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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池에서 / 김문양
바람이 길을 내는 곳은 언제나 만삭의 보름밤이어야 하리
달빛으로 이파리들 사루어
한 자락마저 끌어 덮으면 남색 물무늬를 풀어 놓습니다
풀어낸 물길 속으로 나른한 잎새와 문무백관의 표정을 장금하고
비로소 생성되는 불굴의 달, 제 몸 가두고서
저토록 환한 얼굴 뜬눈인 체 잠겨 있습니다
발목 묶어 뜨겁게 걸어 온 저 만월
소문같이 차디찬 물 속을 흔들리는 달
저 달은 누구의 분신일까요
나는 어이 어이 하고 달을 깨워 불러 봅니다
하아, 사람들아 세상의 맛은 달빛으로 무르익는가
오호라, 저 달빛이 온전한 이사금으로 태어나기 위해
잠시 깊숙한 물 속 부처님처럼 앉았다가
죽비 기다리는 승려의 어깨 넘어 들썩이다가
먼 불국사 법열의 독경소리 이끄는 나릇배 한 척
노 저어라 어화둥둥 노를 저어라,
가슴까지 차오른 물살 휘젓고 팔백 계단 맨발로 걸어 와
이제는 안압정에 닿아 툭툭 꽃잎 벙그는 자리
저기 환한 연등 속 마애불 걸어오고 있습니다
*月池: 안압지의 원래 명칭. 신라시대는 월지로 불리어졌으나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안압지로 명칭이 바뀌어 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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