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 문현미
시간의 무덤인 거대한 사막을 바라보며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의 전언을 듣는다
유랑의 발자국들이 모래로 덮이고
피라미드 모래탑이 쌓였다가 사라지는 사이
수많은 나를 번제물로 바치게 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내일이 없는 길을 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 벌판에서
누군가는 모래알 같은 나를 안고 돌아가고
누군가는 바람보다 더 바람 같은 나를 만나리라
기둥 하나 없는 이방의 신전 너머
꿈꾸듯 청라 한 필이 주욱 펼쳐진다
아무 곳에도 다다르지 못한 채
사막의 열기가 아득하게 번지고 있다
바람의 뼈로 현을 켜는 광야의 시간이 돌아오고
시 전문지 “포엠포엠”이 주최하고 한유성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한유성문학상이 시선집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의 문현미 시인을 제3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건청(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박형준(시인, 동국대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한유성문학상은 ‘송파산대놀이’와 ‘송파다리밟기’를 무형문화재 등록에 기여한 인간문화재 한유성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번 한유성문학상은 2017년 김신용 시인과 2018년 정채원 시인을 잇는 세 번째 수상자로 문현미 시인을 선정했다.
문현미 시인은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8년에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기다림은 얼굴이 없다”, “칼 또는 꽃”, “수직으로 내리는 비는 둥글다”,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그날이 멀지 않다”, “깊고 푸른 섬”,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시와시학작품상, 난설헌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문현미 시인은 현재 백석대학교 도서관장, 산사현대시100년관장. 보리생명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심사위원이었던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문현미 시인은 그동안 냈던 시집을 통해 사랑의 시학을 집중적으로 노래해 왔다고 평했다. 이어 “지나온 시간에 대해 커다란 인식적, 방법적 열정을 쏟으면서, 대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문현미 시인의 시 세계는 섬세한 서정성과 사랑의 시학으로 집중되어있는 것이다.
이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를 두고 “사랑과 믿음의 형식을 섬세한 언어 미학으로 승화시켜온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준 살아있는 미학적 축도(縮圖)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에서 엿볼 수 있는 시인의 자기 탐구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문현미 시학의 진화 과정을 명료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문현미 시인은 한유성문학상 수상에 대해 산타클로스로부터 받는 뜻밖의 선물과 목마른 나그네에게 나타난 오아시스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이윽고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의 묘비명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그 또한 추락한다.”를 언급하며 시인이 걸어야 할 길에 대해 늘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상소감은 감사 인사와 함께 “그동안 쌓였던 온갖 껍데기들, 수많은 나의 군상들을 부수고 깨트려서 새로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겠”다는 포부로 끝났다.
제3회 한유성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9월 21일 오후 2시 30분에 서울시 송파구청 4층 대강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날 시상식과 함께 제8회 ‘콘서트포엠포엠’도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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