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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金堂에 들어계시다 / 권재은


 

산마루도 가쁜 숨 몰아쉬는지

바위구절초꽃무리 누웠다 일었다 하는 *금당산

구들장 뜨던 곳 구들장 지는 게 젤 편하단 말 속엔

등짐 지던 사람의 땀방울이,

구들돌을 떠메고 버겁게 비탈을 내려온 사람의

벗겨진 등이 누워 있다


식솔들 거느릴 집 한 채 일으키려

오뉴월 염천을 오르내린 아버지

고래로 들이치는 불기 온 몸으로 견뎌

흙바람에 터 언 손 다독여 주던 구들

구부정 세상을 진 그 어깨에 기대어

묵은 체증 같은 내 마음의 그을음에 불붙길 기다린다

구재가 타면 몇날며칠 온 방이 뜨뜻했던 것처럼

나도 꽤 쓸 만한 온돌이 될지도 몰라


군불을 지피는지 향을 사르는지

푸른 연무자락에 둘러싸인 산

수많은 목어와 풍경을 거느린 웅장한 사찰이다

떠낸 구들돌 대신 지금 금당에 들어계신 아버지

아무도 뜨러오지 않는 구들장

그 미완의 經板 혼자 다 지시고

아직 불에 닿지 않은 경구들 읊조리시나

불 땐 아랫목에 몸져눕던 나

쓰러져 그 산에 기댄다


*금당산: 안동시 월곡면 소재의 산 지금 월곡면은 안동댐 수몰로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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