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더위 / 이재무
우리 시대의 더위는 갈 곳이 없다
백화점에서 쫓겨난 더위가,
식당가 커피숍 사우나 지하상가에서 문전 박대당한 더위가,
은행가 의사당 법원 도청 시청 군청 동사무소 관공서에서 내몰린 더위가,
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부정당한 더위가,
버스 전동차 기차 승용차에서 거절당한 더위가,
극장 도서관에서 거부당한 더위가,
학교 학원 회사에서 퇴학 퇴원 퇴출당한 더위가,
꽃집 빵집 어린이집 예식장에서 내쫓긴 더위가
유기견 혹은 좀비가 되어
악에 받친 채 거리로,
골목으로 공원으로 역전 대합실로 광장으로 고시원으로 벌방으로
떼 지어 다니고 있다
언젠가 더위가 미쳐 날뛰는 날이 올 것이다
TBC는 제17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의 이재무 시인<사진>을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재무 시인은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슬픔은 어깨로 운다' 등과 산문집 '쉼표처럼 살고 싶다'를 펴냈다.
이육사 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지난 2004년 제정했다.
올해 최종심사는 오세영·권달웅·조용미 시인과 구모룡·오민석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회는 "이재무 시인의 '데스밸리에서 죽다'는 세상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 놓으면서 그것을 새로운 표현에 담아내는 능숙한 솜씨를 보여줬다"며 "작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이육사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아 17회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육사 시문학상의 상금은 2천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오후 2시 안동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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