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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어곡[別於曲] 1 / 김일남
그대가 깃들고도 눈 맞는 가문비나무 숲처럼 오래오래 쓸쓸하다 천지엔 아득한 눈발을 몰고 길 재촉하는 바람이 언 손 부벼 길들을 부르다 깊은 산울음에 몸 숨기고 너와집집 한 채 눈보라에 떨고 있다
그리워할수록 폭설 그치지 않는 내 가만한 그대, 겨운 내가 뚜욱뚝 부러져 실한 가지 한 짐 가득지고 어두운 눈길을 비츨거리며 그대 부를까 불러볼까 무장무장 깊은 산울음 가문비나무 나무 사이로 산은 산을 불러 추운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고 그대 부르던 오랜 내 기다림은 눈과 눈들의 저 한사코 퍼붓는 눈발로 나를 가둔다 바라보면 그대 탁탁 튀는 불꽃 너머로 사위고 어지러운 발자국 함부로 남긴 채 쓰러진 나를 가만히 들추면 아아 잉걸 속, 다시 눈 뜨는 그대
그대가 깃들고도 눈 맞는 가문비나무 숲처럼 오래오래 쓸쓸한 것은 내 기다림에 익숙한 숲길과 그 기다림 속에 어느새 지어 버린 너와집 집 한 채 그대에게 내건 등불을 그대가 모르기 때문이다 가문비나무 나무숲 오오 너와집 내 그리움에 갖힌 오오랜 그대, 그리워할수록 퍼붓는 눈과 눈들의 희디흰 아우성이, 그리움이 지은 집 한 채 허물듯이 허물듯이…
내 그리움에 갖힌 슬픈 그대
내 그리움이 울어버린 눈보라
눈덮힌 깊은 산 가문비나무숲
내가 지은 너와집
진주신문의 95년도 가을문예공모 당선자로 시부문에 <別於曲 1>을 낸 김일남씨(32), 소설부문에 <언어의 형식>을 응모한 문재호씨(28)가 선정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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