는 이름을 썼다. ≪웨스트민스터 리뷰(Westminster Review)≫에서는 채프먼을 편집장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그녀는 부편집장으로 있었다. 1860년 출간한 『플로스강의 물방앗간(The Mill on the Floss)』은 그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여자들은 무엇이나 조금씩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적당한 역할이 무엇일까? 의문을 던지는 매기는 라틴 문구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것이다."에 관심을 가진다. 여자가 남자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는 때는 죽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3) 이름이 없어서 존재를 부정당한 여자들이 있었다. 메리 셸리는 1818년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을 처음 출간했을 때 이름을 밝히지 못했다. 시인이자 그녀의 남편인 퍼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가 서문을 썼는데, 그는 서문에서 소설을 쓴 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두 명의 다른 친구들과 나는 초자연적인 사건을 토대로 각자 이야기를 써보기로 동의했다." 소설을 쓴 메리 셸리와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클레이몽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는 것은 2판에서 메리 셸리가 서문을 쓰면서 밝혀진다. 그녀는 소설을 쓴 계기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우리 각자가 유령 이야기를 쓰기로 하지.' 바이런 경이 제안했다. 우리 모두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 자리에 네 사람이 있었다."
여자는 남자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였다. 여자는 남자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였다. 여성 작가는 괴물 같은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였다. 그래서 어떤 연구에서는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죽은 인간들의 살과 뼈로 만들어진 이름 없이 존재하는 괴물이 메리 셸리를 의미한다고 보기도 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죽은 인간들의 살과 뼈를 모아 괴물을 만들었듯, 메리 셸리가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에게 영향을 받아 『프랑켄슈타인』을 썼다고 보는 것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작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점이 그런 해석에 밑바탕이 되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자는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며, 여자의 교육은 독자적으로 기획될 수 없고 남자와의 관계에서 기획되어야 하며, 남자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루소와 계몽주의자들의 의견에 반박해 1792년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를 출간했는데, 첫 출간 때는 이름을 밝히지 못했고, 2판에서 이름을 밝힐 수 있었다.
4) 메리 셸리가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Paradise Lost)』에 등장하는 인간을 빌려 『프랑켄슈타인』을 썼으나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괴물을 탄생시켰듯 나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을 빌려 「마구마구 피뢰침」을 썼으나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괴물을 때때로 악마라고 부르는 것 역시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 그러나 일부분 그 괴물의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5) 나는 혼자서 벼락을 맞으러 다닌다. 벼락을 맞고 살아난 사람들이 모여서 벼락을 맞으러 다니는 모임이 있는데 그중 가장 알려진 모임은 《아다드》이다. 《아다드》에서는 벼락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을 "공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고 표현한다. (김영하, 「피뢰침」,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문학과지성사, 1998.)
6) 연금술 실험실은 두 권 책으로 비유되어 왔다. 연금술을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옹호한 사람들로부터 신의 말씀이 담긴 경전(the Bible)이라고 비유되었다. 인간의 기술이 자연을 모방하는 것은 물론 자연을 완벽하게 하고 자연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헤르메스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신의 뜻이 담긴 피조물로서의 자연(the Book of Nature)으로 비유되었다. 나는 연금술 실험실에서 파생된 기상관측소를 신의 의도를 기록한 책으로 비유하고자 한다.
7) 나는, 벼락을 "꽉"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사람에게 피뢰침을 일 년에 한 번씩 구입한다. (허먼 멜빌, 「피뢰침 판매인」, 『세계문학단편선17』, 김훈 옮김, 현대문학, 2015.)
8) 세 개의 심장을 토대로 백구십칠 개의 심장을 짜깁기했다.
첫 번째 심장은 갈바니(Luigi Aloisio Galvani)의 것이다. 벼락을 동반한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갈바니의 부인이 개구리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갈바니는 벼락이 칠 때마다 도마 위에 잘려 있던 개구리 다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 발견에서 착안해 죽은 개구리 다리에 전기를 모으는 장치나 해부용 나이프 같은 금속을 닿게 했는데, 그때마다 스파크가 생기면서 개구리 다리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보고 전기는 동물의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1791년 발표한 「근육운동에 대한 전기의 효과에 대한 주석서(De Viribus Electricitatis in Motu Musculari Commentarius)」를 참고할 만하다. 갈바니는 이를 동물전기라고 불렀고, 후에 볼타(Alessandro Volta)는 갈바니즘이라고 불렀다.
두 번째 심장은 알디니(Giovanni Aldini)의 것이다. 알디니는 삼촌의 연구인 동물전기 이른바 갈바니즘에 몰두했다. 그는 1803년 1월 17일 런던의 뉴게이트에서 사형된 조지 포스터(George Forster)의 시체를 실험했다. 《The Times》에서 이 실험에 대해 보도했는데 다음은 참관한 관중의 인터뷰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마치 남자가 부활하고 있는 것 같았다." 18세기 말에 런던에서 발간된 범죄사례 편찬서인 『Newgate Calendar』에서도 이 실험에 대해 언급했는데 다음은 그중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사망한 사형수의 턱이 떨리면서 얼굴 근육 전체가 끔찍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한쪽 눈꺼풀이 열렸다. 실험이 계속 진행되자 오른손이 올라갔고 다리와 허벅지가 움직였다."
세 번째 심장은 유어(Andrew Ure)의 것이다. 그는 횡격막을 자극하면 질식, 익사, 교수형으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1818년 글래스고 대학의 해부학 강당에서 사형된 매튜 클라이즈데일(Matthew Clydesdale)의 시체를 실험했다. 다음은 그가 쓴 실험 기록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전류를 가하자 사형수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렸다. 분노, 공포, 절망, 괴로움, 소름끼치는 미소가 차례로 떠올랐다. 그 끔찍한 움직임에 참관했던 남자 한 명이 기절했고, 구경꾼 몇몇은 이곳을 떠나 이사를 가야 했다." 그는 교수형에 처해질 때 목뼈가 부러지지만 않았다면 죽은 시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9) 나의腦를避雷針삼아 (이상, 「烏瞰圖 詩第七號」, 『이상문학전집 1』, 문학사상사, 1989.)
10) 코벤트리 페트모어(Coventry Patmore)는 1854년 시집 『집안의 천사(The Angel in the House)』를 출간했다. 아내 에밀리(Emily)에게 바치는 시집으로, 집안의 자애로운 어머니와 순종적인 아내의 모습에 대해 썼다. "집안의 천사"라는 말은 이후 빅토리아 시대에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사용되었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19세기의 이러한 순결의식이 여성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쳐 여성 작가들이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숨기게 만들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여성 작가들이 이름을 숨기고 정체를 감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집안의 천사"가 되기를 거부함으로써 작가로 자리 잡고자 하였다.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자들은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하며, 여자들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립할 수 있는 여건, 가령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직업을 얻을 수도 없으며 재산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집안의 천사"밖에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들이 "집안의 천사"를 거부함으로써,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물질인 것과 정신인 것 모두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듯, 여성인 것과 남성인 것을 나누지 않고 화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은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 자매 그리고 당시 수많은 여성 작가들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샬럿 브론테는 글을 쓰기 위한 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토로한 적이 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우리들의 꿈은 계속 이어졌지만 현실 앞에서 한쪽으로 밀렸다. 먹고살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여동생들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두 가지뿐이었다. 교사가 되든지 가정교사로 돌아가든지. 그러나 두 직업은 내가 혐오하는 '얽매인 노역'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여자가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직업은 열악한 근로 조건의 직공을 제외하고 교사와 가정교사 같은 것으로 제한적이었다. 샬럿 브론테가 교사와 가정교사를 '얽매인 노역'이라면서 혐오했던 이유는 가정교사라는 직업은 안정성과 임금도 문제 되었지만 노동계급이면서 중산계급의 이상적인 여성성을 흉내 내어야만 하는 직업이기에 사회적 지위가 낮을 뿐만 아니라 멸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샬럿 브론테는 『제인 에어』를 통해, 앤 브론테는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를 통해 실제 경험을 투영해 가정교사 문제를 담아냈다. 샬럿 브론테는 더 나아가 여자들이 남성 중심의 지배 구조에 투쟁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며 『셜리』를 썼다.
11)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죽은 인간들의 살과 뼈로 만들어진 이름 없이 존재하는 괴물은, 흉측한 모습으로 자신을 만든 사람에게서도 버려지게 된다. 버려진 채 집 안에 혼자 있던 괴물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인간과 어울리고자 하지만 오히려 악마 취급을 받고 공격 받는다.
12)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toxic(유해한 또는 유독성의)'을 선정했다. 옥스퍼드딕셔너리 닷컴에서 'toxic' 검색이 작년 대비 45% 증가했는데, 문자 그대로 쓰이기도 했고, 은유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맥락('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 '유해한 레토릭(toxic rhetoric)', '유해 공기(toxic air)' 등)으로 쓰이기도 했다. 'toxic'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chemical'(화학물질)'이고, 그다음은 'masculinity(남성성)'이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 같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13) 나는 촛불로 밥을 짓는 어머니와 이름이 없는 자식에 대한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식에게 이름이 없는 이유는 죽어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몸이 피뢰침에 걸려 있는 데다 암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상태이며 손톱이 빠지고 성기가 잘리고 목에 꽂힌 칼은 빠지지 않은 채 심장까지 도려내어진 상태로 죽어가는 자식을 보고도 어머니는 계속 촛불로 밥을 짓고 있는데 그것은 오히려 자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노래를 복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하늘이 죽어서 조금씩 가루가 떨어지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나는 아직 내 이름조차 제대로 짓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피뢰침 위에는 헐렁한 살 껍데기가 걸려 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암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맥박이 미친 듯이 뛰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손톱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누군가 나의 성기를 잘라버렸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목에는 칼이 꽂혀서 안 빠지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그 칼이 내장을 드러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펄떡거리는 심장을 도려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담벼락의 비가 마르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정재학,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전문,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민음사, 2003.)
14) "새로운 흉측함"이 탄생하기까지 세 개의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2016년 5월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에 대해 많은 여자들이 분노를 표출했고 조직적인 대응으로 커졌고 이에 맞선 여성혐오자들의 역공격으로 젠더 사이의 격렬한 갈등이 촉발되었다.
두 번째 사건은 2016년 9월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문단_내_성폭력)를 달고 몇몇 문인들을 고발한 것에서 문단 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2017년 1월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결방안에 대한 국회토론회 에 한국작가회의, 출판계의 성폭력 심각성을 인지한 작가들이 모인 페미라이터 등이 참여해 대화를 나누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세 번째 사건은 2017년 10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Me Too)를 다는 것에서 미투 운동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 특집은 이러한 시류를 반영해 '젠더 전쟁'으로 잡았는데, 이때 시인 최영미의 시「괴물」이 게재되었다. 이후 문단 내 성폭력 논란이 재점화 되었다.
15) 연금술 실험실은 부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6)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자 영화감독인 하이파 알만수르(هيفاء المنصور, Haifaa al-Mansour) 는 2017년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Mary Shelley)』을 연출했다. 그녀는 연출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메리 셸리는 완벽한 인물이 아니기에 의문의 여지가 있는 선택도 하고 때론 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낙담하지 않고 상실로 인한 괴로움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가지고 있던 고통의 짐을 심오한 예술작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언제라도 포기하거나 뛰어난 부모 혹은 남편을 따르는 게 쉬울 수도 있었을 텐데도 메리 셸리는 결국 자기만의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다. 나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영화를 만드는 건 메리 셸리처럼 모든 사회적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상실과 괴로움을 딛고 내면의 목소리를 찾았던 메리 셸리처럼 강한 여성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17) 혼자 사는 여자를 위한 안전 팁 중 하나는 택배 수신인 이름을 남자 이름으로 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2018년 개봉된 공효진 주연의 『도어락(Door Lock)』에서는 혼자 사는 주인공이 현관에 남자 구두를 놓아둔다든가 창문이 보이는 베란다에 남자 속옷을 걸어 두는데, 이 역시 혼자 사는 여자를 위한 안전 팁에 속한다.
18)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출간되자마자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판권을 계약한 출판사가 소유권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자가 피조물을 만들었다는 원본 텍스트의 중심 에피소드만 유지한 채 무대 각색본이 계속 변형되고 패러디의 패러디가 거듭되어 나왔다. 또한, 연극으로 만든 초기에는 괴물 역할을 했던 배우의 이름 옆에 빈 선을 그어 놓은 것이 관례였다고 하는데, 그러한 관례를 알게 되었을 때 메리 셸리는 명명할 수 없는 것을 이름 짓는 이 이름 없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19) 앤 핀치, 윈칠시 백작부인은 남자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여자"들은 "성과 도리를 잘못 알고 있다고" 비난하며, "예의범절, 유행, 춤, 옷치장, 유희" 같은 것들이 여자들이 "갈구해야 하는 소양"이며, "쓰고, 읽고, 생각하고, 탐구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흐리게 하고 시간을 고갈시키"는 것이라고 충고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20) 헬렌 디윗(Helen DeWitt)은 1990년대 후반에 『피뢰침(Lightning Rods)』을 썼지만 독특한 방식의 소설이라는 이유로 여러 출판사에 거절당하다 2011년에 출간할 수 있게 되었다. 『피뢰침』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일렉트로룩스 청소기 판매에 실패한 세일즈맨 조 슈모가 피뢰침 사업으로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설의 형식을 취하면서 자기계발서나 CEO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들게 쓴 풍자 소설이다. 조 슈모는 직장 내 성 문제로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이 가혹하다고 생각하며, "한 남자가 여성을 존중하는 법을 못 배우고 자랐고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닌데, 그 약점 때문에 그의 커리어 전체가 위험에 빠져도 되는가?" 안타까워한다.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탓에 "개자식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닌 남자들을 옹호하며, "가뜩이나 불리한 위치에서 하버드나 예일 출신의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여직원들과 가까이 있을 때마다 커리어가 위태로워지는 불이익까지 짊어져야" 하는 남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피뢰침 사업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현대 업무 환경에서 젠더 간 및 젠더 내 상호 교류는 지뢰밭으로 통하는데" "피뢰침"은 "성적 금기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피력한다. "비난을 도맡아 주는 사람"의 역할을 하는 "천 명 중 한 명"의 여직원을 피뢰침으로 고용해 혜택을 주는 것을 조건으로, 장애인 전용 화장실 벽에 구멍을 뚫고 직원들의 성행위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남자들 입장에서는 매춘부를 만나지 않아도 성욕을 배출할 수 있어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 한편 여자들 입장에서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하지 않아도 되기에 합리적이면서 익명에 기반 하여 안전한 피뢰침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조 슈모는 자신이 평등한 기회를 주는 고용주라고 자부하지만 그 이면에는 피뢰침으로 고용된 여직원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몇몇 피뢰침들이 피뢰침을 한 이후 성공하긴 하지만 "성공한 피뢰침은 모두 특출난 사람들이었"고, 성공의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지만 그는 사업가일 뿐이기에 그런 식의 "도덕적 판단"은 그의 몫이 아니다. (헬렌 디윗, 『피뢰침』, 김지현 옮김, 열린책들, 2019.)
21) 1991년 『백래시(backlash)』를 출간한 수전 팔루디(Susan Faludi)는 2018년 10월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폭발' 현상이 흥미롭다."고 했다. "미투 운동이 봇물 터진 지금이 한국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시기이자 최악의 시기"라고 보이는데, "성 평등을 향한 여성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지만 그에 따른 반격 역시 거듭"되는 역사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기록적인 수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고 페미니즘의 부흥이 일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우파 정권과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남성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전 팔루디는 "남녀 간 상호이해만이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해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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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회 김수영 문학상에 시인 권박(36)이 영예를 안았다.

 

민음사는 "투고된 170편의 원고 중 예심을 거쳐 올라온 9편 중 권박 시인의 '마구마구 피뢰침' 67편을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13일 밝혔다. 상금은 1000만원, 시상식은 연말에 예정돼있다.

 

심사위원단인 김행숙 시인은 수상작에 대해 "그의 시들을 나는 어디에서도 읽은 적이 없었다.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모종의 기시감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페미니즘과 초현실주의가 만나 폭죽을 터뜨리고, 정치적인 것과 시적인 것이 새로운 포옹법을 실험한다"고 평했다.

 

권 시인은 직접적인 수상 소감 대신 자신의 이름 '권박'이 탄생한 배경을 전했다.

 

권 시인이 작가로 활동하면서 사용한 기본 약력은 '1983년생 권민자(珉子)'였다고 한다. "아들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지어낸 것"이라며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실망스러운 사람, 막막한 사람이 돼야 했다"고 설명했다.

 

권 시인은 그러면서 "여자아이에게 자(), ()을 써서 이름을 짓는 일은 199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일어나는 일"이라며 "여성을 넘어 작가로서 쓰고 싶은 것에 대해 숙고해야겠다고,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므로 이름을 없애고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같이 쓰자고 결정했다. 이름 없는 이름, '권박'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부연했다.

 

권 박은 1983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동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2'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한편 김수영문학상은 1960년대 자유와 저항정신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김수영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후진 양성을 위해 1981년 제정된 시문학상이다.

 

민음사는 김수영문학상 주관사로, 매년 한 명의 시인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등단하지 않은 예비 시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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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콜링 / 이소호

 

 

헤이뷰티플 순백의 빅토리아 시크릿 이메진 웨얼아유고잉 허밍으로 돈츄스피크잉글리쉬 침 튀기는 엔초비 프린스 두유해브타임 개들이 살 비비는 센트럴 파크 따발총 칭챙총** 호퍼의 창문 하루 종일 키스미 미트볼 뚱뚱한 금요일 고져스 에이비씨 에비뉴 전깃줄에 묶인 발레리나 행아웃위드미 한밤중의 컴히얼 망아지 산책교실 인용구로 남은 스마일걸 아유얼론 뒤뚱뒤뚱 섬마을의 소낙비 드링크위드미 계단 위의 미로 허드슨 리버 가운데 굶주린 바케쓰 왓츠유얼폰넘버 소호 허니 도살장 나이스바디 플라타너스 아이러브 교회 탑 사방의 호각소리 마이럽 엉킨 바지를 벗었다 룩앳미 여러 켤레의 히치하이커 헤이 헤이룩앳미 젖은 레코드판 빈티지 미녀 룩앳미걸 두유워너퍽 수수깡으로 지은 경찰청 헬로헬로 종이컵 속에서 짤랑짤랑 우는 치나*** 오솔길 지름길 아유이그노잉미 낯선 몸과 학교로 가고 구석에서 조는 퍼킹비취 엄마 괜찮아요 잘 살고 있어요 행복해요 그 사이 나의 소원은 고백투유어컨트리

 

* 서구권에서 행해지는 노상 성희롱을 일컫는 말

** 서구권에서 중국어 발음을 따라 한 것으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멸칭

 

 

 

캣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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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시인(30)이 제37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민음사는 5“237편의 시집 원고 중에서 이소호 시인의 캣콜링54편이 선정됐다시가 쓰여야만 했던 거센 에너지, 시인 내면과 외부의 세상 사이의 압력과 분출을 보여주는 유일한 응모작이라고 밝혔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행숙 시인은 “2018년산 고백의 왕은 성폭력의 유구한 전통과 끔찍한 일상성을 폭로하면서, 이 고백의 연출자이자 동시에 여러 명의 등장인물로서의 미적 주체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들은 제가 경험하고 듣고 배운 하나의 역사입니다. 폭력의 時集(시집)입니다. 여자라서 큰딸이어서 연인이어서 신도여서 외국인이라서 신인이어서 당했던 처절한 폭력의 현장입니다라며 불편하고 무한한 여자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흉내 낼 수 있어서 기쁩니다고 말했다.

 

수상 시인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되고, 시상식은 연말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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