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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우물 / 이태수 

 


나무 그림자 일렁이는 우물에 

작은 새가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간다 

희미한 낮달도 얼굴 비쳐보다 간다 

 

이제 아무도 두레박질을 하지 않는 우물을 

하늘이 언제나 내려다본다 

내가 들여다보면 

나무 그림자와 안 보이는 

새 그림자와 지워진 낮달이 나를 쳐다본다 

 

흐르는 구름에 내 얼굴이 포개진다 

옛날 두레박으로 길어 마시던 물맛이 

괸 물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상화시인상 수상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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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로 새로운 세계 하나를 낳는다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지향과 추구로 더 나은 세계에 다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 수상 소감 중에서

 

이 시집이 보여 준 시적 성취는 그동안 그가 언론인으로 있을 때는 도달하지 못한, 인간으로서 대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확연히 깊어지고 돌올해졌다는 점, 자연과 인간 성찰, 특히 내면 성찰이 새로운 경지를 이루면서, “이게 시다!” 하고 우리의 뇌리와 인식을 치는 서늘한 깊이에 도달해 있다는 점이다.

 

― 심사평 중에서

 

 

 

내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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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시인<사진>이 제35회 상화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이상화기념사업회(이사장 최규목)는 올해 상화시인상 수상자로 이 시인을, 수상작품으로 그의 시집 '내가 나에게'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시인은 1947년 의성에서 태어나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그림자의 그늘' '우울한 비상의 꿈' '물속의 푸른 방' '꿈속의 사닥다리' 등이 있으며, 1976년부터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2018년부터 2020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각각 세 권의 시집을 추천했다.

 

그 결과 구석본, 권달웅, 김성춘, 박소란, 이경림, 이기철, 이문길, 이태수, 정병근, 장인수, 한영옥 등 11명의 시집이 최종 예비후보에 올랐고, 지난 4일 상화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해당 시집들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최종 심사에서 이 시인의 '내가 나에게'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상금은 2천만원이다.

심사위원으로는 김종해 전 한국시인협회장, 윤석산 전 한국시인협회장, 김선학 문학평론가, 엄원태 대구카톨릭 대학교 교수, 손진은 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이태수의 '내가 나에게'는 내면을 드러내는 시어가 서정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시적 노력과 주제의식이 서늘한 깊이를 끌고 나간다"고 평가했다.

이 시인은 "대구 시단의 선구자였던 이상화 선생의 문학과 생애를 기리면서 부끄럽지 않은 시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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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 차성환

 

 

잠결에 내 뺨을 때리는 손이 뭔 일 있어 시치미 떼고 가슴 위에 가만히 내려앉아 있다가 내가 잠들면 또 내 뺨을 내려쳐 도저히 참지 못해 벌떡 일어나면 방 안을 날아다니며 내 귀싸대기를 겁나 후려치는 날갯짓에 정신을 못 차리고 이 개새끼야 이빨로 물어다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겨우 손목을 잡아다 식칼을 꽂는다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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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10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차성환(40) 시인이 선정됐다고 이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천년의시작이 18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심사위원회는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는 세상에 존재하거나 부재하는 '자리'를 더듬어 밝히려는 시인의 의지가 돋보이며 경쾌한 언어유희와 반복적 점층에 의한 율독적 가파름이 명품처럼 담겨 있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12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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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다 / 김선태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나는 네가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집.

대문도 담장도 없이 드나들어도 좋은 집.

 

마음에 든다는 것은 네가 내게 스미는 일.

온전히 스미도록 마음의 안방을 내어주는 일.

 

하지만 너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

나는 촛불을 켜고 밤늦도록 기다리는 사람.

 

그렇게 기약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렇게 공허한 행복일지라도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한 사람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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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목포대학교(총장 최일) 국어국문학과 김선태 교수(시인)천년의 시작(문예지 시작’)에서 제정한 제9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김선태 교수는 이번에 발간한 감성시집 한 사람이 다녀갔다를 비롯한 그간의 활발한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시상식은 128() 오후 630분 동국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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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 이영수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맑은 날과 희뿌연 날들의 차이는 엄청나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차이가 그렇듯 안경은 그 위험수위를 꼼꼼하게 따져 혼돈으로부터 날 구해 준다 내가 안경을 쓰면 안개들이 걷히고 아프리카 코끼리 들소떼가 막 몰려온다 안개가 몰려와 코끼리도 잡아먹고 들소떼도 잡아먹고 아프리카도 잡아먹힌다 내안경과도 흡사한 대식가의 입나도 세상을 먹고 있는 거지 걸신들려

 

안경을 벗으면 세상들이 안개처럼 빠져나간다 건물들이 흔들리고 서 있는 길들마저 꺼져 도시에는 늙은 바람만 몰려다닌다 내가 통째로 삼킨 아프리카 코끼리가 안경알을 깨고 정글 속으로 달아난다 핏줄을 따라 들소떼가 빠져나가자 서 있기가 힘들다 나 흔들리고 있는거니 저 보기 싫은 빌딩들의 정글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니? 식인종들의 종친회의는 누가 해골지팡이를 집어던져 난장판이 되었지 미친 사람들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어느파가 몰표를 던졌니 그 무식한 족장들의 추격대가 날 발견했을까 안개의 정글은 흰 나무들만 돋보기 안경을 쓴채 나뭇잎을 읽고 있다

 

안경을 벗으니 배가 고프다 안경을 쓸까 말까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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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나오며 / 공광규

 

(상략)

서라벌에서 관동 해변을 거쳐

해변과 호수와 놀다

금강산 봉우리 곳곳에 올랐던 화랑과 승려

봉우리마다 이름을 붙이고

계곡마다 절을 세우고 산천만다라로 숭앙하던

현세의 불국 정토를 꿈꾸었던 통일신라인

개경에서 내금강을 넘어 외금강으로

외금강에서 해금강을 돌아

관동을 유람했던 고려의 문인 묵객

왜란과 호란을 거친 후

조선의 자존심을 세우려

수없이 금강산을 향해 갔던 유가 지식인

말을 타고 나와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치악을 거쳐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하던 한글 정신

중국의 그림을 때려치우고

금강산을 수묵으로 담은

조선 그림

쇠락해 가는 조선을 일으켜 보고자

금강산을 찾아갔던

경화사족들의 화젯거리였던 순례길

사천칠백오십 리 백이십칠 일간

조선의 경치를 신바람 나게 다녀온 후

묘향산으로 향한

세상만사가 쓸데없는 일이니

하루아침에 뿌리치고

금강산 찾아가서 경치를 다 본 후에

아미타불 염불하며 일생을 보내라는

안동 어느 절에 살았던

이름 모를 스님의 『금강산가』

일제 강점기 국토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민족 기상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갔던

지식인과 학생들의 수학여행

민족상잔으로 찢어진 가족이

수십 년 만에 늙어버린 얼굴로 향하던

이산가족 상봉 장소

정주영이 소를 몰고 가고

남한의 대중이 관광버스를 타고

남북 작가들이 만나 정서 통일을 확인하던 곳

(하략)

 

 

 

서사시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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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청장 박종호)‘2020년 제9회 녹색문학상에 시인 권달웅 씨의 시집 <꿈꾸는 물>과 시인 공광규 씨의 시집 <서사시 금강산>19일 선정했다.

 

녹색문학상은 ()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 사랑, 생명 존중, 녹색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담은 문학작품 중 국민의 정서녹화에 크게 기여한 작품을 발굴하여 주는 상이다. 올해는 238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7(8, 시조 1, 동시 1, 소설 4, 동화 2, 수필 1)이 본선에 올랐다.

 

시인 공광규는 1960년 서울 돈암동 출생으로 충남 청양에서 성장했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파주에게>, <서사시 금강산> 8권의 시집과 시선집 <얼굴 반찬> 1, 인도네시아어 번역시집 <햇살의 말씀 Pesan Sang Mentari> 1, <맑은 슬픔>(산문집) 14권의 저서가 있다. 그 간 신석정문학상, 디카시작품상,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가장 좋은 시, 고양행주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금상), 동국문학상, 윤동주상문학대상, 신라문학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2012년부터 2013까지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시상식은 오는 1112() 오전 1030분 문학의 집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 15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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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 이기영

 

 

오래된 악사들과 귀에 익은 째즈와

시끌벅적한 서른아홉 체 게바라와 스물일곱의 이상이 있다

 

부르주아적 시가를 피우는 이상과 노동자의 술 모히또를 마시는 체 게바라

 

절인 청새치와 코히마르 해변에 뜬 붉은 달을 말하면

어린 여인들의 앳된 입술과 꼬치니로cochinillo에 대해 입맛을 다신다

 

혁명은 주방장이 추천한 오늘의 아기 통돼지 바비큐보다 못하고

달아나지 못한 열세 명의 아해들은

가난한 생일 파티가 열리고 있는 마술사의 입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더부룩한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불금이라 선언하고

눈이 너무 부시다고 선글라스를 껴야한다고

 

봉고, 바따, 체께라, 마라까스가 찬찬Chan Chan을 연주한다

 

-나는 알토 쎄드로에서 마르카네로 가고 쿠에토에 도착한 후에는 마야리로 가

인생에 흐르는 힘 어쩔 수 없다네*

 

시인도 못 되고 내일의 혁명가는 오늘의 혁명을 모르는

불온한 승객들은 이 밤 또 어디로 다 흘러가나

 

그와 그가 감쪽같이 사라진 오, 쿠바!

 

*‘찬찬의 노래 가사 중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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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활동하는 이기영(사진) 시인이 첫 시집으로 제14회 김달진창원문학상을 받는다.

 

김달진문학상운영위원회는 이기영 시인이 시집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천년의시작)’으로 제14회 김달진창원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김달진창원문학상은 구체적인 지역 가치의 실천과 전망을 제시해주는 문학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최근 2년 동안 시집을 펴낸 경남 출신 또는 경남에 거주하는 문인을 대상으로 공모·시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98일 창원시 진해문화센터에서 개최되는 김달진문학제에서 함께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심사위원(이하석·신덕룡·김문주)들은 심사평에서 그간의 수상자와 달리 첫 시집을 낸 신진급 시인을 격려하는 일도 지역문학상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의의를 설명한 뒤 수상작에는 인간관계의 경험들을 자신의 찬찬한 언어로써 구축해 가는 시인의 개성적 어법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 시인은 스무 살부터 꿈꾸던 시인의 삶을 살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죽을힘을 다해 시에 매달려 늦깎이 시인이 됐다세속과 영욕을 초탈한 절대 세계를 지향했던 김달진 선생의 이름으로 받는 상은 더없는 영광이며, 더 고민하고 치열하게 시를 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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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 이수익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꽃나무 아래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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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삶과 죽음극단 포착한 독특

 

마지막 남은 시인 5,6명 중에서 이수익이 금년도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 어려움 없이 심사위원 전원의 합의에 도달하였다. 이수익의 시가 맑고 선명한 것만큼이나 수상자로서의 이수익의 자격이 선명하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그의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중에서 당선 시편을 오체투지(五體投地)’로 결정하는 과정 역시 수월하였다. 이 시가 갖는 간결성, 뜻의 함축성, 빛과 음영의 아름다운 어른거림 등이 읽는 이에게 선명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시란 영혼의 구조의 드러남이라고 믿고 있다. 이 때의 영혼이 별 고뇌도 모르는 평범한 영혼을 가리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련과 고뇌와 심미적 체험을 삭여 남다른 만큼의 수준에 이른, 그러한 영혼을 두고 하는 말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영혼이, 시어들이 엮는 뜻의 구조 속에 마치 살아서 피어오르듯이 부각된다. 시에서 영혼의 구조를 드러내는 시인은 그만한 경지에 가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런 말이 시인 이수익만큼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이수익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말하면 허무를 덮는 아름다운 서정성의 그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때의 허무역시 퇴폐적인 허무가 아니며, 삶과 존재에 대한 비극적 체험으로서의 허무다. 비극적 체험과 미의식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체험해오고 있는 바다. 쉽게 말해서 슬픈 노래가 아름답지 않은가. 이수익은 시인으로서 이러한 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당선작으로 뽑힌 시의 제목 오체투지는 땅에 몸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엎드려 절대자에게 몸도, 마음도 봉헌함을 나타내는 일종의 종교의식이다. 이 시 역시 간결한 형식과 시어의 이미지의 선명함, 뜻의 깊이와 그늘의 짙음이 읽는 이에게 매우 큰 감명을 준다.‘누에’ ‘거미’ ‘의 병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은 미물의 형제이며 동시에 천사의 형제일 수도 있다. 끝 연 3행이 주는 운동감과 색채감도 놀랍다.

 

이러한 시의 특색은 그대로 시인 이수익의 인품과 일치한다. 이수익 시인의 공초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심사위원 이근배, 임헌영, 성찬경을 대표하여 성찬경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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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아래의 키스 / 이수익

 

 

더 멀리

떠나왔다 보다

밀교의 단호한 문을 여러 겹 건너

비바람과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

바위처럼 금 간 상처 내려다보며

그래도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서로

위로하면서

몇백 날을 그렇게 달려왔지

은닉한 쾌감에 메마른 주둥이를 대고 싶어

피 흐르는 육체의 윤곽을 덮어 지우면서

저 감옥 속으로,

감옥 속으로

 

 

 

 

꽃나무 아래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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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13일 이틀동안 이형기 시인의 고향인 진주 남강변에서 '이형기 문학제'가 열린다. 20세기 한국 현대 시단을 대표하는 이형기 시인의 고향사람들과 문인들이 이형기기념사업회(회장 강희근 경상대 교수)를 결성하고 처음으로 문학축제를 열기로 했다.

 

 

 

이번 문학제는 진주시가 주최하고, 이형기 기념사업회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동 주관하는 이형기문학제가 진주 남강변에서 열린다. 강희근 회장은 "이형기 선생의 출생일(16)과 돌아가신 날(22)7월이 아니지만, 올해는 처음이라서 여는데 의미를 두고 특정일과 관계없이 연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 430분 같은 장소에서 이형기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로 3회째인 이형기문학상 수상자자로는 이수익(66) 시인이 선정되었다. 예심·본심을 거쳐 오른 시집을 대상으로 5명의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거쳐 수상자를 결정했다.

 

수상 시집은 <꽃나무 아래의 키스>, 심사위원들은 "이전의 어떤 시집보다도 시인의 시인론이 충실하게 반영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사소한 것부터 거대한 것까지 인간의 아픈 흉터를 어루만지는 등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상은 정영석 진주시장이 할 예정이며, 박주택 교수(경희대)가 심사평을 할 예정이다. 상금 1000만원.

 

이형기 시인은 생전에 문예이론과 실제 창작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였고 같은 동료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자부심이 유달리 강했던 이다. 고향의 시우였던 최계락, 옛 삼천포의 박재삼 시인(1회 개천예술제 차상)과 나눈 평생 우정은 지금도 한국 문단뿐 만이 아니라 고향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강희근 교수는 "이형기 시인은 한국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이면서 개천예술제 백일장 제1회 장원자이기도 하다""이번 문학제를 통해 지역민의 정서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려고 하며, 진주에 많은 시인들이 있지만 고인은 갈수록 위상이 더 뚜렷해지는 대상이기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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