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싸롱 가고 싶다
이 무 열
박곤걸 시인 돌아가셨을 때다
뒤늦게 문상 온 문무학 시인이 말문을 열었다
-박진형 씨 안 보이네?
-구석에서 울면서 조시 쓰고 있을 깁니더
소설가 엄 씨가 냉큼 그 말 받았다
-상가에 와가 좆이 서가 되는교?
-허허, 인간이 다 그 좆심으로 사는 거 아이겄나
-하긴 뿌려야 거두는 거 맞기는 맞제!
뒷말 툭 툭 주거니 받거니 반죽 맞추고는 했다
살아생전 여러 후배와 제자들 중
박진형 시인 뒤집어 쓴 그늘이 유독 크고 짙었던가
당신과 가곤 했던 춘자 아지매 국시집
먹다 남긴 국숫발마냥
맥짜가리 하나 없는 등신 어바리가 되어
모두들 한세상 개개풀린 낯빛이었다
..............................................................................................
어떤 농담
이 무 열
시인 되면 나라에서 봉급 주는 줄 알았다는 김동원 시인
텃밭시인학교 학생들 앞에 게거품 물며
시는 하늘이요 우주요 일인 제국이란다
금강산 상팔담에서 만난 명승지종합개발국 김 동무 생각난다
-남조선에서 무슨 일 하십네까?
-시인입니다
-능력이 참 탁월하십네다 통일 되면 내 고향 대동강 소주에 숭어술국 꼭 대접하고 싶습네다!
나 화장품회사 신입사원 때 딴전 피우다
-문학이 너 밥 먹여 주냐?
핀잔먹은 것 오늘 같고
-김 양아 나 외로워 죽것따아 뽀뽀나 함 하자!
통사정하며 술주정 한 일 어제 같은데
시라는 당신에게 세든 탓에
아파트 부금 매달 칠십만 원씩 평생 갚아야 한다며
살아온 날 기적 같다던 말 그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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