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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이외의 것 / 이근화

 

 

삼십 미터 위의 나뭇잎

나뭇잎

기린의 입속 나뭇잎 나뭇잎

나뭇잎도 미치고 말거야

십오 분 동안 나뭇잎

삼일 동안 나뭇잎

그러나 나뭇잎으로 가릴 수 없는 것이 많다

나는 빵 이외의 것은 믿지 않아

빵이 찢어지면서 거짓말이 툭 튀어나올 때

나의 입술은 왜 부풀어 오르는가

 

이토록 부드럽고 달콤하고 백색이어도 좋은가

네 입속 일까지 관여할 수는 없어서

커다란 손에 입 맞추고

나는 바깥이 된다

안녕

안녕

안녕

그 다음은 무엇이 될까

너의 손바닥에 들러붙어도 좋을까

 

네 손바닥으로부터

비 오는 골목길처럼 부드럽게 풀려나온다면

빵 이외의 것에 대한 믿음도 솟아오르겠지만

나는 너무 남아돌아서 문제다

굶주린 사자처럼 나뭇잎을 센다

하나

그 다음은 너무 쉬운 것 같다

 

너는 지켜지지 않는 약속

믿음은 자라고

믿음은 부풀고

믿음은 터진다

동네 빵집을 탐구하듯

오래된 슈크림과 소보로를 무너뜨리듯

너를 무너뜨리고

 

빠른 속도로 나뭇잎 나뭇잎 나뭇잎

서서 자는 기린의 옆에 눕는다

허공이라는 달콤한 이불을 덮는다

영원토록 떨어지는 나뭇잎이 있다면

나뭇잎의 생도 그럴 듯해지겠지

반듯하고 차가운 병원 건물이 식빵 같았고

군침이 돌고 말았다

 

저 많은 병의 이름을 입속에 넣고 굴린다면

나의 얼굴과 너의 표정이 하나가 되는 마술이 펼쳐지겠지

대신에 나는 너를 주머니에 넣고 꾹꾹 눌렀다

꺼내서 조금씩 씹었다

목구멍으로 거짓말이 어렵게 넘어갔다

이제 나뭇잎을 주울 차례

네가 검은 새가 될 때까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끝까지 거울을 본다

긴 손가락으로 빵을 찢는다

 

 

 

 

칸트의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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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딱딱하고 가지런한 이름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면 좋겠다. 날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계절마다 이름을 바꾼다면 이 어수선한 봄날, 내게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이름이 두 글자가 아니라면 또 어떨까. 오늘 나는 고양이 목걸이를 하고 걸어가는 목 쉰 사람’ . 내일은 꿈속의 물컹한 손가락’ . 이름이 없으면 좋을 것 같은 날도 있다. 그냥 나를 이라 불러 줬으면 좋을 것 같은 날도 있다. 내가 쓴 작품들을 나의 긴 이름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래서 내가 길어지거나 뚱뚱해지거나 재밌거나 지루하거나. 그런데 오늘도 내 이름은 가지런하고 삐딱하다. 내 앞으로 우편물이 세 개 도착했다. 우리집 꼬마는 나와 좀 다른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다 까까 꼬꼬라 부른다. 밥도 과일도 책도 텔레비전도 까까 꼬꼬가 있으면 좋겠다.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아무나에게 손을 흔들고 무엇에게도 다 인사를 한다. 다 사랑할 수 없어서 나는날마다 다른 이름을 꿈꾸고 헤매고 멈추고 넘어지는 것 같다. 나의 긴 이름을 불러주신 송준영, 이만식, 이수명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좀 더 창조적으로 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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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2004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2006),우리들의 진화(2009) 윤동주상 젊은 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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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고 훔치고 / 김이듬

 

 

번개처럼 떨어지는 접시를 받았다

바나나가 있는 접시였다

바나나가 좋아

난 바나나가 좋아

다 주세요

위에 대고 소리 질렀다

 

내일부터 접시 닦기를 할 거예요

내 꿈은 작고 웃기는 거

 

껍질을 벗기면 하얀 과육이 나오고 빨면 즙이 나오는

바나나는 신기해

나는 아껴서 핥아먹었다

눈을 감고

달빛이 펼쳐진 장원에 누워

조금만 부드럽게

 

어서 자둬

내일은 바쁠 거야

 

내 신발에 축축한 발을 담고 있는 너

만나기 전인지 후인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이 마지막으로 널 본 날이었어

우리가 큰돈을 벌 생각은 아니었잖니

 

오늘은 푹 자자 내일부터 바쁠 거야

 

눈을 떠보니 학교였고

새벽 두 시에

난 물을 마시려고 수도 아래 입을 벌리고 있었다

 

 

 

 

명랑하라 팜 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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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하여 부산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포에지로 등단하여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와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모든 국적의 친구』 『디어 슬로베니아를 발간했다.

 

1회 시와세계작품상(2010)과 제7회 김달진창원문학상(2011)을 수상했다. 경상대, 경남과학기술대 등에 출강하며 진주KBS라디오 김이듬의 월요시선(月曜詩選)’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견작가로 선정되어 독일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 학기 간 생활했고, 2013년 여름부터 석 달간 아이오와대학 국제창작프로그램(IWP)에 한국작가로 참가하였다.

 

2020히스테리아(Hysteria)시집으로 미국에서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1인 독립 책방 책방이듬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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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객 행위 / 김양숙

- 장미

 

 

늑대들의 척추에서 원죄가 익어가는 시간

역전 뒷골목으로 숨어들어 스스로 몸에 불을 밝히는 꽃이 있다

몇 번의 건기를 관통하고서야 몸에 핀 꽃이 가시가 된다는 것을 안 사내

가시에 찔린 행성은 전신주에 매달려 밤새 별빛을 토해냈다

 

꽃송이 대신 마른 눈물이 배달되는 시간

몸에 두른 가시를 열면 쏟아지는 새끼손가락들

머리 올려 줄게 오빠랑 살자

오빠랑 도망가자

설탕과 분자구조가 같은 말이

켜지 못한 촛불이 되어 유리창살 안에 갇혀있는 저녁

 

짐승의 피를 깨우는 여자의 웃음이 담장 아래로 쌓였다

물컹거리며 제일 먼저 썩어가는 심장은

사내의 식민지와 여자의 식민지가 만나는 지점

 

여자가 더듬이를 갖다 대고

사내의 속을 읽어내는 방식을 고집했다

꽃잎은 서서히 낡아가며

열여덟 살의 이력을 한 움큼의 비린내로 뿌렸다

눈물로 정조준 된 사내는 다시 벼랑에서 추락하였다

 

누군가를 보내고 돌아선 새벽

수명이 다한 피의 비늘들이 떨어져 역전 뒷골목을 구르고

상처에 비린내가 차오르면 장미의 시간에 옹이가 박혔다

 

헐거워진 창살 사이로 고개를 내민 여자

깨어진 골목 안을 기웃거리는 늑대의 담벼락에

다시 뜨거워진 촉수를 올렸다

 

스스로의 죄를 창살 밖으로 꺼내놓고 수선 중인 장미

아직도 사내의 식민지일까

 

 

 

 

기둥서방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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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푸른 영혼을 가진 바다가 영원히 기다려 주는 곳

 

얼마 전 고향에 다녀왔다. 푸른 영혼을 가진 바다가 영원히 기다려 주는 곳. 파도는 팔을 안으로 굽히며 치고 있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은 계속 마을 쪽으로 기어오르고. 마을은 부서진 파도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곤 하는 광경을 한참 서서 지켜보았다.

 

타향이라는 단어의 개념조차 낯설어져 버린 도시의 생활에서 늘 혼자가 된 걸 느낀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현대는 수많은 바람이 존재하는 곳이며, 자의든 타의든 그 바람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전쟁터 같은 곳이다. 싸우다 상처를 입기도 하고 상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현대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두렵거나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주는 시는 나에게 뿌리인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때면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를 위로해주던 나의 졸시가 다른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데 용기를 갖는다.

 

시와산문작품상을 제정해주신 시와산문사에 감사드립니다. 시와산문애독자 여러분과 졸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발행인과 주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상은 앞으로 더 열심히 쓰라는 채찍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심사평] 새로운 시법에의 도전

 

지령 백호를 향해 달려가면서 시와산문은 개성을 지니고 새로운 시의 험로를 개척하는 시와 시인을 소개하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작품상을 굳이 신설해야 하느냐는 내부의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시와산문에 실린 좋은 작품과 시인을 재조명하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시와산문의 또 하나의 소명임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제1회 작품상을 선정하면서 내세운 선정기준은 공정성새로운 시법에의 도전의식이 있는가?’였다.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일차로 정기구독자 및 운영위원들께서 추천해 주신 작품들을 예심에 올리고 그 작품들 중에서 새로운 시법에의 도전과 구현에 탁월한 성과를 올린 작품을 최종심에 올려 심도있는 심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최종심에 올려진 여러 편의 작품 중에서 김양숙 시인의 시 호객 행위2016시와산문이 제정한 제1회 시부문 작품상으로 선정하였다. 526행으로 이루어진 호객행위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이를테면 노마드라든가, 성을 둘러싼 젠더의 문제, 더 나아가 익명성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고독과 소외를 장미로 상징화 하면서 이야기 형식의 틀 속에 진술과 묘사의 묘미를 섬세하게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관념(인식의 내용)을 이미지로 재생하는데 있어 중심에 놓인 이야기는 비유가 소멸되고 서술이 늘어나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호객행위는 시의 난삽함을 피하면서도 비극적 삶의 언저리를 증언하고 위무하는 새로운 시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 스스로의 토로처럼 원초적 슬픔이 발전단계를 거쳐 재탄생되는, 또 다른 나의 독백을 들어주는시의 진경을 더욱 깊고 넓게 확산시켜 주기를 바란다.

 

- 시와산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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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 차성환

 

 

잠결에 내 뺨을 때리는 손이 뭔 일 있어 시치미 떼고 가슴 위에 가만히 내려앉아 있다가 내가 잠들면 또 내 뺨을 내려쳐 도저히 참지 못해 벌떡 일어나면 방 안을 날아다니며 내 귀싸대기를 겁나 후려치는 날갯짓에 정신을 못 차리고 이 개새끼야 이빨로 물어다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겨우 손목을 잡아다 식칼을 꽂는다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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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10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차성환(40) 시인이 선정됐다고 이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천년의시작이 18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심사위원회는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는 세상에 존재하거나 부재하는 '자리'를 더듬어 밝히려는 시인의 의지가 돋보이며 경쾌한 언어유희와 반복적 점층에 의한 율독적 가파름이 명품처럼 담겨 있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12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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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다 / 김선태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나는 네가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집.

대문도 담장도 없이 드나들어도 좋은 집.

 

마음에 든다는 것은 네가 내게 스미는 일.

온전히 스미도록 마음의 안방을 내어주는 일.

 

하지만 너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

나는 촛불을 켜고 밤늦도록 기다리는 사람.

 

그렇게 기약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렇게 공허한 행복일지라도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한 사람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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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목포대학교(총장 최일) 국어국문학과 김선태 교수(시인)천년의 시작(문예지 시작’)에서 제정한 제9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김선태 교수는 이번에 발간한 감성시집 한 사람이 다녀갔다를 비롯한 그간의 활발한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시상식은 128() 오후 630분 동국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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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이다 / 박종국

 

 

스멀스멀 기어오른 벌레 같은 어둠이 능선을 갉아먹는 소리, 놀라 뛰는 노루 뒷발에 채인 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 암노루 궁뎅이가 희끗희끗 산기슭을 적시는 저녁나절이다

 

그런 틈새에 살아가는 것들, 어슴푸레한 빛 속 어둠이 몰고 오는, 견디기 어려운 푸석거림, 가엾은 마음을 사르는 능선이 붉은 저녁나절이다

 

어둠이 빛을 지우는 부적 같은 한 장의 그림이 드러내 보이는 숲 속에는 꽃과 잎들이 떨며 진주 같은 이슬방울 떨어뜨리고, 껍질을 하나하나 벗는 산봉우리, 장엄한 시간을 알려주는 저녁나절이다

 

잃을 것도 없는 것을 잃을까 봐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저녁나절

어둠이 능선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어둠에 익숙한 하늘은 밥풀 같은 별 몇 알 오물거리고 있다.

 

 

 

 

누가 흔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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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천년의 시작은 제8회 시작문학상에 박종국 시인의 시집 누가 흔들고 있을까’(천년의 시작)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천년의시작에서 발간하는 계간문예지 시작에서는 매년 시작에 발표된 신작시 중 뛰어난 시를 뽑아 시작작품상을 수여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내부 발표작에 한정하지 않고, 시문학계 전체를 대상으로 가장 우수한 작품집을 뽑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출간된 모든 시 작품집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와 함께 상의 명칭 또한 시작문학상으로 개명했다. 최종심에는 최승자의 빈 배처럼 텅 비어’, 함명춘의 무명시인’,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 송찬호의 분홍 나막신등이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박 시인의 누가 흔들고 있을까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이 시집에 대해 외연적으로는 경험적 구체성을 통해 농사 체험을 채집하고 그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본 미학적 성과물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론적 시원을 발견해가는 마음의 우주다고 언급했다.

 

박 시인은 1997년에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새하얀 거짓말등의 시집을 냈다. 수상 시집인 누가 흔들고 있을까는 이전 시에서 보이는 형이상학적 비의에 대한 탐구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경험을 통해 존재론적 시원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29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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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 이산하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 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1980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우리 세월호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글

알도 곽 차 있답니다~”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500여 개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댓글은 무려 1500개가 넘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이다

문득 영화 살인의 추억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범인을 찾은 듯 관객들을 꿰뚫어 보는

송강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범인은 객석에도 숨어 있고 우리집에도 숨어 있지만

가장 보이지 않는 범인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다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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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악의 평범성을 쓴 이산하 시인이 선정됐다.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이산하 시인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2시운동존재의 놀이로 등단했다.

 

올해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시인은 시집 악의 평범성을 비롯해 한라산’,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와 성장소설 양철북그리고 기행집 피었으므로, 진다’, ‘적멸보궁 가는 길등을 출간했다.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이육사 시문학상은 올해로 18회째를 맞는다.

 

올해 심사는 김해자, 박철, 박형준, 이동순 시인과 남송우 평론가가 맡았다.

 

이육사 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이산하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우리 시대의 역사와 현실을 비판적 시각에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이미지화하는 시각이 이육사 선생의 시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육사 시문학상 상금은 2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31일 오후 2,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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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더위 / 이재무

 

 

우리 시대의 더위는 갈 곳이 없다

 

백화점에서 쫓겨난 더위가,

 

식당가 커피숍 사우나 지하상가에서 문전 박대당한 더위가,

 

은행가 의사당 법원 도청 시청 군청 동사무소 관공서에서 내몰린 더위가,

 

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부정당한 더위가,

 

버스 전동차 기차 승용차에서 거절당한 더위가,

 

극장 도서관에서 거부당한 더위가,

 

학교 학원 회사에서 퇴학 퇴원 퇴출당한 더위가,

 

꽃집 빵집 어린이집 예식장에서 내쫓긴 더위가

 

유기견 혹은 좀비가 되어

 

악에 받친 채 거리로,

 

골목으로 공원으로 역전 대합실로 광장으로 고시원으로 벌방으로

 

떼 지어 다니고 있다

 

언젠가 더위가 미쳐 날뛰는 날이 올 것이다

 

 

 

 

데스밸리에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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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는 제17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의 이재무 시인<사진>을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재무 시인은 1983'삶의 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등과 산문집 '쉼표처럼 살고 싶다'를 펴냈다.

 

이육사 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지난 2004년 제정했다.

 

올해 최종심사는 오세영·권달웅·조용미 시인과 구모룡·오민석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회는 "이재무 시인의 '데스밸리에서 죽다'는 세상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 놓으면서 그것을 새로운 표현에 담아내는 능숙한 솜씨를 보여줬다""작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이육사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아 17회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육사 시문학상의 상금은 2천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오후 2시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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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운운 / 박철

 

 

어김없이

해가 뜨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생명을 위해서?

그러기엔 너무 뜨겁지 않은가

타면서 멀리

밀려온 우리

그러나

이제 수평선을 넘어가는 사연을 좀 알겠네

영속이란 없다는 것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다는 것

그러니

나는 오늘도

사랑 운운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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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는 제16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의 저자인 박철 시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상은 민족시인 이육사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TBC2004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최종심사는 김명인, 장옥관, 김해자, 송찬호 시인과 구중서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들은 "박철 시인의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는 이웃을 바라보는 시인의 목소리에 온기가 담겨있다"면서 "민족의 아픔과 민중의 삶을 형상화하는데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박철 시인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727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한다.

 

서울 출신의 박철 시인은 단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87창비<김포 1> 1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2009년 천상병시상, 2010년 백석문학상을, 소설집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2006년 단국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대표 시집으로는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새의 전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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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의 역 / 허수경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내 속의 할머니가 물었다. 어디에 있었어?

내 속의 아주머니가 물었다. 무심하게 살지 그랬니?

내 속의 아가씨가 물었다. 연애를 세기말처럼 하기도 했어?

내 속의 계집애가 물었다. 파꽃처럼 아린 나비를 보러 시베리아로 간 적도 있었니?

내 속의 고아가 물었다. 어디 슬펐어?

 

그는 답했다. 노래하던 것들이 떠났어

그것들, 철새였거든 그 노래가 철새였거든

그러자 심장이 아팠어 한밤중에 쓰러졌고

하하하, 붉은 십자가를 가진 차 한 대가 왔어

소년처럼 갈 곳이 없어서

병원 뜰 앞에 앉아 낡은 뼈를 핥던

개의 고요한 눈을 바라보았어

 

간호사는 천진하게 말했지

병원이 있던 자리에는 죽은 사람보다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붙들고 있었던 손들이 더 많대요 뼈만 남은 손을 감싸며 흐느끼던 손요

 

왜 나는 너에게 그 사이에 아무 기별을 넣지 못했을까?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서

누구에게든

누구를 위해서든

 

하지만

무언가, 언젠가, 있던 자리라는 건. 정말 고요한 연 같구나 중얼거리는 말을 다 들어주니

 

빙하기의 역에서

무언가, 언젠가, 있었던 자리의 얼음 위에서

우리는 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처럼

아이의 시간 속에서만 살고 싶은 것처럼 어린 낙과처럼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악수를 나누었다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

내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을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

내 속의 태아는 답했다. 잘 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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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는 제15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의 저자인 허수경 시인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상은 민족시인 이육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TBC2004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한다.

 

최종심사는 고진하, 신달자, 이기철, 천양희 시인과 정과리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들은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이국 생활의 애환과 고뇌를 담았다"면서 "시인은 20년 이상 독일에서 생활하면서도 모국어를 잊지 않고 갈고 닦아 수상자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허수경 시인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728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한다.

 

경남 진주 출신의 허수경 시인은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뮌스터대학교 고대고고학 박사를 거쳤다.

 

그는 제6회 전숙희문학상, 14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표 시집으로는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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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 / 이하석

 

 

비슬산의

숭엄과 신화의 바위가

검은 속 왈칵왈칵 쏟아내어

질펀한 서사를 이룬 것입니다.

 

그 물 대구시내 들어오는

가창 끝머리쯤에서

맑은 죽음들 품어 쓰다듬는 할머니가 떠먹고,

한바탕, 서러운 술을 깨우는 것입니다.

 

그렇지, 그 깨움을 들고서야 겨우,

어미 강이 되는 것입니다.

수달이든 왜가리든 고라니든 인간이든

선 것들 입에 젖 물린 채

마구 불어나는 것입니다.

 

그 죽은 이들의 자식들 여전히 여기서 자라기에

대구분지는 그렇게 문득 또, 환하게

젖는 것입니다.

한바탕, 새로 저항해야,

깨어나는 것입니다.

 

 

 

 

천둥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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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 시인이 천둥의 뿌리’(한티재, 2016)로 제14회 이육사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지난 29일 이육사 문학 축전이 펼쳐진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렸다.

 

이육사 시문학상은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TBC2004년 제정했다. 상금은 2천만 원.

 

천둥의 뿌리는 대구 가창댐, 경산 코발트 광산 등 역사의 현장을 유족들과 수년 동안 찾은 시인이 “10월 항쟁을 핥고 되새김질하는 언어로 그려내길바라며 194610월항쟁과 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죽음의 기억을 담은 시집이다.

 

심사를 맡은 문정희, 박태일, 송재학, 염무웅, 황현산 등은 죽음을 호명하면서 그들의 뼈와 혼백이 발소리를 내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없을 수 없다. 70세 시인의 필력은 섬세하고 예리하다고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하석 시인은 가창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 참혹한 처형의 기운에 휩싸였다. 그 죽음의 시를 쓰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졌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하석 시인은 194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1971현대시학으로 등단해 1980년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 ‘연애 간()’ 등이 있다. 1987년 대구민족문학회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현재 예술마당솔 이사장, 대구문화예술회관 예술감독이다. 대구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광협문학상, 대구시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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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 : ‘이제, 문학은 어디로 가는가?’

-46호 가을호 게재작품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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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상징계의 절벽에서

 

완성되지 않는 글쓰기의 도정에서 늘 지쳐있는 제게 큰 위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란 없는 것을 찾고, 도달 불가능한 것을 지향하며, 상징계의 절벽으로 자신을 끝없이 내모는 일입니다. 그것은 늘 실패이고 당혹이며 고통입니다. 그래도 눈먼 사람처럼 글의 미로에서 헤매는 것은, ‘아버지의 법칙을 거부하며 상식을 조롱하고 공리를 의심하는 것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지속적인 힘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90년대 초반 등단한 이후 영문학 연구를 핑계로 20여 년간 문단을 떠났다가 다시 문학적 글쓰기를 시작한 지 이제 5년여밖에 되지 않는 신인입니다. 문학 앞에서 제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고, 제 가슴은 늘 설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학은 언어라는 무기물無機物을 건드려 매혹의 생물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은 반복을 혐오하며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사막에서 새로운 물길을 찾는 작업입니다. 그 고단한 코뮌의 동지들을 사랑합니다. 부족한 제 글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계간 시와경계에 경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굿모닝,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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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코비드시대의 진단과 시 창작 방향 제시에 돌올한 성과

 

4회 시와경계 문학상 심사를 마쳤다. 금년부터 평론도 심사범위에 포함하였다. 시부분과 평론부분 중에서 한 분야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잡지가 좋은 시와 우수한 평론을 만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에서이다. 심사 작품은 2019년 겨울 호부터 2020년 가을 호까지 발표한 신작시’, ‘특집시’, ‘오늘의 주목할 시인’, ‘신인특집에 게재한 306편과 기획특집에 게재한 평론까지 총 310편이다.

 

심사위원은 손진은 이대흠 우대식 천수호 시인이다. 심사위원께 필자의 이름을 삭제한 총 310편의 작품을 보낸 후 최종 10편을 선정하도록 하였다. 보내온 40편 작품의 필자를 복기한 결과 정우영 시인이 2, 정학명 시인의 두 작품이 각각 1표씩, 오민석 시인의 평론이 3표였다. 논의할 사항도 없이 오민석 평론가의 이제, 문학 어디로 갈 것인가가 선정되었다.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오민석의 이제, 문학은 어디로 가는가?를 올해의 시와경계 문학상으로 결정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글은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문학사의 통찰은 물론, 현 시대 문학의 나아갈 바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명쾌하게 진단함으로써 시인들의 창작 방향의 제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문학이 사라짐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글의 가장 큰 전제이고 필자가 밝힌 문학사의 통찰이다. 이는 이상과 백무산 시에 대한 견해에서 두드러진다. 필자는 그런 맥락에서 개인성과 사회성의 불가피한 연결을 죽음의 위협을 동반하며 각인하고 있는 코비드-19’를 주목한다. 지금 우리 시는 탈근대(postmodern)’를 넘어 코비드 시대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제 세계는 코비드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누어질 것이라고 선언한다. 코비드가 우리에게 던져준 새로운 인식은 바깥(지구)의 운명이 자신(개인)의 운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것을 근대적 개인을 대체하는 공동체적 개체의 출현으로 잡고 있다. 개체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구비한, 주체의 안과 밖을 동시에 사유하는 겹 주체성(double subjectivity)’.

 

모든 변화의 산물들은 활용의 대상이지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문학 환경의 변화도 고찰하면서 시각적 이미지와 문자언어가 서로 만나는 디카시를 사라짐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장르라고 보는 점도 충분히 공감한다.

 

단언컨대, 이 글은 최근 우리 시단의 문학담론 가운데서 예지와 통찰, 미시성과 거시성의 조화 등에서 단연 돋보이는 비평이다. 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심사위원 이대흠 우대식 천수호 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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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들다 / 박현덕

 

 

계속 가도 대숲이다, 낭창낭창 걸린 고요

 

그 사잇길 무릎 괴고 한 뒷박 눈물 거두면

 

가슴에

가슴에 쌓인

상처가 콕 찌른다

 

 

 

화순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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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군수 최형식)이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한 제7회 담양송순문학상 작품공모의 심사를 마치고 수상작을 선정했다.

 

송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21일 본 심사위원으로 한승원, 손택수 작가, 이지엽, 이미란 교수를 선정해 심사한 결과 수상작으로 박현덕 작가의 시조 대숲에 들다가 대상에, 양진영 작가의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이 우수상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담양 송순문학상은 면앙 송순(1493~158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과 담양만의 특색 있는 문학상 정착과 향후 문화 콘텐츠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2012년 제정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송순문학상 본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문순태 위원장은 대상을 받은 시조집 대숲에 들다는 장소가 지니는 지역성과 역사성을 서정적 언어로 충분히 풀어내 미학적 보편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우수상을 받은 소설 소쇄원의 피로인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양산보의 후손들이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전했다.

 

한편 제7회 담양 송순문학제는 오는 30일 오후 7시 문화회관에서 시상식과 함께 나태주 시인의 문학강연이 진행되며, 부대행사로 담양문인협회 시낭송대회, 담양문화원 문학기행, 송순회방연 행사 등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문학향연으로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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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수상자 없음

 

 

 

담양군, 제6회 송순문학상 수상작 선정 - 광주타임즈

[담양=광주타임즈]조상용 기자= 담양군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간 진행한 제6회 담양송순문학상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군은 최근 후보작 심사회를 열어 제6회 송순문학상으로 김옥애

www.gj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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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향기에 취하다 / 이상인

 

 

전라도 담양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대숲 향기가 널려 있다

몇 개씩 먹감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빨랫줄 집게에 물려 펄럭이기도 한다

 

그 푸른 향기는,

참새 떼를 이루어 몰려다니거나

곤줄박이처럼 짝을 지어 다니면서

우리네 생의 울타리나 헛간을 뒤진다

 

고샅을 걷다가 어르신을 만나도

낯선 이를 만나도 눈인사와 함께

한 움큼씩 대숲 향기를 건넨다

받은 것은 호주머니에 고이 간직했다가

다른 이에게 따뜻하게 건네야 한다

 

그러니까

대숲 향기에 푸욱 젖어 들어야 한다

흔히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기도 하고

밥그릇이나 숟가락에 얹혀 있거나

꿈속 밤 하늘에 펄럭이기도 하는데

아침에 시간의 이부자리를 털면

사그락사그락

서너 마리씩 날아오르기도 한다

 

어디론가 느리고 아늑하게 이끌어주는

담양의 푸른 대숲

마냥 취해서 더 깊이 빠져들고 싶은

사랑이며 추억이며 그리움이다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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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문학의 보고(寶庫)인 전남 담양군이 18일 제5회 송순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면앙정 송순(1493158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과 지역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마련된 이번 공모전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진행돼 모두 87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거쳐 대상작없이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 꽃', '담양 대숲 향기에 취하다', '대숲에 이는 바람' 등 모두 3편의 작품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동화 분야에선 김덕령 장군과 영웅을 위해 꽃을 피우는 대나무 이야기를 엮어 나간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 꽃'이 문장의 서술이나 이야기 완성도가 높아 호평을 이끌어냈다.

 

시 분야에서는 '담양 대숲향기에 취하다'가 담양 전체를 아우르며 시적 소재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적 형상화에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 분야에서는 '대숲에 이는 바람'이 담양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고증 및 자료 수집 등의 노력을 기울인 점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

 

군 관계자는 "담양을 소재로 한 시와 소설 등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담양다움을 간직한 뮤지컬, 연극 등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담양의 신르네상스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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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말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함에도

여전히 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많은 것은

고집과 욕망이 많다는 것,

더 버리기 위해

내 사랑 남도에서

시를 묻는다.

아직 길 위이지만 언젠가는 집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2016년 늦가을

이지엽

 

 

 

 

담양에서 시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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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 문인이자 담양 출신인 면앙 송순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지역문학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실시한 제4회 담양송순문학상 공모 결과 담양지명을 은유적인 시로 아름답게 표현해 낸 이지엽 작가의 시집 담양에서 를 묻다가 영예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상작 담양에서 를 묻다는 담양과 남도의 풍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집으로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담양의 명소, 정자 등을 친숙하고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담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우수상은 동시집 우리 대나무의 박정식 작가와 동화 쌀엿 잘 만드는 집의 강효미 작가에게 돌아갔다.

 

동시집 우리 대나무는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효자손, 필통, 대나구니, 부채등 대나무의 속성을 바탕으로 형상화한 시편들을 아이들의 정서를 작품에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또한, 산문 분야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쌀엿 잘 만드는 집은 담양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삼아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판타지 형식으로 출중하게 구성해 우수한 작품으로 선정됐다.

 

한편, 시상식은 지난 26일 담양문화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가운데, 대상 수상자에게는 2000만원의 상금이,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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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 남진우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아이는 방바닥에 엎드린 채 산수 문제를 풀고 있었다. 복잡한 수식이 적힌 노트를 들여다보며 아이는 중력 암흑물질 벌레구멍 따위를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소년은 침대에 누워 천장의 사방연속무늬를 헤아리고 있었다. 소년의 머릿속 은하계 저편에서 죽어가는 별이 다른 우주로 건너가기 위해 마지막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천년은 욕실의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세면대에 한 방울씩 수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그는 언젠가 교수대 위에서 자기 목을 죄어들어오던 밧줄의 섬뜩한 촉감을 기억해냈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주름진 손으로 백지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사막을 가로질러온 바람이 허공에 모래먼지를 뿌리고 지나갔다. 이내 그가 적은 말들이 바람에 불려 쓸려나갔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붙박이장을 열고 두터운 옷들을 헤치고 들어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멀리서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비행기 편대가 날아와 공습을 시작했다. 개가 짖어댔고 고양이가 담벼락 너머로 사라졌고 전선 위의 새들이 깃을 치며 날아올랐고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그는 밤샘 작업을 마치고 잠을 자기 위해 힘겹게 침대를 향해 가다가 거실 벽에 걸린 전신거울에 비친 흐릿한 모습을 보았다. 중력 암흑물질 벌레 구멍 같은 말들이 빠르게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둑한 방 한가운데 먼 혹성에서 온 노인이 불길한 미소를 띤 채 아득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풀어야 할 마지막 문제였다.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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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숭원)4회 김종삼 시문학상에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문학동네)의 남진우 시인을 선정했다.

 

김종삼 시문학상은 김종삼(1921~1984) 시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대진대학교와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에서 2017년에 제정했다.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전년도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 시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정한다.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는 남진우 시인이 2009<사랑의 어두운 저편>을 낸 이후 11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지난해 출간됐다. 수록된 작품은 모두 산문시로 총 68편이 4부로 나뉘어 담겼다.

 

남진우 시인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죽은 자를 위한 기도>, <타오르는 책>, 평론집 <신성한 숲>, <바벨탑의 언어>, <숲으로 된 성벽>,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 산문집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작업은 시라고 하였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종삼 시문학상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열릴 예정이며, 상금은 1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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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림 / 길상호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스위치를 끄면 어둠이 고여 드는 방,

밤은 적당히 짜고 달고 매콤하고

 

얽힌 손길에 더는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지금은 저 방에 나란히 갇혀야 해요

 

배꼽 속 지루한 인연이 모두 우러나오고

눈에 담긴 통증도 흐물흐물 풀리면

 

액자 속 다정했던 시절로 우리

찰칵 찰칵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요

 

방 안 가득했던 어둠이 졸아들면

정수리에 모여든 쓸쓸한 거품을 걷어주면서

 

이제 어떤 말에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

짭조름한 심장을 갖고 살기로 해요

 

한없이 뒤척이게 되더라도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들기 위한 일,

 

검은 밤이 너무 일찍 끝나버리면 안 되니까

심장의 불꽃을 중불로 내려주세요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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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김종삼시문학상 시상식이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다. 본 시상식은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와 대진대학교가 주최하고 김종삼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했다. 3회 김종삼시문학상 당선작은 길상호 시인의 시집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이다. 길상호 시인에게는 김종삼 시인을 형상화한 트로피와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김종삼 시 문학상은 김종삼 시인(19211984)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도에 대진대학교가 후원·제정한 상이다. 김종삼 시인은 황해도 은율 출신으로 1947년 월남하여 시집 돌각담으로 데뷔하였고 민간인이라는 시로 현대 시학상을 수상했다. 김종삼 시인은 사람들의 가난함과 고독함에 대한 순수시를 써오며 과감한 생략을 통해 여백의 미를 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작품집으로는 개인 시집인 누군가나에게물었다외 두 편, 시선집 북치는 소년’, ‘평화롭게’, 연대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 공동시집인 본적지가 있다. 1984년 사후에는 김종삼 시인의 모든 시집과 시를 담은 김종삼 전집이 출간됐다.

 

본 상의 심사기준은 김종삼 시인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데뷔한지 10년 이상의 작가들의 작품집 중에서도 해당 연도에 발매한 시집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수상자인 길상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였으며 현대시동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등을 받았다. 현대인들의 외로움에 대한 서정시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길상호 시인은 우리의 죄는 야옹”,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3편의 시집을 출간했다.

 

김종삼 시 문학상의 심사는 김명인 시인, 정호승 시인, 김승희 시인이 맡았다. 심사평을 맡은 김승희 시인은 “2020년에 심사 작들 모두 개성이 강하며 주제가 다양한 시집들이 많았다. 요즘 시인들의 재능이 빛나고 있다.”라며 문학상에 투고한 모든 작품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김 시인은 김종삼 시인은 가장 추상적인 현대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생활의 밑바닥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는 내용 있는 생활 시인이다. 이 때문에 현실의 무게가 깃들어있는 길상호 시인의 시집에 마음이 갔다.”라고 말했다.

 

단상에 나온 길상호 시인은 이번 시의 시제를 준비하면서 이름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부모님 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잘 달고 있는가 고민했다. 48년을 돌아보니 지금 내 스스로가 내 이름을 너무 방치한 듯하다.”라며 울먹였다. “김종삼 시인의 시처럼 제 시도 어떤 사람들에게 목마름을 해소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내 이름을 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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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뉴스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길상호 시인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었던 김종삼 시 정신에 대한 질문에 김종삼 시 정신이란 사람, 동물 가리지 않는 세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 중에서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인 듯하다. 아마 저와 제 시 속에서 김종삼 시인의 그런 정신을 봤기 때문에 이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축사를 맡은 이숭원 운영위원장은 길상호 시인을 축하했다. 이어 원래 순서였던 이면재 대진대학교 총장은 개인 일정으로 인하여 불참하였고 대신 신재희 기념사업회 회장이 대리로 전했다. 이면재 총장은 “3회째인 시문학상이 점차 커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라 말했다. 그리고 작년 봄에 김종삼 시인의 부인이신 정귀례 여사가 돌아가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여사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이 시문학상을 기념하기 위해 팝페라가수 팀 라클라쎄Westlife‘You raise me up’과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공연이 있었다.

 

내년에도 더욱 다양하고 개성 강한 작품들이 나오길 바라며 김종삼 시인과 시인의 시 정신을 기념하고 그와 같은 시인을 발굴해 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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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리필 / 박상수

 

 

너 고기 좋아해?

 

오늘 하루 두 번이나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수 없었지, 이젠 내가 먼저 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아메리칸 레스토랑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네가 갑자기 물었어 고기, 고기라……

 

회식하고 집에 가다 버스에서 잠든 적이 있지 깨보니 주변엔 아무도 없고, 기사 아저씨도 없는데, 어디서 고기 냄새가 나는 거야 침샘이 폭발했지 내 옷에서 나는 냄새였어

 

우리는 먹었지 목살이랑, 삼겹살이랑, 계속 가져다 먹었어 먹자골목에서 네가 찍은 집, 구두 벗고 들어가기 싫다니까 깔깔깔 네가 하이파이브를 해줬지

 

신을 벗으면 고기랑 너무 멀어지잖아

 

불판을 여섯 번이나 갈면서, 말도 없이 먹었다 양파, 고기, 마늘, 고기, 쌈장, 고기…… 올릴 수 있는 건 다 올려서 씹었어

 

들려?

?

우리 살찌는 소리

 

정말이네, 털보 언니가 미소 지으며 다운 패딩 입혀주는 느낌, 그래, 난 좀비 언니들이 떼로 와서 기모 레깅스랑 펠트 워머를 같이 입혀주나 봐, 무서워, 우리 얼른 먹어서 이 무서운 것들을 다 없애버리자

 

둘이서 칠인분을 먹었나 봐. 된장국에 공깃밥까지는 먹으려다 그건 못했지 너는 젓가락을 덜덜 떨며 말했다 못살아, 왜 이것밖에 못 먹는 거야……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그니까, 먹은 것보다 못 먹은 게 무한이라서 무한 리필인 건가, 나도 같이 울었어

 

모공들이 다 열려버려서, 우린 기름종이를 나누어 가졌지 립밤도 다시 발랐어 그래도 한 정거장쯤은 걸을까? 미안해 얘들아, 천국에 못 간 돼지들, 걔네들이 아직도 붙어있나 봐, 밤거리를 걸었지만 숨이 차서, 반 정거장도 못 걸었지, 포기하자 다 포기하고 , 택시를 잡아타자

 

불빛 찬란한 밤거리

이렇게 달릴 때가 제일 빛나지

다들 걸어가는데 우리만 달려가니까

우리만 앞으로 나가는 것 같으니까

 

연두부처럼 맘이 풀려서는 내가 물었어

 

무슨 생각해?

, 구역질나게 배부르고, …… 멍해서, 좋다는 생각

 

멍한 것 뒤에는 더 멍한 게 있을까 아님 아무것도 없는 걸까, 뭐가 더 좋은 걸까? 우리는 계속 달렸지 입을 벌리고 차창 바람을 먹으며, 에코처럼, 네가 물었어

 

넌 무슨 생각 하는데?

아까 남긴 고기 생각

 

내릴 때가 되니까 네가 붙어 앉았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뭐라고 속삭였어 분홍색 면봉이 귓바퀴를 들락날락, 근데 무슨 말인지 안 들리잖아, 내 손을 잡고, 빤히 보면서, 네 입술이 움직였지

 

가지 마

오늘

같이 있자.

 

 

 

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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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2회 김종삼 시문학상의 수상자로 박상수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 시집은 오늘 같이 있어이다.

 

김종삼 시문학상은 김종삼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대진대학교의 제안과 후원을 받아 김종삼 시인 기념사업회 2017년에 제정한 상이다.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전년도 1 1일부터 12 31일 사이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의 시 정신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시집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인 박상수 시인은 2000년 동서문학에서 시를, 2004년 현대문학에서 평론을 발표하여 작가로 데뷔했다. 시집으로는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이 있으며 평론집으로는 귀족 예절론 너의 수만가지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줄게가 있다.

 

수상 시집인 오늘 같이 있어는 작년 9월 문학동네의 109번째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이 시집은 작가의 두 번째 시집인 숙녀의 기분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열람실과 학생 식당을 전전하던 전작 속 여성 화자들은 이 시집에서 사회 초년생 여성이 되어 직장과 회식 자리에서 폭력과 부조리를 마주한다.

 

수상작 선정은 이숭원, 정호승, 김기택, 심재휘, 오형엽, 곽효환 등으로 구성된 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이 예심을 담당하여 6권 내외의 후보작을 본심에 올렸다. 이후 김승희(시인, 서강대 명예교수), 이숭원(평론가, 서울여대 명예교수), 남진우(시인, 명지대 교수)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2 8일 오후 여섯 시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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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모르겠어 / 심보선

 

 

당신의 눈동자

내가 오래 바라보면 한 쌍의 신()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

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

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꺼풀은 지그시 닫히고

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

 

새는 다시 날아오나

 

신은 언제나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

 

 

 

 

오늘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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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숭원)는 김종삼 시문학상 1회 수상자로 심보선 시인을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김종삼 시문학상은 한국 순수시의 지평을 넓힌 김종삼(19211984)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회장 심재휘)가 나서고 시인의 시비가 있는 경기 포천의 대진대학교가 후원해 지난해 제정됐다.

 

수상자 선정 기준은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해당연도(심사일의 전해) 11일부터 1231일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시집'이다. 심사위원은 김인환, 송재학, 남진우였다.

 

상금은 1천만원이고,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6시 대학로 '예술인의 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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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종삼을 기념하기 위해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대진대학교가 후원을 맡아 제정된 상이다. 2017년 제정되었으며 기준은 등단한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에서 선정된다.

 

‘제1회 김종삼 시문학상 시상식 2월2일 6시 동숭동 예술가의 집’. 포천 고모리 저수지에 있는 시비(詩碑)가 김종삼 시인(金宗三, 1921~1984)의 시비인데 이시인의 시문학상이 있었다니 놀랍다. 고모리 저수지에 김종삼 시비를 보러 갔다. 국내시비 중에서 예술성이 최고라는 찬사가 있다.

 

詩碑이전 문제로 몇 년 전에 급박하게 진행 되었던 일이 생각난다. 소흘읍 주민자치위원 이었던 고 김산동 씨가 수목원 확장공사로 인근에 있는 김종삼詩碑가 며칠 후 파주 헤이리로 옮기게 된다는 소식을 예술인 모임에서 알려 주었었다. 시비가 있는 줄 조차 몰랐고 시인에 대해서 사실 잘 알지도 못 했었다. 그런데 김종삼 시비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대진대 교수들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김종삼 시인은 절제와 여백의 시학을 구현한 순수 서정시의 거두로 이런 분의 시비를 다른 시에 보낼 수 없다고 했다. 대진대 교수들과 소흘읍 주민자치위원(당시 이재승위원장), 포천예술가들은 유족과 시인협회를 설득해서 급박하게 현재의 고모저수지 자리로 이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이진성 헌법재판소 소장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종삼 시인의 시를 낭송해서 화제가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시였다.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회장 심재휘 대진대 문창과 교수)와 대진대학교(총장 이면재)가 2017년에 김종삼 시문학상을 제정했고 1회 수상자로 심보선 시인이 선정 되었다. 상금은 1000만원이었다.

 

황해도 은율이 고향인 그는 생전에 소흘읍의 부인터에 묻혀있는 어머니가 그리워서 포천에 자주 왔었기에 동료와 후배시인들은 포천의 국립수목원 부근에 시비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라는 시에는 이런 부분이 있었다.

 

부인터 공동 묘지를 향하여 어머니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세상에 남길 만한 몇 줄의 글이라도 쓰고 죽는다고 그러나 아직도 못 썼다고...

 

그런데 시비가 있는 인근에는 시문학관이 있어야 된다. 의정부에는 천상병 시인문학관이 있다. 그의 유해가 있기 때문이었고 결혼 후 살았던 수락산 입구에는 노원구에서 재빠르게 ‘천상병 공원’을 조성 했고, 충남 태안군에서는 시인이 잠깐 살았던 집을 천상병 시인 고택으로 소개하고 있고, 산청군도 천상병 시인 시비를 세우고 2002년부터 천상병 문학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양구는 박수근 미술관을 지었다. 박수근이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우리 포천시는 소정 변관식의 묘와 김종삼 시비 같은 좋은 자산이 있기에 미술관과 시인기념관이 조성 되면 아트밸리와 더불어 문학과 미술탐방여행으로 외부인의 발길이 많아질 것이다. 

 

 

[pcnt.kr] 제1회 김종삼 시문학상 제정

      ©포천뉴스     © 포천뉴스 삐릭~ 임승오 예총회장이 보낸 전화 메시지가 하나 뜬다. ‘제1회 김종삼 시문학상 시상식 2월2일 6시 동숭동 예술가의 집’.포천 고모리

www.pc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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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군수 박병종)이 주최하고,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지난 9월 한 달 간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응모한 총 93권의 작품을 1,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작 3작품이 시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영예의 본상 수상에는 이재무(·60·서울) 시인의 슬픔은 어깨로 운다가 선정돼 부상으로 상금 3000만원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올해의 남도 시인상으로 송만철(·60·전남 보성) 시인의 들판에 다시 서다’, 젊은 시인상은 김선(·45·경기) 시인의 눈 뜨는 달력이 선정돼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5일 고흥문화회관에서 시 낭송 대회(본선)와 함께 열리며, 이 날 시 낭송대회 수상자에게는 대상(상금 100만원, 시 낭송가 증서) 등 총 20명이 상금 총 610만 원과 상장이 수여될 계획이다.

 

한편, 송수권 시문학상 1회 본상에는 강희근 시인의 프란치스코의 아침, 2회 본상에는 이은봉 시인의 봄바람, 은여우가 수상한 바 있다.

 

 

 

 

눈 뜨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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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77. 김선 첫 번째 시집. 소외된 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아픔과 꿈을 비추어 드러낸다. 문단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힘들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세부적으로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긴 시력만큼 그의 시적 행보의 반경은 넓고 깊다. 가속적으로 발전하는 문명과 이를 추동력으로 화려하게 팽창하는 도시 변두리의 풍경과 그곳에서 소외된 채 사는 이들의 상처와 사랑을 세밀화처럼 섬세히 그리기도 한다. 타자의 시선을 벗어나 고유한 욕망의 주체로 서기 위해 성찰의 깊이를 더한다.

 

김선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눈 뜨는 달력<푸른사상 시선 77>로 출간되었다. 도시화와 산업화의 거친 물결 속에서 뿌리를 잃은 사람들을 서울 가리봉동의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달빛처럼 따뜻하고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노래했다.

 

김선 시인의 시선은 무척 따스하고 섬세하다. 그 예리하고 빛나는 눈빛은 도시 변두리 골목길의 어둠을 밝히며 외로운 이들의 굽은 등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 깊이 고여서 외롭고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온기를 찾는다. 때로는 우리가 버리고 떠나온 고향으로 발길을 돌려서 깊고 푸른 나무 그늘에 앉아 이웃들을 만나 손을 잡는다. 그렇게 김 시인은 도시가 점점 비대해지고 화려해지면서 주변으로 밀려나 소외되고 잊혀진 것들에 대하여 일관적으로 애정의 손길을 보낸다. 이러한 김 시인의 시적 자세에 대하여 혹자는 이전의 시단 흐름을 고집한다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웃들의 눈길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외된 곳에 머무는 이들을 향한 김 시인의 관심은 멈추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시단에는 서서히 지각 변동이 일기 시작하면서 시인들의 시선은 급격히 외적인 삶의 현실로부터 내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전에 대세를 이루던 이른바 리얼리즘 문학의 흐름은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모더니즘을 지나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우리 문단에 빠르게 유입된 탓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문단 내부의 요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970~1980년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또는 경제적 민주화의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그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 발전은 속도를 더하고 시인들은 창을 닫고 내면을 살피는 중에 그 그늘에서 가파른 삶의 길을 걷는 이들은 더욱 주변으로 밀려 나고 있었다.

 

김 시인은 소외된 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아픔과 꿈을 비추어 드러낸다. 문단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힘들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세부적으로 묘사하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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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에서 출간한 이병일 시인의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이 제2회 송수권 시문학상 젊은 시인상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송수권 시문학상은 전남 고흥군이 주최하고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학상입니다. 2회를 맞는 올해, 본상에는 이은봉 시인의 열번째 시집 봄바람, 은여우(도서출판b 2016), 남도시인상에는 배용제 시인의 시집 다정(문학과지성사 2015)이 선정되었습니다.

 

젊은 시인상 선정작인 이병일 시인의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은 친숙한 대상을 젊고 도전적인 감각으로 발견하고 우리 시의 자연 풍경을 풍요롭게 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이, 남도시인상과 젊은시인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과 500만원이 수여됩니다. 시상식은 201693일 고흥문화회관에서 시낭송대회와 함께 열립니다.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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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이 돋보이는 시를 써 온 이병일 시인이 새 시집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창비)을 냈다. 옆구리의 발견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자 창비시선399번째 시집이다.

 

68편의 시를 담은 이번 시집에서 이 시인은 두부·안경·구두와 같은 일상의 사물은 물론 호랑이·구렁이·펭귄·백상아리·물사슴·기린·가물치와 같은 동물, 꽃잎·풀피리·석청 등의 자연물에 의미와 빛을 부여한다. 시집에 실린 피순대에 관한 기록은 어린 시절 본 피순대를 만드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도 서민적 감성으로 풀어낸다.

 

돼지의 멱을 따자 나온 피, 핏덩어리를 양동이에 받아놓고 할아비는 내장을 뒤집어 똥을 털어내고 소금으로 씻는다(중략) 통곡이 후련하게 터졌다가 캄캄하게 멈춘 저녁, 이웃집의 죽음 앞에서 할아비는 그 옛날처럼 돼지의 멱을 따고, 피순대를 만들고, 한입씩 물고 너덜너덜 침 흘리며 목젖 크게 웃어보는 일이 상가(喪家) 저녁이라고 했다”(이병일, ‘피순대에 관한 기록부분)

 

두부의 맛은 부드러운 두부에서 을 느끼는 반전이 있는 시다. 아이가 두부를 먹는 모습을 보며 말랑함 속에 단단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두부의 바깥은 잠잠하다 두부의 심장엔 무너지는 하얀 달이 있어 조용한 온기가 들끓고 있다고 믿었다(중략) 잇몸 속에서 앞니가 돋아날 때, 아이는 가장 말랑한 것이 가장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손톱과 발톱이 자라듯이 차가워지는 이 희끄무레한 두부 앞에서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린다

 

시집 제목은 수록작 나의 에덴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무도 닿은 적이 없어 늘 발가벗고 있는 깊은 산, 벌거벗은 아흔아홉개의 계곡을 가진 깊은 산에 홀리고 싶어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물소리를 붙잡고 싶어(후략)”

 

이 시인은 “100은 정돈되고 굳어진 느낌이지만 아흔아홉은 꿈틀대는 신비로운 세계라며 시집에 사물의 빛나는 지점에 대한 시들을 담았다. ‘빛나는 것이라고 하면 이 구절이 제일 먼저 생각나 시집 이름으로 붙였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2010년에는 일간지 신춘문예에 희곡도 당선됐다. 대산창작기금,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주문학상을 받았다. ‘시인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청년신춘문예에 뇌태교의 기원으로 당선돼 등단한 이소연 시인이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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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존헌장* / 하린

 

 

나는 자본주의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서민으로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가난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신용불량자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약소국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생존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출근과 튼튼한 육체로,

저임금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출신을 계산하여,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기초수급자의 힘과 월세의 정신을 기른다.

번영과 질서를 앞세우며 일당과 시급을 숭상하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헝그리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발전하며,

부유층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지름길임을 깨달아,

하청에 하청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잔업 전선에 참여하고 월차를 반납하는 정신을 드높인다.

부자를 위한 투철한 시다바리 따까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며,

자유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가난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서민으로서,

조상의 궁핍을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빈민을 창조하자.

 

* 1968년에 선포된 국민교육헌장패러디.

 

 

 

 

 

서민생존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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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은 26일 지난 9월 한 달 동안 공모한 1회 송수권 시문학상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대상에는 경남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강희근(73·경상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시인의 열여섯번째 시집 프란치스코의 아침(한국문연)’이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해남 출신 이지엽(57·경기대 국문학과 교수) 시조시인의 시집 빨레 두레 밥상(고요아침)’과 영광 출신 하린(44) 시인의 시집 서민생존 헌장(천년의 시작)’이 뽑혔다.

 

고흥군 관계자는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고흥을 대표하는 송수권 시인의 명성에 부족함이 없도록 최근 펴낸 시집을 대상으로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했다높은 관심을 보인 시 낭송대회에도 수도권 등 전국에서 골고루 응모해 열띤 시 낭송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지방 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수상 기회를 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한 5년만 지방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한 시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국내 문학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송수권 시문학상운영과 심사는 국내 문단의 계파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특정 문학전문지나 문학단체를 내세우지 않고 골고루 선정해 공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시상식과 함께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선착순으로 50명을 모집했는데 응모 첫날 오전에 일찍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배경음악 없이 송수권 시인의 시 1편을 5분 이내로 암송해 평가한다. 대상(상금 100만원)을 비롯해 총 15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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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객잔 / 윤효

 

 

설산에

마지막 마방이 걸어두고 간

조각달 아래

하룻밤

내내

가쁜

숨소리

 

그곳에도

아침은

와서

보니

앉은뱅이

도라지꽃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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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유심작품상 시 부문에 윤효 시인, 시조 부문에 문무학 시조시인, 소설 부문에 이경자 소설가, 특별상 부문에 한분순 시인(한국여성문학인회장)이 선정됐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510일 제19회 유심작품상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시 부문에는 윤효 시인의 차마객잔, 시조부문에는 문무학 시조시인의 그전엔 알지 못했다, 소설 부문에는 이경자 소설자가의 단편 소설 언니를 놓치다가 각각 선정됐다. 특별상 부문에는 한분순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시 부문 수상자 윤효 시인에 대해 심사위원 오세영 시인은 윤효 시인의 작품은 존재나 세계에 대해 항상 사색적이고 자기 성찰적이라며 그의 시에는 크든 작든 삶에 대한 깨우침이 있다. 한마디로 철학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조 부문 심사위원인 김영재 시조시인은 문무학은 한국시조단뿐 아니라 한국문단에 소중한 시인으로, 한글 자모(子母)를 시로 쓴 유일한 시인임을 강조했다.

 

소설부문을 심사한 구중서 문학평론가는 이경자 소설가에 대해서 작가 이경자는 인간 존재의 기본권에서부터 문제를 추적하는 작품을 쓰고 있다. 아울러 총체적 세계관 범주에서 민족의 역사적 현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소설을 쓴다면서 소설 언니를 놓치다는 이러한 현실의식을 충직한 수법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에 대해 윤효 시인은 수상 통보를 받고 만해 한용운 스님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환하게 밝힌 선지식의 전인적 풍모가 그리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으며, 문무학 시조시인은 수상작 그전엔 알지 못했다가 만해 스님의 알 수 없어요를 많이 쫓아가고 싶었나 보다. 수상의 기쁨을 숨기지 않으면서 여기선 그런 억지라도 마구 부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도 양양 이북이 고향이라고 밝힌 이경자 소설가는 수상소감으로 인간 삶의 모순이 층층이 켜켜이 시공간에 뭉쳐있는 곳. 이곳에서 내 무의식이 모두 형성 됐다. 그러므로 소설가인 나는 뭉친 것을 풀어야 하는, 책무를 얻었다고 밝혔다.

 

19회 유심작품상 시상식은 오는 811일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 만해축전에서 진행되며, 각 부문 수상자들에게는 1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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