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생존헌장* / 하린
나는 자본주의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서민으로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가난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신용불량자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약소국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생존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출근과 튼튼한 육체로,
저임금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출신을 계산하여,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기초수급자의 힘과 월세의 정신을 기른다.
번영과 질서를 앞세우며 일당과 시급을 숭상하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헝그리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발전하며,
부유층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지름길임을 깨달아,
하청에 하청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잔업 전선에 참여하고 월차를 반납하는 정신을 드높인다.
부자를 위한 투철한 시다바리 따까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며,
자유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가난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서민으로서,
조상의 궁핍을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빈민을 창조하자.
* 1968년에 선포된 「국민교육헌장」패러디.
고흥군은 26일 지난 9월 한 달 동안 공모한 ‘제1회 송수권 시문학상’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대상에는 경남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강희근(73·경상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시인의 열여섯번째 시집 ‘프란치스코의 아침(한국문연)’이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해남 출신 이지엽(57·경기대 국문학과 교수) 시조시인의 시집 ‘빨레 두레 밥상(고요아침)’과 영광 출신 하린(44) 시인의 시집 ‘서민생존 헌장(천년의 시작)’이 뽑혔다.
고흥군 관계자는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고흥을 대표하는 송수권 시인의 명성에 부족함이 없도록 최근 펴낸 시집을 대상으로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했다”며 “높은 관심을 보인 시 낭송대회에도 수도권 등 전국에서 골고루 응모해 열띤 시 낭송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지방 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수상 기회를 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한 5년만 지방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한 시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국내 문학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과 심사는 국내 문단의 계파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특정 문학전문지나 문학단체를 내세우지 않고 골고루 선정해 공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시상식과 함께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선착순으로 50명을 모집했는데 응모 첫날 오전에 일찍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배경음악 없이 송수권 시인의 시 1편을 5분 이내로 암송해 평가한다. 대상(상금 100만원)을 비롯해 총 15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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