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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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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의 문학사적 성과와 위상을 기리고, 시인의 문학과 고향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담은 제3회 박재삼문학상에 이문재 시인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가 선정됐다.

 

올해 박재삼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허영자, 강희근, 김연동 시인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2014년에 발간된 시집에서 10권의 시집을 엄선해 최종심에 올렸다심사위원 세 사람이 각각 10권의 시집을 받아 읽은 결과 최종심에 각자 세 권의 시집을 골라내었는데 각자가 선한 시집 그 세 권 중 공통으로 올린 시집이 한 권 나왔다. 이문재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이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이문재 시집의 작품 중 <사막>, <오래된 기도>, <혼자만의 아침> 3편의 시에서 보이는 관계의 세계미학에 대해 주목했다고 전했다.

 

강희근 시인은 이문재 시인은 사이관계를 탐색하고 그를 통해 이웃, 주변, 그대를 챙기는 관계의 미학을 보여 준다. 그것을 관념으로 바꾸어 말하면 사랑의 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문재 시인은 그 어느 경우이든 확실한 사물(형상)을 기점으로 사색과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말하자면 지향이 있되 그것을 형상으로 말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박수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라고 박재삼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3회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이문재 시인은 십년 만에 시집을 내놓고 막막하던 차에 이런 격려를 받게 되었다. 스무 살 시절, 춘천 소양강가에서 박재삼 선생의 시를 읊조리며 가을을 맞이하던 때가 있었다. 삼십여 년 전, 그 늦여름, 가을이 오는 저녁 강가에서 혼자 태운 눈물이 저로 하여금 시의 길로 올라서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와 함께 애인에게 다가가려 한다. 생명에게, 평화에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려 한다박재삼의 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시가 있어야 할 기쁜장소를 넓혀나가기 위해 남은 힘을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문재 시인은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으로, 1982<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시사저널 기자(1989~2005), 문학동네 편집주간(1998~1999)을 지냈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동네 편집위원,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김달진 문학상, 시와 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경희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으로는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5권을 펴냈으며, 산문집으로는 <내가 만난 시와 시인>(문학동네, 2004),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호미, 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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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적시며 / 이상국

 

 

비 오는 날

안경쟁이 아들과 함께

아내가 부쳐주는 장떡을 먹으며 집을 지킨다

아버지는 나를 멀리 보냈는데

길 데 못 갈 데 더듬고 다니다가

비 오는 날

나무 이파리만한 세상에서

달팽이처럼 뿔을 적신다

 

 

 

 

박재삼 문학상 2013 제2회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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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박재삼문학상에 이상국 시인이 선정됐다.

 

박재삼문학상운영위원회는 이상국 시인(수상작 시집 '뿔을 적시며')이 사소한 것에서 출발해 크고 깊은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정갈하게 풀어내 올해 박재삼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광규 심사위원은 "향토의 서정과 서민의 삶에 뿌리내린 이 작품들은 남성적 어조의 소박한 육성을 들려주고, 이 시인 특유의 진솔한 시세계를 형상화해 친숙하게 읽히고 폭넓은 공감을 자아낸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국 시인은 "선배시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으며, 언젠가 제 노래도 우리 땅 어느 한 자락을 울릴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46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지난 1976'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등을 냈고,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정지용문학상, 강원문화예술상 등 수상했다.

 

 

 

뿔을 적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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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이시영

 

 

경찰은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였다. 20일 오전 530, 한강로 일대 5차선 도로의 교통이 전면 통제되었다. 경찰 병력 20개 중대 1600명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대테러 담당 경찰특공대 49, 그리고 살수차 4대가 배치되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강로 2가 재개발 지역의 철거 예정 5층 상가 건물 옥상에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중인 세입자 철거민 50여명도 경찰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최후의 자위책으로 화염병과 염산병 그리고 시너 60여통을 옥상에 확보했다. 65, 경찰이 건물 1층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곧바로 화염병이 투척되었다. 610, 살수차가 건물 옥상을 향해 거센 물대포를 쏘았다. 경찰은 쥐처럼 물에 흠뻑 젖은 시민을 중요 범죄자나 테러범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645, 경찰특공대원 13명이 기중기로 끌어올려진 컨테이너를 타고 옥상에 투입되었다. 이때 컨테이너가 망루에 거세게 부딪쳤고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이 물대포를 갈랐다. 710, 망루에서 첫 화재가 발생했다. 720, 특공대원 10명이 추가로 옥상에 투입되었다. 726, 특공대원들이 망루 1단에 진입하자 농성자들이 위층으로 올라가 격렬히 저항했고 이때 내부에서 벌건 불길이 새어나오기 시작했으며 큰 폭발음과 함께 망루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물대포로 인해 옥상 바닥엔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물이 흥건했고 그 위를 가벼운 시너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때 불길 속에서 뛰쳐나온 농성자 3, 4명이 연기를 피해 옥상 난간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아무도 그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매트리스도 없는 차가운 길바닥 위로 떨어졌다. 이날의 투입 작전은 경찰 한명을 포함, 여섯 구의 숯처럼 까맣게 탄 시신을 망루 안에 남긴 채 끝났으나 애초에 경찰은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철거민 또한 그들을 전혀 자신의 경찰로 여기지 않았다.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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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문학상운영위원회는 11일 제1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이시영(사진)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창비).

 

심사위원회(위원장 신경림)"이시영 시의 비범성은 언어의 밀도가 여백에 의해 더욱 꽉 조여진 듯 느껴지는 데서 두드러진다"면서 "서정시가 갖는 본연의 정서와 미감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떠올려 우리 시대의 진실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점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박재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제1회 박재삼사천문학상 수상자로는 김륭 시인이 선정됐다.

 

이 상은 지난 한 해 동안 경남지역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등단 10년 미만 시인에게 주는 작품상이다.

 

박재삼문학상은 경남 사천 출신 시인 박재삼(1933~1997)의 문학정신을 기려 제정됐으며 상금 1천만 원과 상패를 시상한다. 박재삼사천문학상은 상금 500만 원과 상패를 준다.

 

시상식은 박재삼문학제 기간인 69일 경남 사천시 서금동 소재 노산공원 내 박재삼문학관에서 열린다.

 

 

 

 

박재삼 문학상 2012 제1회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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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사천시와 지역문인들이 중심이 돼 제정한 '1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작품들을 모았다. 영예의 수상자는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의 이시영 시인이 차지했으며, 강은교·이홍섭·조용미 시인 등이 우수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함께 제정된 '박재삼사천문학상'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등을 펴낸 진주 출신의 김륭 시인이 수상했다.

 

사천에서 태어난 박재삼(1933~1997) 시인은 삶의 체험과 감정의 절제를 자연과 깊이 있는 교감을 통해 표현해 한국 문단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집에는 이시영 시인의 수상 시집 대표작 8편 등이 담겼다. 문학평론가 류신은 이시영 작품론을 통해 "그의 시세계는 여덟 모로 엷게 각이 지면서 맵시 있게 마무리된 북악산 팔각정의 단아한 지붕을 연상시킨다"며 위트, 인간미, 멜랑콜리 등을 그 여덟 개의 꼭짓점으로 들었다. 200, 실천문학,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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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한 장의 햇살 / 최석균

 

 

유리창 한 장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앉았다. 환한 자리에 발을 담가본다. 손을 적셔본다. 따뜻하다. 오래 보고 있으니 조금씩 기운다. 네게로 향하는 정직한 마음처럼 옮겨 간다. 지금껏 네 주변으로 다가간 몸의 열기 마음의 빛, 그렇게 살아있다. 네모거나 둥글거나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너 아닌 존재의 그늘에 떠오른 눈빛 하나, 너 아닌 존재의 그늘까지 쓰다듬는 심장 하나, 안 보이던 것이 선명할 때는 모든 길이 너를 향해 열린다.

 

 

 

유리창 한 장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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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김달진창원문학상에 최석균(57·사진) 시인의 시집 <유리창 한 장의 햇살>(천년의 시작, 20198)이 선정됐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김달진문학상과 달리 김달진창원문학상은 경남에서 태어나 타지에서 활동하거나, 현재 경남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최근 2년 이내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에게는 창원시 후원으로 상금 1000만 원을 준다.

 

합천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2004년 문학 계간지 <시사사>로 등단했다. 현재 창원경일고에서 국어교사를 하며 창원문협 이사를 맡고 있다.

 

<유리창 한 장의 햇살><배롱나무 근처>(문학의 전당, 200810), <수담(手談)>(황금알, 201210)에 이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일상 속 풍경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시가 많다. 우리에게는 무심한 사물들이겠지만, 시인에게는 그 사물 하나하나가 저마다 온 생을 바쳐 다가오는 것들이다.

 

수상소감에서 최 시인은 스스로 시집에 대한 혹평을 쏟아낸다. 겸손하면서도 냉정한 결의가 엿보인다.

 

"창원이라는 지역 이야기를 엮어서 팍팍한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고자 나름의 뜻을 세우긴 했지만 결국 상투성과 평범함의 테두리를 벗지 못했음을 자인해야만 했습니다. (중략) 기쁨에 앞서 매서운 채찍이 등을 때리는 듯했습니다. 묵직한 과제를 가슴에 안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문학상 심사를 맡은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 관장), 신덕룡 시인(문학평론가·광주대 명예교수), 김문주 시인(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이 본 것은 시인이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라기보다는 그의 앞에 놓인 길이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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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어 / 박용진

 

 

물방울 속에

물방울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네가 태어났다

가만히 몸을 말고 있던

가만히 착하게 사랑하고 있던

내 딸이며 누이이며 아내이며

내 투명한 고향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결도 없는 물방울 속에

오로지 우리 둘만 있어

네 손끝에서 피어나던 꽃

내 손끝에서 터져 나가던 꽃

배 속에 알이 가득 차 있었다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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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는 경남 출신 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15회 김달진창원문학상에 박용진 동문의 시집 미궁’(파란, 2018)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박 동문은 한양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2006서정시학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그는 서울 양정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면서 등단 12년 만인 지난해 10월 자신의 첫 시집 미궁을 냈다.

 

수상작 미궁의 시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가의 세계를 보여 준다. 시집 미궁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이한 서사의 매력이 독특한 언어적 장력(張力)과 결합돼 오롯한 자기 개성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928일 창원시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제24회 김달진문학제에서 진행되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지급된다.

 

김달진창원문학상 공모전은 세계화와 지역화의 이상이 다양하게 분리·통합하고 있는 21세기 민족 현실 아래서 구체적인 지역가치의 실천과 전망을 제시해 주는 문학에 대한 격려와 선양을 취지로 기성·신인 제한 없이 매년 개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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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 / 유홍준

 

 

대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가 먼 데를 바라보고 있다

 

대나무 우듬지가 요렇게 살짝 휘어져 있다

 

저렇게 조그만 것이 앉아도 휘어지는 것이 있다 저렇게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것이 있다

 

새는 보름달 속에 들어가 있다

 

머리가 둥글고, 부리가 쫑긋하고, 날개를 다 접은 새다 몸집이 작고 검은 새다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창문 앞에 앉아

나는 외톨이가 된 까닭을 생각한다

 

캄캄하다, 대나무 꼭대기를 거머쥐고 있던 발가락을 펴고 날아가는 새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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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통영시문학상에 유홍준·이은규·우은숙·최진영 씨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통영 출신 문학인의 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발전에 이바지한 유능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을 시상하고자 통영문학상을 마련, 1일 올해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통영시문학상은 '청마문학상' '김춘수 시문학상' '김상옥 시조문학상' '김용익 소설문학상' 4개 부문을 시상하며, 수상작은 작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 등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한다.

 

올해 청마문학상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유홍준, 시인동네), 김춘수 시 문학상은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이은규, 문학동네), 김상옥 시조문학상은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우은숙, 시인동네), 김용익 소설문학상은 <겨울방학>(최진영, 민음사)이 뽑혔다.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2000만 원의 상금이, 그 밖의 수상자에게는 10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전달된다. 시상식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10월 중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통영문인협회 주관으로 진행된다.

 

한편, 통영시는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2000년 청마문학상을 제정했다. 이후 2015년부터는 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등 4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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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 류인서

 

 

여기서 만났을 거다 우리

미끄럼틀과 시소, 혼자 흔들리는 그네, 생울타리에 기댄 작은 청소 수레가 속한

모래의 세계

 

이쪽 기울 때 너는 떠올랐니

우리는 평균대가 아니어서

균형점을 앞에 두고 나뉘어 앉는 세계

시소는 약속이 아니어서

잽싸게 무게를 버리며 달아날 수 있다

떠 있는 빈자리와 쏟아지는 이의 우스꽝스런 엉덩방아,

이것은 갑에게서 가볍게 을이 생략되는

저울놀이

 

데워진 모래는 한결 기분이 좋다

 

굴을 파고 두더지 놀이를 하면

구근 대신 손을 묻어둘 수 있다

꽃과 쓰레기 장난감 블록들

싹 트는 경작지

원통의 미끄럼 터널 속으로 청소부처럼 사라지는, 나쁜 공기처럼 빨려 나오는

아이들

굴뚝을 지나는 그을음 묻은 해

바짓단에 떨어지는 해변

 

꽁초와 휘파람,

아무래도 이곳은 빌딩 창문에서 더 잘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

토르소로 떠다니는 구름 우주복

잠깐 나타났다 지워지는 그림자들 숨소리들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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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류인서, 박명숙 시인과 김유진 소설가가 ‘2019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 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지난해 71일부터 올해 531일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 등을 거쳐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수상자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김지하 시인으로 시집 흰 그늘’(출판사:작가)이며 김춘수 시문학상은 류인서 시인의 작품집 놀이터’(출판사:문학과지성사)이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은 그늘의 문장’(출판사:동학사)을 펴낸 박명숙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보이지 않는 정원’(출판사:문학동네)을 낸 김유진 소설가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3일 통영예술제 개막식에 맞춰 한산대첩광장에서 열리며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2천만 원, 그 밖의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된다.

 

한편 통영시는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통영출신문학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청마문학상을 제정했으며, 2015년부터 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등 4개 부문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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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창고 / 이수명

 

 

우리는 물류 창고에서 만났지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차려 입고

느리고 섞이지 않는 말들을 하느라

호흡을 다 써 버렸지

 

물건들은 널리 알려졌지

판매는 끊임없이 증가했지

창고 안에서 우리들은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오곤 했지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했어

 

무얼 끌어내리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담당자처럼 걸어 다녔지

바지 주머니엔 볼펜과 폰이 꽂혀 있었고

전화를 받느라 구석에 서 있곤 했는데

그런 땐 꼼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지

 

물건의 전개는 여러모로 훌륭했는데

물건은 많은 종류가 있고 집합되어 있고

물건 찾는 방법을 몰라

닥치는 대로 물건에 손대는 우리의 전진도 훌륭하고

물류 창고에서는 누구나 훌륭해 보였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누군가 울기 시작한다.

누군가 토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서서

등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고

몇몇은 그러한 누군가들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대화는 건물 밖에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숙이라 쓰여 있었고

그래도 한동안 우리는 웅성거렸는데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소란하기만 했는데

 

창고를 빠져나가기 전에 정숙을 떠올리고

누군가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조금씩 잠잠해지다가

더 계속 계속 잠잠해지다가

이윽고 우리는 어느 순간 완전히 잠잠해질 수 있었다.

 

 

 

 

물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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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는 28일 청마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등 2018 통영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문정희 시인으로 작품집 작가의 사랑이며,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는 이수명 시인으로 작품집 물류창고이다.

 

김상옥시조문학상은 작품집 못의 시학을 펴낸 박지현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작품집 당신의 비밀의 홍명진 작가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김춘수시문학상·김상옥시조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씩의 상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10 13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8 통영문학상 본심심사에 청마문학상은 김명인(시인·고려대 교수), 오세영(시인·서울대 명예교수), 허영자(시인·성신여대 명예교수), 김춘수시문학상은 이하석(시인·대구문학관장), 채호기(시인·서울예술대 교수), 김상옥시조문학상은 박기섭(시조시인), 오승철(시조시인), 김용익소설문학상은 구효서(소설가), 하창수(소설가, 번역가)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통영문학상은 지난 2017 7 1일부터 올해 6 30일 기간 중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 본심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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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 / 김산

 

 

푸른 저녁이 등의 짐을 잠재우는 시간으로 돌아가겠다.

고독의 밀실로 말하노니,

구름의 검은 조등이 맨발 아래 스멀거리는 구나.

죄를 지은 사람과 죄를 벗은 사람 사이에서

분분히 포말 되는 거울의 말을 사랑한 적 있다.

섬이 떠다닌다. 한 섬 두 섬 세 섬 선한 양들을 부르듯.

섬은 별의 공동묘지. 저기 아래.

죽음의 정박을 절체절명의 몸부림이라고 이해하겠다.

어둠이 하얗다고 소년이 소리친다. 그것은 비석의 그림자를 본

늙은 매의 날갯짓이 전생을 파닥거리는 불온한 외침.

어린 송장의 관의 문을 열고 비로소 명멸하는 저녁,

잔디들이 일제히 일어나 향을 피우며 음복을 한다.

바람의 후레자식들이여! 무릎 꿇고 고개를 숙여라.

집을 잃은 성근 별들이 뜨거운 손을 잡고,

들개 한 마리가 앞발을 천천히 거두어 가슴으로 덮는다.

 

바람이 분다. 죽어야겠다.

바람이 불지않는다. 그래도 죽어야겠다.

 

 

 

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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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통영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청마문학상에 천양희(사진) 시인, 김춘수시문학상에 김산 시인, 김상옥시조문학상에 문희숙 시인, 김용익소설문학상에 조해진 작가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통영문학상은 통영출신인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김용익을 기리고 있다. 통영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까지 1년간 전국에서 출간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다.

 

선정 결과 청마문학상은 천양희 시인의 작품집 '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사)'가, 김춘수시문학상은 김산 시인의 작품집 '치명(파란)'이 선정됐다. 이와 함께 김상옥시조문학상에는 문희숙 시인의 작품집 '짧은 밤 이야기(고요아침)',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창비)'가 선정됐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상금으로 2000만 원을 받고, 나머지 수상자에게는 1000만 원을 받는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월 21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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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는 생각 / 이현승

 

 

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

 

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

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

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

 

이런 질문,

한날한시에 한 친구가 결혼을 하고

다른 친구의 혈육이 돌아갔다면,

나는 슬픔의 손을 먼저 잡고 나중

사과의 말로 축하를 전하는 입이 될 것이다

회복실의 얇은 잠 사이로 들이치는 통증처럼

그렇게 잠깐 현실이 보이고

거기서 기도까지 가려면 또

얼마나 깊이 절망해야 하는가

 

고독이 수면유도제밖에 안 되는 이 삶에서

정말 필요한 건 잠이겠지만

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국이 필요한 아침처럼 다들

그래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방에서 의자에서 자고 있지만

 

참으로 모자란 것은 생활이다.

 

 

 

 

생활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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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7일과 18 '2016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은 청마문학상과 김춘수 시 문학상, 김상옥 시조 문학상, 김용익 소설 문학상 등이다.

 

2016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시집 <보고 싶은 오빠>(창작과비평)를 낸 김언희 시인이었다.

 

이와 함께 김춘수 시 문학상에는 <생활이라는 생각>(창작과비평)을 쓴 이현승 시인이, 김상옥 시조 문학상에는 박영식 시인이 선정됐다. 박 시인은 <굽다리 접시>(동학사)를 썼다. 김용익 소설 문학상에는 <애니>(문학과지성)를 쓴 정한아 작가가 선정됐다.

 

통영시문학상은 지난 한 해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엄정한 예심과 본심사를 거쳤다.

 

당선자에게는 청마문학상 2000만 원, 나머지에게는 각각 1000만 원 상금을 준다.

 

시상식은 10 15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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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아 / 김이듬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른다 심호흡 한다 만지지 마 제발 기대지 말라고 신경질 나게 왜 이래 팽팽해진 가죽을 찢고 여우든 늑대든 튀어나오려고 한다 피가 흐르는데 핏자국이 달무리처럼 푸른 시트로 번져가는데 본능이라니 보름달 때문이라니 조용히 해라 진리를 말하는 자여 진리를 알거든 너만 알고 있어라 더러운 인간들의 복음 주기적인 출혈과 복통 나는 멈추지 않는데 복잡해죽겠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간들 나는 말이야 인사이더잖아 아웃사이더가 아냐 넌 자면서도 중얼거리네 갑작스런 출혈인데 피 흐르는데 반복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 문이 달린 세계 이동하다 반복적으로 멈추는 바퀴 바뀌지 않는 노선 벗어나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대형 생리대가 필요해요 곯아떨어진 이 인간을 어떻게 하나 내 외투 안으로 손을 넣고 갈겨쓴 편지를 읽듯 잠꼬대까지 하는 이 죽일 놈을 한 방 갈기고 싶은데 이놈의 애인을 어떻게 하나 덥석 목덜미를 물고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갈기를 휘날리며 한밤의 철도 위를 내달릴 수 있다면 달이 뜬 붉은 해안으로 그 흐르는 모래사장 시원한 우물 옆으로 가서 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히스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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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영시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고동주)는 지난 18일 위원회를 열고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정끝별,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자로 김이듬, 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자로 서숙희, 김용익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윤고은씨를 각각 결정했다.

 

정끝별 시인은 1964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8년 문학사상 신인 발굴 시 부문에 칼레의 바다  7편의 당선으로 등단했다.

 

김이듬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서숙희 시인은 1959년 경북 포항 기계면 출생으로 매일신문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에 당선(1992)돼 문단에 나왔다.

 

윤고은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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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 박판식

 

 

모자와 박쥐우산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물건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애완용 개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명이 있다면

더 어울리지 않는다

내게는 딸이 없다, 나와 어울리지 않아서다

 

하지만 내 인생은 태어나지 않은 딸과 늘 동행하고 있다

웅덩이가 모자처럼 떨어져 있다 인생은

그 위를 지나가는 멀리서 온 구름이다

옷을 입은 개가 맨발일 때

이 경이로운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 얼굴이 세 개나 네 개로 늘어날 때

모자 대신 접시를 머리에 얹고 걸어도 이상할 게 없다

 

개업식 경품 행사로 1등 자전거에 당첨된 일이 있다

빵집 주인이 내 이름을 세 번 연속 불렀는데

끝내 나가지 않았다, 빵집은 반년 만에 폐업했고

이 시장 골목에선 흔한 일이다, 처녀 시절 아내가 키우던 개가 죽었다

개는 죽기 직전 젖은 걸레 위로 올라갔고

자신의 똥 위로 올라갔고 이부자리 위로 올라갔고 나의 배 위로

올라갔다, 죽은 개는 나와 어울린다, 개가 죽고 문득

아들이 태어났다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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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문학상에 박판식, 김상옥 시조문학상 박옥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조용호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회장 김혜숙)는 올해의 통영문학상 수상자로 김춘수 시문학상에 박판식 시인의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에 박옥위 시조시인의 '조각보 평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 조용호 작가의 '떠다니네'를 선정했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2014년 통영문학상 심사는 시 부문에 이기철, 장석주 교수, 시조부문은, 윤금초, 홍성란 시인이 소설 부문은 임철우 작가와 김원일 교수가 맡았다.

 

시 문학상 수상자 박판식 시인은 1973년 생으로 경남 함양에서 출생해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문학과 경계편집위원과 문학선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와 광운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그는 2001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해 2003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와 2004년 시집 밤의 피치카토’ 2013년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를 발간했다.

 

이기철, 장석주 심사위원은 일곱 권 중에서 네 권을 최종후보로 검토했다. 문성해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윤성택 시집 감에 관한 사담들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등이다.

 

네 분 시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활짝 꽃 피우고 있어서 누가 수상자가 되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심사자는 고심 끝에 독창성과 개성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2014년도 김춘수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택했다. 고 평했다.

 

김상옥 시조문학상 당선자 박옥위 시인은 한국 시조문학계의 중견 시인이다. 그녀는 1941년생으로 1967년 무렵 울산문인협회 한국지부회원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현대시조와 시조문학에 동시(同時)천료되면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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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 조동범

 

 

오늘은 축제의 밤이야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불행한 장미의 밤이지

붉은 장미를 바라보며

카니발의 행렬이 폭소를 터뜨리지

고깔모자를 쓴 광대는

신나는 나팔에 매달려

말랑하고 부드러운 리듬을 만들어내지

카니발의 밤은

깊고 아름다워

하늘을 가득 메운 색종이가

바람을 타고 허공을 맴도는,

그런 밤이야

카니발의 여인은 노래를 부르며

나팔 속으로 행진을 하고 있어

카니발의 큰북이

심장을 따라

붉은 리듬을 만들고 있어

오늘은 붉은 심장의 밤이지

벌거벗은 여자들은

광대들의 고깔모자를 빼앗아

공중에 던지지

흥겨운 공중은

빙글빙글 도는 고깔모자로 가득해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검은 왕관의 밤

여왕은 빛나는 지휘봉을 들고

최선을 다해 카니발을 지휘하지

나팔과 큰북이

검푸른 어둠을 서성이는 밤

카니발 너머에는

동굴처럼 길고 막막한

어둠이 기다리고 있지

어둠을 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즐겁고 유쾌한

카니발의 행렬

여왕은 최선을 다해 웃고 있지

최선을 다해,

지휘봉을 돌리고 있지

고깔모자와 검은 피와

불꽃이 빛나는,

검은 왕관의

카니발 위에서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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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통영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김춘수 시문학상 조동범 시인의 '카니발', 김상옥 시조문학상 조동화 시조시인의 '영원을 꿈꾸다', 김용익 소설문학상 재미소설가 박경숙의 '빛나는 눈물'이 각 부문작로 선정됐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혜숙 통영문인협회장)27일 시, 시조, 소설 장르별 심사위원회를 개최, '2013년도 통영문학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는 박주택, 장석남 시인이 시 부문, 이우걸, 유재영 시인이 시조 부문, 백시종, 방현석 소설가가 소설 부문을 각각 맡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자 조동범 시인은 경기도 안양 출생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 등단했으며, 작품집으로는 시집 '심야 베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산문집으로는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문학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등이 있다. 현재 계간 시인동네, 격월간 시사사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중앙대, 서울예대, 한서대 문예창작학과에 출강 중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조동범의 시집 '카니발'(문학동네)은 도시 생태학적 시선으로 자본과 속도의 문제를 탐구하며 불길한 죽음 의식과 팽팽히 대결, 은폐돼 있는 인간의 심층적 감정이나 원초적 욕망을 밀도 있게 관찰해 시속에 전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주택 심사위원은 "김춘수 시세계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탁월한 시적 고투를 살피는 한편 최근 시적 활동을 활발, 시적 성취가 남다른 것을 기준으로 본선에 오른 10여 권 중 최종 5권을 다시 심사, 최종 조동범의 카니발을 선택했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조동범은 체험을 깊이 있게 인식해 자신을 세계와 고립시키지 않고,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인간과 현실의 관계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했다.

 

조동범 시인은 "시 쓰기가 설렘과 열정으로만 가득했던 날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언제나 일상을 벗어난 순간들이었고, 그런 날들이야말로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다나는 나의 시가 일상성의 무의미한 파국에 함몰될까 언제나 두려웠고, 그것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 쓰기는 지리멸렬한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만 같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런 내게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으며, 오랜 기간 인내했던 시인으로서의 삶을 어루만져주었다. 가족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75일 오후 7시 통영문학제 개막식과 함께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창작지원금으로 각각 1천만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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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변주곡 / 이광석

 

 

바다는 제 혼자 다니는 길이 있다

고급 세단 같은 상어가 다니는 길을 비켜

토종 전어 고등어떼 마실 다니는 작은 골목길을 달빛으로 간다

세월의 파편이 된 낡은 기억들 하나 둘 사라지고

돌아갈 수 없는 낯선 길 앞에 바다는 지금 아프다

보아라 물 어디에도 내가 적실 그리움은 없다

각혈하듯 시의 꽃을 피우던 가포 겨울바다도

조개껍데기처럼 개펄에 엎드려 있다

바다가 마지막 종점인 사람들에겐 바다는 더 이상

내 줄 어깨가 없다 세상의 집들이 어둠에 업혀

잠들 때 밤새 뒤척이던 바다는 제가 숨겨놓은

옛길 하나 불러낸다 그 길섶에 문신처럼 박힌 묵은 통증,

등지느러미 날 세운 쪽빛 너울로 환급 받고 싶다

 

 

 

 

바다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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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와 청마문학회가 공동으로 수상하는 올해 청마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들이 선정됐다.

 통영시는 제11회 청마문학상 수상작 본상에 이광석 시인(75)의 '바다 변주곡'이 결정됐다고 17일 밝혔다.

 또 신인상에는 류인서 시인(50)의 '여우'와 박지현 시조시인(54)의 '저물 무렵의 시'가 각각 확정됐다.

 지난해까지는 본상만 시상해왔으나 신진작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신인상을 제정해 본상과 함께 시상한다.

 본상은 3000만 원이 신인상에는 각각 10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시상식은 통영문학제 개막식인 10월1일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에 마련된 무대에서 열린다.

 '청마문학상'은 청마 유치환 시인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학인의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해 통영시가 2000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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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김광림


허탈하고플 때가 있다.
미운 것도 고운 것도 모른 채
높은데도 낮은데도
아랑곳없이
그저 허공을 향해
십자목에 걸친 채 의연히 서서
소슬바람에 옷자락 날리다가
마침내 '허리케인'에 휘말려
속사정 다 드러내고
나뒹구는
허수아비 마냥
미련 없이
존재하고플 때가
간혹 있다.

 

 

 

 

허탈 하고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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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는 청마문학회와 공동으로 수여하는 올해 청마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청마문학회 심사위원회에서 '김광림 시인'의 시집 '허탈 하고플 때'(풀잎문학, 2007년)를 제10회 청마문학상 작품으로 최종 선정했다.

 

1929년 함경남도 원산 태생으로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김광림 시인은 1948년 '연합신문' 시발표로 등단한 후 이번 수상작외 시집 16권과 평론집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장안대 일문과 교수와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수상경력으로는 제5회 한국시인협회상과 대한민국 문학상이 있다.

 

시상식은 '2009통영문학축제' 기간인 7월3일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통영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청마문학상의 지위격상 및 예술창작의욕 고취를 위해 시상금을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증액해 시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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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비평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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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문학회(회장 김해석 시인)와 경남 통영시가 주관하는 제9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72)씨가 선정됐다.

 

통영이 고향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의 문학정신을 기려 제정된 이 상은 시ㆍ시조ㆍ평론 부문의 등단 20년 이상 문인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상금은 1,000만원이며, 시상식은 10월2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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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많이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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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종길씨(81)가 시집 ‘해가 많이 짧아졌다’(2004년)로 제8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10일 경남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시인은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며 ‘성탄제’ ‘천지현황’ ‘시에 대하여’ 등의 영역시선집과 문학평론집을 펴냈다.

 

통영이 고향인 청마 유치환 선생(1908~1967)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제정된 청마문학상은 등단 20년 이상의 문학인 가운데 시·시조·문학평론 분야에서 매년 수상자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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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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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청마(靑馬)문학상 수상자로 문덕수(78) 시인이 결정됐다.

 

경남 통영시와 청마문학상심사위원회는 청마 유치환(柳致環.1908-1967)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청마문학상에 '청마평전'(2004)과 '문덕수 시전집'(2006)을 펴낸 문덕수 시인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문 시인은 청마의 추천으로 195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지금까지 20여권에 가까운 시집과 번역시집을 펴냈다.

 

이번 심사과정에서 청마의 일대기와 문학적 업적을 집대성한 '청마평전'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8월10일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1천만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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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동선 시99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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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와 청마문학상심사위원회는 16일 제6회 청마문학상 수상자로 함동선(咸東鮮·75·중앙대 명예교수)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함동선 시인은 현대시인협회장과 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을 역임하였다

 

시집으로 < 우후개화><꽃이 있던 자리 >< 눈 감으면 보이는 어머니><식민지 ><산에 홀로 오르는 것은><짧은 세월 긴 이야기><인연설 >

 

산문집으로 <문학비 답사기> 에세이 <그 후에도 오랫동안 >< 절대 고독의 눈물 >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4일 오후 2시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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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의 세계 / 김두안

 

 

피아노 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의 얼굴은

고요가 지워진 32

흰 블라우스와 우아한 꽃무늬 치마를 입었군

 

음악이 유령처럼

떠다니는 동안

방 안에 향수 냄새가 난다

 

나는 기록한다 외로움이 죽어서 음악을 찾아왔다 그러나 음악 속에 가득 유폐된 눈물들, 음악의 투명한 머리카락이 자라나 나는 눈을 감는다

 

음악이 내 슬픔을 본다, 멈추어 다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다만 안 된다고

 

피아노 속에서 비가 내린다

고양이가 나를 듣는다

누군가 피아노 속에 지독한 사랑을 숨겨 놓았군

 

그래요 난 사랑을 들켜 버렸어요

음악의 목소리가 쉼표처럼 떨린다

 

난 피아노 속에서 흘러나온 고독이란 책을 읽는데 왜 기억들은 자꾸 빗물에 젖는지 몰라

 

다시 음악이 자신의 악보를 접고 피아노 속에 공손히 내려앉아 잠이 든다

 

빗속을 홀연히 떠도는

저 비음은

울음일까 노래일까

 

그러니까 난 괜찮아요

우리는 물론의 세계니까

 

나는 음악을 깨워 밥을 먹고

방 안에 촛불을 켠다

내 음악은 죽은 지 너무 오래됐다

 

 

 

 

물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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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 49호 고 한유성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한유성문학상의 2020년 제4회 수상자가 선정됐다. 서울시 송파구의 무형문화재 49송파산대놀이와무형문화재 3송파답교놀이복원 및 제정에 80년의 생을 바친 한유성 선생은 1993송파를 빛낸 얼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유성문학상은 '포엠포엠''송파구'가 주최하며 한유성문학상위원회가 주관한다.

 

2020년 제4회 한유성문학상 수상자는 김두안 시인으로 2006<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해 시집 달의 아가미”, “물론의 세계등을 출간했다. 수상작은 시집 물론의 세계.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정말 영광스럽고도 무거운 전갈이라며 지금까지 숨겨져서, 제 안에 숨어서, 시집에 담아온 열정들이 평가를 받고 기록된다는 사실을 제가 잘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시와 인생을 양심으로 책임지며 지켜나가야 하기에 다시 사무여한(死無餘恨)의 각오를 다짐해 봅니다.”라고 전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심사평에서 김두안 시인은 일찍이 첫 시집 달의 아가미에서 진중하고 차가운 언어에 담긴 비극적 리얼리티를 통해 주변으로 소외된 이들의 감성을 노래한 바 있다.”라며 “10년 만에 펴낸 이번 수상작은 이러한 세계에서 일전(一轉)하여 불면과 환각의 세계를 통한 자의식을 집중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상처받은 이의 내면의 결을 섬세한 언어 미학으로 승화시킨 이번 시집은 그 점에서 역설적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의 살아있는 미학적 축도(縮圖)로 다가오고 있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을 맡은 이건청(시인,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박형준(시인, 동국대학교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는 김두안 시인의 작품 세계의 축적과 심화 과정에 격려가 얹혀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한유성문학상의 상금은 5백만 원이며 상패와 함께 수여된다. 4회 한유성문학상 시상식과 제9회 콘서트 포엠포엠은 오는 1024일 오후 230부 서울시 송파구청 4층 대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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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 문현미

 

 

시간의 무덤인 거대한 사막을 바라보며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의 전언을 듣는다

 

유랑의 발자국들이 모래로 덮이고

피라미드 모래탑이 쌓였다가 사라지는 사이

수많은 나를 번제물로 바치게 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내일이 없는 길을 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 벌판에서

누군가는 모래알 같은 나를 안고 돌아가고

누군가는 바람보다 더 바람 같은 나를 만나리라

 

기둥 하나 없는 이방의 신전 너머

꿈꾸듯 청라 한 필이 주욱 펼쳐진다

 

아무 곳에도 다다르지 못한 채

사막의 열기가 아득하게 번지고 있다

 

바람의 뼈로 현을 켜는 광야의 시간이 돌아오고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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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전문지 포엠포엠이 주최하고 한유성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한유성문학상이 시선집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의 문현미 시인을 제3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건청(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박형준(시인, 동국대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한유성문학상은 송파산대놀이송파다리밟기를 무형문화재 등록에 기여한 인간문화재 한유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번 한유성문학상은 2017년 김신용 시인과 2018년 정채원 시인을 잇는 세 번째 수상자로 문현미 시인을 선정했다.

 

문현미 시인은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8년에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기다림은 얼굴이 없다”, “칼 또는 꽃”, “수직으로 내리는 비는 둥글다”,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그날이 멀지 않다”, “깊고 푸른 섬”,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시와시학작품상, 난설헌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문현미 시인은 현재 백석대학교 도서관장, 산사현대시100년관장. 보리생명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심사위원이었던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문현미 시인은 그동안 냈던 시집을 통해 사랑의 시학을 집중적으로 노래해 왔다고 평했다. 이어 지나온 시간에 대해 커다란 인식적, 방법적 열정을 쏟으면서, 대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문현미 시인의 시 세계는 섬세한 서정성과 사랑의 시학으로 집중되어있는 것이다.

 

이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를 두고 사랑과 믿음의 형식을 섬세한 언어 미학으로 승화시켜온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준 살아있는 미학적 축도(縮圖)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에서 엿볼 수 있는 시인의 자기 탐구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문현미 시학의 진화 과정을 명료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문현미 시인은 한유성문학상 수상에 대해 산타클로스로부터 받는 뜻밖의 선물과 목마른 나그네에게 나타난 오아시스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이윽고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묘비명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그 또한 추락한다.”를 언급하며 시인이 걸어야 할 길에 대해 늘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상소감은 감사 인사와 함께 그동안 쌓였던 온갖 껍데기들, 수많은 나의 군상들을 부수고 깨트려서 새로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겠다는 포부로 끝났다.

 

3회 한유성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921일 오후 230분에 서울시 송파구청 4층 대강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날 시상식과 함께 제8콘서트포엠포엠도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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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 김형로

 

 

설문대할망 다리를 놔 줍서

너럭치마에 고래실 흙 덩실덩실 떠 담아

남해나 동해 숨텅숨텅 놓아 줍서

나 백두산 마슬 다녀올라네

 

관덕정에서 북청이나 단천 어디쯤

다리 좀 놔 줍서 설문대할망

거기서 갑산 삼수 거쳐

영등할망 부럽지만 나 걸어갈라네

산에 산에 핀 꽃들 다시 볼라네

엎드려 꽃과 함께, 산사름 함께 며칠 지내다가

 

백두산 전에 고하겠네

큰넓궤 지슬과 정방폭포 총성을

정뜨르 안경과 알뜨르 녹슨 전선을

얽은 손과 부르튼 발을

그 위로 떨어지던 핏빛 동백꽃을

한몸으로 왜 못사나

훠이 훠이 날려 주고 오겠네

 

그해 남쪽 섬

붉지 않은 바위 셔낫던가

돌아앉지 않은 꽃 이서낫던가

 

설문대할망 다리를 놔 줍서

한라에 봉화 오르면

웃밤애기 알밤애기 오름마다 불을 받고

벌겋게 섬이, 달마저 붉게

백두에도 불 오르는 통일의 그날

호랑이도 곰도 느영 나영 춤을 추고

사름이 사름으로 살아지도록 신명나게 놀아봅주

좋은 싀상 우리 같이 살아도 봅주

 

설문대할망 어서 다리부터 놔 줍서

울어도 울어도 못다 운 노래 한 자락

가심에 박힌 돌멩이 들어내듯

검은 땅 검은 숨 붉게 울어 볼 거네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가만 풀어 볼 거네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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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예심 위원회가 본심에 올린 추천작은 모두 80(8)이었다. 본심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원탁 위에 올려놓은 작품은 5(5)이었다. <도령마루 꽃무릇> <북받친밭> <목시물굴의 별>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백비>(이상 접수 순). 심사 기준에 대한 본심 위원들의 이견은 이내 좁혀졌다. 작품의 완성도를 외면하지 않되, 작품에 내재된 문제의식과 파급력에 주목하자는 것이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이 올해로 9회에 접어들었고 이제 새로운 10년을 바라보는 만큼 이번 수상작이 문학상의 위상을 새로 정립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는 것이었다.

 

본심에 올라온 추천작 대부분이 70여 년 전 비극을 서정적 언어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추천작은 저마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많은 작품이 소재(현장)주의, /악 이

 

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약자의 편에 선 분노와 진혼은 정당한 것이다. 발굴과 폭로 또한 문학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경도된다면 그것은 문학성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인류의 보편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의 출현을 기대한다는 문학상 공모 취지를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4?3문학이 애도의 시간을 넘어, 제주와 한반도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조적 시간으로 성숙해야 할 때다. 수렴에서 확산으로, 특수에서 보편으로,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최종 후보작 중에 위와 같은 기준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도령마루 꽃 무릇><북받친밭> <목시물굴의 별>은 당시 현장을 재현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백비>70여 년 세월을 반추하지만 미래로 열린 상상력이 부족했다(이번 심사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면 최종심에 오른 이 작품들은 저마다 빼어난 작품이다. 일반 문예지나 시집에 발표되었다면 독자들 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가 남았는데 앞에 거론한 후보작과 크게 달랐다. 제목이 환기하듯이 제주 4?3과 제주 설화를 다리() 삼아 한라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 사의 전개가 활달했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도 시야가 넓었다. 4?3의 야만성을 에둘러 표현하면서 위안부, 세월호 문제까지 관심사가 폭넓었다.

 

심사위원들은 <천지 말간 얼굴...>이 심사 기준을 온전하게 충족시키지는 않지만 여타 응모작과 견줄 때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미덕이 향후 제주4?3평화문학상은 물론 4?3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바가 적지 않으리란 판단에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이하석, 김광렬, 이문재

 

 

 

 

미륵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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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하는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발표되었다.

제주 4.3평화문학상은 2012년 3월,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제정되었다. 2019년부터 4·3을 직접 체험한 세대의 기록과 증언을 통한 ‘진실 찾기’를 이어가기 위해 논픽션 부문을 추가했다. 이번 문학상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 15일까지 공모가 진행되었고 총 1629편이 접수되었다.

당선작은 총 3편으로 장편소설 부문에서 이성아 작가의 ‘그들은 모른다’, 시 부문에서 김형로 작가의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논픽션 부문에서 양경인 작가의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이다. 특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은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이후 3년 만에 수상자가 나왔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인 ‘그들은 모른다’는 내전과 인종청소를 겪은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 속 국가 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이야기에 대입한 작품이다. 제주4.3문학상이 지향하는 주제 의식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역사적 안목과 함께 문제의 현재성, 당대성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 폭력에 대한 질문을 좀 더 넓은 시야로 성공적으로 옮겨냈다”고 평가했다. 

시 부문 당선작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은 제주4.3과 제주 설화를 연결 지어 한라와 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사를 담고 있다. 심사위원은 “여타 응모작과 견줄 때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었고, 이와 같은 미덕이 4.3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논픽션 부문 당선작인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은 4.3 사건 당시 사회주의 운동가로 활동했던 김진언 할머니의 삶을 담았다. 심사평에 따르면 4.3을 드러내놓고 언급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부터 집요하게 취재를 진행해 작품을 갈무리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제 9회 제주4.3평화문학상의 시상식은 오는 4월 중 개최 예정이다. 상금은 총 9천만원으로, 장편소설 5천만원, 시 2천만원, 논픽션 2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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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가 / 홍재운

 

 

A4 용지는 비누를 모릅니다 빗방울은 음악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렁크는 오늘의 핵심을 모릅니다 핵심은 나를 모릅니다 아파트는 인천공항을 모르고 인천공항은 소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기 날아가는 바닥의 하늘은 푸른 신호등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새가 아닙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소파를 꿈꿀 수 없으며, 암 덩어리들이 교차로일 수 없으며, 그래서 안나푸르나에는 지금도 물고기들이 산으로 흘러갑니다 22번 게이트를 빠져나간 오늘이 흘러갑니다 오늘부터 침대는 침대의 생각을 모릅니다 거울은 새벽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은 사람의 길을 따라 오지 않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길이 없습니다 어제의 비가 오늘도 내립니다 오늘 내린 어제가 내일도 내립니다 바다 건너 13시간은 입이 아니기에 나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은 바다가 아니기에 구겨진 양말 앞에서 사라진 오늘에 대해, 나는 알 수 없습니다 줄줄 흘러내리는 나를 모릅니다

 

 

 

 

안녕, 푸른 고래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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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와세계 작품상 심사 경위

 

<시와세계작품>은 선과 아방가르드를 통한 현대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작가를 발굴하고 격려하는 취지에서<시와세계작품상>이 제정되어 올해로 제 5회를 맞는다.

 

수상작품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하였으며 예심위원은 전년도 수상자이거나 수상 범주에 들지 않는 시인들로 구성하여 51일부터 선발작업에 들어갔다.

 

예심위원은 선발기준에 따라 2000-2010년 사이 등단한 시인으로 2012년 여름호부터 2014년 봄호까지(8) 시와세계에 발표한 시 2편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타우수문예지에 실린 3편의 작품을 포함하여 시와세계의 창간목적과 본 상의 설립목적에 맞는 현대시, 아방가르드 시의 범주에 든다고 생각하는 시인들에게 관심을 두고 선발하였다.

 

1차로 20명의 시인들을 선발하고 다시 편집부에서 7명의 시인을 선발하여 심사 1주일 전에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심사위원들께 송달하였다.

 

본심 심사는 설태수 시인과 이수명 시인 그리고 시와세계주간인 송준영 시인이 심사를 하였다.

 

5시와세계 작품상본심에 오른 후보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강미영 (2005)-<잔치>4

2. 김영찬 (2002)-<삼각형이 생각 할 줄 안다면>4

3. 유형진 (2001)-<허니 밀크 랜드의 녹슨 이마와 축축한 손>3

4. 이제니 (2008)-<작고 검은 상자>4

5. 조민 (2004)- <속수무책>4

6. 최승철 (2002)- <눈 속의 탁상시계1>4

7. 홍재운 (2005)-<오늘 비가>4

 

먼저 송준영 주간이 <시와세계작품상>의 취지와 심사경위, 심사방법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심사에 들어갔다.

 

심사방법은 3명의 심사위원이 3명의 시인을 추천하고 교집합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2-3명 시인의 작품을 집중 분석 토론하여 그중 1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을 검토 분석하면서 현대시의 모호성과 난해함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난해함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면 첫째는 독자와의 소통단절 혹은 소통 부재에서 오는 난해함을 들 수 있고 둘째는 작품의 깊이가 너무 심오하여 독자가 소통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 이 두 가지는 결국 통념적인 가족성의 문제 유기성의 문제이며 우리 몸의 피가 원활하게 흐르지 않듯이 동맥경화증적인 시의 문제점에 대하여 토론하였다.

 

또한 현대시에서의 이질적인 정보와 이미지 병치 기법, 자유연상을 통한 문장 병치기법, 자동기술법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는 현대시의 폭 넓은 표현으로 소통의 음역을 확보할 수 있는 시들에 대한 토론이 중점으로 이루어졌다.

 

심사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3명의 시인을 가려내는 일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이수명 시인이 홍재운, 최승철 시인을 추천했고, 설태수 시인은 홍재운 최승철, 이제니, 김영찬 시인을 추천하였으며 송준영 시인은 강미영, 홍재운, 유형진 시인을 추천하였다.

 

심사위원 3명의 추천을 받은 홍재운 시인과 2명의 추천을 받은 최승철 시인을 대상으로 토론을 했다.

 

최승철 시인의 시 눈 속의 탁상시계1」 「눈속의 탁상시계 2두 편은 좋은 작품이며 거대한 역동적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하였고, 그의 리얼리즘적인 시는 시인의 내면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이었다고 말하였다.

 

심사위원 3명의 추천을 받은 홍재운의 시는 5편이 모두 고르게 우수하며 특히 오늘비가」「역광」 「소설이 오고가 주목을 받았다.

 

오늘 비가는 부재의 현실을 모릅니다로 반복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폭 넓은 문장과 감각을 교차하며 자동기술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심히 떠오르는 대상은 소년이지만 시인은 소년이 아닌 자신의 부재를 노래하고 있는 아파트 안의 자신이다. 주목을 받은역광은 표면이 넓고 힘이 있는 작품으로 독특한 구조와 상호 협동하는 문체들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메시지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메타적이다. 홍재운 시인의 소설이 오고또한 아름답고 경쾌한 작품이며 홍재운의 시들은 피가 고루 흐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하였다.

 

이와같이 홍재운의 시들은 살아 움직이는 리듬감과 거침없는 진전과 확산, 그리고 언어의 마찰이 넓고 좁은 각도를 지나 객관적인 설득력을 얻기까지 그의 뛰어난 창조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제5시와세계 작품상심사에 수고해주신 예심위원 김미정, 이덕주, 본인을 포함한 최세라 시인과 본심 심사를 맡아준 설태수 시인, 이수명 시인 그리고 본지의 주간 겸 발행인 송준영 시인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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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 / 김현신

 

 

의 웃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천진한 웃음은,

어쩌면 더 진한 신음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기호로 실감한다

 

지하육각형의 방에서 퇴색해가는 구멍은, 눈발 냄새가 난다 무거울 것도 가벼울 것도 없는, 뼈의 감정 같은 우울의 무게가 더해진다 몸을 움츠리는 그림자는, 흐느끼는 눈발은, 어떤 원죄도 속죄도 모르리라, 이 아름다운 외투는 신들이 길을 잃은 자세이다, 제 살을 뜯어먹은 입이다 그건, 꼬리가 잘리고 살갗이 갈라지고 말라터진 파편 위를 지나는 형상이다

 

구불거리는 충동에 시달린다 긴 목에 체인을 감는다

 

납처럼 굳어갈지 모르는, 공포다 구멍을 맴돈다 흉터를 긁으며 오직 구멍을 찾아

충동은 빈곳을 채워간다 누군가,

 

은빛비늘을 만지며 섬듯한 촉감을 빈들에 채울 수 있을 건가, 의 꼬리는 늘 허공이다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허리가 긴 파도다 귓속말을 엿듣는 살갗은, 다시 우울의 무게가 더해진다 폐기되는 죽음은 여전히 비수다 몸은 희고 길지만 음색은 굵고 파편냄새를 풍긴다

 

는 당연히 전달 받은 자의 몫이다

유전자 깊숙이 나를 새겨본다

 

 

 

 

애수역에서 트렁크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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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 낯설지만 아름답다

 

낯선 공간을 맴돌았다 꽃이 피지 않는 봄, 대지는 차가 왔고. 스스로 습지를 찾아가는 열정도 간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타자와의 교감을 성립하려했다. 언어를 사랑 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우려고 했다. 도시의 어두운 모퉁이를 맴돌았고, 텅 빈 내면은 그저 흐느끼고 있을 뿐, 뒷모습은 늘 불안했다. 그러면서 시의 세계에 꽃을 피우려 했다.

 

시간을 부정하고 싶었고, 존재의 영원성을, 부재의 아픔을, 시로 전달하고 싶었다. 시공을 넘어서는 언어의 꽃,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교감하려고 했고, 갈증과 우울 불안으로 가득한 이미지를 폭발하기도 했다. 죽음과 소멸로 가득한 시어들이 종일 가슴으로 흐르는 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푸가의 기법을 쓰기도 했다. 어쩌면 소멸로부터 자유스러워지려는 변신의 욕망이었을 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대책 없는 상실감으로 아팠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옴으로써 아름다운 소멸을 시 속으로 끌어들였다. 불안은 내면의 세계요. 선험적인 감정이다. 거대하고 낭만적인 시인의 모습과는 달리 항상 작고 초라한 쇄락해가는 하나의 사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슬프고 아름다웠다. 현실과 초월의 세계는 양립할 수 없는 세계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가끔, 부재에서 존재를 발견하곤 했다.

 

, 무언지도 모르면서 를 썼고, 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죽음과 소멸, 사라지는 것들, 어둠으로 가득한 시어를 남발했다. 시는 읽을 때도 어렵고 쓸 때도 어렵다. 이별도, 불안도 그 존재를 가볍게 겉만 핥으며 지나간다. 부족함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시를 썼고, 심한 갈증을 참으면서도 시를 썼다. , 심오하고 아름다운 시적창조는 언어의 위반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 무어냐고 물으면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림자의 말, 언어의 꽃, 생생하게 감지되는 물결이다. 들리지 않는 돌의 말, 자꾸 말을 걸어보고 싶은 동료, 뜨거워지기를 기다리는 고백 같은 거, 알 수 없는 칼바람의 끝 같은 거, 잿빛 구름 같은 거, 혼자 끓어 넘치는 커피 물 같은 거,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중간인지 모호하지만, 이 순간 나는 <시인>이란 언어에 매력을 느낀다. 이제야, 시의 세계에 첫발을 디뎌보는 느낌이다. 지금도 홀로 시를 쓰고 있는 시를 사랑하는 문우들과 고독을 함께하고 싶다. 앞으로 더 넓어진 시각으로 볼 수 없었던 세계를 깊숙이 바라보는 초월적인 시공을 통하여 언어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시인이 되려고 한다.

 

끝으로 늦은 나이에 시를 향한 열정으로 헤매는 나를 이해하고 용기를 갖도록 도와준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랜 시간 함께 동행하고 있는 문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시 속에서 흐느끼고 있는 가냘픈 나에게 끊임없이 시인의 길로 인도해주신 스승님들, 그 깊은 가르침을 평생 양식으로 간직할 것이며, 이번에 수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시와세계작품상>을 제정해주신 <시와세계> 발행인 겸 주간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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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대화 / 김미정

 

 

어항의 입구가 벌어진다

그 넓이만큼 퍼진 귀의 식욕이 수면을 바라본다

물고기가 투명한 소리를 뱉는다 ; 삼킨다

언젠가 말하지 못한 고백처럼

우린 어항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어항이 꿈틀거린다

투명한 울림, 소리의 본적이다

입술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힘껏 던져도 깨지지 않는 혀를

너는 내민다 ; 넣는다

입 모양만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당신의 말들이

쌓이고 쌓여 어항을 채운다

사다리가 늘어나고 큰 자루가 필요하다

소리가 움직인다 아래 ;

잎사귀들이 함께 넘친다

이제 귀는 떠난 소리를 그물로 떠올리고 있다

물고기들이 강을 따라 흘러간다

어항의 침묵이 시끄럽게 들리는 오후

누군가 유리컵을 두드리고

헐거워진 귀가 바닥에 떨어진다

 

 

 

 

물고기 신발

 

nefing.com

 

 

 

[수상소감] 별맛도 나지 않는 시간 속으로

 

입 안 가득 고여 오는 오늘의 맛, 또 어제의 맛, 하늘 속에 박혀있는 구름의 맛이 숙성되어가는 시간들이다. 착각과 오해로 뒤엉킨 이름다운 혼동이 사랑이라면 내 시는 사랑의 오독이다. 구름의 낱말들이 얼굴로 쏟아진다. 몸에서 둥글고 단단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실루엣 가득한 창들이 우리를 마주하는 밤, 별맛도 나지 않는 시간이 별처럼 걸려있다. 입 안 가득 고여 오는 그 시간들이 가 되어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깃발을 보여준다. 나의 손과 발과 혀가 닿고 싶은 곳이며 일상의 표면을 뚫고 불현듯 솟아오르는 순간이다. 언어로 꽃피워낸 시편들이 일상 속에서 경계의 능선을 그린다. 세상의 껍질이 조금 열린 듯 빛이 새어 들어온다.

 

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아니 웅크리고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뭔가를 찾고 있다. 그것이 발밑에 가라앉은 먼지인지, 보도 블록사이 고개 내민 잡풀인지 모른다. 하지만 난 웅크린 자세다. 태초 엄마의 뱃속에 있었던 것처럼 웅크린 자세로 연약함을 무기로 하여 지금껏 버티어 왔다. 나 자신이 어떤 대상과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내 안에 숨어 있던 내가 비로소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가까스로 알아차린다. 그 순간, 시가 태어난다. 점점 녹아 사라져가는 풍경이 내 시의 배경이다. 나를 키운 것은 사라져가는 밤바다의 불빛이고, 결핍이며, 고독과의 연대였다. 이제 그 무엇을 위해 미끄러지며 변화할 것이다. ‘그 무엇이 곧 소멸해 버리고 말지라도 존재의 순간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별맛도 나지 않는 시간 속으로 치열하게 달려가 조금 더 깊이 손과 발을 넣어 만질 것이다.

 

끝으로 나의 부족함을 사랑으로 채워주는 가족들과 문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항상 뜨거운 손길로 격려와 용기를 주시고 새로운 길을 보여주시는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또한 영원한 의 원천이 되어주신 이승훈 교수님과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심사평] 본질과 현상의 해동점

 

예심은 전년도와 같이 시와세계편집부에서 하였으며 2012426일 목요일 오후 6, 시와세계사무실에서 본심이 이뤄졌다. 본심은 발행인 겸 주간인 송준영 시인과, 김영남 시인, 이재훈 시인이 심사했다. 3<시와세계작품상> 본심에 오른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강윤순 발라드3

2. 김미정 투명한 대화3

3. 박장호 허공의 개미집3

4. 서승현 편백나무 숲의 연리지처럼3

5. 심언주 소통의 안과 밖3

6. 유금옥 나무와 나의 공통점3

7. 유현숙 불의 원죄3

8. 최금진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3

9. 한미숙 너의 담배는 어디 갔니?1

10. 홍재운 연금술사의 환상여행3

 

본심은 미리 배부한 작품을 검토하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송준영 주간은 강윤순, 김미정, 유금옥, 최금진 시인을 김영남 시인은 김미정, 유금옥, 홍재운 시인을 이재훈 시인은 박장호, 김미정, 유금옥, 최금진 시인을 추천하여 결국 수상 후보는 김미정, 유금옥, 최금진 시인으로 좁혀졌다.

 

가장 먼저 논의된 최금진 시인의 경우, 작품이 다소 장황하고 변신에 대한 노력이 아쉬울 뿐 아니라 시와세계가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와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그간 최금진 시인이 보여준 문명에 대한 자의식, 도시인의 고투 등 본인만의 차별화된 서정을 보여준 점, 지속적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온 점 등은 높이 평가되었다.

 

두 번째로 유금옥 시인의 경우, 밝고 경쾌한 표현과 발상 리듬 등이 장점이나 작품이 다소 평면적이며 깊이가 약하여 당선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제외되었다.

 

마지막으로 김미정 시인의 경우, 본질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며 경제적인 언어, 새로운 언어를 추구하는 태도 및 현대시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지어 볼 때도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김미정 시인의 하드와 아이스크림을 제3<시와세계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심사위원 송준영(시와세계 발행인) 김영남,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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