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화요일 / 김재근
1
바닥이 없는 화요일
슬로우 슬로우
자신의 음성이 사라지는 걸 본다
발이 가는 식물의 잠, 초록의 잠 속처럼
희미해지는 손목
깁스를 한 채,
언제 일어나야 할까
창문에 닿는 겨울 음성들의 결빙
맑아지는 링거의 고요
혈액이 부족한 걸까
그렇게 화요일이 왔다
2
화요일을 이해한다는 건 뭐지
화요일은 무얼 할까
일주일이 세 번 오고
화요일이 두 번 오고
화요일에만 피어나는 장미와
화요일에만 죽는 장미의 눈빛
밤하늘에 붙여놓을까
가시에 긁힌 잠 속으로 되돌아오는 화요일
이해해도 될까
3
시시해지는 화요일
화요일의 날개
화요일의 입술
화요일의 같은 숫자
화요일의 손목
회전목마처럼 화요일이 돌아와도
화요일인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4
눈알을 씻는다
느린 얼굴로 떠오르는
화요일의 낙서
너도
나처럼 죽은 거니……
김재근(50·사진) 시인이 제12회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인은 지난해 3월 시집 <무중력 화요일>을 펴냈다.
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2년간 발간된 시집을 심사해 김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김달진창원문학상은 ㈔시사랑문화인협의회·창원시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한다. 기성·신인 구분 없이 경남지역 출신 또는 현재 경남에 거주하고 있는 문인의 시(시조)를 심사해 매년 시상한다.
올해는 이하석 시인, 신덕룡 시인(문학평론가·광주대 교수), 김문주 시인(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이 본심에 오른 6권의 시집을 심사했다.
심사위원들은 "지역 문단에 활력을 주고 자극이 되면서도 한국시단에 새로운 물길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 시적인 것에 대한 갱신과 개성적인 시적 영토를 개진한 사례를 주목했다. 수상작으로 결정한 김재근의 <무중력 화요일>은 이에 상응할 만한 충분한 개성을 갖고 있는 세계였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김 시인의 시어에도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는 그 자체로서 완결된 심미적 세계라 할 만하지만, 그 언어를 부리는 주술사의 상처와 쓸쓸한 내면을 틈틈이 되비춘다"며 "낯설지만 매력적이고, 무중력의 언어-현실처럼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중력을 느끼게 하는 삶-현실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김 시인은 부산에서 태어나 해운대고, 부경대 토목과를 졸업했다. 현재 진해에서 감리사로 일하는 그는 2007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2010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9월 3일 창원시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리며, 김 시인은 창원시가 제공하는 상금 1000만 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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