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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 이수익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꽃나무 아래의 키스

 

nefing.com

 

 

 

[심사평] 삶과 죽음극단 포착한 독특

 

마지막 남은 시인 5,6명 중에서 이수익이 금년도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 어려움 없이 심사위원 전원의 합의에 도달하였다. 이수익의 시가 맑고 선명한 것만큼이나 수상자로서의 이수익의 자격이 선명하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그의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중에서 당선 시편을 오체투지(五體投地)’로 결정하는 과정 역시 수월하였다. 이 시가 갖는 간결성, 뜻의 함축성, 빛과 음영의 아름다운 어른거림 등이 읽는 이에게 선명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시란 영혼의 구조의 드러남이라고 믿고 있다. 이 때의 영혼이 별 고뇌도 모르는 평범한 영혼을 가리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련과 고뇌와 심미적 체험을 삭여 남다른 만큼의 수준에 이른, 그러한 영혼을 두고 하는 말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영혼이, 시어들이 엮는 뜻의 구조 속에 마치 살아서 피어오르듯이 부각된다. 시에서 영혼의 구조를 드러내는 시인은 그만한 경지에 가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런 말이 시인 이수익만큼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이수익의 시세계를 단적으로 말하면 허무를 덮는 아름다운 서정성의 그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때의 허무역시 퇴폐적인 허무가 아니며, 삶과 존재에 대한 비극적 체험으로서의 허무다. 비극적 체험과 미의식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체험해오고 있는 바다. 쉽게 말해서 슬픈 노래가 아름답지 않은가. 이수익은 시인으로서 이러한 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당선작으로 뽑힌 시의 제목 오체투지는 땅에 몸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엎드려 절대자에게 몸도, 마음도 봉헌함을 나타내는 일종의 종교의식이다. 이 시 역시 간결한 형식과 시어의 이미지의 선명함, 뜻의 깊이와 그늘의 짙음이 읽는 이에게 매우 큰 감명을 준다.‘누에’ ‘거미’ ‘의 병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은 미물의 형제이며 동시에 천사의 형제일 수도 있다. 끝 연 3행이 주는 운동감과 색채감도 놀랍다.

 

이러한 시의 특색은 그대로 시인 이수익의 인품과 일치한다. 이수익 시인의 공초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심사위원 이근배, 임헌영, 성찬경을 대표하여 성찬경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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