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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 이홍섭

 

 

나에게는 구멍이 많다

여기도 구멍,

저기도 구멍,

내 삶의 담벼락은 구멍 천지다

 

구멍이 많아 슬플 때는

슬픔이 모든 구멍으로 흘러넘칠 때는

하루종일

검은 돌이나 삼킨다

 

돌을 삼키고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이

나를 삼키고

 

오냐, 큰 구멍이여

오려면 와라

정중하게 와서

나를 통째로 삼켜라

 

나는 구멍과 싸운다

구멍은 슬픔이고

구멍은 나의 적이고

구멍은 나의 동지이고

구멍은 운명이다

 

흰 돌을 게워낼 때까지

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검은 돌을 삼키다

 

nefing.com

 

 

 

6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이홍섭 시인이 선정됐다.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회(회장 윤덕점)는 예심을 통과한 15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와 이홍섭 시인의 검은 돌을 삼키다로 압축하였고, 삶의 내면이 잘 녹아있는 이홍섭 시인의 검은 돌을 삼키다를 최종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6회 박재삼문학상 심사는 길상호, 안현미 시인이 예심에 참여하고, 남진우, 전동균 시인이 본심을 맡았다.

 

이홍섭 시인은 1965년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1990현대시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각각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가도 서쪽인 당신, 터미널등과 산문집 곱게 싼 인연을 출간,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시인시각 작품상, 현대불교문학상, 유심작품상, 강원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박재삼문학제 추진위 측은 등단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박재삼 시인의 서정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전년도(20171~12)에 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다른 문학상을 이미 수상한 작가는 배제하는 원칙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시영, 이상국, 이문재, 고영민, 이정록 시인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박재삼문학제는 22일과 23일 이틀동안 박재삼문학관 일원에서 박재삼 청소년문학상, 학생 및 일반인 백일장, 박재삼 시세계 조명 문학특강, 박재삼시 암송대회, 박재삼문학상 시상식 등으로 진행된다. 박재삼문학상 시상식은 23일 열린다.

 

한편, 박재삼 시인은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자랐으며, 1953년 문예에 시조 강가에서를 추천받았고,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섭리’, ‘정적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현대문학신인상, 문교부 문예상, 인촌상, 한국시협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평화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조연현문학상, 6회 올해의 애서가상 등을 수상하였고, 은관문화훈장(1997)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춘향이 마음’, ‘천년의 바람’, ‘뜨거운 달15권의 시집이 있다. ‘아름다운 삶의 무늬9권의 수필집을 비롯해 다수의 시선집을 펴냈다.

 

문단에서는 박재삼 시에 대해 가난과 설움에서 우러나온 정서를 아름답게 다듬은 언어 속에 담고, 전통적 가락에 향토적 서정과 서민생활의 고단함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인은 1997년 지병으로 64세 나이로 타계했다. 박 시인의 묘소는 지난해 유족의 뜻에 따라 서울 근교 한 가족묘원에 이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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