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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복음(福音) / 한승엽

 

 

 

 

 

 

 

 

 

 

 

 

 

 

 

몰입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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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승엽 시인이 제5회 김만중문학상 시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김만중문학상은 우리 문학사에 업적을 남긴 서포 김만중의 작품 세계를 기리고 유배문학을 탄생시킨 경남 남해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시조, 소설 부문에 걸쳐 공모가 이루어졌다.

 

공모 결과 한승엽 시인은 '멸치 복음(福音)', '지느러미론' 등 7편으로 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한 시인의 작품에 대해 "사물을 인식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며 "'멸치복음'은 제목에서 일종의 역설이 보이기도 하지만 고기 가운데 가장 개성이 없는 멸치를 갖고 이러한 인식과 상상력을 전개한 점에서 시인의 역량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또한 '지느러미론'과 같은 작품은 "화자가 시 속에 들어가기 보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평범한 사물에 관념을 이입시키는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며 "다소 무거운 시편들이지만 병적인 절망이나 비극으로 떨어지지 않고 진지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이들 시편이 엮어지면 한국시단의 개성적인 시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지난 1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렸다. 한 시인에겐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시집으로 '몰입의 서쪽'이 있다. 2011년엔 천강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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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황금송아지 / 배두순

 

 

코두레도 모르고

입가에 젖도 마르지 않은 새끼가 죽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온 동네의 경사였던 시절

그 금쪽같던 송아지가 죽었다

 

두런두런하던 어른들은 가마솥에 불을 지폈다

장작불이 달아오르는 담장을 넘어오는 젖내를

감나무에 묶인 어미가 모를 리 없었다

나무를 들이받으며 토해내는 거대한 울음에

하늘이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어른들은 부적의 붉은 댕기를 두 뿔에 걸어주고

막걸리 통을 대령하며 비손을 했다

그러한 사이,

새끼의 뱃속에서 나왔는지

뽀얀 젖 같은 국물이 가마솥에 가득했다

어른들은 국자를 집어넣어 국물을 퍼내고 도마를 눕혔다

그들이 차려주던 국물과 고기를 맛나게 멋으며

배부른 저녁식사를 하던 그날

붉은 도마 하나가 서쪽하는 긑까지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길고 긴 핏빛도마였다

커다란 짐승의 누망울에 그렁그렁 넘쳐나느느

피눈물을 본 것도 그때였다

 

 

 

반달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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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의원장 이선두 의령군수)는 의령군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제10회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소설 부문에는 박혜영(서울 은평구)<수취인 불명>, 시 부문 김대호(경북 김천시)<허공버스>, 시조에는 변현상(부산시 사하구)<뭐든지 다합니다>, 아동문학 부문에는 한광일(경기도 고양)<주황색 응원>, 그리고 수필 부문에 박금선(서울 관악구)<달팽이의 꿈>이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소설 부문에는 김민주(서울 송파구)<아주 가는 실 한가닥>, 시 부문 배두순(경기도 평택시)<황금송아지>, 시조에는 이영신(강원도 강릉)<소머리 국밥>, 아동문학 부문에는 양정숙(광주광역시)<감나무 위 꿀단지>, 그리고 수필 부문에 김영미(경북 경주)<슬픔의 무게>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4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 용덕초등학교 박예명 <매미>,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 부림초등학교 박서희 <나리꽃>, 중등부 부문 신반중학교 이린의 <코피 스터디>, 고등부 부문 의령여자고등학교 김고궁의 <天地救軍,천지구군>이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소설 대상을 수상한 <수취인 불명>은 우체국 직원인 주인공이 외국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그 행적을 추적하는 소설로, 치밀하고 정교한 소설적 요소들이 만들어낸 빛나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61일부터 731일까지 2개월 동안 5개부문(, 시조, 소설, 수필 ,아동문학)에 걸쳐 공모한 천강문학상에 역대 최다 인원인 10075,111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보면 시에 2761930, 시조에 113791, 소설에 161272, 아동문학에 2541,512, 수필에 203606편이 접수되었고,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000만원, 우수상 500만원,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에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한편 시상식은 홍의장군 곽재우 탄신일인 오는 26일 오후 2시 의령 군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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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지붕을 사야겠다 / 유종인

 

 

다시 양철지붕을 올려야 겠다

내게 저 들판 끝 단독의, 아니 독단으로라도

새로 지붕을 얹을 폐가가 있다면

 

빗방울이

얼어오는 몸을 부풀려

눈송이로 맘을 띄우는 겨울이 오기 전에

 

모든 소리에 성감대를 가진

양철지붕을 올려야 겠다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너도 밤나무 나무란 나무들

갈잎과 솔가리에 얹히는 된서리와 별빛 달빛마저

여줄가리 소리들로 쟁쟁하게 되비추는

거울을 눌로 입힌 양철지붕을 그믐밤 고양이가 거닐 때

그 발자국에서

꽃들이 눌러 퍼지는 소리에 소스라치는 고양이여

겨울엗 한뎃잠을 자가 깬 꽃들이

양철지붕에 꿈속의 비명을 던져 올려도 좋겠네

 

한 무덤 방에 누워

부부가 동짓달 궁금한 입 군것질거리를 구시렁거릴 때

그 소리마저 눈보라에 실려

양철지붕에 내려앉으면 그 말 서슬에 깬 아들이

그날로 때아닌 제사상을 보는 저녁도 있어

운감하시라

운감하시라

서로 마음 출출한 날이 가장 좋은 제삿날이니

 

키 높은 옆집 처마의 눈석임물이

양철북을 두드리듯

양철지붕을 두드려 먼가래 한 꽃들의 귀를 부르네

 

 

 

 

양철지붕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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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남출판이 주관하는 지훈상의 제16회 수상자로 문학 부문에 유종인 시인과 국학 부문에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유씨의 시집 '양철지붕을 사야겠다'(시인동네)와 안 교수의 저서 '담바고 문화사'(문학동네)이다.

 

지훈상은 청록파 시인이자 국학자인 조지훈(1920~1968)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각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2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동 예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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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소식 / 육종원(유종인)

 

 

제주 바닷가에 죽은 상괭이가 떠밀려왔다는 말에

나는 그 입꼬리가 올라간 미소만은 썩지 않게 해달라고

두 손도 모으지 않은 채 기도를 붙드는 것이다

 

살아서는 바다가 제 안방 아니 운동장 같았어도

죽어서는 아무려나 떠밀리는 타향 같은 바다

젖먹이, 그걸 그친 지 오래지만 그 눈웃음만큼은

그 젖빨던 입술로 가만히 번져내던 울음만큼은

아직도 싱싱한 마련인 듯 따개비 등짝을 들썩이게 하는 것,

무슨 일로 바다가

상괭이에게 급살(急煞)을 입혔나 곰곰히 헤아리듯

낮별들도 바닷가 하늘에

물음처럼 물끄러미 턱을 괴고 눈빛을 반짝였을 것이다

 

상괭이가 떠밀렸으나 상괭이 죽음은 아직 이르다

파래 미역 줍던 노파는 상괭이 등짝을 쓰다듬어

그 간절한 손길 아래 다시 지느러미가 움찔거렸으면

옆구리 썩어드는 자리엔

사월의 유채꽃 미소로 새살이 돋았으면

망막이 흐려진 그 눈동자는

늦봄의 천동소리에 맑게 다시 틔어오는 기척이었으면

바다가 아니면 이젠

뭍으로 지느러미가 다리를 내어 걸어 나올 미소여

 

제주 바닷가에 상괭이 주검이 눈에 띄었다는 말에

나는 그 천연의 미소만은 묻히지 않게 해달라고

그제사 두 손을 마저 모은 채

파도처럼 기도를 철썩이는 것이다

 

* 상괭이 : 쇠돌고랫과에 속하는 작은 고래.

 

 

 

[당선소감]

 

올해는 유독 가뭄이 길었네요. 길거리 대형 화분에 심겨진 꽃들이 누렇다 못해 하얗게 말라죽는데 제 손길은 미약합니다. 농경지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 속수무책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 상상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하마(河馬)나 코끼리라도 얼러내고 싶어지네요. 메마른 논밭에 가서 한 1톤씩의 물을 즐거이 토해낼 수 있는 짐승들 말이지요.

 

물이 갖는 그 전지구적인 종요로움이 커지는 시대네요.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의 불명예스러운 대열에 들고 말았습니다. 그 넉넉하던 수려하던 물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선배의 말에서는 물에 대한 농투성이들의 광적인 집착이 종교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렁이 침이라도 모아야 할 판에 장마가 온다니 반가운 일이지요. 물이 있으니 꽃과 열매와 길이 열리고, 선량한 만남도 당연히 면면히 이어져야 할 판입니다. 속악함을 순치(馴致)시키는 물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지요.

 

노담(老聃)선생의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언(眞言)도 단순히 인문학적 철리(哲理)나 비유의 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물의 실용과 생명성에 대한 직시로도 읽힙니다. 모든 숨탄것들과 함께 메마르지 않고 서로 너나들이 상통하는 물의 성정이 생태계를 웅숭깊고 낙락하게 하는 마음, 그 냅뜰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생의 물길이 트이는 그 생각의 물소리는 곧 시()이자, 관용의 문화이며 포용의 너름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공모는 생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는 재미, 그 아우라(aura)를 넓히는 발상과 애정으로, 그 기꺼운 생각을 마주하는 계기였습니다.

 

인간과 자연, 사회를 아우르는 생태계에 대한 남다른 탁견으로 제정된 문학상에 제 시편을 흔쾌히 밀어주신 심사위원님 여러분과 평택문인협회 관계자분, 평택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양철지붕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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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생태계의 생명에 대한 존재의 염원

 

태양계 행성 중에서도 생물이 살고 있는 곳은 지구뿐이고 그 이유는 지구가 햇빛, 공기, , 흙 등 생물이 살기에 알맞은 환경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지금 많은 생물의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온상승에 의한 지구의 온난화로 생태계의 급속한 쇠퇴가 도래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동물사냥이나 자연을 파헤치는 등 인간으로 인한 자연 파괴 때문에 많은 생물들이 멸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생물의 멸종은 다른 생물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어 모든 생명체들은 공존하며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역사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석학 아놀드 토인비는 환경 즉 숲과 물을 파괴한 문명은 거의 모두 멸망했다고 지적한다.

 

육종원(유종인)님의 시 상괭이*소식은 제주 바다에서 죽은 상괭이의 소식을 듣고 전해지는 간절한 기도 소리를 듣게 된다. 그 기도 소리는 돌고래의 죽음을 통해 자연생태계 질서의 파괴가 불러오는 비극적인 세계와 단절하지 않고 새롭게 눈뜨려는 인식의 전환이다. 죽음으로 생명이 완전히 소멸되고 이 세계와 절연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불러오는 비극적인 자연환경이 아니라 돌고래의 미소로 새로운 생명성의 가치와 대자연의 우주적인 탄생을 염원하고 있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나 기후 변화에 의해 죽은 돌고래의 슬픔을 우주의 원리의 새로운 생명의 생성으로, 생명에 대한 존재를 영속시키고자 하고 있다. 다시는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국제멸종위기종인 죽은 돌고래의 소식을 듣지 말고, 바다에서 웃는 돌고래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5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으로 육종원(유종인)상괭이*소식을 대상 당선작으로 뽑았다. 생태계의 새로운 질서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자연생태계의 환경보존과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하는 평택시와 평택문인협회의 취지에 맞는 작품으로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구현시켰다 하겠다. 또한 당선자의 최종후보로 세 편의 작품이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크게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이밖에 다른 응모자들의 작품 수준도 만만찮아서 심사위원들은 심사숙고의 시간을 더 가지게 되었음을 밝힌다. 그중에서 상괭이*소식은 전원일치의 높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최종심사까지 올라와 경합을 벌인 작품으로는 동백꽃” “들판에 나온 밀항고래. 모두 탄탄한 내공을 가진 작품들이었다.

 

- 심사위원 김영자, 배두순, 성백원, 이귀선, 진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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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 / 최정아

 

 

밤하늘의 별들도 때론

지상의 저녁을 즐기고 싶어

갈라놓은 수박에 총총 박혀 깜박이고 있다

누구도 뿌리와 잎의 근원이 씨앗임을

의심해본 적 없을 것이다

 

칼끝만 살짝 댔을 뿐인데

끈적끈적한 핏물

-, 기억 안쪽까지 환하다

 

누군가 씨를 없앴다고 떠들 때도 난 믿지 않았다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씨 없는 탄생 어디 있다고

 

삼복염천에도 씨앗을 품어

숨죽여 견디는 것이 모태의 삶이라면

초승달 돌돌 말아 삼키고

열 달 동안 누워 지낸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꼭 다문 입,

칼에 찔린 듯한 산고에 죽을힘으로 쏟아낸 비명

내 손톱에선 자꾸만 반달이 떠올랐다

식구들 둘러앉은 저녁

수박 한 조각 입에 넣어보면

불경하게도 내가 엄마 씨앗이었던 것을

 

단맛에 섬광처럼 녹아드는 핏물

엄마 젖이 이러했을까

뱉어낸 씨앗 몇 점

아이들은 풋것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봄날의 한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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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기념사업회와 신석정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허소라)가 수여하는 1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도종환(60) 시인이 선정됐다. 또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수상자로는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최정아(75)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심사에는 문학상 운영위가 추천한 신경림 시인을 위원장으로, 오세영 시인, 정양 시인, 안도현 시인 등이 심사위원에 참여했다.

 

신석정촛불문학상을 수상한 최정아 시인은 200여 명의 응모 작품 중에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선정된 작가다. 수상작으로는 발아란 작품이 선정됐다. 그의 시는 시적 체질을 잘 갖췄으며, 생명 정신을 한껏 고양 시킨 작품이 다수라는 평가다. 남원 출생인 최 시인은 지난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시부문)2004년 시선을 통해 등단했으며, 전주문학상, 중산시문학상, 온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 ‘봄날의 한 호흡이 있다.

 

한편, 시상식은 1025일 오전 10시 부안 석정문학관 뜨락에서 열린다. ‘신석정문학상에는 상금 3천만원이, ‘신석정촛불문학상에는 500만원이 시상금으로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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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빈 목간을 읽다 / 최분임

 

 

도토리 몇 알이 칭얼대는 허기를

달래기도 전 보름달이 도착했네요

채집의 종족에게 식욕은

말린 생선 비린내에도 체면을 차리지 않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끼니를 기다려며

생선뼈로 저녁을 불다 지친 아이들

여러 차례 달이 흘리는 육즙을 기웃거릴 때

당신을 마중 나간 길은 금새 어두워지죠

그림자로 일렁이던 당신이 영원이 되기까지

따로 내 영혼은 사라지지 않았죠

주인 잃은 돌베개가 웅크린 짐승을 닮아가는 밤

당신의 팔베개에서 식은 잠이 갈비뼈 한 귀퉁이를 뒤적여

사그라진 불씨, 당신을 이룩하네요

식은 것은 뜨거웠던 것의 표정이라고 말한 게

둥근 당신이었나요, 날카로운 나였나요

토기를 빚던 손을 빌린 나무둥치가

수신인 당신의 눈 코 입을 묻네요

빗살무늬 캐던 동물 뼈는 잠의 미간처럼 생각이 많아

기다림을 새기기 적당하죠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보름달이

당신에게 대신 전할 목간木簡을 읽기 위해

더 밝은 높이에 눈동자를 띄우네요

산길을 향해 구부정하게 걷는 달빛

반짝, 허리가 펴지네요

거미줄처럼 널린 감정들이 강물의 명경明鏡 

뾰족한 빗살무늬로 비칠까 옹이는 지우고

새순처럼 돋아날 나를 고르고 고르죠

달빛이 나를 다 읽었다는 듯이

끊기고 번진 그림문자들

새벽빛으로 고쳐 멀어질 때까지

 

 

 

실리콘 소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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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오영호 의령군수)는 천강문학상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제8회 천강문학상 수상자와 제2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지난 61일부터 731일까지 접수한 제8회 천강문학상은 888명에 4671편이 접수되었고 제2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은 168명에 254편이 접수됐다.

 

분야별로는 시에 2781995, 시조에 91659, 소설에 141236, 아동문학에 동시 1481080편과 동화에 54164, 수필에 176537편이 접수됐다.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시 부문 최분임(경기 시흥)<빈 목간을 읽다>가 차지했다.

 

시조에는 김환수(대구)<3대 조폭>, 소설 부문에 이수조(경기 하남)의 단편 <해무의 시간>, 아동문학 부문에는 안선희(서울 금천구)의 동화 <살구나무 할아버지>, 그리고 수필 부문에 이혜경(부산 해운대구)<각도를 풀다>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2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에 낙서초등학교 정태호의 <아빠와 좋았던 일>,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에 의령초등학교 김수현의 <할머니와 나는 평행선>, 중등부 부문에 정곡중학교 서현명의 <솥바위>, 고등부 부문에 의령여자고등학교 윤승지의 <알바트로스>가 영광을 차지했다.

 

시상식은 오는 930일 토요일 오후 2시 의령 군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8회 천강문학상은 시를 비롯해 시조, 소설, 아동문학, 수필 등 5개 부문에 걸쳐 공모를 했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은 1000만원, 우수상은 500만원이다.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부문 대상은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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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꽃피는 칼 / 최정아

 

 

칼자루도 없이

칼은 새파랗다

 

봉안鳳眼이 조각되어 있는 칼날, 칼이 하는 일은 바람을 베는 일이지만

자투리 필요한 한 뭉치 바람이 스스로 와서 베일 때가 많다

 

이 칼은 광석이 아니다. 양쪽 날을 가지고 있는 검의 끝은 여전히 벼려지는 중이어서 휘어져 있다

누가 산속에 칼을 꽂아두고 갔나. 새파랗게 녹슬면서 가끔 꽃도 피우는 그 칼을 누군들 쉽게 뽑겠는가

 

칼 한 자루를 오래 감상했다

향기가 일획으로 지나간다

 

정점으로 향한 떨림의 순간, 바람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고 칼은 별자리 방향을 따라 빛이 바뀐다

 

칼은 스스로 시들어 칼집 속으로 웅크리고 들어간다

 

칼 가는 사람도 없이 파랗게 날을 세우고 휘두르는 힘이 다 빠지면 절 옆으로 휘어진다

한데 엉키는 칼끝을 조심해야 하며 봄이면 멀리 동쪽에서 찾아오는 꽃이 있어 서리와 동풍을 빼내야 한다

 

일합一合의 불꽃도 없이

꽃피운 칼

갈라지는 칼끝에서 꽃잎 떨어진다.

 

 

 

 

혼잣말 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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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소통이 되는 신선한 시를 바라며

 

6회를 헤아리는 천강문학상은 국내외의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응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단 여부에 관계없이 기성문인에게까지도 응모의 기회가 주어지는 상이며 멀리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 가운데서도 수상자가 나올 만큼 범위가 넓습니다. 또한 대단히 공정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지는 심사는 상의 위상을 한층 드높이고 있어 역량 있는 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바이기에 심사에 임하는 마음도 그만큼 긴장되었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겨진 작품은 347분 총 2,538편이었습니다. 작품 모두는 작자의 기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고 보아졌습니다.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작품들의 산문화였습니다. 이것이 요즈음 우리 문단의 일반적인 경향인 듯도 합니다. 시에는 산문시라는 갈래가 있습니다만 산문시가 산문과 구별되는 것은 그만큼 응축된 시정신과 간곡한 전언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는 미흡한 산만성이 엿보였습니다.

 

다음으로는 모든 작품들에 유사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성명과 기타 신분을 모르는 상황에서 작품을 심사하는데 주제나 소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작품들 나름의 특성을 찾기가 어려웠으며 동일 작자의 작품이라 하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천강의 충절과 의로운 정신이 반영되고 내포된 작품들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문학상의 특별한 성격을 헤아릴 때 그분의 삶과 행적에 대한 관심과 기림은 우선되는 내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심사에 임할 때 심사위원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기준 삼았습니다.

 

첫째, 소통성 유무였습니다. 시가 가지는 필연적인 모호성과 난해성 이외의 이해 불능, 불통의 시여서는 독자가 수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를 쓴다는 의의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둘째, 앞서도 지적한바 얼마나 개성적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각자의 얼굴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이 시도 작자에 따르는 각각의 자기 얼굴과 자기 목소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참신성에 대하여 생각하였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로 쓰는 시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를 썼겠습니까. 그러나 시가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늘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창작의 기본이 새로움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넷째, 응모한 여러 편의 작품들이 균등한 수준을 이루고 있는가를 보았습니다. 작가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게끔 여러 편의 작품들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살폈습니다.

 

다섯째,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았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나 뜨거운 감정이라 할지라도 시로 형상화되지 않으면 그것들은 생경한 시의 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시로 형상화 되어 감동을 이끌어 낼 때 비로소 그 작품을 우리는라고 부르게 됩니다. 특별히 천강문학상의 취지와 정신을 생각할 때 감동적인 내용이 형식과 잘 조화를 이루었나를 보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대략 이런 기준을 염두에 두고 본심에 임하였습니다. 여러 번의 숙독과 심의를 거쳐 최정아씨 (<꽃피는 칼> )를 대상 수상자로, 김대성씨 (<버드나무 활극> )와 정진혁씨(<녹이 슬었다> )를 우수상 수상자로 뽑았습니다.

 

최정아씨의 작품들은 여러 편의 작품들이 고른 수준이었으며 <꽃 피는 칼>에서 보여주는 비약적인 은유와 상상력, 식물이미지와 광물이미지의 결속 등을 높이 살만 합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항용 꽃이 중심이 되는 것이지만 잎이 주인이 되는 변용의 묘, 충돌하면서 합일하는 비유의 심안은 만만찮은 기량을 드러낸다고 보았습니다. 굽힘 없는 생명의지, 그리고 생명의 순환 과정을 그린 사색의 깊이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었습니다.

 

김대성씨의 작품 <버드나무 활극>은 감각적인 묘사가 수용자의 시각과 청각과 촉각 등을 모두 동원하게 합니다. 무생물들이 생명을 얻고 힘차게 움직이는 역동성은 제목이 말하는 바와 같이 한 편의 활극입니다. <버드나무 수목장>이나 <묵밥>은 죽음과 이별이 제재이지만 슬픔을 극복하는 의지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슬픔의 승화가 주는 정화의 세계가 독자를 이끕니다. 그러나 좀 더 정연한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점과 더불어 감동의 깊이가 의도만큼 이루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진혁씨의 <녹이 슬었다> <오이지> <목련이 페이지를 열었다>들에서 읽게 되는 목숨의 유한성은 운명이라는 말을 일깨웁니다. 그중에도 <오이지>의 선명한 비유는 공감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시가 마땅히 지녀야 할 긴장감이 부족한 것은 이 글의 지나친 산문성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면서도 주제를 흩트리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 간 저력에 주목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김인숙씨의 <자주달개비의 문>과 김인후씨의 <윤도> 등이 논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더욱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입상하신 여러분께 축하를 드리며 문운이 더욱 빛나기를 빕니다.

 

- 심사위원 문인수 허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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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 김형미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달개비꽃이 피었더랬지

파란 귀를 두 개나 가진 꽃이 피는가 싶더니

오전 햇살이 채 시간에 머무르기도 전에

연기처럼 제 흔적을 감추고 말았더랬지

어쩌면 바람은 기억하고 있을까

달개비 마디진 몸 안을 걸어나온 운판(雲版)이라는 악기 소리를

어쩌면 달빛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토록 오래 기다려온 시간이

세상에 눈을 둔 시간은 너무도 짧지만

지상의 모든 움직임을 다 듣고 가는 파란 귀를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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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정양 시인)는 지난 17일 심사위원회를 열고 제6회 불꽃문학상 수상자로 김형미(33) 시인을 선정했다.

 

김 시인은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2003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2010년 첫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문학의 전당)을 펴내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김 시인의 시는 삶의 안팎에서 빚어지는 간절한 이야기와 빛깔을 자신만의 개성적인 언어로 갈무리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시(可視)의 세계와 불가시(不可視)의 세계를 꿰뚫어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보편적인 존재자로서의 인간 삶을 그려내고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이번 심사는 정양 시인(우석대 명예교수), 김용택 시인, 임명진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신형식 시인(전북대 교수), 이병천 전북작가회의 회장, 정철성 문학평론가 (전주대 교수)가 참여했다.

 

2005년부터 고창 복분자주 생산업체인 주식회사 선운산복분자흥진(대표 장현숙)의 후원으로 사단법인 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천)가 주관하고 있는 불꽃문학상은 43세 이하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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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망설임 없이 / 김충규

 

 

살얼음 같은 어둠을 쪼개며 나비가 날아왔다

그 틈새로 딱딱해지지 않은

액체의 어둠이 주르르 쏟어졌다

날개가 젖어서 나비의 비행이 기울었다

관을 열고 온몸이 얼룩진 시신이 나와

나비 쪽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아무 망설임 없이 관 속으로 나비가 들어갔다

펄렁임을 멎고 나비가 누워 눈을 감았다

쪼개졌던 어둠이 봉합되는 소리

미세하고 허공을 긋고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스스로 관이 닫히는 소리

시신이 관을 짊어지고 숲으로 사라졌다

질척한 흙길에 발자국 하난 남지 앟고

고체가 된 어둠이 숲을 감쌌다

쥐들이 다 죽어버려서 숲이 고요했다

 

 

 

아무 망설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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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강수성)가 '2010 통영문학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는 김춘수 시문학상에 김충규 시인의 <아무 망설임 없이>(2010, 문학의 전당), 김상옥 시조문학상에 이달균 시조시인의 <말뚝이 가라사대>(2009, 동학사), 김용익 소설문학상에 소설가 김정남의 <숨결>(2010, 북인)을 각각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문학상에는 전국에서 시부문 27명, 시조부문 7명, 소설부문 8명이 응모했다. 특히 시 부문에 많은 사람이 응모하여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송수권·정일근 시인이 시부문을, 박시교·이지엽 시인이 시조부문을 심사했으며, 소설 부문에 소설가 강석경·유익서 씨가 심사를 맡았다.

 

김춘수 시문학상 수상자 김충규(46) 시인은 진주 출신으로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김상옥 시조문학상 수상자 이달균(54) 시인은 함안출신으로 1995년 무크 '시조시학'에 <생명을 위한 연가> 9편의 연작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김용익 소설문학상 수상자 김정남(40) 소설가는 2002 <현대문학> 평론과 2007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됐다.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내달 1일 오후 7시 통영문학제 개막식과 함께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창작지원금 1000만 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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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골 / 유행두

 

 

솟골엔 재수 없이 둘이만 산다

광대뼈 골 높은 서황댁이랑

뻐드렁니도 없어 밥알 녹여먹는 모동댁이랑

앙살스런 과부 이가 서 말이라고

서황댁 흉보는 모동댁

마늘밭 고랑에서 무릎 시리다 푸념하고

모동댁 아들 없다 무시하는 서황댁

박힌 우물 차지하고 파뿌리 다듬는다

솟골에

솥단지 하나씩 걸어놓고

바람소리에 개 짖으면 서황댁

이민 간 아들 같아 삽작문 밀어보고

구름 내려앉아 도둑고양이 처마 밑 기웃거리면

모동댁

미운 척 밥 한 술 던져준다

아랫동네 염쟁이영감 새끼 꼴 힘이라도 남아 있을 때

죽어야 한다고

속없는 아랫배에 쪼글쪼글한 말 집어넣고

서황댁 모동댁

먼저 죽기 내기한다

메아리도 꼴딱 넘어가지 않는 솟골

서황댁 모동댁

징글징글 산다.

 

 

 

 

 

태양의 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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