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유심작품상 / 함민복

 

 

악수 / 함민복

 

 

하루 산책 걸렀다고 삐쳐

손 내밀어도 발 주지 않고 돌아앉는

길상이는 열네 살

 

잘 봐

나 이제 나무에게 악수하는 법 가르쳐주고

나무와 악수할 거야

토라져

길상이 집 곁에 있는

어린 단풍나무를 향해 돌아서는데

 

가르치다니!

 

단풍나무는 세상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

이리 온몸에 손을 달고

바람과 달빛과 어둠과

격정의 빗방울과

꽃향기와

바싹 마른 손으로 젖은 손 눈보라와

이미

이미

악수를 나누고 있었으니

 

길상아 네 순한 눈빛이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었구나

 

 

 

2020 유심작품상 수상문집

 

 

 

만해 한용운 스님의 문학 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제정된 유식작품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제18회 유심작품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함민복 시인의 ‘악수’를, 시조부문에 박시교 시인의 ‘무게考’를, 평론 부문에 이승하 중앙대 교수의 〈한국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를, 특별상에 오탁번 前한국시인협회장을 각각 선정했다”고 5월 29일 밝혔다.

 

함민복 시인에 대해 심사위원회는 “오랫동안 따뜻한 시선으로 시를 써왔고, 이번 수상작인 ‘악수’도 시인 특유의 천진함과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시교 시인의 ‘무게考’에 대해서는 “수상이 늦었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우리나라 시조 문단을 대표하는 뛰어난 시조 시인”이라고 상찬하며 “사물과 현상을 측은지심으로 보살피는 시를 써왔다. 이번 수상작품 ‘무게考’도 삶의 무게와 처연함이 인상 깊다”고 밝혔다.

 

평론 수상자 이승하 교수에 대해서는 “그간 시조 전문 평론집은 거의 없었다. 시조 평론이라는 새로운 평론집을 세상에 내놓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특별상 수상자인 오탁번 前회장은 원로시인으로서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 문단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온 점을 인정받았다.

 

한편, 제18회 유심작품상 시상식은 오는 8월 11일 동국대 만해마을에서 열리며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1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